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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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지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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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지H
작품등록일 :
2024.09.20 16:48
최근연재일 :
2024.09.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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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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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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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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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렇게 살다보니

DUMMY

"그렇게 살다보니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서러웠던 아니 너무 힘들어서 남에게는 한번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내 인생들을 두서없이 첨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지금 털어놓았다.


지루하리만큼 긴 내 인생사를 들어주던 검은정장을 빼입은 멋드러진 뿔테안경의 사내는 쓰다듬던 붉은 머리칼에서 손을 떼어 팔짱을 낀채 고개를 든다.


- 한맺힌 사람들 올라오는거야 하루에도 몇명이겠냐만 이곳에도 초월귀인은 수백년에도 한명 정도나 올까? 요즘 같은 때는 더 없지. 그게바로 자네가 내앞에 서있는 이유이고 말이야.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모든 상황까지 내가 다 알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되면 나도 혼돈스럽지 않을꺼라 장담할 순 없단 말이지. 하지만 자네에 대해서는 좀 자세히 알아야 하거든.


맘속에 쌓여있던 고단했던 시절들을 어찌저찌 털어놓고 나니 온몸에 힘이 빠진듯 만사가 귀찮아지며 지쳐갔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으니. 다만 아쉬움이라면 영원히 씻을 수 없을 나의 여죄와 사죄. 또 죽음후에라도 제발 연이 이어져 속죄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그것들이 날 더 지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 이왕 이렇게 된거 저는 갈길 가겠습니다.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신 분이기에 뭔가 보답을 해 드리고 싶지만 제 상황이 이러니 말뿐인 감사가 전부이겠군요. 거듭 감사드립니다."


육신인지 혼백인지 알길없는 내몸 앞에 서있는 사내는 어느덧 이 길었던 넋두리 시간을 마무리 하려는지 등을 돌린다.


- 그럼 마지막으로 묻지. 자식과 함께 죽으면서까지 사람들을 살린 이유가 뭐지?


이미 죽었으나 다시 죽어도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온통 후회로 점철된 그 순간을 아직의 나는 감당 할 수도 아니 감당할 자격도 되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묻지도 하지도 마시오. 아들만 생각하면 혼뿐인것같은 지금 이순간에도 피눈물이 나려고 하니..."


보이는건 멋들어진 뒷모습뿐 그가 어떤 표정을 하는지 아니 방금까지의 모든 대화 과정 중에서도 표정변화는 없었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일 사내의 여전히 같은 톤의 목소리.


- 그래도 그 대답은 들어야 차후 상황이 정리가 되니 듣긴 해야하는데..자네 살아온 과정들이야 귀책자에 적혀 있지만 나도 사람들 머리속까지 아니 마음이라고 하지 마음까지 알 수는 없거든.


지금쯤 아마도 나와 같은 이 곳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오다 못해 찢어지듯 아파왔다.


-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지. 그 정도로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게 말이야. 뭐 선택한건 아니었으려나.


말과 함께 가볍게 휘저은 손동작 하나로 찢어지듯 흩어져 나간 마음의 조각들이 합쳐지는것처럼 안정이 되는건 오히려 실제하는 심장이 없어서 일까. 아니면 그만큼 내앞의 존재가 나의 생각선을 아득히 넘어선 존재라서 일까.


넋두리를 들어준 감사와는 별개로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미 죽었을 내가 뭐라고 저런 존재가 이렇게 긴 시간을 내게 할애하는지.


"이상하군요.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보통 당신정도의 존재들은 사람의 생각정도는 쉽게 알던데 무슨 있지 않습니까? 염라대왕이라던지 옥황상제라던지..."


내말에 반쯤 그가 반쯤 고개를 돌리자 붉은 머리결이 물결치다 다시금 가라앉는다. 분명 처음으로 그의 비릿한 웃음을 살짝 본건 같기도 하다. 너까짓게 라는 듯한.


