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없이 탑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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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리
작품등록일 :
2024.09.21 15:50
최근연재일 :
2024.09.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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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3화


성난 소의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다. 바닥을 부술 듯이 다가오는 몹을 유나는 멍 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제 나도 끝인 건가요?....이대로 회귀 등급 1로만 만족한 삶에서...끝인가요?”


수 없이 연습했던 얼음 마법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유나는 체념한 사람처럼 최후를 기다리고 있다. 가녀린 목표물을 향해 몹은 마치 비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 회귀는 여기까지야....다음 생에도 어머니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유나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그녀의 위로 거대한 몹의 그림자가 진다. 서서히 들어올린 양날 도끼가 금방이라도 유나를 벨 것 같다.


“바보 같은 헛소리 마!”


이때 강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유나는 기도하고 있던 두 눈을 뜬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리세와 눈이 마주친다.


“그런 말은 정말로 죽기 직전에나 하라고! 어서 일어나!”


리세의 말과 함께 몹의 도끼가 날아든다. 유나는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이런 거에 또 당하지는 않아..이 소머리 자식!”


그때 유나는 몸이 붕 뜬 느낌을 받는다. 몸이 급격히 뒤로 밀리며 순간적으로 공간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다.


“...이제 눈을 떠. 바보처럼 그 자리에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기나 하지는 말라고. 너처럼 재능 있는 애가 회귀등급 1에서 멈춰버리면 아쉽잖아?”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에 유나가 서서히 눈을 뜬다. 연한 회색 제복 위로 리세라는 글자가 보인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는 몹이 있었는데?


“어...어떻게 된 건가요? 분명히 나는 저기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너는 벌써 죽었겠지. 그리고 저 성격 급한 리헤타도 마찬가지야.”


리세가 가리킨 곳에 리헤타가 앉아 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리헤타는 리세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부담스러우니까 그렇게 보지마. 그것보다 이제 윗층으로 올라갈 방법을 찾아야지?”

“네? 탈출이 아니라요? 이대로 가다가는 다른 층수에 뭐가 있을 지도 모르지 않나요?”


아직 멀리서 박힌 도끼를 빼고 있는 몹을 보며 유나가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다.


“너는 회귀 등급 1을 달성하고도 초급자의 훈련탑도 정복하지 못하면 어떨 거라고 생각해? 분명 나처럼 낙제생 취급이나 받을걸?”


리세가 하는 말을 리헤타도 공감하고 있다. 초급자의 훈련탑은 변이가 없는 한 회귀 등급 1로도 충분히 정복하는 탑이다.


“물론 지금처럼 예외에서는...”


리세가 돌아보자 몹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몹은 더욱 화가 난 눈으로 리세를 똑똑히 바라보고 있다. 리세는 양옆의 두 사람에게 지시를 시작한다.


“리헤타. 너는 검술을 준비해. 그리고 유나는 얼음 마법으로 몹의 다리를 얼려줘. 내가 신호하는 순간에 정확한 마법이 필요해. 할 수 있지?”


얼떨떨한 얼굴로 유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있다. 그에 비해 리헤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코웃음을 치며 검을 들고 일어난다.


“흥. 어쩌다가 우연히 기술 하나 쓴 거 가지고 의기양양하기는. 나는 나대로 방식을 찾을거야.”


거 참 고집 센 놈이네? 리세가 리헤타를 돌아본다. 하지만 리헤타는 조금 전 일이 마음에 걸린다. 리세한테 도움을 받은 것이 창피한 모습이다.


“자꾸 그러다가는 저 도끼에 네 몸이 날아가. 그리고, 너 협조하지 않으면 낙제생 회귀 실패 N회차에게 구해진 애라고 확 소문낸다?”


리세의 말에 리헤타가 바로 반응한다. 역시 자존심이 문제야. 리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헤타에게 다시 지시한다. 그러는 사이 몹은 코앞까지 와 있다.


“이대로면 리세 씨가 죽고 말거에요..!”

“걱정말고 내가 신호하면 발을 얼려! 알았어?!”


리세는 리헤타와 유나를 양쪽으로 밀쳐버렸다. 그리고는 다가오는 도끼를 눈으로 지켜본다. 그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 변화도 없다.


“지금이야! 리헤타. 검을 앞으로가 아닌 위로 세워서 무게 중심을 잡아. 그리고 너만의 검술로 소머리 자식의 양쪽 다리를 날려버리는 거야!”


리헤타가 차마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로 리세가 외친다. 그러는 사이 도끼가 어느덧 머리 위로 보인다.


‘모든 공격 회피라는 걸 이용하면...!’


리세가 눈을 번쩍이자 그의 몸이 재빨리 움직인다. 미처 몹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리세의 몸이 도끼의 옆으로 비켜갔다. 어째서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걸까?


