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편집자인데, 원수지간 작가놈 소설에 빙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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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9.1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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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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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그 새끼가 쓴 소설 ‘꿈의 쿠데타’ 줄거리 초반은 대강 이러하다.



[지지율 70프로로 대통령 당선이 따 놓은 당상이던 김철수 후보. 그런데 대선을 불과 일주일을 남기고 돌연 자신이 외계인 출신이라고 커밍아웃을 한다. 그가 증거로 내 놓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거짓이 아니다. 국민들은 외계인을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설왕설래한다. 마침내 선거 날. 김철수 후보는 그 사이 지지율이 급락하게 되지만 상대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치고 당선이 된다]



초반 설정을 보면 꽤 신박하다.

괜히 대표님이 친히 컨택을 한 게 아닌 듯싶다.


여기까지 그 새끼가 묘사한 김철수 후보는 비록 태생은 외계인이지만 완벽에 가까운 인물형이다.

미중년 영화배우를 방불케 하는 호감형 외모에 아이큐가 200을 넘는 지능, 모든 토론에서 상대 후보를 압살하는 토론 실력, 환경보호 벤처 기업을 설립하여 현재 시가총액 5000억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능력,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해온 인성까지.


일반적인 우리네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외계인이 민주주의 정상적인 절차를 걸쳐서 통치자가 되겠다는 설정.

내가 봐도 나름 신선해 보였다.

이어지는 후속 줄거리도 과히 나쁘지 않았다.



[외계인 출신이라는 태생적 결함 때문에 취임 후에도 국내 다른 정파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는 대한민국 대통령 김철수. 하지만 진정성과 참신함을 무기로 경제 외교 국방 스포츠 모든 부문에서 훌륭한 정책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국내외적으로 호감지수를 갈수록 높여나간다. 게다가 그 뿐 아니라 영부인 이영희 여사와 아들 김햇빛, 딸 김달빛 역시 타의 모범이 되는 생활을 보여주면서 외계인 출신이라는 편견을 사그라지게 만든다. 마침내 무사히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를 다 마친 김철수. 이후 곧바로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면서 세계의 대통령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



결말까지 재미 측면에서 딱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웹 소설의 중요한 요소들인 개성적인 캐릭터, 판타지적 설정, 사이다 적인 전개, 해피엔딩까지.

뭐 하나 딱히 수정을 가할 부분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정식 계약을 맺자마자 였다.

이 씹새끼가 변하기 시작했다.

외계인 출신 대통령 김철수가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알고 봤더니 지구 전체를 먹기 위해 지금까지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뭐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인간 중에 히어로를 하나 탄생시켜서 빌런 김철수와 맞대응하다가 결국 승리하고 단죄하는 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어야 하지 않냐.

근데 이 씹새끼 그게 아니라 빌런 김철수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쥐고 지구인들을 괴롭히고 농락하고 낄낄대고 뭐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그러면서 씹새끼가 한다는 변명이


‘‘그만큼 우리네 인간들이 심지어 외계에서 온 빌런보다도 더 빌런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으흐흐흐흐.’’


인간혐오론자.

이 씹새끼 태생적인 인간혐오론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씹새끼가 현실에서 인간혐오론자든 뭐든 난 관심도 없고 상관도 없다.

그저 나는 웹 소설 편집자로서 내가 맡은 작품을 최대한 매출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원래 나도 웹소설 작가였다.

하지만 망작만 세 개 출간하고 나서 깨끗이 손을 털고 이 바닥 떠나려고 하는 찰라,

세 망작을 함께 했던 출판사 사장님이 이런 제의를 해 왔다.


‘‘만보씨, 혹시 웹 소설 편집자 일 한 번 해 보지 않을래요?’’

‘‘예? 제가요?’’

‘‘예. 우리가 지금까지 같이 했던 작가 중에 맞춤법이 제일 정확해서요. 거기다 그라운드에 직접 뛴 경험까지 있으니 딱이라서요. 우리가 업계에서 편집자 인센티브는 제일 좋은 거 모르시죠?’’


인센티브.

대충 계산해 보니까 내가 맡은 작품 중 두세 작품만 대박 터뜨리게 되면 웬만한 대기업 과장 연봉 부럽지 않아 보였다.


나는 내심 이 씹새끼 작품에서 대박의 기운을 느꼈다.

그래서 이 씹새끼 작품에 그렇게 집착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씹새끼 내 말을 듣지도 않거니와 심지어 독자들과도 툭, 하면 씹새끼 개새끼 하면서 쌍욕배틀을 하는 것이다.

결국 회사 대표가 나보고 어떻게든 책임지라고 하는 바람에 이 사단에까지 이르게 되고 말았다.



+++



‘‘얘! 얼른 밥 먹어. 또 너 지각이야.’’


평소와 다를 바가 아무 것도 없었다.

어머니 등짝 스매싱을 맞고 잠에서 깨어난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 옆 탁상에 놓여 있던 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핸드폰으로 시간만 확인하고 달력을 확인하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일어나셨어요?’’


눈곱을 떼면서 비틀비틀 식탁을 향해 가는데, 마을버스 하시는 아버지가 먼저 출근 준비를 다 마치시고 식사를 하고 계시는 게 보였다.


‘‘그래. 얼른 와 먹어라. 오늘 간만에 니 엄마 청국장 대성공이다.’’


아버지는 여전히 아침상에 핸드폰 대신 종이 신문을 보신다.


‘‘만보, 너는 누구 뽑을지 결정했냐?’’

‘‘예? 뭐요?’’


여전히 잠에서 덜 깬 기색으로 내가 아버지에게 되물었다.


