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다시 한 번 우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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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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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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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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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14대 2로 뒤지고 있는 9회초 부산 자이언츠의 마지막 공격, 투아웃 주자 1루, 타석에는 3번타자 배형준, 오늘 2루타와 볼넷이 있었습니다.”


소리지르는 관중들

여유가 넘치는 표정의 대전 호크스 팬들


유명 해설자인 이성철 해설위원이 입을 연다.


“뭐, 점수차가 이미 크기 때문에 여기서 역전은 어렵겠습니다만, 자이언츠 팬들은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년전에 최하위에서 와일드카드까지 진출하지 않았습니까? 올해 많은 희망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캐스터가 말을 받는다.


“그렇죠, 김상천 감독이 건강이상으로 중도에 물러난 이후 함경수 수석코치가 팀을 잘 이끌어 와일드카드까지 진출을 했죠.”


“그렇습니다. 한 때 7위까지 팀이 곤두박질 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함경수 수석이 잘 팀을 이끌었어요. 게다가 와일드카드에서도 1승을 올렸잖아요? 아, 저는 대단하다고 봅니다.”


“그 말씀은, 지금 공석인 감독 후보로 함수석도 가능성이 있으시단 말씀이신거죠?”


“아 그렇죠, 충분하죠. 뭐, 제가 감독이 누가 될지 알겠느냐만서도 함코치도 충분히 자격이 있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네, 말씀드리는 순간 스트라이크 아웃, 바깥쪽 꽉 찬 직구에 배형준 선수 배트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로서 2031년 와일드카드 승자는 대전 호크스입니다. 승자 호크스는 서울 그리즐리스가 기다리는 준플레이오프로 갑니다. 부산 자이언츠의 2031 시즌은 여기까지 였습니다.”





***





주말 낮경기로 치뤄진 경기,

레토 그룹 신성빈 회장은 토요일임에도 집무실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TV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때였다.


똑똑


“회장님, 김실장님 오셨습니다.”


문이 열리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노중년 신사가 들어와 고개를 숙인다.


회장의 집무실에 들어온 비서실장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선 채로 회장이 보는 TV를 같이 보고 있었다.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스코어는 14대 2, 9회 투아웃, 이미 끝났다.

올 시즌의 마지막이다.

또 이렇게 한 시즌이 끝난다.


평소에 온화한 신 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깊은 표정과 앉으라는 말도 없는 방안의 공기에서 신회장의 심경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특별히 야구광은 아니지만 배형준이 팀 내 최고스타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 배형준이 삼진을 당하며 시즌이 막을 내린다.

그리고 그 순간 신회장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을 노회한 실장은 놓치지 않았다.


“미안, 앉아요.”


이내 특유의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온 신회장,


미소를 띄운 채 비서실장을 맞이한다.


“컨퍼런스, 출발하실 시간이십니다.”

“응, 가 봐야지? 끝나고 바로 공항으로 가는 건가?”

“그렇습니다.”


비서실장이니 회장의 스케줄은 꼼꼼하게 꿰고 있다.

주말도 없는 대기업 총수의 일정, 그 와중에 신회장은 잠깐의 짬을 내서 집무실에서 야구를 보고 있었다.


“아 참, 야구팀 감독 선임건은? 진행합니까?”

“네, 이제 시즌이 끝났으니 조만간 구단 사장이 안을 올릴 겁니다.”

“그래요. 갑시다.”


신회장의 입가에 알듯 모를 듯 미소가 피었다.




***



“수고했다.”

“수고했습니다.”

“그래, 내년에 보자.”

“넌 마무리 캠프 안 가?”

“글쎄, 이 나이에 나는 빼주지 않겠어?”


시합은 패했지만 부산 자이언츠 라커룸은 화기애애했다.

바닥에서 올라왔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승도 챙겼다.


‘패배는 익숙했다, 이정도면 할만큼 했다.

감독 부재상황에서 충분히 잘 했다.’


이런 분위기가 팀 내에 팽배해 있었다.


“형준이 형,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 너도 애썼다.”


슈퍼스타 배형준은 후배의 깍듯한 인사에 미소를 띄웠다.

라커룸 옆자리를 쓰는 후배 장수 녀석이었다.


“형, 내년에 새감독 누가 올까요? 함코치님이 감독 될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임마?”


배형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얼굴에 로션을 바른다.


“선감독님이 우리 팀 감독으로 온다는 소문도 많던데요?”


그러자 배형준이 웃으며 김장수를 쳐다본다.


“누가 오건 뭔 상관이야? 어차피 야구는 우리가 하는 건데”


씨익 웃는 배형준의 얼굴에서 김장수는 선배의 뜻을 읽었다.

김장수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웃으며 말했다.


“그냥 함코치님이 하면 제일 편한데 말이죠. 뭐, 어차피 누가 오던 선배님이 길..”


그러자 배형준이 약간 인상을 쓰며 김장수를 내려다본다.