리세는 그 답을 시계에서 얻고 있다. 마치 시계가 자신을 강하게 끄는 것처럼 몹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피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이야 유나!”


리세의 신호에 유나가 양 손을 뻗어 몹의 두 다리에 마법을 걸기 시작한다.


“뛰어. 전속력으로 뛰어 리헤타!”


곧이어 리헤타도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덤벼든다.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자세, 다른 검술처럼 보인다. 리세는 손목 시계가 절정으로 빛나고 있음을 느낀다.


몹은 소리치며 발버둥치지만 유나의 강력한 마법에 두 발이 얼리고 만다. 아무리 움직여도 두 다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어딜 보는 거야? 네 상대는 여기라고. 어디 한 번 더 내려쳐봐!”


리세가 또 한 번 앞으로 와서 몹의 시선을 잡는다. 몹은 잔뜩 열이 올라 양손도끼를 사정없이 내려찍기 시작한다. 하지만 손목 시계의 빛이 리세의 몸을 멋대로 움직이고 있다.


“쟤 정말 저래도 되는 거야?”


코앞까지 온 리헤타가 의문을 품으며 검을 휘날린다. 리헤타의 검은 쏜살같이 몹의 양쪽 다리 사이를 지나가며 도륙하기 시작한다.


“..너는 네 다리가 공격 받는 것도 모르겠지. 눈앞의 개미처럼 보이는 나를 못 죽여서 안달이니까. 하지만 네 공격은 이제 통하지 않아. 왜냐하면..”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일격을 피하며 리세가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오래된 손목 시계에서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고착 보너스가 생겼으니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몹이 쓰러진다. 그것은 마지막 일격 이후였다. 리세가 돌아보자 숨을 헐떡이는 리헤타가 보인다.


“...제법인데? 그 검술. 거짓말이 아니었어.”

“누...누구한테 칭찬을 하는 거냐고.”


리헤타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반응이 생각보다 귀여운데? 리세는 뿌듯한 얼굴로 유나와 리헤타에게 다가선다.


“그나저나 어떻게 한 건가요? 저 몹은 우리가 상대할 정도의 레벨이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리세 씨는 회귀등급도 없는 사람...이해가 안 되네요.”


다시 원래의 침착한 목소리로 돌아왔잖아? 리세는 어쩐지 힘이 빠진다. 아까 전 당황하던 모습이 더 귀여웠던 것 같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그저 공격을 피했을 뿐이야. 공격은 너희 둘이 해낸거고.”


리세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의 몸에서 신비한 빛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역시 몹의 영향이야. 리세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건...분명 등급 상승 조건을 만족시킨 것이다!


“이거 느낌이 좋은데? 왠지 탑을 정복하고 나가는 순간 회귀 등급이 오를 것 같다고.”


“물론 내가 너를 살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


리세가 리헤타 옆으로 다가선다.


“징그럽게 왜 이래? 떨어져. 떨어지라고....그나저나 너에게는 왜 빛이 안 생기는거야?”


리헤타가 묻는 말에도 리세는 태연하다. 빛이 생기지 않는 이유. 왜겠어? 리세는 곧바로 낙제생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낙제생의 영향이겠지요. 본디 리세 씨의 나이라면 회귀등급 3은 되어야 하는데, 아직 1도 올리지 못 했잖아요? 당연히 조건을 달성할 리가 없죠.”


리세가 할 설명을 유나가 대신했다. 그나저나 꽤 기분 나쁜데? 리세는 조금 의기소침한 상태로 뒤로 물러난다. 이들의 상태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어쨌든 신세를 졌네요. 리세 씨. 감사의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이런 거창한 인사는 별로인데..! 리세는 어영부영 인사를 받아든다. 그래도 유나의 인사라서 이정도다. 리헤타가 이랬다면 진작에 돌아섰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아까 왜 3층이 아니라 다른 층수를 얘기한거야? 우리가 올라온 층은 이제 2층이라고.”


리헤타가 툴툴거리며 다가온다. 리세는 또 다시 설명에 들어가야 하나 싶다.


“탑에 변이가 오면 층수에도 변화가 생겨. 즉, 우리가 있는 층이 2층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이런 변이가 찾아오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왜 하필 오늘 찾아왔을까? 그것도 유나에게 고드름을 맞은 뒤에 찾아온 걸 보면 특정 조건이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리세는 타이밍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변이가 대체 뭔지 중급생 수업에서는 가르치지도 않아..!”


리헤타가 검을 넣으며 다음 층으로 향하는 포털을 노려본다. 처음 그대로라면 저길 통과할 시 3층이 나와야한다. 하지만 리세는 알고있다.


