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헌터의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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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대굴데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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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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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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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헌터의 만물상 1화.

DUMMY

F급 헌터의 만물상 1화.


“그래서, 아저씨는 왜 공사에서 짤리신거에요? 신의주까지 찍고 오셨다면서.”


도대체 몇 번째 듣는건지 모를 질문.


“예편이라고, 예편. 아예 짤렸으면 지금 이렇게 차원관문 열렸다고 소집당하지도 않았겠지.”


그 질문에 퉁명스레 답하자, 무전기를 등에 멘 병사가 질문에 이어 깐족거리는 말투로 핀잔을 줬다.


“에이, 짤린거죠. 명단 보니까 각성자 등급도 F급이던데.”


무전병의 말에, 입안에 잠깐 씁쓸함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 씁쓸함을 애써 내비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나는 트럭 창문 너머로 손을 뻗어 그 무전병의 하이바를 때렸다.


퍽!


“그래 짤렸다, 그래서 그게 왜.”


그러자 하이바를 쓰다듬으며 엄살을 부리던 무전병은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무슨 능력이길래 신의주까지 찍고 온 베테랑이 짤리고 비안전지대 전전하면서 만물상 하는거에요?”


“별거 없어, 그냥 좀 튼튼하고, 좀 빠르게 낫는거. 그거 뿐이야.”


그 대답에, 무전병에 이어 따라온 일병 한명이 마치 수업시간때 질문에 답하듯 장난스레 손을 들며 말했다.


“정답! 고기방패!”


“너도 이리 와. 한 대 때리게.”


“에이, 좀 봐주십쇼 선배님.”


그러면서도 실실 웃으며 머리를 들이미는 일병의 하이바를 주먹으로 통! 두드린 나는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느그들은 왜 여기있냐? 나야 F급이라고 예비대로 배정받았다지만.”


“왜겠어요.”


그러자 무전병은 자신의 손에 들린 수화기를 까딱거리며 답했다.


“상황 해제되면 바로 담배랑 과자 사서 쟁여놓으려고 하죠. 저번에 밍기적댔다가 하나도 못샀다고요.”


“현금 있어?”


“군표 안받아요?”


“받긴 하는데, 좀 번거로워서 그렇지. 안전지역 가서 환전해야 하잖아. 수수료도 붙고.”


“탄약도 좀 얹어드릴게요.”


“보니까 후방에만 있었던 것 같은데. 간부가 보면 뭐라 안하겠냐?”


“아 오늘은 전방 애들이 놓친 짜바리 몇 마리 있어서 총 좀 쐈어요. 탄 얼마나 썼는지 누가 기억하겠어요?”


“그건 그렇지.”


그때, 무전병이 들고 있던 수화기에서 짙은 잡음과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상황 종료, 상황 종료. 현시간부로 예비역 출석 확인 후 해산해도 된다고 전달하고, 작전지역 내 병력들은 사전에 전파한 위치에 집결할 것. 이상.


그 말이 들려오자, 나는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려 화물칸의 문에 걸린 잠금장치를 풀었다. 그러자 무전병은 기다렸다는 듯 수첩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다.


“도스 플러스 두보루랑 파쎄 후레시 한보루, 그리고...”


작정하고 온건지, 수첩에 적은 목록이 한가득이었다. 그 목록에 적힌 물건들을 모두 무전병과 그 옆의 일병에게 건넨 나는 군표와 탄창 2개를 받은 뒤, 무전병의 탄약 파우치에 콜라 작은 캔을 하나 넣어줬다.


“이건 서비스.”


“오, 감사합니다!”


탄산음료, 그것도 냉기가 느껴지는 음료수는 귀했기에 무전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고마우면 나 대신 출석 좀 찍어주라. 내 이름 알지?”


“아저씨 이름이 뭐였더라요.”


“콜라 내놔.”


“아, 좀. 장난, 장난. 박현우 맞죠? F급 헌터 박현우. 그 전설들과 함께 했다던 베테랑.”


