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에 드래곤이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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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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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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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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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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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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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파크 - [1]

DUMMY

탈리다는 하루가 꼬박 지나서야 어두운 우주선 안에서 정신을 차렸다.


“전부 꿈이었다고?”

“어둡고.”

“소등했나 보네.”

“그치.”

“그런데 넌 누구야?”


코멧보다 어린 아이가 베시시 웃고 있었다.


소름이 끼쳤다. 아이의 눈동자는 유전자 변형이 된 듯 반짝이 가루가 들어가 보석처럼 빛이 났지만 눈이라고 인식하자 불쾌했다.


“별로야?”


소년은 다이얼 버튼을 돌려 값을 줄이듯 눈을 만지더니 만세를 했다.


“이제 좀 낫지!”


탈리다는 직감적으로 눈앞의 아이가 인간의 탈을 쓴 무언가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마도.


“또래곤이야!”


코멧을 통해 본 드래곤의 탄생 과정이 전부 현실이라고 믿지는 않았다. 초능력인지 뭔지의 힘 덕분에 본 것이지 진짜 두 눈으로 본 건 아니다.


초현실적인 광경. 현실로 가져오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주 괴물을 마법적 작용으로 물리치는 걸 비꼬아서 봤다 여겼다.


미디어 매체와 같다. 공상이다. 과장이 들어갔겠지. 그럼에도 탈리다는 있는 그대로 과장해서 네스에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시발, 내가 찾던 보물이 우주 연방도 감당 못 할 괴물이라고?”

“대단한 유물이 쟤밖에 더 있어요?”


네스는 식탁에 앉아 발을 동동거리며 푸딩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통통거림을 즐기는 어린아이를 바라보았다.


“지구에서 아직까지 작동하는 냉동 캡슐 하나 발견해서 애 하나 구한 거 아니고?”

“그러면 괴물은 어디 갔고 지구는 또 어딨는데요. 참 태양도 없어요.”

“말이 안 되잖아.”

“뭐가 말이 안 돼요. 이미 수상하게 돈 많은 사람들이 파충류 인간도 구현하고 하나의 인종으로 들어선 세상인데 드래곤이 있으면 안 돼요?”

“수인은 만든 거잖아. 저건! 그 머냐 할렐루야! 네 이야기만 들으면 지저스다!”

“종교 이야기? 천마신교의 천마는 실제로 있잖아요.”

“그건 계파고. 걔네가 정말 교리를 종교적으로 믿겠어? 다른 무림인처럼 힘을 숭배하는 거지.”

“어, 그 말 좀 논란 있겠는 걸요. 이걸 다 찍어서 올려?”


탈리다는 살아남아 마냥 행복해서 아무래도 좋았다.


눈앞에 초월적인 존재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코멧에게 영향을 받았다. 소년의 형상을 취한 것도 소통한 존재가 인간 소년이기 때문이다. 호의적인 관계다.


“다른 우주인이 왔으면 촉수 괴물이 됐으려나?”

“촉수?”


드래곤이 어깨죽지에서 날개 대신 촉수를 꺼냈다. 별을 담은 듯 영롱한 그것의 움직임이 어디선가 많이 본 모양새다.


우주선을 덮쳤던······ 지구를 덮었던······ 드래곤이 먹어치운.


“힉!”

“괜찮아, 안 물어!”


잠깐 적당히 정신이 돌아온 코멧이 소년의 형태인 드래곤의 입을 가리며 말했다. 퍽 미심쩍은 행동에 보답하듯.


“아악!”


소년이 코멧을 물었다.


“나, 개 아니야! 또래곤이야!”


탈리다는 바닥을 뒹구는 코멧이 엄살을 부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물려 손바닥에서 얕은 상처가 보였다.


드래곤은 방금 태어나 사리분별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코멧을 닮아 부주의했다.


“그 드래, 아니 또래곤.”

“응!”

“우리 즐거운 시청각 자료로 세상에 대해 알아볼까?”

“응?”


탈리다는 코멧의 상태가 메롱할 때 하도 들렸던 시청각 자료실에 드래곤을 데려갔다.


