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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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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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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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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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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여긴어디?(1)

DUMMY

1. 여긴 어디? (1)


나는 눈을 떴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

선선한 바람.


숙면을 취하기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번뜩 정신이 들었다.


뭐야? 여긴 어디야?


분명 내 마지막 기억은 지구로 귀환하는 개벽이 폭발을 했고, 나와 우리 팀원들은 그대로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사람 키 만한 석순이 자라고 있는 이 어두컴컴한 동굴 같은 곳은 무엇인가 말인가?


일단 주위를 둘러보고자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내 몸은 뇌가 내리는 명령을 철저히 무시했다.


누군가 온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은 듯 아무리 애를 써도 등을 바닥에서 떼기 어려웠다.


“어..어어억!!”


괴상한 신음소리와 함께 상체가 들리는 순간 나는 균형을 잃고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굴러 떨어져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니 여기는 동굴이 확실했다.


진짜 동굴이네?

내가 왜 동굴에 있는 거야?


그나저나 왜 몸이 말을 안 듣지?


설마 떨어지면서 어떻게 목숨은 부지했는데 몸은 병신이 되어버린 건가?


“아..어어···”


입도 망가져 버린건가?


습관적으로 욕이 튀어 나왔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건 괴상한 소리 뿐이었다.


이쯤 되니 살긴 살았는데 몸이 완전 망가져 버린 거라고 확신했다.


“으아악!!”


중학생 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동굴입구에서 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어어···어!!”


아···시발..이번엔 욕이 아니다.


믿기 힘들다는 표정의 소녀는 귀신이라도 본 듯 뒤를 돌아 후다닥 동굴밖으로 뛰쳐나갔다.


뭐야?


사람이 자빠져 있으면 도와주는 게 도리지.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나가 버리다니.


나중에 만나면 인간의 도리에 대해서 가르쳐 주리라 다짐했다.


순간 내 등과 다리에 느껴지는 촉감에 흠칫 놀랐다.


내 몸에 닿은 게 돌 인건 분명한데, 문제는 돌과 내 몸사이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알몸이었다.


이제야 소녀가 놀라 자빠지게 이해가 된다.


알몸의 남자가 괴상한 자세로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으니 누군들 놀라지 않겠는가.


“어어어!!어어억!!!!”


다시금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내 몸뚱이를 가려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온몸의 관절은 삐그덕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나와 함께 굴러 떨어진 천을 쥐고 중요부위만 가린 채 그대로 앉아있었다.


수치심은 날 움직이게 만들었다.


앉아서 숨을 고르며 지금 상황에 대해서 고민에 빠질 찰나 동굴에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내가 앉은 방향에서 사람들이 오고 있어서 몇명이 오는지 알 수 있었다.


하나.둘.셋···.일곱?


행색은 하나같이 더럽고, 곳곳이 찢어지고, 구멍이 뚫린 옷을 입었고, 나이는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날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서있었고, 멀찍이 뒤에 떨어진 곳엔 아까 그 소녀가 서 있었다.


“마션님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습니까?”


모른다.


하늘에서 떨어지고 눈 떠보니 동굴인데 여기가 어딘지 어떻게 알겠어.


나에게 말을 건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모른다는 걸 확실하게 어필했다.


아니 어필해야만 했다.


그들은 손에 부엌칼과 곡괭이 같은 쇠붙이를 하나씩 쥐고 있었으니까.


내 이런 생각을 말 하려고 숨을 들이켜다가 지금은 말도 못하는 반푼이 상태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숨을 내뱉았다.


“······후”


다행히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은 내 상태를 알 것 같다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뒤에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마션님께서 너무 오래 잠들어 계셔서 몸이 불편한 것 같네. 병수 자네가 당분간 도와드리게.”


“네. 촌장님.”


나는 열심히 눈알을 굴리며 상황 파악 중에 있었다.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여기는 한국이고

촌장이라고 하니 외딴 시골인 것 같고..

근데 대체 마션은 뭐야?


지금 상황과 몸 상태에 대해서 정확한 건 하나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병수란 놈이 날 도와준다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병수는 날 업고 작은 판자집으로 들어가 눕혔다.


