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헌터의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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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대굴데굴
작품등록일 :
2024.09.1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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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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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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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헌터의 만물상 2화.

DUMMY

F급 헌터의 만물상 2화.


끼이익!! 쾅!!!


단창이 트럭의 앞유리에 박히자, 트럭은 잠시 비틀거리더니 요란한 스키드마크를 내며 회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길 한가운데에 서 있던 남자를 스쳐지나가 길가의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그리고 곧 이어 요란한 경적소리가 인적없는 밤길을 가득 메웠다.


빠아아아아앙!!!!


그 소리에 잠깐 눈살을 찌푸리며, 남자는 새로운 창을 허공에서 소환해냈다. 같은 상대에게 자신의 창을 두 번이나 소환해 쓰는건 낭비였지만, 끝마무리를 확실히 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으니까.


“그 꼬마놈 때문에 예정에도 없던 야근이라니.”


그는 하품을 하며, 트럭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여전히 귓가를 가득 메우는 경적소리가 거슬렸기에, 빨리 이것부터 해결하고 싶었다.


가로등을 들이받고 엔진룸에서 연기를 피워올리는 트럭의 운전석 문은 잠겨있었다. 그러나 이따위건 방해도 아니었다.


콰드득!


문짝을 뜯어내 내던진 다음, 손전등으로 안을 비추자 운전석 안은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피를 흘리며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는 운전자, 난장판이 된 운전석 내부, 그리고...


“어?”


미처 관통되지 못한 채 절반만 박혀있는 단창. 심지어 그 창은 운전석이 아니라 보조석 앞유리에 박혀있었다.


“... 실력이 무뎌졌나?”


상대가 제대로 된 각성을 하지도 않은, 그냥 별 볼일 없는 F급이라고 전달받은게 영향을 준걸까. 사소한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혀를 차며 남자는 손에 든 창으로 계속해서 클락션을 누르고 있는 목표를 바라봤다.


의식을 잃은건 확실했다. 그러나 숨은 쉬고 있는 듯, 등이 움직이고 있는게 보였다.


하지만 적을 앞두고 기절한 것은, 죽음이나 다름없는 것.


“어디 한번 운 없는 잡상인 얼굴이나 볼까.”


얼굴 한번 보는게 잘못은 아닐거라 중얼거리며, 남자는 들고 있던 창 끝으로 슬쩍 밀어 클락션을 누르고 있던 머리를 치우면서 얼굴을 마주했다.


그렇게 클락션이 멎은 그 순간.


옆으로 머리가 젖혀지자 남자는 상대의 살기어린 눈빛을 마주했다.


곧이어, 총성과 함께 남자의 가슴팍에 격통이 느껴졌다.


* * *


탕!!!


소드오프 샷건에서 쏘아진 산탄 한발에, 상대가 뒤로 붕 뜨며 나자빠졌다. 그러나 통쾌함을 느낄 여유는 없었다.


“씨... 빌어먹을...”


가로등을 들이받으면서 머리가 핸들에 부딛힌게 컸는지,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머리가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그러나 마냥 주저앉아 몸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부러진 듯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을 내지르는 오른팔을 간신히 움직여 후진기어를 넣고 엑셀을 밟았지만, 반응은 하나도 없었다.


“젠장...”


움직여야 했다. 나는 그 한마디만을 의식적으로 되뇌이며 운전석에서 간신히 내렸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 나가떨어졌던 남자가 손에 쥐고 있던 창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트럭 밖으로 한걸음 내딛는 것 조차 힘겨워 비틀거리는 자신과 달리, 상대는 산탄을 맞았는데도 얼굴을 찡그리며 가슴께를 툭툭 터는 것으로 몸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꽤 신선했어? 이렇게 나가떨어지는 건 오래간만인데.”


큰돈 들여 마련한, 중기관총도 서너번은 막아주는 군용 방탄유리였다. 그러나 그 방탄유리가 고작 창 하나에 꿰뚫려버리고 말았다. 정면으로는 상대가 안될 것 같아 방심했을때를 틈타 기습이라도 하면 먹힐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단단한 장갑에, 치명적인 공격까지. 눈 앞의 상대는 사람보다는 전차에 가까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던 그때, 어지러워 제대로 굴러가지 않던 머릿속이 순간 명료해지며 가슴께가 서늘해져왔다.


그 감각이 경고하는 대로 몸을 비튼 그 순간.


콰드득!!!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분명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소리는, 이윽고 뒤에서 들려온 금속이 찢기고 우그러드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검은 창이 엔진룸을 관통해 검붉은 기름이 뚝뚝 흘러내리는 무시무시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무엇이 불만인건지, 남자는 창을 던진 자세 그대로 굳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바닥을 기는 지렁이를 밟는데 실패한 것 처럼.


