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편집자인데, 원수지간 작가놈 소설에 빙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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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9.1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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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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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여보세요, 현대일보죠?’’

‘‘예, 말씀하시죠.’’

‘‘저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제보할 게 있어서 전화드린 건데요.’’

‘‘예, 말씀하시죠.’’

‘‘김철수 후보에 대해서요.’’

‘‘예.’’

‘‘참! 우선 내일 모레부터 여론조사 더 이상 못한다면서요? 맞나요?’’

‘‘예, 내일 모레부터 깜깜이 선거 기간입니다.’’

‘‘그래서 그날, 김철수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기가 외계인 출신이라고 커밍아웃을 할 겁니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구로부터 20만 광년 떨어진 곳에 파표펬이라는 행성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백여 년 전 어느 날, 파표펫 비행선 하나가 지구, 그 중에서도 우리 한반도 남단 어느 작은 무인도에 우연히 착륙하게 되죠. 그때 그 섬에는 조선의 노선비 한 분이 홀로 은거하고 계셨답니다. 그 분은 조국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된 것에 절망하시며 삶의 아무런 낙도 찾지 못하고 계셨기에 파표펫 인들에게 자신도 함께 행성으로 데려가 달라고 청하셨습니다. 파표펫 인들은 그 분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 분은 파표펫에서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한 나날들을 영위하셨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시기 전 그분은 자신이 떠나온 고국에서 육이오 전쟁이라는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 무척이나 안타깝게 여기셨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신체 조직을 모델로 인간을 복제해 조국을 보우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


뚜뚜뚜뚜뚜.


14번째였다.

처음에는 중도 성향 김철수 후보의 약진으로 궤멸 직전에 있는 메이저 보수 진보 양 당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들로부터 바로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이어서 언론사들에 전화를 돌리고 있는데, 이번이 딱 14번째 언론사였다.

말을 안 끊기에 혹시나 했건만, 결국에는 같은 결말이었다.

여기도 나를 정신이상자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할 수 없다.

그냥 네티즌들에게 직빵으로 호소하는 수밖에.


점심시각이 되었다.

밥을 먹는 대신 나는 피씨방에 가서 한 커뮤니티에 김철수가 낼 모레 외계인 출신이라 커밍아웃할 거라는 글을 올렸다.



- ㅋ ㅋ ㅋ 잼 있다, 잼 있으면 됐지 뭐.

- 대선이 코앞이라고 별의 별 글 다 봤지만 이렇게 신박한 글은 첨이다.

- 헉! 이거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인 줄 알았는데. 김철수 이영희 둘 다 외계인 출신 맞음. 어떻게 아냐고? 나도 그 외계 출신이거든 ㅎ ㅎ

- 현직 웹소설 작가입니다. 요즘 소재 고갈로 힘든데 파쿠리 좀 해도 될까요?

- 퍼가요~~~ 곧 경찰서에서 출두하라고 연락 올 거예요.

- 이런 새끼는 단순히 경찰서 출두하라고 할 게 아니라 정신병원에 쳐 넣어서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할 것 같은데. 저런 새끼들이 계속 방치해 두면 묻지마 살인 난동 벌이거든.



예상대로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틀 후 이곳은 성지가 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



김철수의 긴급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는 날까지 이틀 동안, 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생활했다.

집에서 가족뿐 아니라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세상은 김철수라는 존재를 제외하고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더군다나 나나 내 친구들은 평소 현실 정치에 거의 무관심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어서 그날이 오라.

김철수의 긴급기자회견이 속보로 뜨게 되면 모두들 나를 찾게 되리라.

내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지우지 않은 정당들이나 미디어들이 나에게 급히 연락을 해올 것이고, 내가 글을 남긴 커뮤니티에서는 댓글이나 쪽지가 쇄도하겠지.


그리고 마침내 기자회견이 예고된 그날 그 시각이 되었다.


‘‘어! 왜 이렇게 조용해?’’


30분 전부터 포털 사이트 뉴스 란을 아무리 새로고침해 봐도 평온하기만 했다.

아무런 속보 뉴스도 뜨지 않았다.


‘‘아니, 대체 왜 이러냐고. 김철수 이 인간 지금쯤 긴급기자회견 한다고 보도자료 막 돌리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내가 계속 마우스를 움직이며 투덜대고 있는데, 여전히 옆 자리의 송성희는 본 척 만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만보씨?’’


대신 디자인팀 직원 유창수가 나를 불렀다.


‘‘예. 왜, 왜요?’’

‘‘혼술조아 작가 원래 이렇게 까탈스러워요?’’

‘‘무슨 일인데요?’’

‘‘글쎄, 러프안 보냈더니 손가락 모양까지 어쩌고저쩌고 그러네요. 원래 원고 교정할 때도 이렇게 까탈스러웠어요?’’

‘‘그 작가님 좀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긴 있어요. 근데 또 이쪽에서 본인 마음에 들게 신경 좀 써주면 바로 또 쿨하게 오케이 줘요. 먹구름 그 작가에 비하면 뭐 .....’’

‘‘예? 누구요?’’

‘‘먹구름 작가 ...... 아, 아니에요. 그 작가 이곳에는 없죠?’’


유창수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바로 그때였다.

내 핸드폰으로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전화 통화 가능? 나 먹구름 작가]


‘‘으응? 먹구름, 이 씹새끼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욕설에 디자인 팀 유창수뿐 아니라 옆 자리 송성희도 나를 힐끔 돌아보았다.



+++



‘‘너, 저, 정말 머, 먹구름이야?’’


나는 핸드폰을 들고 급히 회사 건물 옥상으로 뛰어올라왔다.