한참 후 그들은 문을 열고 나왔다.


“하나도 재미없어.”


아이는 입이 삐죽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적당한 교육을 끝마칠 수 있었다.


사람은 연약하다는 둥 드래곤이 하지 말아야 할 것과 그래야 하는 이유를 가르치는 건 항성이 근처에 없는 코멧에게 뭘 가르치는 것보다는 쉬웠다.


“그러니까 앞으로 어쩔 거야?”


저녁 식사 자리에서 탈리다가 꺼낸 질문이었다. 드래곤은 말했다.


“나 우주 돌아다닐 거야!”

“어, 그래.”


그럼 가려나 보네. 탈리다는 손을 흔들다가 한참이 지나도 드래곤이 자리에서 뜨지 않자 이상하게 여겼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행성 파괴와 초월적인 포식 현장 속에서 인간 셋과 로봇 하나를 그들이 타고 온 우주선에 안전하게 넣어 둘 수 있는 존재라면 응당 맨몸으로 우주를 떠돌아야 했다.


“왜 안 가?”

“어디로?”

“우주로, 우주선 밖으로.”

“내가 왜?”


드래곤은 곧장 반쯤 슬라임처럼 변해 코멧에게 찰떡처럼 붙었다.


“코멧 좋아! 날 찾아와 줬어!”

“그렇겠지. 그런데 넌 이 좁은 곳이 아무렇지 않아?”

“또래곤이 항상 거대하다 생각하는 건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편협한 생각이야! 또래곤 막 태어났어! 아주 긴 시간 끝에. 혼자는 외로워.”


앞부분이 좀 이상했지만 탈리다는 드래곤이 끝으로 갈수록 어둡게 말하는 데서 감을 잡았다.


드래곤이 어린아이처럼 꽥꽥 소리치며 말하는 건 진짜 어려서다.


눈앞의 초월적인 존재는 한낱 미물과 다를 바 없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여긴다. 스스로 사람의 이해범주 안에 들어온 거다.


탈리다는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아해야 식구가 된 걸 환영해. 저기 아저씨는 그냥 손님이야. 가족이 아니니 맘껏 물어.”

“정말?”

“아니, 아니 손님을 무는 업장이 어딨어!”

“해본 말이에요. 에이, 우리 드래곤이 애처럼 보인다고 코멧보다 모자라진 않아요. 정말 물까.”


이갈이를 하던 드래곤이 천천히 멈췄다. 코멧을 좋아하면서 코멧과 비교하는 건 싫어했다.


탈리다는 드래곤을 유심히 보다가 물었다.


“그보다, 우리 드래곤은 이름이 또래곤일 리는 없고. 뭐야?”

“또래곤, 이름 없어!”

“막 태어났다 했지. 다같이 이름이나 지어 줄까?”


탈리다는 칼로스에게 준비를 부탁했다. 칼로스는 축 탄생이라 적힌 띠와 고깔을 하나 가져와 드래곤에게 입히고 방석에 앉혔다. 그리고 아직까지 왜 존재하는지 모를 화이트 보드 네 개를 가져와 각자에게 주었다.


이 뒤로는 잔칫집에서 술에 취한 듯 모두가 껄껄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길고 쓸데없이 고풍스러운 이름을 적어서 내는 탈리다나 슬슬 자기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는 네스나 음식 이름만 지어서 내는 코멧이나 이진법 코드로 만든 이름을 자랑스레 발표하는 안드로이드나 전부 드래곤에게 퇴짜맞았다.


시컨둥하던 네스도 결국엔 열심히 참여했다.


이들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이는 모두 드래곤의 안배다.


태양계였던 곳에 찾아왔던 존재를 맞이하고도 광기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대처하여 자신에게 닿기까지, 그리고 후유증 없이 웃으며 지내는 건 모두 드래곤의 섬세한 마법 덕분이다.


자신을 칭송해야 마땅한 인간들이 이름 하나 더럽게 못 짓는 통에 드래곤은 결국 자신의 유능함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얼굴이 벌게진 채 제 이름을 명명했다.


“로드!”