내 옛 경력을 언급하는 무전병의 악의없는 물음에, 나는 씁쓸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같아서는 방금 전처럼 두 사람의 방탄모를 때리는 것으로 가벼운 응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종료 무전이 들리자마자 집합 명령은 못들은 척 트럭을 향해 달려오는 병사들과 헌터들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었기에 응징은 다음으로 미루고 장사를 시작했다.


오늘 주로 팔리는건 역시나 간식거리와 담배. 주머니 사정이 좀 나은 간부나 헌터들은 아이스박스 안의 맥주와 소주까지 하나씩 사들고 가고 있었다. 반대로 전투가 조금 격렬해졌다 싶으면 불티나게 팔렸던 의약품이나 총기 부품, 기자재들은 찾는 사람이 없었다.


병사나 헌터들 표정이 나쁘지 않은걸 보니, 오늘은 예비역 헌터들을 호출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과 달리 딱히 위험한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어지던 고객들도 다 돌아가고, 중천에 떠 있던 해가 뉘엿뉘엿 져가자 뒤늦게 허기가 몰려왔다.


“그러고보니...”


차원 관문이 열리고, 인근 예비역 헌터들이 소집된게 오전. 점심이라고 준건 구형 전투식량이어서 그냥 걸렀고, 저녁때는 계속 장사하느라 시간이 흘러버렸다.


결국 오늘 먹은거라곤 소집명령이 떨어지기 전 먹었던 유통기한 지난 빵 하나. 그 생각을 떠올리자, 배가 점점 더 고파오기 시작했다.


“컵라면이나 하나 먹을까...”


그 생각을 하며 컵라면 상자를 들여다보자, 저 깊숙한 곳 남아있는 컵라면 2개가 텅 빈 상자 안을 뒹굴고 있는게 보였다. 두 개 다 한꺼번에 먹을 요량으로 컵라면을 꺼내 포장을 뜯은 그는, 스프를 뜯어 부어놓고 부루스타를 꺼내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때, 트럭에서 조금 떨어진 채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꼬마가 이쪽을, 정확히는 포장을 뜯은 채 간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컵라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만 보면 요즘 시대에 흔히 보이는, 간식거리 살 돈 없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들과 저 꼬마의 차이점이라면...


“... 뭐야 저건.”


고작 150 센티미터를 살짝 넘을 것 같은 키와 한국인은 확실히 아닌 얼굴. 그리고 등에 메고 있는 자기 키보다 큰 할버드. 그 눈에 띄는 부조화가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헌터인가? 이차원 공사 소속 헌터는 아닌 것 같은데? 걔네들이 돈이 없지 사람이 없는것도 아니고. 다른 사기업 소속이어도 밥은 줄텐데? 심지어 무기 보니까 전용무기인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하며 끓기시작한 물을 컵라면에 붓자, 컵라면의 자극적인 냄새와 함께 꼬마의 시선은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시선이 내포하고 있는건 단 하나.


‘먹고 싶다.’


“... 하아.”


결국 그 시선을 이기지 못해, 컵라면 하나를 옆으로 빼놓은 뒤 나무젓가락을 하나 더 꺼내 그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 꼬마는 쭈뼛쭈뼛 다가오다 나를 바라봤다.


먹고는 싶은데 먹어도 괜찮을까 걱정하는 눈빛. 그 눈빛을 읽은 나는 나무젓가락을 쪼개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안 잡아 먹으니까 먹고 싶으면 먹어.”


그러자 그 꼬마는 고개를 꾸벅인 다음, 맞은편에 서서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그 꼬마를 관찰해나갔다. 대체 어디소속일까. 대체 왜 여기서 이러고 있었던걸까. 주변에 보호자가 없는걸까? 아니 보통 전용 무기를 지급받을 정도의 헌터면 주머니 사정이 나쁘지 않을텐데?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때, 꼬마는 드디어 그릇에서 얼굴을 떼고 국물만 남은 그릇을 아쉬운 듯 바라봤다. 그걸 본 나는 선반에 손을 넣어 재고가 얼마 안남은 빵 하나를 꺼내 살짝 내밀었다.