알몸 상태로 업고 갈 줄 알았더니 그래도 천으로 내 몸을 가려줬다.


병수는 수치심을 아는 놈이다.


**


아기새 마냥 누워서 병수가 떠먹여 주는 밥을 먹는 것도 오늘로 칠일째.


‘아~하세요’

말고 병수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병수는 과묵한 놈인가보다.


일주일 정도 되니 턱 근육도 조금씩 풀리는지 약간 어눌하지만 말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느리지만 혼자서 움직일 정도가 되었다.


병수가 가져다 준 아침을 먹은 뒤 밖에 나가 뭐라도 알아볼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으으···”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쉽진 않았기에 오만상을 쓰며 일어나려던 찰나 촌장이 들어왔다.


“······”


나는 다시 힘들게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잠에서 막 깨셨을 때 뵈었지요. 이 마을 촌장 김만철입니다.”


“아..음···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떠십니까? 그래도 지금은 혼자서 식사도 하시고 움직이실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여긴 어디죠?”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내가 밖에 돌아다니면서 알아보는 것보다 촌장에게 물어보는 게 빠를테니까.


동굴에서의 만남은 너무 수치스러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지금 본 촌장의 모습은 40대 중반으로 보였다.


보통 촌장이라 하면 마을에서 나이와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하지 않나?


촌장이라기엔 너무 젊어 보였다.


“여긴 대마도 입니다. 마션님께서 잠드시기 전엔 이곳은 일본령 이였지만 일본이 사라진 지금은..어느 국가의 것도 아니지요.”


촌장은 검게 그을린 얼굴에 짙은 눈썹.


이목구비는 뚜렷한, 흔히 말해 선이 굵은 얼굴이었다.


그래도 넉살 좋아 보이는 얼굴에 말투 또한 친절했다.


“그런데 왜 자꾸 저보고 마션님 이라고 하는 건가요? 제 이름은 김민혁 이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이제부터 민혁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믿기 힘드시겠지만 민혁님께선 90년만에 깨어나셨습니다.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친절한 말투의 미친놈이다.


자고로 미친놈이랑은 눈도 마주치지 말랬는데 지금은 어쩔수 없었다.


아직은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


내가 마음속으로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는 동안 촌장은 말을 이어갔다.


“아주 오래..그러니까 인류정화작업으로 인해 이 섬까지 쫓겨난 저희 아버지께서 민혁님을 발견하고 깨어나실 때까지 보살폈습니다...

허허.. 그게 90년이 걸릴 줄은 몰랐지만..“


잠깐 말을 끊고 밖을 바라보는 촌장의 표정에서 그리움이 보였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민혁님이 잠깐 정신을 잃은 걸로 생각하고 그 동굴로 옮겼다고 하셨습니다. 너무 언짢게 생각은 말아주세요. 그땐 주민들도 집이 없어 천막을 치거나 그 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밖에서 잠을 잤으니까요.“


촌장의 공손한 말투와는 다르게 날 바라보는 눈빛은 덤덤했다.


“···..인류정화작업이란게..?“


“전 세계적으로 마스를 다룰 줄 아는 마션과 그렇지 않은 자들로 구분하게 된 사건이지요. 물론 일본은 그 사건 전에 몰락했지만요.“


촌장의 말을 들올수록 머리가 복잡 해진다.


마스는 뭐고 마션은 또 뭐란 말인가.


“마스라는게··· 뭐죠??“


“음..마스가 마스인데..아 초능력 이라고 생각하면 쉽겠습니다.“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 였다.


90년동안 잠들어 있었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데 일본이 망해?


일본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현실성 없어 보였다.


게다가 초능력? 마스?


“촌장님 저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후... 아닙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나는 못 믿겠다 라고 말하려 했지만 갑자기 그것도 무의미하단 생각이 들었다.


날 도와준 사람과 입씨름 하기 싫었다.


나는 아무 말없이 천천히 일어서서 문 밖으로 나갔다.


밖은 내가 흔히 봐왔던 시골일거라 생각했다.