이미 탑의 층수에 변화가 생긴 것을.


“시간이 너무 지체된 것 같아요. 어서 올라가도록 하죠. 이 다음부터는 왠지 수월해질 것 같은 기분이네요. 신의 은총이 가득하길.”


유나는 기도를 올리더니 먼저 앞장섰다. 리헤타가 뒤를 따르고 리세가 마지막으로 포털을 향하는 계단에 오른다. 그의 관심사는 여전히 손목 시계이다.


“문양은 아직 그대로인데, 문장도 바뀌지 않았어. 아까 공격을 회피한 것도 분명 이 시계 덕분이겠지....대체 뭘까? 왜 갑자기 찾아온 거지?”


리세가 고개를 든 순간 이미 리헤타는 안으로 들어선 상태였다. 유나가 먼저 들어간 거 아니었어? 리세는 의아한 얼굴로 유나를 바라본다.


“아까는...고마웠어요 리세 씨. 당신이 아니었다면 우린 정말로 모두 죽었을지도 몰라요.”


새삼스럽게 감사 인사가 또 날아든다. 하지만 리세는 어쩐지 가슴이 뛴다. 이런 칭찬. 고등생 훈련소에서는 받은 적이 있었나? 그런 좋은 기억은 있을리 없다.


“순간적인 판단력이 대단했어요. 분명 그정도 실력이 있으니 고등생 훈련소에도 무사히 들어갔으리라 생각해요.”


“칭찬은 고맙지만 별 위로는 되지 않아. 그래봤자 나는 회귀등급이 1도 안 되니까.”


리세는 유나를 지나친다.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서 있는 유나를 보니 리세도 선뜻 포털에 들어가지 못 한다.


“뭐하고 있어? 어서 올라가자.”


리세가 부르자 유나는 고개를 들지 못한 상태로 올라온다. 괜히 쌀살맞게 말했나? 리세는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유나는 리세를 지나치기 전 멈춰선다.


“다음 번에 제가 구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그땐 꼭 구해드리죠.”


분명히 좋은말 같지만 날이 서 있다. 리세는 그렇게 느끼며 유나의 뒤를 따른다. 이것은 예상하는대로 그것일까?


‘...회귀 등급이 본인 보다 아래라는 거지.’


리세는 그냥 피식 웃어버린다. 어차피 회귀 등급이 낮은 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영웅처럼 구하는 것도 회귀 등급이 높을 때나 가능한 거야. 그러니까 제발..”


리세는 포털을 앞에 두고 쓰러진 몹을 살펴본다. 다리가 베어진 몹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만약 저걸 쓰러뜨렸다면 얘기가 달라졌을까?


리세는 힘없이 포털로 향한다.


“제발...회귀하고 싶다.”


눈앞이 환해지며 층수를 알리는 석판이 보인다. 리세는 그 석판을 보기 전 손목시계부터 살핀다. 내가 가진 능력. 이걸로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라...? 이거 왜 이래?”


리세는 믿기지 않는다. 뒤집어진 문양은 그대로지만 꼭 있어야 하는 문장은 사라져 있다.


[고착 보너스:]


“다음 내용이 없잖아? 이래서는 무슨 능력인지 알 수 없는데..”


리세는 혼자 뒤에서 조용히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곧 리헤타와 유나의 발소리가 들린다. 이제보니 눈앞은 거대한 벽으로 둘러쌓여 있다.


“거기 낙제생 양반. 뭐 하고 있어? 당신의 낙제생 타이틀을 씻을 수 있는 기회잖아?”


저건 무슨 소리일까? 낙제생 타이틀을 씻는다니. 그래봤자 나는 회귀 실패 N회차 낙제생일 뿐이다!


“리세 씨. 당신 덕분에 탑을 정복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럼 이제..아까 말한대로 핵을 얻기 위한 작업을 시작해 볼까요?”


핵을 얻는다고? 리세는 손목 시계에 정신이 팔렸던 시선을 바로 잡는다. 그때 리세의 눈앞에 보이는 석판에 적힌 글자가 보인다.


“저건...19층?”


초급자의 훈련탑은 총 층수가 20층. 리세와 일행이 올라왔던 층수는 단 1층.


단 1층만에 정상 직전에 오를 줄은 꿈에도 몰랐을 일행들이다. 리세는 이것이 탑의 변이로 인해 얻은 어드밴티지로 여겼다.


“문제는 바로 이거야..”


리세는 손목 시계를 들여다본다. 문양 말고는 변함이 없다. 이미 19층을 겪은 유나는 거대한 벽을 살피고 있다.


리세도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다가선다. 왠지 모를 침침한 분위기가 19층 전체를 감싸고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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