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멱살 잡고 대동아공영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김야즈
작품등록일 :
2024.09.11 18:30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347
추천수 :
2
글자수 :
30,790

작성
24.09.16 23:00
조회
24
추천
0
글자
13쪽

#004. 이별을 등에 지고

DUMMY

#004.



“이랴!! 이럇!!”


운현궁에서 나온 도승지 남종삼은 신속하게 말을 몰아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베르뇌 주교가 이 집의 행랑채를 빌려 조선대목구의 임시 주교관이자 거처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 미사를 집전하러 한양공소로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 전에 만나야 했다.


“주교님, 큰일이 났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베르뇌 주교는 때마침 자리에 있었다. 남종삼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대신 황급히 품속에서 대원군의 답서를 꺼냈다.


“요한, 이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주교가 상대의 세례명을 부르며 서신의 내용을 묻자, 남종삼 요한, 그가 다시금 이렇게 말했다.


“대원군으로부터 온, 최후 통첩입니다!”


“무엇이···!!”


놀란 베르뇌 주교는 황급히 대원군의 서신을 뜯어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서신을 쥔 그의 주름진 손이 사시나무 떨 듯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

서학 교주 장경일 下鑑(하감)

丙寅(병인) 丁酉(정유) 10月 26日


격식은 생략하네.


자네들이 승지 남종삼을 통해 내게 전달한 방아책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주게.


정녕 조선을 위해 불란서의 극동 함대가 두만강을 건너와 우리에게 통상요구를 하는 저 무도한 아라사의 족속들을 불란서 함대가 대신 척결해 줄 수 있겠는가?


가능하다면, 불란서 군대의 움직임과 도착 시간을 내게 전해주게.


조선과 불란서가 만약 이 일을 계기로 통교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조언도 자네에게 구하고 싶네.


앞서도 말했듯이, 나에겐 확실한 날짜가 필요하네.

.

.

.

.

베르뇌 주교는 말을 잃었다.


대원군의 편지는 ‘오는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자신의 물음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문제는, 딱 그뿐이었다는 데 있었다.


‘대원군은 어디에서도 우리에게 ’믿을 자유‘를 주겠다고 확정적으로 말해주지 않고 있지 않은가···!’


베르뇌 주교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그 발 아래 무릎을 꿇어 부복하며 남종삼이 눈물을 흘렸다.


“기한 내 답신을 주지 않으면, 우리와 방아책을 두고 오갔던 그동안의 모든 논의를 무위로 하겠다고 합니다!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주교님.”


“이런, 이런 허망한 일이···!”


“주교님,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극동 함대는 정녕 와줄 수 있는 것입니까!”


남종삼 요한이 간절한 목소리로 묻자, 그의 처를 비롯한 다른 교인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베르뇌 주교는 고개를 숙인 채 달리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다.


“아마도 불가할··· 것입니다.”


고민 끝에 꺼낸 베르뇌 주교의 답변. 그것은 명백한 절망의 그림자를 담고 있었다. 충격에 잠긴 교인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대원군이 요구한 기한이 너무나 짧습니다.”


그들을 슬픔에 잠긴 눈으로 내려다보며, 베르뇌 주교가 털어놓았다.


“앞서 우리는 상해의 우편 교환국을 통해 프랑스 극동 함대를 총괄하는 로즈 제독에 서신을 보낸 바 있소만··· 아직 그 답서를 받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주교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를 설득하려면 이쪽에서 사람을 보내는 게 순리에 맞을 텐데, 아무리 빨리 간다 해도 한양에서 상해를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에 갔다 돌아올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허면···!”


이에 지금껏 베르뇌 주교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던 작고 왜소한 몰골의 교인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주교의 심부름꾼이었던 노비 이선이였다.


“주교님께서 대신 대원군을 만나 극동 함대가 올 것을 확언해주시면 될 일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장 주교님, 부디 그렇게라도 해주실 수 있겠는지요.”


“그건-”


베르뇌 주교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주저하고 있었다.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청원하는 교인들의 얼굴이 마음에 걸리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선교사이자 사제로서 엄격히 지켜야 하는 정교분리의 불문율을 어겨선 안 된다는 번뇌가 머릿속에서 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대원군을 너무 믿으시면 안 됩니다.’


바로 그 순간.