“너는 누...”


그러면서 질문을 던지려 했으나, 어느새 빵은 꼬마의 손에 들려 포장이 뜯긴 채 들려 있었다. 그렇게 한입, 두입, 세입... 어디까지 먹나 싶어 쉬지않고 빵을 먹어가던 그 꼬마의 앞에 사이다 캔을 놓아주자, 이제는 주저없이 캔을 따고 사이다를 원샷 했다.


못먹고 산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전투적으로 먹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캔을 다 비운 꼬마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순수하게 행복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을 보자 마음이 약간 뿌듯해졌다.


하지만...


“총 이만원 되시겠습니다.”


할건 해야지.


지금까지 먹은 음식 값을 요구하자, 꼬마의 표정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마냥 얻어먹으려던건 아니었는지, 꼬마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얼굴에 나타난 당혹감은 옅어지긴 커녕 더욱 짙어져갔다.


하늘로 핸드폰을 든 손을 뻗어봐도 그 핸드폰에는 인터넷을 연결해달라는 공허한 문구만 보일 뿐, 바코드나 qr코드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물론 나타나도 전자결제를 해줄 수 있진 않지만.


아무리 하급이어도 그렇지 차원관문이 닫힌지 아직 하루도 안지났는데. 무선 인터넷이 될 리가 있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식을 뒤늦게 떠올린건지 꼬마의 얼굴에 묻어난 당혹감이 어느새 울먹거림으로 조금씩 변해갔다.


“정 돈이 없으면 몇가지 질문에 답해주는걸로 퉁쳐줄 수도···.”


예상했던 상황이었기에 곧바로 다른 방법을 제시해주려던 그때.


“호, 혹시 탄약도 받으시나요?!”


“응?”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앳된 목소리로 내지르듯 던져진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도 전에, 꼬마는 등에 메고 있던 할버드를 고쳐들고선...


철컥!


겉보기에는 그냥 냉병기에 불과해보였던 할버드에 숨겨져있던 약실이 열리며, 그 안에서 굵직한 탄약이 튀어나왔다. 그 탄약을 손에 든 채 한참을 갈등하던 꼬마는 내게 탄약을 내밀며 말했다.


“이, 이거 비싼거랬어요. 그러니까 이걸로 내도... 아... 근데 이거 함부로 남한테 주면 안된댔는데... 어쩌지...”


한참을 안절부절 못하던 꼬마. 그때 주머니에 넣어뒀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리자, 꼬마는 들고 있던 탄환을 던지듯이 건넨 다음 후다닥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튀어나온건 단 한마디.


“... 뭐야 저건?”


태어난지 어언 28년. 동네 일진에게도 뜯겨본적 없는 삥을, 이름 모를 꼬마에게 뜯겼다.


* * *


“뭐였을까, 그 애는...”


사람 없는 한적한 국도. 길가의 가로등은 몇 년 전부터 하나같이 침묵하고 있었기에 의지할건 트럭의 전조등 한쌍 뿐이었다. 그러나 이미 몇 번이고 오고갔던 길이기에, 한손으로만 핸들을 잡은 채 다른 한손으로는 주머니 속의 탄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굵직한, 대구경 탄이었다. 겉모습은 산탄총에 들어가는 산탄이었지만, 만물상을 시작하면서 종종 다뤘던 산탄하고는 그 모양새가 퍽 달랐다.


이 탄약이 그 꼬마가 들고 있던 할버드에서 나온 것을 생각하면 십중팔구 커스텀 탄, 혹은 대 몬스터 용 특수탄이라는건 명확했다.


