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인기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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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슌
작품등록일 :
2024.09.18 13: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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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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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내 엄마 아빠라고?

DUMMY



연습생들과 눈물 범벅인 얼굴로 셀카를 500장 정도 찍은 다음에야 시한은 부모님에게로 왔다. 팔짱을 낀 채 시한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시한은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했다.


“일단 집에 가자.”


집에 가는 차 안은 생각보다 적막했다. 시한은 울컥 차오르는 눈물 때문에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싶었지만 달달달거리는 느낌 때문에 고개를 바짝 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재수할 거냐?”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아버지께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재수해야지.”


시한은 그게 다시 수능에 도전하기 위해 재수학원에 등록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문턱까지 간 거면 재능 없는 거 아니잖아.”


보조석에 앉아있던 어머니께서 뒤를 돌아보며 무언가를 펼쳐보이셨다.


“엄마가 소속사 명함도 잔뜩 받았어.”

“너 하고 싶은 거 제대로 해보라고.”


부모님의 말씀에 시한은 멍하니 앞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일단은 조금 쉬면서 생각해보려고요.”

“왜?”


허락을 받아 좋아할 줄로 알았는데 시한은 풀이 죽은 얼굴이었다.


“아버지 말씀대로 노력해도 그만큼 돌아오지 않아서 속상하기도 하고 반대로 가만히 있었는데도 너무 잘 되니까 무섭기도 하고.”

“속상할 게 뭐가 있고 무서울 게 뭐가 있어.”

“뭐랄까, 이 일을 할만한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그 정도 그릇이 되는 사람이 맞나 해서.”


시한이 입술을 깨물다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 내 인생의 정점이 지나간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시한의 말투가 심상치 않았다. 소속사 명함을 정리하던 어머니의 손이 멈추었다.


“이번 프로그램 방송 전에 합숙한 시간까지 하면 거의 6개월 걸렸잖아. 지금이야 다른 소속사에서 콜이라도 오지만 거기 데뷔조에서도 떨어지면, 그렇게 몇 년을 보내버리면 나는 어떻게 하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나이만 먹으면?”


시한은 공황이라도 온 것처럼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놀란 어머니가 뒤를 돌아 시한에게 손을 뻗었다.


“시한아! 유시한! 괜찮아?”

“아, 죄송해요.”


시한은 뒤늦게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가 싶어 애써 괜찮은 척 웃었다.


“...죄송하면 그런 말 하지 마.”


아버지는 운전을 하느라 시한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시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 하시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야, 시한아. 엄마는 이해 돼. 푹 자고 일어나면 생각도 정리될 거야.”


시한의 어머니께선 침착하게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내심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었다. 아버지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괜히 라디오 볼륨만 높였다. 차 안에는 라디오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도 적막한 느낌이 들었다.


‘시한이 저런 얼굴은 처음이네.’


세상 그 어떤 상황에서도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문제인 시한이었다. 그런 시한이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도 하지 못하고 땅굴을 파고 있다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해볼 텐데···.”


시한의 혼잣말이 부모님의 귀에는 크게 들렸다. 세 사람 다 이렇다 할 말도 하지 않은 채 집에 도착했다. 어쩐지 잠들지 못하는 길고 긴 밤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시한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안 이렇게 통잠을 잔 적이 손에 꼽았었다. 원래도 연습량이 많았지만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이라든가 멤버 변동으로 인해 안무를 처음부터 다시 익힐 때가 많아서였다.


‘푹 자고 일어나니까 몸이 개운하네.’


눈꺼풀을 꿈틀거리며 눈을 뜬 시한의 귓가에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닌 낯선 목소리였다.


“잠깐만 아직 애 깨우지 말아봐!”

“왜?”

“나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까. 생각 정리부터 해야지.”


눈을 떠보니 모르는 남자 두 명이 제 머리맡에서 싸우고 있었다. 시한은 눈을 깜빡이면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시한과 눈이 마주친 남자들이 깜짝 놀라며 기겁했다.


“깨우지 말라니까!”

“내가 안 깨웠어. 알아서 눈 뜬 거야.”

“어떻게 해! 뭐라고 말해!”


키 큰 남자가 조금 더 작은 남자의 팔뚝을 찰싹찰싹 때리며 요란을 떨었다.


“누, 누구세요?”


시한이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켜 그들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의 남자들이 자신의 방까지 들어와 있었다.


“시한아,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제일 진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남자가 말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시한은 불안해졌다.


“엄마! 아빠!”


불안한 마음에 시한은 자신은 그렇다쳐도 부모님부터 걱정이 되었다. 시한은 냅다 엄마 아빠를 목놓아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강도인가?’


두 사람이 흉기를 들고 있지는 않은지 시한이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다행히 날붙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 두 명이기에 시한 혼자서 물리적으로는 당해낼 수 없어 보였다.


“너 이자식들 설마 우리 엄마 아빠를···!”


문득 시한은 부모님을 먼저 처리하고 자신까지 죽이려 온 것인가 싶었다. 시한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자 남자가 말렸다.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닌데!”


시한의 격렬한 반응에 남자는 당황했는지 시한의 어깨를 덥썩 잡고 말했다.


“시한아, 내가 니 애비다.”

“뭔 개소리야!”

“어디 아버지한테 눈을 부라리고 대들어!”

“여보, 일단 상황설명을 해줘야 애도 믿지!”

“여보...? 둘이 대체 무슨 관계.···”


시한이 두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지금 저 남자가 이 남자한테 여보라고 한게 맞나?


“당연히 부부지.”

“뭐?”


시한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집에 게이 강도가 들어서 위협받고 있는 거라고?