경헌 안드레아, 최근 자신에게 세례를 받았던 그 아이의 이름이 떠올랐다. 첫 고해성사 때 아이가 자신에게 말했던 이야기까지도.

[평양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 어린 것이 당시 했던 이야기 모든 것이, 마치 오늘의 위기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그러자 고민하는 베르뇌 주교를 향해 읍소하며, 남종삼 요한과 그의 식솔들을 포함한 주변 교인들이 다시 또 간곡한 목소리로 외쳤다.


“주교님!!”


“아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십니까!!”


행랑채의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심부름을 보냈던 리델 신부가 황급히 들어와 언성을 높였다.


“설마, 당신들 지금 교구장님더러 거짓을 말하러 가란 마립니까? 요한, 당신 정말 미쳤어?”


“신부님, 오해십니다. 그런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자 남종삼 요한이 리델 신부를 막아서며 재차 말을 이었다.


“대원군은 결코 조선과 불란서의 수교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양과의 교류가 조선에도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어요. 대내외적 여건만 잘 조성되면 적극 추진해줄 위인입니다. 다만 문제는···!!”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남종삼 요한이 다시 베르뇌 주교를 향해 돌아서며 간곡히 청했다.


“···대원군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이 사안을 추진할 명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불란서와 수교하고 종교의 자유를 주는 일 자체를, 반대하는 조정의 대소신료들이 상당합니다. 우리가 그 명분을 줄 수 있다면, 대원군은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겁니다.”


“으음···.”


베르뇌 주교는 즉답하지 못했다.


“···주교님!”


때마침 경헌이 아버지와 함께 주교관에 도착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바삐 다가오며 베르뇌 주교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요셉,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여운 안드레아도 같이 왔군요.”


“허허, 이 녀석이 워낙 떨어지려 하질 않아서··· 부득이하게 이리 함께 뵙게 됐습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무례랄 게 있겠습니까.”


“주교님, 안녕하세요!”


경헌이 그런 베르뇌 주교를 향해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자, 주교 또한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오냐, 안드레아 너도 안녕히 잘 있지? 아버지를 너무 피곤하게 해선 안 되느니라.”


“에이, 그런 건 저도 알고 있어요!”


“···!!”


베르뇌 주교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분명 자신의 인사를 들은 아이의 간단한 대답인데도, 경헌의 목소리와 몸짓 어딘가에서 오래 전 새남터에서 잃어야 했던 대건 안드레아 김 신부, 그의 음성이 자꾸만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영감님, 정정히 살아 계셔서 다행이로군.]


동시에 경헌의 귓전으로 어렴풋이 들려온 누군가의 명랑한 목소리. 주변을 흘낏 살피니, 피처럼 새빨간 목면 천을 목에 걸치고 있는 선비 차림의 젊은 청년이 보였다.


[···주교님과 모두를, 잘 부탁한다.]


이윽고 경헌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 젊은 선비 모습의 영령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요셉, 부탁이 있습니다. 그대의 집안이 조선 정부에 연이 있다는 것을 요한을 통해 들었습니다. 혹 그들을 우리가 만나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겠습니까?”


“흠···.”


“Z..zz···zzz···.”


한편, 베르뇌 주교는 주변을 모두 물리고 경헌의 아버지와 단둘이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내용을 어느 정도는 자신도 알고 있어야 했기에, 경헌은 그 와중에 영령의 조언대로 아버지의 무릎을 베고 꿀잠을 자는 척 열연을 펼치고 있었다.


[···얘야, 결국 대원군이 먼저 움직였다. 포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음이야.]


그 순간, 다시금 좀전의 선비 영령이 경헌의 귓전에 빠르게 경고를 보냈다. 포졸들이 오고 있다는 것은, 베르뇌 주교를 포함한 교회의 주요 인물들을 모두 추포하겠다는 뜻이라 봐도 좋았다.


“주교님!!!”


동시에 문을 열고 노비 이선이가 나타나 다급하게 외쳤다.


“큰일입니다, 의금부 포졸들이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


“오는 길에 천주의 표식을 지니고 있는 자가 보이면 애고 노인이고 상관없이 모조리 잡아갔다고 합니다. 주교님께서도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그 말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며, 베르뇌 주교가 경헌의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요셉, 이 이상 논의를 이어갈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주께서 보우하사, 그대와 가족들이 부디 무사하기를 빌겠습니다.”


“아멘.”


