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편집자인데, 원수지간 작가놈 소설에 빙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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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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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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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지금부터는 또 그 씹새끼 소설 속 이야기다.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 둔 시점.

당선이 따놓은 당상이던 김철수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외계인 출신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하면서 자초지종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러니까 지구로부터 20만 광년 떨어진 곳에 파표펫이라는 행성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백여 년 전 어느 날, 파표펫 비행선 하나가 지구, 그 중에서도 우리 한반도 남단 어느 작은 무인도에 우연히 착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섬에는 조선의 노선비 한 분이 홀로 은거하고 계셨답니다. 그 분은 조국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된 것에 절망하시며 삶의 아무런 낙도 찾지 못하고 계셨기에 파표펫 인들에게 자신도 함께 행성으로 데려가 달라고 청하셨습니다. 파표펫 인들은 그 분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 분은 파표펫에서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한 나날들을 영위하셨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시기 전 그분은 자신이 떠나온 고국에서 육이오 전쟁이라는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 무척이나 안타깝게 여기셨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신체 조직을 모델로 인간을 복제해 조국을 보우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지구보다 최소 약 130년가량 앞선 테크놀로지를 자랑하는 파표펫 행성 측에서는 인간 체세포와 유전자에 대한 치밀한 탐구 끝에 한 가지 초능력만 장착하게 되면 지구에서 살아가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으리라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 스피드였습니다. 스피드만 있으면 두뇌회전도 빨라서 지능도 높고 가속도를 통해 물리적인 힘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자원도 없고 식민지와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스피드가 가장 큰 무기일 것이라는 게 파표펫 행성과 노선비의 공통된 분석과 진단이었습니다. 그래서 파표폣 행성 측은 초월적인 스피드 능력을 보유한 저와 제 아내 이영희를 만들어 이곳 지구, 그것도 대한민국 땅에 내려 보내게 겁니다.’’


김철수의 긴 연설이 끝이 났지만, 기자회견 현장이나 TV 앞 시청자들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김철수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들이 쉽게 믿지 못하실 거라 예상하고 있었기에, 저희 안사람이 지금 집에서 블로그와 유튜브에 동영상 하나를 올렸을 겁니다. 바로 저희 가족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동영상을 말이죠. 아마 지금 이 방송을 보시는 국민 여러분들이나 이 자리에 계신 기자 분들 모두 즉시 확인 가능하시리라 봅니다.’’


김철수 말이 끝나자마자, 회견장에 있던 기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컴퓨터나 혹은 스마트폰, 태블릿 피씨를 통해 김철수 후보에 대한 검색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대한민국 곳곳에서 탄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단순히 탄성이라 규정 짓기 어려운 그런 소리들이었다.

이것은 탄식일 수도 있고, 비명일 수도 있고, 환호성일 수도 있는 그런 소리들이었다.

그 소리들은 바로 김철수가 예고한 동영상, 자택에서 영부인 후보 이영희 여사가 올렸다는 그 동영상을 보고 난 사람들 반응이었다.


동영상은 다름 아닌 한 동네 체육관에서 촬영되었다.

우선 김철수 네 식구들이 보인다.

김철수, 그리고 김철수 부인 이영희, 김철수 딸 달빛, 아들 햇빛 등 네 식구가 나란히 운동복 차림으로 서 있다.


네 사람이 우선 카메라를 향해 큰 절을 올렸다.

이어서 그들이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스트레칭도 했다.

그저 가벼운 동작들인데, 이상하게 긴장감이 배가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 한 사람, 카메라 반대편, 즉 체육관 맞은 편 기둥 끝까지 달려갔다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런데, 그 스피드가 ······


족히 4,50 여 미터가 되는 왕복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네 식구 공히 3,4 초 만에 찍고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분명 영상 조작이 아니었다.

화면 한 쪽에 보이는 체육관 전광판 디지털시계는 평소처럼 흐르고 있었으니까.

또한 그들의 뛰는 동작 하나하나는 너무나 부드럽게 연계되고 있었다.

단지 그 스피드가 초능력에 가까울 뿐이었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지는 다음 장면들을 보면 왜 그렇게 탄성인지 탄식인지 비명인지 환호성인지 알 수 없는 소리들이 대한민국 사방에서 폭죽처럼 터져 나왔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영상 속 김철수 일가가 도저히 보통 인간이 낼 수 없는 스피드를 이용하여 갖은 묘기들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들 햇빛이 핸드볼 공을 힘껏 던진다.

하지만 딸 달빛이 그 공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 공을 기다리고 있다.


Cut!


부인 이영희가 스피드와 가속도를 이용하여 혼자 커다란 농구대를 밀어 단숨에 옮겨 놓는다.