‘‘그래, 맞아. 지난 번 통화해서 목소리 기억나지?’’

‘‘야! 지금 니 소설에 빙의된 것 같은데 니가 여기서 왜 나와?’’

‘‘내 소설이니까 내가 맘대로 나올 수 있는 거지, 인마.’’


이 씹새끼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뭐라고?’’

‘‘내 소설이니까, 내 마음대로 스토리 쓰고 바꾸고 그럴 수 있는 거잖아. 다시 말해 여기서 나는 신과 같은 존재라고. 전지전능한 신!’’

‘‘신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쯧쯧.’’


내가 애써 혀를 차며 말했다.


‘‘푸훗! 내가 전지전능한 신인 거 이미 증명되지 않았나?’’

‘‘그건 또 뭔 소리야?’’

‘‘너 지금 김철수가 긴급기자회견 할 시간 다 지났는데도 왜 안 하고 있는지 혼자 갸우뚱거리고 있었지?’’

‘‘뭐, 뭐라고?’’

‘‘내가 내 소설 속 김철수 긴급기자회견 부분 다 지웠으니까. 왜 그랬는지 알아? 니가 이틀 전 동네방네 김철수 외계인 커밍아웃할 거라고 떠들어댔으니까. 하하하.’’

‘뭐, 뭐, 뭐라고?’’

‘‘이제 믿어? 내가 여기서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사실?’’

‘‘마, 말도 안 돼. 야! 니, 니가 정말로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애초 내가 김철수 기자회견 할 거라 여기저기 못 떠들게 했었어야지.’’

‘‘쯧쯧, 쯧쯧, 정말로 멍청하기 이를 데 없군. 쯧쯧, 쯧쯧.’’


씹새끼가 혀를 끌끌 찼다.

조금 전 내가 혀를 끌끌 찬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


‘‘뭐, 뭐가 인마?’’

‘‘넌 내가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냐?’’

‘‘뭐라고?’’

‘‘내가 니 까짓 놈 뭐 하는 지까지 신경 쓸 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냐고? 다른 훨씬 중요한 등장인물들도 많은데.’’

‘‘뭐, 뭐야? 너 시, 신이라면서?’’

‘‘그러니까. 원래 신이 그런 존재야. 신이 어떻게 모든 사람을 지켜보고 케어해 줘? 만약 그랬다면 어떻게 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을 수 있겠냐고?’’


이 씹새끼, 여전히 염세적이고 비관적이고 인간혐오론적이다.


‘‘이봐, 그건 그렇고 만복이!’’

‘‘만복이가 아니라 내 이름 만보라고! 이만보!’’

‘‘이만보 정도 걸으려고 하면 만보기가 필요하잖아. 그러니 만복이지.’’

‘‘이 상황에서 그건 또 뭔 개드립이야!’’

‘‘개드립이 아니야. 니 이름은 이제부터 이만보가 아니라 이만복이야. 왜냐고? 내가 그렇게 부르고 싶으니까. 나는 이곳의 신이니까. 내가 그렇게 부르면 바로 이름이 되고 개명해야 되니까. 아무튼 만복아! 너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냐?’’

‘‘뭐, 뭐라고?’’

‘‘내가 들어줄게. 내가 여기 신이라니까. 전지전능한 신!.’’

‘‘미친 새끼.’’

‘‘좋아. 내가 맞혀볼까? 딱 보니까 너 니 옆자리 그 새끈한 여자랑 한 번 하고 싶지? 근데 그 여자가 너한테 눈길 한 번 안 주지? 어디 내가 한 번 하게 해 줄까?’’

‘‘뭐, 뭐, 뭐야? 이, 이 새끼 ......’’


뜨끔한 나머지 나는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솔직히 회사 옆 자리 송성희랑 자고 싶은 마음은 입사 이래로 굴뚝같았다.

그녀가 며칠 전처럼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 한껏 미니스커트를 입고 온 날은 나도 모르게 책상에 바짝 앉아서 업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어때? 내가 정말 연결해 줘, 말아?’’

‘‘미친 새꺄. 너 우,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아?’’

‘‘뭐, 어떤 집안?’’

‘‘독립운동가에 민주화 집안이었어.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 DNA 집안이라고. 이거 왜 이래?’’

‘‘푸하하하하.’’

‘‘어쭈? 이, 이게 웃겨?’’

‘‘야!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서는 내가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너 친일파에 독재정권에 부역한 집안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고.’’

‘‘뭐, 뭐라고?’’

‘‘아무튼 내가 다시 또 전화 줄 테니까 그때까지 생각해 봐. 알았지?’’

‘‘야! 야, 임마! ...... 야! ...... 누구 맘대로 전화를 끊어?’’


하지만 정말로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곧바로 그가 걸어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 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이게 말이 돼?

몇 초 전까지 통화한 번호인데 갑자기 없는 번호라는 게?

그렇다면, 설마 정말로?


멍한 표정으로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고작 5층 높이의 건물 옥상인지라 내려다보이는 세상은 그리 넓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로 그 씹새끼가 어디에선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일까?


‘‘여보세요?’’

‘‘어디에요, 만복씨?’’

‘‘마, 만복씨?’’

‘‘예? 만복씨. 화장실이에요? 대표님 막 들어오셨어요. 만복씨 자리 비어있는 거 보고 살짝 얼굴 찌푸리시고서는 회의실 들어가셨어요. 얼른 와요.’’

‘‘아, 알았어요.’’


전화를 걸어온 인물은 내 옆자리 송성희였다.

그, 그건 그렇고 마, 만복이?

정말로 그새 그 씹새끼가 내 이름을 바꾸어 버린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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