노비 이선이의 안내를 받아 베르뇌 주교가 빠르게 행랑채를 나섰다. 이제 남은 것은 경헌의 아버지와 경헌 뿐. 그 가운데 문 너머로 포졸들이 들이닥쳤는지 겁에 질린 아이와 여자, 노인들의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죄인들을 모두 추포하라!!”


“아가, 우리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겠구나. 어서, 가자!”


그 상황에서 어린 경헌을 안은 경헌의 아버지가 행랑채의 창문을 넘어 뒷문이 있는 담벼락으로 곧장 질주했다. 다행히 포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빠르게 담벼락을 넘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아침 대낮의 저잣거리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뛰었다. 여전히 어린 경헌을 품에 소중히 안은 채였다.


[교세가 상당한 규모였는데, 이리도 빠르게 궤멸되고 있다니. 그저 하늘이 통탄스러울 뿐!]


바로 그 순간, 경헌의 뇌리를 다시 또 관통하는 누군가의 목소리.


[이는 필시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밀정놈이 있었던 게 분명할 것이다.]


[아무렴, 응칠이. 그러지 않고서는 이리 손바닥에 훤히 보이듯이 빠르게 솎아내긴 쉽지 않았을 게야.]


목소리의 주인은 한 명만이 아니었다. 플랫 모자를 눌러쓴 깡마른 체구의 사람과 두꺼운 뿔테 안경을 낀 넉넉한 풍채의 인물. 그 두 위인이 경헌을 똑바로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없어. 떠나기 전에 한시라도 더 빨리 밀정을 찾아 없애야 한다.]


두 영령의 조언은 결코 헛소리가 아니었다. 집이 자리한 북촌 주변은 벌써 경비가 한층 더 삼엄해진 상황. 이미 골목마다 포졸이 빼곡했다. 생각없이 집에 바로 들어갔다간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까지 추포될지도 몰랐다. 이 사실을 아버지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가, 경헌아···.”


“···.”


이윽고 전에 없이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아버지가 경헌의 작은 몸을 단단히 끌어안고서 이렇게 속삭였다.


“···어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


경헌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어째선지, 입을 열려는 순간 목구멍 안쪽부터 차오르는 무언의 감정에 틀어막혀 작별의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로선 지금껏 조선시대에 떨어져 겪은 3년 동안 단 한 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


조선에서 보낸 3년은 솔직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억으로만 가득했다, 이 땅에서 만난 아버지와 어머니, 저 두 사람 덕분에. 그래서 누구보다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았던 대한민국에서의 아픈 기억마저 가볍게 툭툭 털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특출나게 재산이 많거나 부모가 고관대작인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의 이민혁과 조선의 김경헌은 동일한 배경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하지만


“집에서 보자꾸나.”


“···.”


오직 그 말만을 남긴 채, 아버지는 경헌을 떼어둔 채 천천히 골목 밖을 향해 걸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현 상황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끅끅 참아가며 울었다. 담벼락 뒤에 숨어, 뻔히 그려지는 암담한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천주님 만세!!!!!!!”

“저 역도놈을 당장 추포하라!!!”


동시에 아버지는 저잣거리 대로를 가로질러 달렸다. 순식간에 온갖 골목에서 포졸들이 창과 칼을 뽑아 들고서 추격해오기 시작했다. 경헌은 그들의 발소리가 멀어졌다는 사실을 감지하자마자 직감적으로 그 반대 방향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렸다. 좀전에 떠나왔던 남종삼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밀정, 이선이를 먼저 죽여 없애겠어.’



작가의말

원고가 늦어 죄송합니다.

공지글에 기재한 대로, 앞으로 매일 저녁 11시에 새 글을 업로드하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종 멱살 잡고 대동아공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저녁 11시에 새 글 업로드 하겠습니다!!!!!!! 24.09.16 2 0 -
공지 ##24/09/13 후원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 24.09.13 14 0 -
공지 ##24/09/12 원고 수정의 건 24.09.12 21 0 -
» #004. 이별을 등에 지고 24.09.16 25 0 13쪽
4 #003. 폭풍 속으로 24.09.13 48 0 16쪽
3 #002. 안드레아 김 24.09.12 66 0 10쪽
2 #001. 접선 24.09.12 87 0 14쪽
1 #000. 꼬인 인생 +1 24.09.11 119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