- 참인지 거짓인지정도야 알아채는건 찰나의 시간도 길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뭐야. 그저 수많은 결과들을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억겁이라는 말로 포장하는것 뿐이지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죽어서도 결과로만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당황스러움과 겹쳐 내 삶에서 행위했던 모든 과정에 따른 결과들은 항상 내 편이 아니었으니.


"그말은 어떤 악한 마음을 가진자라도 결과가 선하게 나타난다면 흔히들 말하는 천국.뭐 에덴동산? 이런곳에 가게 된다는 말입니까?"


완전히 나를 향해 다시 돌아선 그는 잠시 보였던 비릿한 웃음조차 없는 흡사 가면같은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물론 마주보고 있다기 보다 그저 그가 바라보기에 나는 그저 보여지는것처럼.


- 나를 위하면 위선 남을 위하면 선일것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이 선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그대로 선이 되지. 걱정이 되나? 천상 낙천적인 好人形으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커나갔다면 분명 이름을 날릴 한량이 되었을것 같은데...


한량이 이름을 날려봐야 돈많은 백수 그정도 말고 무엇이 있으랴만 그의 말이 완전 틀린건 아니었다. 걱정으로 걱정이 해결되지 않는다는것 쯤은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질때 내가 가진돈이 3천원뿐이라는걸 알았을적 보다도 훨씬 이전에 깨달았으니.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지금이 우리 인생의 최고 바닥이니 앞으로 이보다 힘들일은 없을거라 우리 앞날에는 무조건 좋은일 뿐일거라고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또한 내 몫이었으니.


" 이제와서 걱정한들 무얼 하겠습니까? 비록 내가 원한 죽음은 아니었으나 아니 죽을줄은 알고 있었죠. 비단 바라지 않았을뿐. 결과는 지금 이모습이니 그저 이제는 쉬고 싶습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게 뭐냐는 흔한 술자리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근 이십여년 항상 같았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열흘정도만 홀로 지내는것.


내 대답에 뭔가 결심한듯 그가 크게 양쪽 손바닥을 부딛히며 고개를 숙여 뭔가를 생각하는듯 하다 이내 고개를 들고 양손을 활짝 펼치니 도깨비불처럼 보이는 불로 쓰여진 글귀 한자가 나타났다.


[貴] 둥실 떠올라 사람 머리크기로 커진 글귀가 내 주변을 멤도는것과 함께 그의 음성이 들린다. 실제 앞의 사내는 지금껏 입을 열어 말하지는 않았으니 활자가 날아와서 머리에 박히는 느낌이랄까.


- 귀인중에서도 그걸 초월했을 정도의 인간을 여기선 초월귀인이라고 부르지. 초월귀인은 일곱번의 재판마저 생략하고 바로 나를 만나게 되어있으니.


그의 목소리는 더욱 웅장해지고 마치 법이라는것이 사람의 형태로 존재한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위압감이 느껴지며 그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 상제님이 나에게 주신 권능과 나의 권한으로 내앞에 있는 초월귀인의 처세를 공표하노니 너는 세번의 낮과밤이 지난후 환생하게 될것이다. 이에 대해 각 처사들은 그의 환생에 대한 입각을 정리하고 귀책자에 정리토록 하라.


주변이 어수선해지고 알 수 없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보이지는 않으나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는것은 분명하다. 한기와 함께 보이지 않는 식은땀이 흐른다. 이게 무슨일인지. 소설 아니 웹소설에서나 나오는 황당한 전개에 정신이 아찔해졌지만 생각따윈 정리할 새 없이 이대로 그가 사라질까 다급히 외쳤다.


"싫습니다. 아니 안됩니다!!!"


다급한 나의 대답에도 여전히 어떤 표정도 없는 사내지만 잠시간 급격하게 물결친 떠다니는 글귀에서 그의 심경에 변화가 있다는걸 느끼게 되었다.


- 싫다고? 안된다고? 왜지..환생이란 경우도 흔하지 않지만 거절하는 경우는 단언컨데 단 한번도 없었는데...


나는 잠시의 고민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여기에 있어야만 했다. 여기에 남아야만 하는 이유가 환생따위와는 비교 할 수도 없기에.