Cut!


아들 햇빛이 에어 조던 저리가라 하게 3점슛 라인에서부터 훌쩍 뛰어 덩크슛을 성공시킨다.


Cut!


햇빛이 토스해 준 배구공을 달빛이 초스피드로 강 스파이크 해내자 공은 일직선으로 쭉 뻗어 관중석 쪽으로 날아가면서 관람석 의자 하나를 마치 폭발물 터지듯 부서지게 한다



다시 이곳은 기자회견장.


‘‘지금까지 여러분들을 속인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리는 바입니다.’’


입을 쫙 벌린 채 동영상을 두 번 세 번 돌려 보고 있는 기자회견 장 기자들의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서인지 김철수가 마이크를 두어 번 건드리더니 다시 연설을 이어나간다.


‘‘비록 저희 식구는 진짜 백 프로 지구인은 아니지만 지구, 그 중에서도 이 한반도를 너무나 사랑하는 존재들입니다. 저희가 지구에 온 목적은 침략을 위해서가 전혀 아니며, 분명 지금은 돌아가신 노 선비님 당부대로 지구인들, 특히나 대한민국 사람들의 보다 나은 생활에 이바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민 여러분들을 속이면서 대통령까지 오르려고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이 시점에서 이렇게 고해성사를 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



+++



‘‘여보세요.’’


그녀는 심지어 목소리까지 옥구슬 굴러가듯 낭랑했다.

정말 파표폣 행성인지 뭔지 하는 외계 행성에서 제대로 만든 생명체였다.


‘‘예, 여보세요.’’

‘‘메시지 남기신 분인가요?’’

‘‘예, 저 맞습니다.’’

‘‘,,,,,,’’


겉으로는 침착한 어조였지만, 분명 그녀도 속으로는 엄청 당황해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그 씹새끼 소설 속에서 김철수 가족 네 명의 태생적 비밀과 초능력은 철저한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아버님이 왜 국민들에게 외계인 출신이라는 비밀을 밝히지 않고 계시는 거죠?’’

‘‘원래는 저희 아빠가 대선을 정확히 일주일 남은 오늘 오전에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다 밝힐 계획이셨어요. ’’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 안 하신 거죠?’’

‘‘저기 ......’’

‘‘예, 말씀하시죠.’’

‘‘그럼, 저희 아버지 기자회견하려는 계획까지 알고 계셨던 거예요?’’

‘‘예. 어떻게 알았는 지는 후에 설명 드릴게요. 아무튼 계속 말씀 좀 해주시겠어요?’’


말을 하면서 나는 다소 내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 원래는 이렇게 거침없는 성격이 아닌데.

엄청 간 보고 눈치 보고 그러는 성격이었는데.

아무튼 계속 가 보자.


‘‘음, 그런데, 가족회의에서 저희 아빠가 생각을 바꾸셨어요,’’

‘‘왜요?’’

‘‘그러니까 아빠는 사전 선거 투표 전에 국민들께 정직하게 모든 걸 말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원래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가지시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저랑 저희 오빠가 반대를 한 거죠.’’

‘‘그러니까 왜요?’’

‘‘저랑 저희 오빠는 저희 아빠의 진정성과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푸하하하하하.’’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왜 웃으시죠?’’


그녀가 다소 기분이 상한 듯한 투로 물었다.

그럴 만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웃음은 조소에 가까웠으니까.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계속 말씀하시죠.’’

‘‘아빠가 굳이 외계인 출신이라고 안 밝히셔도, 여기 지구에 있는 그 어떤 지구인보다도 열과 성의를 다해서 대한민국을 잘 다스리실 분이라는 걸, 저랑 오빠는 너무나도 잘 알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고 설득했던 거죠.’’

‘‘음 ......’’

‘‘자! 그러면 이번에는 제가 질문 드려도 될까요? 누구신데 저희 가족 비밀을 알고 계신 거죠?’’

‘‘저는 ......’’


침을 꿀꺽 크게 한 번 삼켜본 후 대답했다.


‘‘...... 도 닦는 사람입니다.’’

‘‘도 닦는 사람이요?’’

‘‘예, 그래서 미래를 예견하기도 하죠.’’

‘‘.....’’


핸드폰 너머 그녀 표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보나마나 반신반의하고 있는 표정일 것이다.


‘‘음, 제가 그러면 다른 증거를 좀 보여드릴까요?’’

‘‘무슨 증거요?’’

‘‘아버지 김철수 후보 말고 이번에 달빛씨에 관한 증거요.’’

‘‘저에 대한 증거요?’’

‘‘예. 달빛씨 본인에 관한 증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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