고종 멱살 잡고 대동아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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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야즈
작품등록일 :
2024.09.11 18:30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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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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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2. 안드레아 김

DUMMY

#002



‘신부인가, 아니면 베르뇌와 다블뤼, 두 주교 가운데 한 사람인가.’


이름 모를 서양인 사제와 눈이 마주친 경헌이 잠시 주저할 즈음,


“경헌아!”


부드러우면서도 엄한 목소리와 함께, 공소 문 뒤에서 어머니 박씨 부인이 검은 옷의 호위무사와 함께 나타났다.


“네 대체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게야, 내 한참을 찾아다니질 않았더냐.”


“ㅎ, 헤헤···.”


“세례식이 코앞이네, 네 어찌 이리도 경거망동한단 말이야!”


“어, 어머니, 아, 아하핳···.”


“장 주교님께서 얼마나 기다리셨는 줄 아느냐! 하여간 녀석, 내 오늘 단단히 경을 칠 것이다.”


“···.”


와~ 딱 봐도 잔소리 폭풍이 밀려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 경헌은 멋쩍게 웃으며 제 앞에서 빙그레 미소를 기울이는 서양인 주교의 삼베 옷자락을 슬쩍 잡아당기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대충, 좀 도와달라는 소리였다.


“이 아이가··· 마리아 자매님의 아들입니까.”


그 의도를 빠르게 캐치한 양인 주교가 경헌의 어머니를 향해 몸을 돌리며 온화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어머, 안 주교님!


그러자 의외라는 듯, 놀란 토끼눈을 지으며 경헌의 어머니가 그 말을 받았다.


“내포리에서 한양공소까지 어찌 또 이리 걸음을 하셨습니까? 근자에 몸이 편치 않으시다고 들었는데요.”


“아멘, 모두 주님께서 내리신 크신 은덕 때문이지요.”


“아멘.”


그렇게 어머니의 잔소리를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시작부터 주교급 위인과 만난 상황, 순조로운 스타트였다. 경헌은 남몰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때마침 운 좋게 됐군.’


안(安) 주교라면,

당시 조선대목구의 부대목구장인 안돈이 주교를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다블뤼 안돈이 주교.

그는 이 시기 조선에 와 있던 12명의 선교사제 가운데 조선말에 가장 능숙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오래 조선에 살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만큼 12 사제 가운데 조선의 문화에 가장 열려 있고 우호적인 인물이었지.’


다블뤼 주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경헌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어머니와 주교의 대화는 사뭇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이어졌다.


“때마침 장 주교님과 긴히 의논할 중요한 일이 있어, 이렇게 급히 한양공소로 오게 되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혹 바쁘신 와중에 저 철 없는 어린 것이 주교님을 곤란하게 해드리지는 않았는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어머니는 영특하게도 등싸닥션 방지를 위해 다블뤼 주교의 삼베 옷자락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경헌을 향해 슬쩍 손을 흔들었다.


‘메롱, 갈까 보냐!’


어머니의 의도를 캐치한 경헌은 짐짓 짖궂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니, 저 녀석이-”


비록 매섭게 째려보는 그 눈초리를 피할 길은 없었지만, 이미 어머니의 무시무시한 손바닥 장권을 피할 최고의 은신처가 바로 저 다블뤼 주교의 옷자락이라는 것을 빠르게 간파한 경헌이었다.


“허허, 자매님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 못난 자식 둔 어미로 그저 송구할 뿐입니다.”


골치가 아프다는 듯 경헌의 어머니가 짧게 한숨을 뱉자, 다블뤼 주교가 부드럽게 웃으며 이렇게 말을 받았다.


“그나저나··· 좀전에 ‘세례’라고 말씀하신 듯합니다만.”


그러자 표정을 다듬고 다블뤼 주교를 향해 다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경헌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아, 마침 아이가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했고, <사본문답>의 글줄도 꽤 외울 수 있게 된 차에···.”


“오호- 아주 좋은 일이군요, 큰 경사입니다.”


“모두 주님의 은혜지요.”


“아멘.”


그렇게 경헌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것도 잠시, 다블뤼 주교가 제 옷자락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경헌의 조그마한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다시 말했다.


“아이의 세례명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어···.”


어머니가 바로 답하지 못하자, 그때까지 가만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던 경헌이 빠르게 손을 들며 외쳤다.


“대건!”

“···뭐?”

“경헌아!”


바로 그 순간, 어머니와 다블뤼 주교의 눈이 모두 놀라 둥그래졌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성인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것이 세례명의 원칙인데··· 이 꼬마는 뜬금없이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으니까.


“왜, 안 돼요?”


어안이벙벙해하는 두 사람, 특히 당혹스러운 표정의 다블뤼 주교를 향해 당찬 미소를 지어 보이던 것도 잠시, 경헌이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안 되면 세례명은, 그럼 ‘안드레아’로 하죠, 뭐!”


**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하늘이 점차 밝아지며 저 먼치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양공소를 가득 채웠던 신자들 역시, 어느덧 모두 떠난 상황.


사각사각···.

그 시각. 한양공소에 딸린 작은 방, 앉은뱅이 책상 머리에서 깃털 펜을 든 다블뤼 주교가 글을 쓰고 있었다. 버릇처럼 생각이 날 때마다 그가 쓰곤 했던, 고향으로 부치는 편지였다.