코를 흥! 하고 풀자 네스가 이름이 세 글자냐며 따져 로드는 사납게 하악질했다.






근처 인류가 기거하는 행성계에 도착하기까지 연달아 점프를 해도 시간이 걸리는 터라 동면 기계에 들어가기로 했다.


탈리다는 드래곤, 로드에게 말했다.


“그런데 넌 들어갈 필요 없잖아.”

“싫어! 들어갈래!”

“로드가 하고 싶다는데 해줘.”


코멧이 제 자식을 챙기듯 참견하자 기가 찼지만 원래 허락하려고 했다.


막 태어났으면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겠지. 동면의 개념도 그렇게 여기는 지금이 기회다.


탈리다는 호기심 많은 드래곤이 기계에 들어가지 않으면 긴 시간 동안 우주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도 하기 싫었다.


드래곤이 코멧과 함께 들어가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통에 고생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따로 알아서 잘 들어갔다.


무미건조하게 우주선의 상태와 항해 정보만 알려오는 칼로스의 음성을 들으며 탈리다는 술잔을 기울였다.


우주는 넓었다.


잠은 망각이다.






sd-xeno-02. 행성 이름 그라프에 도착했다. 칼로스가 쓸데없이 쌓인 항해 데이터를 지우고 재부팅하는 사이 탈리다는 모두를 깨웠다.


“이 몸 등장!”

“등장!”


동면에서 막 깨 없는 정신으로도 힘차게 말하는 두 괴물의 모습에 질릴만도 했지만 그녀는 묵묵히 제 할일을 했다.


“동면 각성제가 로드한테 부작용은 없을 거라고 우리 담담의 칼로스가 말했지만 무면허니까 경과를 지켜보자.”


각성제의 부작용은 주로 뇌를 망가트린다.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드래곤인만큼 대단한 의태 능력으로 신체적으로 진짜 인간 아이의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탈리다가 보고 자란 미디어 매체 속 드래곤은 마법을 다룬다.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신체 변형과 치유 마법도 사용하지 못할 것 아닌가.


각성제는 맞춤형으로 만들어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극히 드물지만 프리다호의 의료 담당은 칼로스다. 칼로스가 진단하고 배합한 성분을 믿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탈리다는 각성제 배합량이 적힌 이전 동면 정보나 전문 병원에서 만든 약물 적합 설계도 따위가 적힌 진단서가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네스는 일어나자 마자 동면 장치에 말 그대로 냉동된 사체를 찾았다.


“트벨은 복원이 되려나.”

“두루 봐 왔지만 저는 아직도 복원 기술이 낯설어요.”


탈리다의 거부감보다 더욱 기괴한 상황이다.


트벨의 사체는 이미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로드가 요술을 부려 준다며 파괴된 세포를 되돌리고 시간을 얼리는 소규모 마법을 걸어 줬었다. 그런 대단한 마법을 유지하려면 차가운 데에 둬야 한다기에 냉동했다.


천진난만한 언행에 장난치는 건 아닐까 의심했는데 지금 막 시체의 상태를 스캔한 칼로스가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 나는 병원에나 가 봐야겠네. 너흰 바로 떠날 건가?”

“우주선을 수리하는 동안 여로를 풀어야죠. 로드의 신분도 등록해야 하니 조금 머물 거 같아요.”


다른 지구! 다른 지구! 신난 아이처럼 미쳐 날뛰는 로드를 본 네스는 탈리다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여기서도 모험하느라 바쁘겠군. 떠나기 전에 다들 식사나 대접하지. 연락 해.”

“저 괴물 맛있으면 끝도 없이 먹을지 몰라요.”

“어느쪽?”

“아마 둘다?”

“조금 싼 곳으로 찾지.”


트벨의 복원과 네스의 기혈 치료가 잘 될지 모르지만 탈리다는 무운을 빌며 사물 하나와 사람 하나를 떠나보냈다.


“칼로스 로드 손 꼭 잡고 다녀.”

“저는 코멧의 전담입니다.”

“로드는 키가 작잖아. 내 허리가 아파.”