툭, 툭


김장수의 뺨을 때리는 것인지 토닥인지 모르겠는 애매한 손놀림.


“장수야, 넌 다 좋은데 쓸데 없는 말이 많아. 응?”

“히히, 조심할게요.”

“짜식”


넉살 좋은 김장수에게 배형준의 손은 결국 쓰다듬어 주며 내려간다.




북적이던 라커룸이 하나 둘 비어간다.

이제 버스에 올라타고 모두 부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전 그냥 서울로 알아서 갈게요.”


배형준이 코치들에게 인사를 한다.


“왜? 뭐타고 가게?”

“택시요, 나중에 구단에 청구할게요.”


“냅둬, 그래, 형준이 올 시즌도 수고했다. 장수랑 같이 가니?”

“네, 어차피 그 놈도 집 서울인데요 뭐..”


함 수석코치는 다른 코치들을 제지하며 환한 웃음으로 배형준의 등을 두드렸다.


“그래, 조심해서 올라가고.. 새 감독님 오시면 그 때 다시 모이자.”

“뭐 코치님이 하실텐데요.”

“하하 이 녀석이 무슨.. 하하”


배형준과 함코치는 그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를 추켜세웠다.

배형준이 자리를 뜨자 주루코치가 못 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뒷모습을 쳐다봤다.


“저 녀석, 질거라고 생각해서 아예 서울 갈 짐을 싸들고 왔단 건데..”


그러자 함코치가 젊은 코치를 나무란다.


“냅둬, 이겼을 때 졌을 때 다 생각했겠지, 형준이 아니었음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아니 함코치님, 야구가 저 녀석 혼자 하나요?”

“냅두라고.. 자 다들 버스 먼저 타.”


함코치는 사람좋게 웃으면서 코치들을 먼저 태웠다.


“아니, 함코치님은요?”

“응? 나는 다 태우고 단장님 모시고 마지막에 타야지”





“함 코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힘든 와중에서 이렇게 팀을 잘 이끌어 주셔서..”


나이가 지긋한 60대 중반의 함코치에게 있어 야구계 10년 후배인 김중락 단장은 까마득한 후배였지만 입장이 입장인지라 설설기었다.


“아이고, 단장님 무슨 말씀을.. 고생 많았습니다.”


“하하 함코치님, 애들도 없는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김중락 단장,

좀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는 허허실실 스타일,


선수시절 스타 선수였던 함코치와는 달리 김단장은 별로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빠른 은퇴이후 프런트를 전전하다 좋은 수완으로 서울 구단에서 단장으로 승진, 그 이후 다시 부산 자이언츠의 단장으로 오게 되었다.

이제는 유명인사.


“근데 김단장, 혹시.. 그거..”


함코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함경수 코치,

나름 스타선수로 선수생활을 했고 타격코치로도 명성을 날렸지만 감독 운이 없었다.

그러던 사이에 어느새 나이는 60대가 되었고 이제 감독자리는 팔자에 없는 것 같다고 체념하던 차였다.


계약 마지막해인 감독이 7월이 끝나기 전에 사임을 했다.

표면적으로는 건강이상으로 휴양을 위한 사임이지만 실상은 짤린 것이다.

언론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몇몇 고연봉 고참선수들과 틀어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수석코치인 자신이 팀을 추스리게 되었다.

부여받은 시간은 두 달, 팀의 베테랑들을 잘 추스려 7위였던 팀을 5위까지 올려놨다.

그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1승을 올렸다.

비록 2차전은 대패했지만 꿈을 꿀 만큼의 실적은 올렸다.


‘어쩌면..’


노장 코치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게 아닌데 나라고 감독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

현역시절 나보다 못 한 놈들도 다 감독 잘 만 하는데..’


항상 세대교체론만이 대세인듯 부르짖는 언론이 밉다.


함코치는 간절한 표정으로 김단장의 손을 잡았다.


“김단장, 나 한 번만 도와주면 내 평생 은혜 잊지 않을게. 응?”


난처해하는 김중락 단장,


“아이, 선배님,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하하하 아시면서..”

“왜 힘이 없나? 단장인데? 어차피 후보 추천 자네가 할 거 아닌가?”


그러자 김단장이 좌우를 한 번 둘러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시잖아요? 3배수 추천해야 하는거, 면접도 봐야 하고요. 사장님이 계신데 제가 뭘 할 수 있나요?”


능글맞은 웃음, 선수끼리 뻔히 알면서 능글맞게 애를 태운다.


“에이 이 사람, 내 잘 할게. 응?”


함코치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자 김단장이 웃는 얼굴 그대로 나지막하게 한 마디 한다.


“제가 별표는 넣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고마워, 고맙네 정말.”


어차피 사장은 어지간하면 김단장 말을 따를거다.

전임 사장은 굉장히 강성인물이었는데 여론이 시끄럽자 현재 사장은 관리형의 조근조근한 사장이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에 대해서는 김단장에게 맡기는 분위기라서 실세는 김중락 단장이었다.