그러나 아무리 커스텀 탄이나 특수탄이라 해도 대체로 일정한 규격을 따르기 마련. 그러나 이 물건은 탄의 길이나 구경도 그가 가지고 있는 탄약들과 일치하는 규격이 아니었고, 총탄에 으레 적혀있는 구경이나 제조사같은 정보도 없었다. 적혀있는 건 오직 하나.


“페룬··· 이라고 읽는거겠지?”


검은 색 탄피에 하얀색으로 적힌 한 영단어. 물론 그게 뭔지는 지금 당장 알 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돈이 될까?’라는 짤막한 의문 하나만을 남기고 하품 한번으로 생각을 멈췄다. 그러나 잡념이 계속되어 신경을 긁기 시작하자, 나는 어지러운 머릿속을 비워낼 겸 손을 뻗어 라디오의 다이얼을 돌려봤다.


치지직-


그러나 아무리 다이얼을 돌려봐도 들려오는건 잡음 뿐. 한번씩 노래소리나 말소리가 들려와도, 이내 다시 잡음에 묻힐 뿐이었다.


“아직 영향권 안인가...”


다이얼을 돌려 새로운 주파수를 잡아봐도 잡음이 이어지자, 잡음에 또 다른 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박 병장님! 앞에!!’


‘검사 결과 각성자인거 확인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공군 소속이 아니라, 이차원 안전보장위원회 소속 헌터입니다.’


‘뭐야, F급이잖아? 우리 싸울 때 방해되니까 차나 지키고 있으세요. 운전병이었다면서요?’


‘허, 운 좋은 새끼. 고급 인력 다 죽어나갈 때 혼자 살아남았네?’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박현우씨. 이제 이차원 공사로 개편하면서 고위급 헌터들 중심으로 재조정 하게 되어서... 관사는 일주일 내로 빼주시면 됩니다.’


뚝.


라디오를 꺼 잡음을 끊어내자, 동시에 끊어진 다른 이들의 목소리들.


“... 조용한게 최고지.”


이차원 공사의 예비전력으로 전환, 사실상 짤리고 난 뒤 먹고 살기 위해 만물상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새 3년이었다.


대학교 생활이나 공군 운전병 시절 같이 차원관문이 처음 열리기 이전의, 평범했던 일상들은 진작에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중에 겪었던 그 엿같은 일들은, 비 안전지대에서 만물상 트럭을 몰며 이런저런 일을 다 겪어도 도저히 흐려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생각들을 간신히 털어내며 다시 운전에 집중하려던 그때, 모퉁이 너머에서 한 사람이 차도로 걸어나오는게 보였다.


살짝 더워지기 시작한 5월의 날씨에는 약간 안어울리는 트렌치 코트 차림의 남성. 그 남자가 코트 안으로 손을 넣었다 빼자, 그 손에는 길다란 막대가 들려있었다.


한쪽 끝이 전조등의 빛을 받아 매섭게 번쩍이는 단창. 그 순간, 머리 전체를 훑고 지나가는 서늘함이 느껴졌다.


“이런 빌어먹을...!”


그리고 다음 순간.


콰드득!!!


트럭의 윈드 쉴드에 흑색의 창이 꽂히며 지극히 평범하고 평온했던 만물상 생활도 산산조각났다.


작가의말

펜대굴데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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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F급 헌터의 만물상 11화. NEW 27분 전 2 0 15쪽
10 F급 헌터의 만물상 10화. 24.09.18 14 0 13쪽
9 F급 헌터의 만물상 9화. 24.09.17 20 0 13쪽
8 F급 헌터의 만물상 8화. 24.09.16 22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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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F급 헌터의 만물상 5화. 24.09.13 47 1 13쪽
4 F급 헌터의 만물상 4화. 24.09.13 47 1 13쪽
3 F급 헌터의 만물상 3화. 24.09.13 51 1 16쪽
2 F급 헌터의 만물상 2화. 24.09.13 63 2 13쪽
» F급 헌터의 만물상 1화. 24.09.13 7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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