“···어떻게, 잡상인 따위가.”


탕!!!


그러나 내게 그의 독백을 들어줄 의리는 없었다. 의아함이 섞인 한줄기 목소리가 채 이어지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두 번은 안당한다는 듯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간단히 산탄을 피한 그는 허공에서 두자루 단창을 소환해 양손에 쥐고는 내게 달려들었다.


“이 바퀴벌레 같은 놈이!”


방금 전 얼굴에 내비치던 의구심은 붉은 적대감으로 변해 남자의 얼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남자의 두 창 끝은 허점 없이 나를 향해 짓쳐들고 있었다.


하나는 내 심장. 그의 공격을 감지하자마자 심장이 옥죄여오는게 느껴졌다. 그러자 나는 서둘러 벨트의 탄띠에서 검은색 슬러그탄을 하나 뽑아 샷건의 약실에 장전했다.


찰칵!


그 순간, 심장을 옥죄는 감각이 잠깐 끊기며 남자의 공격이 반박자 늦어졌다. 그 사이, 나는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빈틈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소드오프 샷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남자는 다급히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며 눈 앞을 가렸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남자를 겨누지 못한 채 발사된 슬러그탄이 주황빛 화염만을 뿜어내며 빗나가자, 남자는 일순간 얼굴에 안도감을 비치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옆구리에 면도날로 베는듯한 예리한 통증이 훑고 지나갔다.


“잡았다!!!”


동시에 내 옆구리를 향해 내질러지는 또 다른 창. 보통의 인간, 아니, 어느정도 경지에 오른 각성자라도 이 공격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리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의 공격은, 내게 닿지 않았다.


핑!


소리가 공격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속도.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창은 내가 내던진 샷건만을 허무하게 쳐냈을 뿐, 그 어느것도 찌르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내차례냐?”


번쩍!


탕! 타당!!


그 사이 그나마 멀쩡한 왼손으로 쥔 권총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된 오른손으로 쥔 플래시라이트. 그 강력한 불빛으로 남자의 눈을 비춤과 동시에 권총으로 남자의 하복부를 쏘자, 남자는 이번에도 눈을 가리며 뒤로 물러났다. 산탄으로 찢어내지 못한 트렌치 코트를 평범한 권총탄으로 뚫는건 무리였는지, 간신히 맞춘 한발도 코트에 박힐 뿐이었다.


“크으윽!”


얼굴에 내비쳐지던 붉은 적대감은 어느새 창백한 당혹감을 넘어, 공포감으로 조금씩 바뀌었다. 그가 스스로 느낀 그 감정을 부정하려 다시 매서운 기세로 달려들어 공격을 이어나갔지만, 공격이 내게 닿기 전에 느껴지는 직감은 한층 옅고 가벼워져 있었다.


빠르나 예리하지 않았고, 강하나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러한 공격이 이어지는 만큼, 빈틈 또한 연이어 드러났다.


“으아아아! 좀 죽어!!”


스칵!!


남자의 창이 아스팔트 바닥을 가르며 불꽃을 튀겼다. 몸을 한껏 비틀었다 풀며 펼친 강공이었지만, 그만큼 공격 후 빈틈이 선명했다.


그리고 그 빈틈은 다시 한번 쏟아진 권총탄으로 돌아갔다.


타다당! 타당!


권총탄은 막히나, 그 충격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그동안 계속해서 총탄을 막아낸 왼팔에서 창이 떨어졌다.


탱그랑!!


그러자 이제는 탄이 다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기로 한건지, 남자는 거리를 벌린 다음 트렌치 코트로 얼굴등의 급소를 가린 뒤 재빠르게 움직여 조준을 흐트러뜨렸다. 덕분에 탄창에 남아있던 대부분의 탄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를 눈치챈 남자는, 그동안의 당혹감을 되갚으려는 듯 왼쪽 어깨를 들이민 채 내게 달려들었다.


피할 수도 없는 근거리에서, 온 힘을 끌어모아 창을 던져 나를 꿰뚫겠다는 계산. 그 계산이 뻔히 보였지만, 그만큼 온 몸이 저려왔다.


남자가 두걸음 앞까지 다가왔다.


플래시라이트를 껐다.


어둠속에서 온몸을 감싸던 저림이 한데 모여 하복부에 통증을 일으켰다.


몸을 비틀며 총구를 들고, 눈 앞의 남자가 있을 위치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 통증이 더욱 더 날카로워졌다.


총구에서 푸른색 화염이 뿜어져나왔다.


하복부의 매서운 통증이 옆구리로 옮겨간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장창!!!


금속판을 찢어발기는 소리와 함께, 옆구리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끄으읍!!”


이건 진짜였다. 진짜 통증이었다.