“당신은 나도 못 알아볼 것 같으니까 잠깐 뒤로 가봐. 내가 얘기할게.”

“어머. 서운해라.”


키 큰 남자가 입을 가리곤 뒤로 빠졌다. 곱상하게 생긴 남자가 시한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유시한. 내 얼굴 어디서 본 거 같지 않냐?”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시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언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생각이 날듯 말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시한이 입을 틀어막았다.


“헉.”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는 너무도 아버지와 닮아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젠가 사진으로 보았던 아버지의 젊은 시절 모습과 똑같이 생긴 것 같았다. 시한은 설마 싶은 마음에 덜덜 떨며 물었다.


“혹시 저희 배다른 형제 그런 건가요?”

“네 애비를 뭘로 보고!”


자꾸 남자는 자신을 시한의 아버지라고 지칭했다. 남자가 노발대발하자 뒤로 빠져있던 남자가 슬그머니 잡아 말렸다.


“당신이 제 아빠라고요?”


시한이 덜덜 떨며 물었다.


“그럼 저 분은 누구신데요?”

“니 애미다.”


당장 아빠가 젊어졌다는 것도 못 믿겠는데 엄마마저 남자가 됐다고? 시한은 어이가 없어서 소리쳤다.


“남자잖아!”

“그러게나 말이야~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제일 당황스럽다.”


아빠라는 사람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엄마라고 주장하는 남자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근데 나 진짜 남자로 태어났어야 하나봐~ 당신보다 키도 크고 더 남자답고 잘생겼지 않아?”

“얼씨구.”

“기왕이면 당신도 여자로 바뀌었으면 재밌었을 텐데 아쉬워.”

“끔찍한 소리 하지마.”


두 남자들의 대화를 탁구 경기 보는 것마냥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보던 시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쨌든 시한아, 믿기 힘들겠지만 이런 상황이다.”


아빠라는 남자가 골치아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시한은 멍하니 있다가 기겁하며 말했다.


“거짓말 하지마. 내가 아무리 수능을 말아먹었어도 멍청한 놈은 아니라고! 우리 부모님 지금 납치한 거지? 이 게이 강도들아!”

“그게 무슨 소리냐! 네 부모한테 게이라니!”

“시한아, 우리도 정확히 뭐가 뭔지는 모르겠어.”

“못믿겠으면 네 눈으로 확인해봐라. 지금 바뀐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니까.”


시한에게 남자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건?’


시한은 그것의 표지만 보아도 무엇인지 알았다. 가족사진을 모아두었던 앨범이었다.


‘이거 스케일이 너무 큰데?’


하지만 가족사진은 온데간데 없고 제 눈앞에 있는 또래 남자 두 명과 같이 찍은 사진밖에 없었다.


“기억에는 없지만 이게 과거 사진인가 봐.”


시한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앨범을 뒤적거렸다.


‘합성한 거 아냐?’


남자는 시한의 의심이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것을 추가로 내밀었다.


“서랍 뒤져보니까 주민등록등본이 있더라고. 확인해 보니 이름은 그대로인데 앞자리는 당연하고 내 주민번호 뒷자리도 3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었더라.”

“아무래도 동명이인의 존재로서 태어난 셈이 아닐까 싶어.”


남자와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을 받은 시한은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시한은 남자들이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 아닌가 싶어 눈을 가늘게 뜨고 등본을 째려보았다.


“일단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기 일기장과 학생부 기록을 통해 과거의 행적을 완벽히 외워두어야 할 것 같다.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것 같으니까.”

“이미 충분히 수상하거든요!”

“무엇보다 지금은 1년전이야. 넌 열아홉이라고.”

“그게 무슨.”


시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다. 모두 1년 전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이 자고 있는 동안 시간을 조작한 것이겠지 싶었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지금이 1년 전이고 당신들이 내 부모님인데 갑자기 젊어지고 남자가 됐다고 칩시다. 그러면 부모님이 아니라 남이 된 거잖아요? 근데 왜 같은 집에 있는 건데?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그건 우리도 잘....”


시한은 자신이 날카롭게 지적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자리를 뛰쳐나가 사람들에게 여기 미친 놈들이 부모님들을 납치하고 자신을 세뇌하고 있다고 신고할 차례였다.


“여보, 시한이 좀 붙잡아!”

갑작스럽게 도망을 가려는 시한을 보고 남자들이 다급히 시한을 양팔로 붙잡았다.

“이거 놔!”


그때였다. 남자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는지 다른 한쪽 팔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화면을 확인한 남자는 바로 손을 움직였다.


“여보세요.”

“지금 전화를 왜 받아?”

“뭔가 이 상황에 대해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남자는 전화를 스피커 폰으로 전환하였다. 방 안에 소리가 울려퍼졌다.


[미쳤어?]

“네?”

[설마 유시한 아직도 안 일어나서 그래?]


시한은 남자에게 붙잡혀 버둥거리다가 제 이름이 들리자 몸이 얼어버렸다. 저 사람은 분명히 이 강도납치극의 배후일 것이었다.


[됐고, 빨리 애들 데리고 연습실 와]

“연습실이요?”

[왜? 연습 안 하려고?]


사람 하나 묻을 만한 폐건물로 데리러 오라는 것도 아니고. 연습실로 데려오라고? 대체 무엇을 연습한 다는 것이란 말인가. 전화를 받는 남자도 감이 잡히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남자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핸드폰 너머에서 화가 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아이돌 서바이벌 나간다는 연습생들이 빠져가지고 연습도 안 하려고 해?]


남자가 놀라 시한과 핸드폰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아이돌이요? 제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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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들을 데뷔시킬 수 있다면 뭐라도 할 텐데 24.09.18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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