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후 천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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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와왕
작품등록일 :
2024.09.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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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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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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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오디션(1)

DUMMY

<5화. 오디션(1)>


“두피가 튼튼하고 남은 모발이 많아서 원하시는 만큼 이식이 가능합니다.”


원룸의 짐을 모조리 뺐다.

침대나 옷장 등은 어떻게 옮겨야 하나 했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이 허름한 곳은 놀랍게도 풀옵션.

내 짐들은 양손으로 들기에도 가뿐하였다.


새로운 나의 집인 고시원의 수납함이 널널할 정도였으니까.


‘1,000만 원.’


이사라 부르기도 민망한 이사를 마치고 통장 잔액을 열어 보았다.

전 집주인이 보낸 1,000만 원이 들어있었다.


곧 내 정수리를 채울 모발이 될 친구들이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나는 금액은 비싸더라도 상처가 남지 않는 비절개를 선택했고

예산 내에서 가능한 많은 양을 심어달라 부탁하였다.


그렇게 결제해야 할 금액 900만 원.

남은 금액으로는 고시원비와 생활비로 쓸 예정이었다.


‘다시 시작이야.’


‘도전을 즐거워’ 오디션까지 남은 시간은 5일.

어쩌면 다른 곳의 오디션을 볼 수도 있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모발이 잘 생착 잘 될 수 있도록 당분간은 조심하기로 하였다.

어중간하게 돌아다니다 기껏 부은 900만 원과 몇천 가닥의 머리카락을 잃을 순 없으니까.


‘조금 아쉽긴 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예전보다야 낫지.’


나의 예산으로 메운 정수리는 얼핏 보기엔 모르지만, 아직 엉성하게 채워져 있었다.

자세히 보면 살색이 조금 비치는 정도.


‘퀘스트 성공해서 300가닥마저 채운다.’


나는 좁은 공간에서 몸을 일으켜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디션에 필요한 지정 대본을 뽑기 위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


“우린 안 되겠네요.”

“네? 저 아세요?”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되겠어요?”

“뭐야. 나는 붙을 건데. 왜 같이 갖다 붙여요.”


오디션은 이전한 상암 mcb 대신 옛 사옥인 여의도 mcb에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멤버들과 마주칠까 하여 선택한 방법인듯했다.


텅 빈 건물 안.

단 두 곳에만 환한 불이 켜져 있었다.


한 곳엔 정장을 갖춰 입은 지원자들이.

다른 공간에는 면접관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많이 왔네.”


문자로 통보받은 오디션 시간은 11시.

지금까지 이곳에 모인 사람은 서른 명이었다.


‘캐쥬얼 복장은 나뿐인 거 같고.’


드라마나 영화도 아닌 예능 단역이라는 작은 역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이 이렇게 몰린 건 이름값일 터.


“아니. 서른하나.”


집합시간보다 5분 늦게 한 명이 더 이곳에 도착했다.


“아씨. 길 찾느라 한참 걸렸어.”


지각했음에도 당당하다 못해 거만해 보이는 저 자태.

입구에 서서 지원자들을 둘러보는 저 여유 혹은 교만함까지.


‘한 2년쯤?’


2년 차쯤 되면 저렇게 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앉아 있는 대기자들을 쭉 훑어 보던 남자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왜 하나가 더 있어.”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는 것.

내가 6살부터 봐왔던 현장은 그러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나에게 명함을 건넸던 작가가 지원자가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오디션 운영 스태프의 일을 맡은 모양이었다.


“이름이 호명되면 저쪽 방에 들어가시면 되고 오디션은 10분 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제 할 일을 끝낸 그녀.

나갈 생각은 않고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도 눈인사를 하였다.


그래. 여기까지 여야 했다.


“진짜 오셨네요.”

“아 그럼요.”

“파이팅하세요.”


‘젠장.’


오디션,

나아가 취업현장에서도 관계자가 면접자에게 아는 척을 하는 건 금기시 되는 행동이었다.


이중 누군가는 그를 내정자로 인식할 테니까.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작가가 문밖으로 나가자

정장을 입원 지원자들의 눈이 노골적으로 내게로 쏠렸다.


“이럴 줄 알았어. 너 낙하산이냐?”


지각한 남자였다.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큰소리를 내었다.


“아닙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증인인데 이렇게 발뺌한다고?”


그는 과장된 몸짓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


“이상하다 했어. 분명 지원자는 서른 명 이랬는데 서른한 명이 있더라고.”

“오디션 제의만 받았을 뿐, 내정자나 낙하산 아닙니다.”


그는 앉아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뭐야. 키가 왜 이렇게 커.’


그는 아주 잠시 주춤거렸다.


하지만 곧 다시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까치발을 들고는 내 귀에 속삭였다.


“새끼야. 이 바닥은 원래 그런 거야.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는.”

“···”

“잘 가라.”


기가 찼다.


“일 시작한 지 오래됐나 봐요?”

“2년 좀 안 됐. 아 아니 내가 이걸 왜 말하고 있어.”

“빨리 약아졌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텃세는 현장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출발선 밖인 이곳 오디션에서도 존재했다.


“뭐 그 반반한 얼굴로 저년한테 몸이라도 대줬냐? 그럼 배역 준다디?”


그는 까치발을 내리더니 다시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딱, 방 밖으로 목소리가 세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낙인을 찍겠다?’


저 사람의 행동엔 목적이 분명했다.


내게 뒷배가 있다고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면

면접관으로선 나를 뽑기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그걸 다 안고 가며 뽑기엔 작은 역할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빽이 없다는 걸 알아야 가능한 행동이었다.


“어쩌냐. 쟤는 힘도 없는 막내 작가인데. 그것도 계약직.”