억지로 이를 악물어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틀어막은 나는 빈 탄창을 교체한 뒤 다시 플래시라이트를 켜 앞을 비췄다. 그러자 눈에 보인건 어께에 뚫린 총상에서 피를 흘리며, 새로 소환한 창을 지팡이 삼아 짚으며 일어나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허억... 허억... 으윽?!”


눈이 마주치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안간힘을 써 거리를 벌렸다. 처음에 내보였던 여유는 어디로 가고, 이제는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짧았지만, 내보인 감정은 분명했다. 항상 포식자였던 이가, 사냥감으로 전락해버리며 느끼는 두려움과 당혹스러움.


근거는?


나랑 싸웠던,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 쓰고 있던 적들이 하나같이 내비쳤던 감정이었으니까.


F급이라고, 제대로 된 이능력 하나 없다고 깔보다가, 결국에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며 죽었으니까.


고작 F급밖에 안되는 놈에게 또 다른 무기가 있었는지는 꿈에도 몰랐겠지.


“쓰읍, 아, 진짜...”


그러나 그것도 오늘은 끝인걸까. 내가 플래시라이트를 떨어트리고, 그 빈 손으로 옆구리의 상처를 감싸자 그 감정도 눈녹듯 사라졌다.


곧이어 그의 시선은 내 옆구리로 향했고, 이내 그의 얼굴은 마치 지금까지 애먹게 한 것을 되갚아주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들고 있던 창을 고쳐잡으며 비릿한 미소를 내보였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쿠르르르릉!!

끼릭, 끼릭, 끼릭, 끼릭!


저 멀리서 궤도차량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의미하는건 단 하나뿐. 오늘 있었던 작전에 참여한 병력이 주둔지로 돌아가는 행렬이었다.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제대로 된 능력 하나도 없는 F급 헌터인 자신을 상대로 이리 쩔쩔매는 그가 군부대를 상대로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하나도 없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듯, 그는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모퉁이 너머의 어둠으로 몸을 던졌다.


뒤늦게 그쪽 방향으로 다가가보려 몸을 틀었지만 마지막에 옆구리를 당했던게 컸는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뒤늦게 플래시라이트를 주워 그 방향을 비춰봤지만, 보이는건 버려진 논밭 뿐이었다.


“개새끼, 존나 빠르네...”


아무것도 없는걸 확인한 나는 터덜터덜 트럭으로 다가가 그 옆에 기대어 앉았다.


그 사이 궤도차량에 앞서 달려온 레토나가 완파된 트럭 앞에 멈춰섰다. 그 레토나에서 내린 군인들 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몇 있었다.


“어, 아저씨! 무슨일이에요!”


오늘의 첫 손님이었던 무전병을 보자, 긴장이 탁 풀렸다. 다행히 서비스로 얹어준 콜라는 제 역할을 했고, 덕분에 의무병에게 상처를 처치받고 장갑차 중 한 대로 트럭을 견인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아닙니다. 우리 국민을 지키는게 군인의 본분 아니겠습니까.”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흰머리가 희끗한, 중령 계급장의 사내는 사람좋게 웃으며 겸양을 떨었다. 그가 넌지시 ‘화물을 좀 덜어주면 견인이 쉬울거다’라고 하며 남아있던 담배 전부를 가져가지만 않았더라도, 꽤 좋은 인상으로 그를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하긴, 이 사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져있는 한반도 남쪽의 부대는 그만큼 보급이나 대우가 부실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전투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아니었고, 수년 전에 끝난 차원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국가 역량의 손실은 여전했다.


그러니 사람과 물자의 소모에 비해 지원은 항상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있는 여력도 더 위험한 한반도 북부에 주둔한 군부대들에게 쏟아부어야 했으니까.


결국에는 조금씩 구린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에는.


“그나저나 이제 어디로 가실 계획이십니까? 부대로 가는 길에 있으면 거기까지 견인해드릴 수 있겠습니다만...”


애써 사람좋은 척, 걱정하는 척 하지만 결국에는 더 뜯어먹을 방법이 없나 궁리하는 눈빛이 뻔했다. 더 멀리 가야한다고 하면, 그만큼 더 뜯어먹겠지.


하지만 여기서 더 그의 욕심을 채워 줄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그들의 사정이 궁하다 해도, 필요 이상으로 당해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지도 좀 주시겠습니까? 여기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가야 할 곳은 하나 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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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F급 헌터의 만물상 5화. 24.09.13 47 1 13쪽
4 F급 헌터의 만물상 4화. 24.09.13 47 1 13쪽
3 F급 헌터의 만물상 3화. 24.09.13 51 1 16쪽
» F급 헌터의 만물상 2화. 24.09.13 63 2 13쪽
1 F급 헌터의 만물상 1화. 24.09.13 7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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