‘별표를 넣어주면 확률은 70%’


형식상 모기업인 그룹에 보고를 하지만 구단내에서 원하는 인사에 조그맣게 * 표시를 넣어준다.

세 명중에 이 사람을 뽑고 싶습니다라는 뜻이다.


보고서상 항상 세 명의 인재를 장단점을 모두 적어 깔끔하게 보고하지만 그 바쁜 그룹회장이 그런 서류 보고 있을리가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비서실이나 그룹 고위층에서 한 마디 하면 회장님은 그렇게 합시다 정도로 끝난다고 한다.


“다음주에 면접 진행되고 한 2~3주 안에는 결정나지 않겠습니까? 선배님도 그때까지 편하게 쉬세요.”

“쉬긴, 마무리 캠프 준비도 하고 할게 많은데 하하하”


김단장을 등에 업은 함코치는 없던 기운도 샘솟는 것 같았다.

패배로 끝났지만 모두가 즐거운 마지막 원정 라커룸이었다.




***



그로부터 2주가 지난 후,


월요일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중역의 질책하는 한 마디가 구단 사장에게 떨어졌다.


“이봐요, 진사장, 39년이야, 39년, 대체 언제 우승할 겁니까?”

“죄송합니다.”


본사 전무의 호통이다.

그룹 계열사중에서도 가장 말석인 돈 먹는 하마인 야구단은 그야말로 끗발 없는 자리다.


“각 계열사들이 영업이익 1% 올리려고 얼마나 마른 수건 짜내는지 알아요? 야구단은 돈 한 푼 못 벌면서 여기저기서 돈이란 돈은 다 가져다 쓰고 매년 그렇게 할 겁니까?”


전무의 냉랭한 호통이 이어진다.

매년연례행사, 그룹내에서는 야구단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지 오래다.

서류상 흑자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룹 계열사들이 지원하는 광고비 명목이 크기 때문, 그 돈이 없다면 야구단은 어마어마한 적자다.

어차피 연결재무제표 에서는 다 상쇄되어 사라지는 이익이다.


각 계열사 입장에서는 피 땀흘려 버는 돈을 매년 야구단에 삥 뜯기는데 성적이 안 나니 오히려 그룹 얼굴에 똥칠을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 때 신회장이 손을 살짝 들자 크나 큰 레토그룹 회의실이 일순 조용해진다.


“보스턴 렛도삭스는 86년 만에, 시카고 카브스는 108년만에 우승을 해씀니다.

그들은 오랜기간 우승을 못 했어도 명문구단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조용한 성격의 신회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이었다.


“저.. 회장님, 그렇지 않아도 감독 선임건에 관한 결제가 오늘 올라갔습니다. 한 번 검토해주시면..”


용기를 북돋아주는 회장의 말에 용기를 내어 보고를 하는 야구단 사장,


“아! 그렇습니까?”


신 회장이 싱긋 웃었다.


“그거라면.. 괜찮습니다. 내가 따로 생각하는 사라미 이씀니다. 조만간 결정 내릴게요.”


의외였다.


보통은 구단에서 올리는 3배수 후보 중에 하나를 고른다.

그 중에서도 별표 표수가 되어 있는 사람을 그냥 택해준다.


가끔씩 그룹 고위층에서 누군가 유명 감독을 찍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구단에 미리 오더가 내려가기 때문에 구단에서 모르는 일은 없다.

신회장이 직접 누군가를 호명하는 경우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당황한 야구단 사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회의가 끝난 후에 비서실장을 호출하는 신회장,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조용히 들어와 가벼운 목례를 하는 비서실장,

어지간해서 회장이 직접 방으로 부르지는 않는데 이런 경우는 뭔가 은밀한 할 이야기가 있는 경우였다.

신회장은 자리에 앉지 않고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김 실장은 야구단 오또케 생각해요?”


김 실장은 안다.

말로 표현은 안 해도 선대 회장도, 신 회장도 야구를 좋아한다.

말 하면 속이 상해서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우승을 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김 실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올해는 그래도 가을야구에 갔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분발하면 꿈을 꿀 수 있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시민들이 아주 좋아하니까요.”


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 참, 감독 이야긴데.. 내 그녀석을 데려올까 싶어.”


자신을 불러 야구 이야기를 꺼내는 시점에 이미 눈치는 채고 있었다.


“혹시 미국에 있는 김용태 감독 말씀이십니까? 예전 김부장님 아들인..”


“응, 작년에 마이너리그 감독상을 받았다고 했나? 한 번쯤은 내 옆에 두고 싶어.”


신 회장이 몸을 돌려 김 실장을 보고 섰다.


“전화 연결을 해 줘요. 한 번 쯤은 내 마음대로 해봐야겠어.”





또 다시, 부산 자이언츠에 새로운 감독이 온다.

새로운 시즌을 위해서..


<시작>


작가의말

매일 오후 4시 40분 업데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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