정장을 입은 지원자들은 우리 둘에게 집중하였다.

익숙한 웅성거림이었다.

학창시절 많이 들었던.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랐다.


이곳은 내 집 앞마당과도 같은 곳.

많이 쳐줘 봐야 2년 경력의 그가 분탕 치게 둘 순 없었다.


“꽤 많은 걸 알고 계시네요.”

“뭐?”

“저분이 막내 작가인 건 어떻게 아시죠?”

“그 그야. 딱 봐도 어리잖아.”


지각자의 얼굴에선 웃음은 거두어졌고 눈동자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은 재밌다는 듯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서른 명이 지원한 건 어떻게 알았을까. 일단 나는 몰랐는데.”


그는 눈을 살짝 감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마치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내가 어··· 언제.”


나에게 집중되었던 사람들의 시선은 가볍게 저 남자에게로 넘어갔다.

스스로 큰소리를 내어 한 이야기였다.

여기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아는 정보가 많네요. 혼자만.”


지각한 지원자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갔다.


“여기 정말 뒷배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쪽일 가능성이 가장 크겠어요.”


웃고 있는 나를 향해 녀석은 다시 한번 까치발을 들었다.

그리곤 곧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개새끼야. 수작 부리지 마라.”

“수작? 나는 이걸 진실이라 보는데.”


어수선한 분위기 속 막내 작가가 다시 문을 열었다.


“황지석씨 들어오세요.”


내 앞에 남자는 황급히 그녀 뒤를 따랐다.

여기 있는 서른 명의 눈길을 받으며.


그 후로도 하나둘 대기자들이 떠났고.


“도지훈씨 들어오세요.”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


면접관은 총 4명.

메인 작가, 카메라 감독, 조연출

그리고 정성훈 메인 PD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후, 그에 관한 기사는 쏟아질 것이었다.


[스타 PD 정성훈, TVM으로 발자취 옮겨.]

[그의 변신은 어디까지. 예능 PD에서 드라마 PD로]


정성훈PD는 이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케이블로 이적하게 된다.

꽤 큰 금액을 받고.


거기에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드라마 PD로의 변신.

하는 드라마마다 대성공.


심지어 오랜만에 한 예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


‘그때 정성훈이 하면 다 된다는 공식이 생겼지.’


예능인이며 배우 모두 그의 눈에 들기 위해 바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발견한 정성훈의 3가지 시그널.


1단계가 안경 올리기.

그가 연기를 보고 안경을 올렸다면 축하받을 일이었다.

그건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는 것.


2단계는 고개를 끄덕이기.

이건 보여준 연기에 관심을 보인다는 신호였다.


‘마지막은’


오른쪽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었다.

이 신호를 받는다면 캐스팅 확정이라 봐도 무방하였다.


하지만 1단계가 목표인 사람들도 많았을 만큼

시그널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지망생 중엔 1단계만 받아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이 모든 건 10년 후의 이야기였다.


“대박.”


다크써클이 인중까지 내려온 채로 앉아 있는 심사위원들.


그중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은 메인 작가는 그 입을 틀어막았다.


모두 감정 한점 없던 표정이 나를 마주하곤 지나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카메라 감독은 눈이 더 반짝거렸다간 눈부실 지경이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메인 PD.


“연기해본 적 있어요? 지원서가 깨끗하네.”

“아니요. 없습니다.”


배성민으로 오랜 기간 연기를 해왔다.


얼굴에 상처를 안고도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꿈을 버리지 못해 계속 현장을 기웃거리곤 하였다.


좀비나 건달 역이 주되었지만 내 인생의 대부분은 연기와 함께했다.


하지만 도지훈은 달랐다.

백지나 다름없는 상태.


“그렇군요.”


내 대답에 면접관 모두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어딘가 아쉬운 듯.


‘처음이라···.’

‘저 지원자는 어렵겠어. 정 PD가 이 정도로 공들이는데.’

‘얼굴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정성훈 메인 PD조차 시작도 전에 탈락을 마음에 품었다.


“자. 설명 들었겠지만, 총 2명을 뽑고 국정원 역할입니다. 이 가방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한 무리가 이 가방을 쫓고 있죠.”


그는 내게 검은색 가방 하나를 주었다.


“단역1은 카페로 들어와 ‘도전은 즐거워’ 멤버 근처에 앉아 있는 단역2에게 서류 가방을 건넵니다. 곧 단역 2는 우리 멤버에게 가방을 맡아줄 걸 부탁하죠.”


연기를 하기 전 간단한 설명.

몰입을 위한 배려였다.


“그럼 단역 1 지정 연기부터 보죠.”

“네. 알겠습니다.”


나는 시작과 동시에 오디션장 문밖으로 나갔다.


“어? 설마 포기한 건가?”

“얼굴만 반반했지 이 정도 깜냥도 안 되면.”

“요즘 젊은 것들이란.”


당황한 면접관들.

침착한 건 정성훈 PD뿐이었다.


나는 다시 오디션장 문을 열었다.

이곳을 촬영 현장일 작은 카페라 생각하며.


먼저, 문틈으로 내가 밖을 경계한다는 것을 면접관에게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본 메인 PD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저걸 노렸어?”


카메라 감독도 놀란 표정으로 말하였다.


방 안으로 들어온 나는 앉아 있는 사람들을 훑었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하지만 조금은 신경 쓰일 정도로.


그리고 가방을 들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과 얼굴 근육.

비장하지만 슬픈 눈.


그리고 나는 읊었다.

단역1에게 주어진 대사 단 한 줄을.


“선배님 여기 있습니다.”


이 짧은 순간.

그가 짊어진 무게, 굳은 다짐, 걱정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 모습을 본 정성훈 PD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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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션(1) 24.09.17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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