“사체를 보존하는 마법을 걸기 전 우주선을 돌아다니며 사고를 칠 뻔한 로드를 붙잡다가 완전히 망가진 제 외피가 보이십니까? 아, 이제 뼈대만 남았으니 안 보일 겁니다.”


결국 그라프 행성에 발을 딛은 지 한 시간만에 혹시나 싶어 챙겨 온 끈을 로드의 허리에 묶어서 데리고 다녀야 했다.


“나에게! 자유를!”

“또래곤도 자유를!”

“시끄러! 푸딩 가게 가자면서 어디로 가는 거야. 더 멀어지고 있잖아!”

“내가 그랬나?”


로드가 코멧의 기억력까지 따라하는 모습에 탈리다는 제 이마를 팍 쳤다.


“이딴 게 드래곤?”

“카악!”


칼로스의 말을 들은 로드가 하악질을 해댔다.


이른 아침, 이 시간에 푸딩을 파는 디저트 가게가 왜 문을 여는지 모르나 덕분에 한적하다.


우주 보존식이 아닌 제대로 만든 푸딩의 자태에 금은보화를 앞에 둔 드래곤처럼 소유욕을 불태우느라 수저를 들지 못하고 두 손으로 허공을 꾹꾹이하는 로드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탈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래서 로드는 지금처럼 대하는 게 좋아?”

“응? 아. 코멧이랑 다닐 거야. 좋아!”

“그럼 우리 여행에 얼마나 많은 편의를 줄 수 있는지나 물어 볼까?”


탈리다는 칼로스에게 메모하라고 했다.


금방 데이터에서 지워야 하는 걸 왜 시키는 걸까. 칼로스는 군말 없이 메모장을 켰다.


“군말 했잖아.”

“아, 제가 말했습니까?”

“네가 화면에 띄웠어.”


그 사이 푸딩을 먹던 로드가 말했다.


“원래 새끼 또래곤은 약해. 근데 난 강해.”


말은 용케 또박또박 잘했지만 맛이 감동적이었는지 침이 넘친다. 탈리다는 실소했다.


“큼, 드래곤은 처음 보지만 누가 봐도 넌 특이 개체야.”

“근데 기생충 때문에 힘이 없어. 너희도 괴롭힌 그거 말이야. 그거랑 다른 거 잡느라 힘 다 썼어!”


탈리다는 눈을 끔뻑였다.


“먹었잖아?”

“푸딩 맛있어!”

“그거 말고 기생충. 부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지만 아무튼 좋게 해결된 거 아닌가?”

“소화시켜야 해.”

“오래 걸릴까?”

“얼마 안 걸려. 한 오십 년?”


그렇다. 드래곤의 수명은 무진장 길다. 그렇게 묘사되어 왔고 아무래도 사실인 듯하다.


탈리다는 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고 식탐만 많은 식충이를 어떻게 써먹을까 고민했다.


“아, 마법.”

“소규모 마법은 힘이 얼마 안 들어. 코멧의 기운을 빼다 썼어.”

“아하.”


트벨의 사체를 보존할 때 코멧이 기절하더라니 로드가 에너지를 빼다 마나로 환원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건지 탈리다는 마법사도 초능력자도 아니기에 묻지 않았다. 그저 쓸모가 없을 때의 코멧을 활용할 방법이 생겼다는 게 기뻐서 푸딩을 한입 먹었다.


“다른 건 안 물어? 기생충이라든지 지구가 왜 그런 건지.”

“달콤한 걸 먹으면서 주제로 꺼내고 싶지 않고 넌 이제 우리 식구잖아. 사연은 나중에 말하고 싶을 때 이야기 해.”

“내 이야기로 동화책 만들 거야.”

“갑자기?”

“잘 때 읽어달라고 줄 거야.”


어이가 없지만 신선했다. 갓 만들어져 녹지 않은 싱싱한 푸딩처럼. 탈리다는 코웃음치며 그릇에 남은 시럽을 퍼먹었다.


어차피 모두 특이한 인연이다. 드래곤 하나 낀다고 달라질 건 없다. 그녀는 정말로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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