‘‘뭘 뽑아요?’’

‘‘뭘 뽑긴, 녀석아. 대통령 누구 뽑냐고.’’

‘‘예에? 대통령을 또 뽑아요?’’

‘‘응. 너 뭔 소리야? 5년마다 뽑아야지. 넌 대학교도 나온 놈이 헌법도 모르냐.’’

‘‘여보! 김철수 후보가 무난히 되겠죠?’’


기, 김철수?

현실에서도 그런 이름의 정치인이 있었어?


‘‘선거 하나마나지. 일주일 남기고 이 정도 지지율 차이면 절대 뒤집힐 일 없지.’’

‘‘난 김철수 후보보다 이영희 여사가 진짜 마음에 들더라고. 어떻게 같은 여자가 봐도 그렇게 곱디 곱게 늙었는지.’’


이, 이영희 여사?

김철수 후보에 이영희 여사?

서, 설마 그럼?


‘‘아, 아버지!’’

‘‘왜? 얼른 밥 먹어, 인마.’’

‘‘그, 그게 아니고요 .....’’

‘‘뭐가? 아침부터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혹시 김철수 후보 이영희 여사 그리고 둘 사이에 군인 아들 있고 기자 딸 있고. 이름이 햇빛, 달빛 ......’’

‘‘으응? 넌 뭐 대통령 선거 있는 지도 모른다는 녀석이 후보 자식 이름까지 다 꿰고 있니?’’

‘‘마, 맞아요, 아버지?’’

‘‘이름은 모르고 김후보 아들 대한민국 육군 대위 맞고 딸이 기자인 것도 맞는 것 같은데.’’

‘‘햇빛, 달빛 이름 맞아요. 자식들 이름도 너무 예쁘게 잘 지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미장원에서 여성지 인터뷰한 거 보니까 그것도 이여사님 본인이 지었다고 하던데.’’

‘‘그래? 셋째 낳았으면 별빛이라고 지으려고 그랬나, 하하하.’’


아버지, 어머니 당신들이 껄껄대고 있는 사이, 나는 밥숟가락을 들 생각 대신 멍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이지?

어제까지만 해도 대통령 선거는 한 3년 남았었었는데.

어제 갑자기 탄핵이라도 벌어졌단 말인가.

아니, 그것보다도 김철수와 이영희는 그 씹새끼 소설 속에 나오는 대통령과 영부인 이름인데.

그렇다면, 설마?


‘‘얘! 얼른 밥 먹어. 국 다 식어.’’

‘‘어, 엄마!’’

‘‘왜! 넌 청국장 별로야? 오늘 웬일로 니 아부지는 극찬을 하시는데.’’

‘‘나, 직업이 뭐야? 여기서도 웹소설 편집자야?’’


어머니 대신 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며 입을 열었다.


‘‘쯧쯧. 이놈아. 직장 하나 다니기 시작하면 제발 좀 진득하게 몇 년이라도 다녀 봐라. 얼마나 다녔다고 또 시작이냐, 쯧쯧.’’

‘‘아니, 그게 아니고요, 아버지. 참! 아버지! 꿈의 쿠데타라는 소설 아세요? 제가 편집 맡고 있는 소설인데.’’

‘‘야, 이 녀석아! 우리가 니가 회사에서 뭘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

‘‘그 소설 속에 김철수 후보 이영희 여사가 나와서 그러거든요.’’

‘‘얘! 청국장 싫으면 뭐 다른 국 줄까? 3분 미역국 얼른 끓여줘?’’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나는 지금 그 씹새끼 소설 속에 들어와 있다.



+++



회사에 가보니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확실히 웹소설 편집자가 맞는데, 내가 담당하고 있는 소설 리스트 중 딱 하나, 그 씹새끼 소설 ‘꿈의 쿠데타’ 만 없다.

핸드폰과 이메일함을 뒤져 보니 그 곳에도 그 씹새끼 흔적은 깨끗이 지워져 있었다.


‘‘성희씨! 내가 담당했던 꿈의 쿠데타라는 소설 있잖아요. 기억나죠?’’


멍한 표정으로 옆자리 송성희에게 말했다.

오늘따라 그녀는 아찔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왔다.

물론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퇴근 후 또 애인 만나기 위해서일 것이다.


‘‘뭔 기억이 나?’’


그녀가 자기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이전 현실에서 늘 그랬듯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 작가놈 있잖아요, 말 졸라 안 듣는 작가놈. 외계인이 대통령이 되고 어쩌고 하는 그 소설. 내가 요 얼마간 그걸로 엄청 마음 고생했잖아요.’’

‘‘아이, 새끼! 또 비문 천지.’’


그녀는 이전과 전혀 변함이 없었다.

나에게 짜증이 났으면서, 일부러 자기 작업 때문에 짜증이 난 척 페인트를 썼다.

여전히 컴퓨터 화면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는 그녀로부터 나는 그녀가 나와 대화할 의사가 별로 없음을 씁쓸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와의 관계가 내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내가 소설 꿈의 쿠데타에 들어온 것이 확실하다는 사실, 이게 중요한 문제였다.


오전 시간을 멍하게 보냈다.

그런데 밥 먹을 시간이 될 즈음에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내 비록 평소 나대는 성격도 아니고 영웅심 같은 것도 눈곱만치 없지만, 그 씹새끼가 창조한 캐릭터, 김철수 같이 세상을 송두리째 난장판으로 만들 빌런이 대통령이 되는 건 한 번 막아 봐야겠다는 결론.


왜냐하면, 오직 나만이 이 세계의 결말을 알고 있어서 ...... 는 아니고, 그냥 그 씹새끼한테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어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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