" 이유는...환생하면 사랑하는 아들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 아들에게 미안하다고도 하지 못했고 사랑한다는 말도 더 해줘야 하고 혹시 겪을지도 모를 저승의 지옥불이던 유황불이던 내가 엎고 건너야 하기 때문입니다."


형체없이 내 얼굴을 적시며 흐르는건 분명 눈물일 것이다. 대신 죽어줘도 부족할 내 새끼를 살리지도 못하고 함께 죽어버린 아니 오히려 나때문에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그때 사람들을 먼저 내리게 하지만 않았어도 아니 사람들을 깨우지만 않았어도 아니 사람들을 더 많이 설득했어도 지금 여기에는 나만 있을수 있었을건데. 나는 아마도 죽을 운명이었을게 분명하니.


붉은 머리의 사내는 나에게 한참의 시간을 줬다.


하지만 난 갈 수 없다. 저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아직은 남편과 자식을 동시에 잃어버린 슬픔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마음 아프고 미안한 일이지만 그녀는 살 수 있다. 하지만 아직 12살뿐인 내 아들은 이승도 아닌 이곳에서 살 수 없다. 내가 없이는... 나는 더 지켜줘야 하고 더 사랑해줘야 하며 옆에 있어줘야 한다. 아버지가 내게 해주셨던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 비상등을 켜야 하는지. 요철을 넘어갈때 언제 속도를 줄이고 다시 속도를 올리는지. 낚시바늘이 저수지 바닥에 걸렸을때는 어떻게 하는지. 청양고추를 남들보다 안맵게 먹는 방법이라던지 이런것들을 가르칠 순 없겠지만 어떻게든 꼭 아들을 찾아내 예전처럼 손잡고 업고 안아줘야 한다. 여기가 어디던지 내가 아빠란건 변하지 않을테니.


짧은시간 많은 생각들. 나는 내가 이 사내가 말하는것처럼 정말 귀인이라면 수백년에 한명도 나오기 힘든 귀인이라면 그럼 내 부탁을 들어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그럼 저는 여기 남겨주시고 아들을 살려 주십쇼. 부탁드립니다. 혹여 아들이 받아야할 어떤 죄의 댓가가 있다면 제가 거기에 열배 백배를 곱하여 이곳에서 받을테니 꼭 꼭 꼭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옥에 가도 설령 그 끝이 천길 낭떠러지라도 일초의 지체없이 뛰어 내리겠습니다. 야차가 나타나 내몸을 찢어발기더라도 또한 그곳이 용암속이라고 해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습니다. 아들은 곧 있을 달리기 대회에도 나가야하고 맛있지만 매워서 아직 못먹어본 음식들도 너무 많고 아직 세상에 볼것도 너무너무 많습니다. 제발 제발 제가 진짜 귀인이라면 차라리 저대신 아들을 살려주십시요.."


절규에 가까운 나의 부탁은 어쩌면 정말 마지막 부탁이 될지도 모르기에 더욱 절절했으나 그는 여전히 그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었다. 아마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절규를 봐왔겠지. 이곳에서의 절규는 절망으로 가는 순서일 뿐일테니.


- 不可. 이승이던 저승이던 모든것에는 조건이라는게 있지. 자네 아들은 환생의 조건에 한푼의 무게도 없다네.


나는 더욱 절실해진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으나 사내는 딱 다가간 만큼만 멀어져 갔다. 나는 사내의 앞에 엎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그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그 어린아이가 선행을 해봐야 얼마나 했을것이며 앞으로 살면서 나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선을 쌓아 더욱 더 귀하디 귀한 귀인이 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오히려 선을 행하기도 전에 죽음이라는 운명을 결정지어버린 하늘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 아이가 환생하면 나보다 더한 선행을 쌓아가며 살아갈것이라 확신하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내 절실함이 닿을지 모르나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혼백이던 육신이던 어떤것도 던질 자신이 있기에 부딛히지 않는 바닥에 연신 머리를 쳐박으며 외치고 또 외쳤다.


- 괜한 고생은 그만 하시게나? 그럼 이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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