전원주택과 농로가 나 있고 그 옆으로 논이나 밭들이 있는 그런 흔한 시골.


하지만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빛 바랜 판자들로 얼기설기 붙여 만든 판자집들과 여기저기 녹슨 철근이 튀어나오고 곧 쓰러질 것 같은 콘크리트 건물들.


그리고 논 밭이 아니라 바닥은 하얀 모래사장 이였다.


아이들의 함성소리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 몇몇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우르르 소리지르며 뛰어다녔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은 잔잔한 물결의 푸른 바다가 보였다.


어디서부터 시작됐을 지 모를 파도가 모래사장으로 밀려왔다 다시 빠져나갔다.


눈부신 햇살은 바다 위에서 일렁이고 갈매기들은 그 위를 평화롭게 날아다녔다.


‘진짜 대마도이긴 한가보네’


촌장이 아예 헛소리만 한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해변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는 걷기 힘들었지만 화성을 왕복하느라 일년 반을 우주에만 있었기에 오랜만에 보는 바다는 반가웠다.


“민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해변에 앉아 물었다.

듣는 사람은 없었지만.


2030년 화성 탐사대원으로 화성에 다녀왔다.


우린 화성에서 문명의 흔적을 찾았고,

운 좋게 그것을 지구까지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로 귀환하던 도중 우주 쓰레기와 스치면서 지구 저궤도를 통과했고, 그때문에 대기마찰열을 버티지 못한 개벽은 폭발했다.


다른 탐사대원들은 죽었겠지?


그 높이에서 폭발로 인해 떨어졌으니 살았을 리 없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살아있는 걸까?

내 동생 민지는 살아있을까?


알아야 할 건 너무 많은데 촌장은 이상한 헛소리만 해대니 가슴속에 짜증만 솟구쳤다.


“···시발”


상황이 답답하니 욕이 절로 나왔다.


“마션님.”


말없는 병수가 날 따라 나왔나 보다.


고저없고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마션아니고 민혁. 김민혁.”


“예. 민혁님.”


나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와 조금 움찔하였으나 병수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니 상관없겠다 싶었다.


병수는 반말을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오히려 내 뒤에 가만히 서서 내가 다음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는 거 같았다.


지가 와놓고선 왜 내말을 기다리는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이는 확실히 집고 넘어갈 생각으로 물었다.


“너 몇살이냐?”


“마흔살 입니다.”


미친!


내가 연장자에게 반말을 했다는 것보다 병수가 초동안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나는 휙 고개를 돌려 다시금 병수를 봤다.


“으윽..”


아직 고개를 빨리 돌리면 아프다.

잊고 있었다.


“크흠··· 그.. 그렇군요. 전 35살입니다. 동안이라 저보다 어리게 봤습니다.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원래 마스 사용자는 노화가 느려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민혁님께서도 90년 전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계시니 마스 사용자가 확실 할 겁니다.“


또 또 또!! 저 마스다.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먼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짜증이 확 나서 병수를 쏘아 붙였다.


“에이 씨! 또 마스라네? 왜 자꾸 그러는거야! 어? 초능력? 참나.. 너도 마스 쓴댔지? 네 능력은 뭐야? 보여줘봐!! 왜 자꾸 말 같지도 않은 구라를 치는거야! 가뜩이나 심란한데!”


나는 또 성질이 확 올라와 병수를 쏘아보며 말을 했다.


병수는 아이 한 명이 겨우 안을 수 있는 굵기의 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미친놈들! 이렇게 단체로 미칠수가 있나?


병수는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주먹을 꽉 쥔 채 나무를 때렸다.


퍽! 퍽! 퍽!


꼴값 떠네. 차력쇼라도 할려고? 그런다고 쓰러지겠냐?


나무 기둥에서 시작된 진동이 가지를 타고 잎파리까지 떨게 만들었다.


그리고 병수는 ‘흡!!’ 하고 짧은 기합을 낸 뒤 허리를 돌려 팔을 몸 뒤쪽까지 가져갔다.


퍽!!!


쩌저저적···!!


나무가 쓰러졌다.



오···저게 되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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