[그러고보니, 누님께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제 앞에서 김대건 안드레아를 떠올리게 하는, 그 이름을 자신의 세례명으로 하겠다고 말했던 바로 그 어린 아이 말이죠.]


[결국 그 아이는 바라던 대로 세례를 받고 안드레아가 되었습니다. 경헌 안드레아, 베르뇌 대목구장님께서도 처음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셨습니다만··· 이내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 지으셨죠. 그 아이는 생각보다 꽤 완벽하게 <사본문답>의 내용을 외우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얼마쯤 써내려갔을까.


“오셨습니까, 교구장님.”


때마침 방문한 베르뇌 장경일 주교. 다블뤼 주교는 신속하게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그러자, 베르뇌 주교가 마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자네와 나 두 사람뿐인데 그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는 없네.”


“···.”


“그저··· 오늘 세례를 준 조선 아이가··· 조금 마음에 걸려 의논코자 온 것이네.”


다블뤼 주교가 바로 답하지 못하자, 베르뇌 주교가 나직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냈다.


“세례를 마치고 내 그 아이에게 첫 고해성사를 해주었네. 헌데··· 그 아이가 내게 ‘부모의 눈앞에서 죽은 자식’이 가는 곳은 역시 지옥밖에 없냐고 물어오더군. 참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네.”



“···교구장님.”


베르뇌 주교가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것도 잠시, 다블뤼 주교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 아이, 경헌 안드레아를 보고 있으면··· 저는 꼭 대건 안드레아 김 신부가 다시 돌아온 것만 같습니다.”


그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베르뇌 주교가 동의를 표했다.


“하긴 짖궂고, 장난꾸러기 면모는 확실히 똑 닮았네. 딱 그 나이대 아이다운 모습이긴 했어. 허나ㅡ”


이윽고 잠시 주저하며 말을 고르던 베르뇌 주교가 재차 입을 열었다.


“내 당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아이의 눈빛이야. 아직 잘 다듬어지지 못한 흑요석과도 같은 그 눈이, 왠지 모를 분노와 슬픔을 가득 담고 있더군.”


“교구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런 베르뇌 주교의 말에 가볍게 찬동을 표하며, 다블뤼 주교가 말했다.


“아이가 왜 처음에 ‘대건’이라는 이름을 세례명으로 지으려 했는지를 물었더니, 어미 되는 마리아 자매도 그 곡절을 전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참 보기 드문 아이였어. 굉장히 영민하고 총명한데,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심안을 지니고 있더군.”


“교구장님, 어째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베르뇌 주교의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다블뤼 주교가 급히 목소리를 낮추었다.


“설마 그 아이가···!


“···맞네, 그 아이, 경헌 안드레아는 우리의 방아책을 알고 있었어. 고해실에서 내게 귀띔하더군.”


“아니, 그게 어찌 가능하단 말입니까? 방아책의 존재는··· 그 아이의 어미인 마리아 자매도 전혀 모르는 일일 텐데요.”


방아책(防俄策)이란 근래 조선의 두만강 국경에서 통상 수교를 요구하며 무력 시위를 벌이는 저 로마노프의 무도한 끄나풀들을 때마침 청에 정박 중이던 프랑스 함대의 힘을 빌려 처리하자는 계책으로, 이는 현 조선의 지배자인 대원군과 베르뇌, 다블뤼 주교를 제외한 아주 극소수만이 그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가장 중요한 비밀이었다.

말인즉슨, 이 계책 하나의 흥망성쇠에 따라 조선 땅에 포교의 자유가 생기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갈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네. 그 아이, 경헌 안드레아는 내게 대원군을 너무 믿지 말라고 경고했네.”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잘 듣게, 다블뤼 주교.”


놀란 다블뤼 주교가 소리죽여 펄쩍 뛰자, 주변을 경계하던 베르뇌 주교가 나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였다.


“그 아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네.”

.

.

.

[아라사의 군대가 두만강을 떠나면, 대원군은 약속을 어기고 이곳을 피바다로 만들 것이니ㅡ]


“···그 전에 먼저, 빨리 한양을 떠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여기 모두가 죽습니다.”


“허···?”


놀라 말을 잃은 베르뇌 주교의 눈을 마주 똑바로 응시하며, 경헌이 다시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3년 뒤, 아니, 그 전에라도 주교님께서는 한양을 떠나셔야 합니다. 반드시!”


신신당부하는 경현의 맑고 진한 새까만 눈을 경외로운 빛으로 응시하며, 베르뇌 주교가 힘겹게 말을 보탰다.


“하, 하지만 아가··· 네 대체,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것이더냐?”


“···평양.”


그러자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하던 것도 잠시, 확신에 찬 목소리로 경헌이 말했다.


“평양으로 떠나셔야 할 것입니다.”



작가의말

맨 첫 회차(#000) 댓글 남겨주신 su**** 독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헬파이어 모드 개방을 향해 슬슬 때려 보겠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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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4/09/13 후원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 24.09.13 15 0 -
공지 ##24/09/12 원고 수정의 건 24.09.12 22 0 -
5 #004. 이별을 등에 지고 24.09.16 25 0 13쪽
4 #003. 폭풍 속으로 24.09.13 48 0 16쪽
» #002. 안드레아 김 24.09.12 67 0 10쪽
2 #001. 접선 24.09.12 88 0 14쪽
1 #000. 꼬인 인생 +1 24.09.11 120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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