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없이 탑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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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리
작품등록일 :
2024.09.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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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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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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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2화


탑의 1층을 지나는 동안 무리는 아무 말도 없다. 앞장 선 유나는 묵묵히 길만 찾을 뿐이고 리헤타는 자꾸만 리세를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


“불만이 있는 건 알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어.”

“그 말투. 낙제생이 쓸만한 건 아니라고 보는데?”


아무리 좋게 말해도 돌아오는 건 비웃음이다. 그냥 냅두고 말지. 리세는 한숨을 쉬며 유나의 뒤를 따른다.


“여기서 부터는 2층이에요. 다 알고 있겠지만 몹과 장치가 등장하는 곳이 2층부터니까 다들 조심해주세요. 혹시 위험한 상황이 펼쳐진다면 제게 말해주세요.”


유나가 리세와 리헤타를 돌아보며 말한다. 아직 어려서인지 볼살은 좀 있지만 그래도 뚜렷한 이목구비와 날렵한 턱선이 눈에 띈다. 고등생 훈련소에는 이런 애가 있었던가?


“전투는 어떻게 할 거야? 아까보니까 나한테 맞춘 건 네 손에서 나간 거 맞지?”


리세의 말에 유나가 눈을 크게 뜬다. 리세의 말이 꽤 날카롭게 보인 모양이다.


“관찰을 잘 하셨네요. 맞아요. 저는 주로 마법을 사용하는 포지션 중 엘리멘탈에 가까워요. 아직 진로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제 취향에는 이게 맞거든요.”


유나가 초등부를 떠올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가락 사이에 고드름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겨울에나 볼법한 평범한 고드름은 아니기에 리세와 리헤타는 몸을 뒤로 뺐다.


“꽤 위협적으로 보이네...마치 칼날 같아 보이는걸? 이정도면 수련을 많이 했겠다.”


리세의 칭찬에도 유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버린다. 왜 저러지? 역시 낙제생의 칭찬 따위는 듣기 싫다는 건가. 리세는 또 한 번 무기력감이 찾아온다.


“언제까지 수다만 떨거야? 내가 먼저 올라간다?”


옆에서 듣고 있던 리헤타가 검을 들고서 탑을 오른다. 석조로 된 계단 끝에는 포털이 있다. 파란색 포털이 다음 탑으로 향하는 포털이다. 리헤타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는다.


“성격도 까칠하지만 급하기까지 하네..”

“그런 말 말고 어서 들어가기나 하세요.”


유나는 핍박을 주며 따라서 들어간다. 급하게 들어가는 모습이 역시 나와 있기 싫다는 뜻이구나. 리세는 축 처진 어깨로 따라 들어가려 한다.


“어라?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본 리세가 글자를 읽어 내려간다. 모든 공격 회피? 이게 무슨 말이지? 리세는 시계를 요리조리 살피다가 일단 포털에 들어간다.


2층을 알리는 돌의 문양이 눈앞에서 빛나고 있다.


“다들 어디야? 벌써 3층으로 간 건가?”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리세는 앞으로 걸어나가는데 왠지 모르게 불길함이 느껴진다. 기분 탓인가? 리세는 왠지 바닥이 흔들리는 것 같다.


“거기서 뭐해? 여기라고! 낙제생이면서 앞장 설 생각은 하지 않고 뒤에서 얻어먹기만 할 셈이야?”


툭 하고 무언가 바닥에 내던져지며 리헤타의 거친 말이 들린다. 누가 그런다고 했나? 리세는 째릿 하고 노려보지만 리헤타는 관심이 없다.


“벌써 이걸 주웠구나. 초심자의 갑옷.”


리헤타가 준 것은 초심자의 갑옷. 이곳 탑에서만 발견되는 1회성 갑옷이다. 탑에서 나가면 사라지며 꽤 괜찮은 방어 능력을 지녔다.


“평탄한 지형으로 봐서는 평범한 층으로 보이는데, 네 생각은 어때?”


리헤타가 유나에게 묻는다. 하지만 유나는 듣는 척도 안한다. 차가운 얼굴로 뭘 그렇게 유심히 살피는 걸까? 리세도 가까이 다가간다.


“...갑옷이 벌써 나올리는 없을 거에요. 제가 여기서 회귀를 했을 때는 10층에서부터 나왔으니까요.”

“그럼 뭐야?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건데?”


불안한 유나의 목소리에 리헤타도 흔들린다. 리세만이 뒤에서 물러나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유나의 말대로 초심자의 갑옷이 벌써 나올리는 없지. 그리고 이 미세한 진동...조금씩 느껴지는 퀘퀘한 냄새...설마?’


리세가 서둘러 이들에게 다가온다. 리헤타는 왠 호들갑이냐며 으르렁대지만 유나는 리세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서 숨을 곳을 찾아야해.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으니까!”

“바보 아니야? 평탄한 층인데 어떻게 그걸 찾아?”


리헤타는 협조적이지 않자 리세는 그를 뒤로하고 유나에게 달려든다.


“벽...만들 수 있지? 얼음으로 된 벽 말이야.”

“분명 만들 수는 있지만..하지만 왜 그러시죠? 이유를 먼저 설명해주셔야..”


리세는 점점 더 크게 울리는 진동 소리에 이들의 몸을 낮춘다.


“자세한 건 이따가 설명할테니까 최대한 빨리 만들어줘. 얼음 벽 뒤로 숨어야해!”


리세의 외침에 유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손을 모은다. 두 눈을 감고 집중하자 서서히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진다. 곧 그곳에서 날카로운 얼음이 하나 둘씩 솟아 오른다.


“굉장한데? 나도 회귀등급 1을 부여 받으면 저정도로 되려나? 분명 나는 뛰어난 검술을 익히게 되겠지. 머저리라 불리는 낙제생과는 다르게 말이야.”


지금 이 상황에서 나를 또 비난하는 건가? 더는 못 참아! 리세는 세워지는 얼음벽 아래로 재빨리 날아간다. 그것도 리헤타의 머리를 강하게 잡고서.


“떠들 시간에 몸이나 숨겨! 그리고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돼!”


으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얼음벽 뒤로 들어왔다. 그리고 시작된 진동으로 2층의 전체가 파도처럼 휘청인다. 유나와 리헤타는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지고 만다.


“설마....이건 탑의 변이인가요?!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침착해! 이론상으로는 변이가 되었을 때도 파훼법이 있다고 했으니까.”


유나의 불안한 표정을 리세가 살핀다. 역시 이럴 때는 어린 동생이라니까. 잠깐의 얼굴 감상이 끝나고 곧 불안한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무슨 소리야?”


리헤타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묻는다. 이제야 리헤타도 딱 중급생 정도 같아 보인다.


“쉿! 소리를 내면 안 돼.”


리세가 리헤타의 입을 틀어 막는다. 욱욱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우렁찬 짐승의 울음 소리에 세 사람 모두 얼어붙었다.


쿵쿵 하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몹은 마치 성난 소의 모습 같다.


“...분명히 내가 회귀하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왜 하필..!”

“진정해.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이건 잠깐 일어난 변이일 뿐이야.”


리세가 유나를 진정시키려 한다. 그녀는 침착하게 얼음벽을 세운 공로가 있다. 이런 사람을 위기에 빠뜨리는 건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가 존재하는 법이다.


“낙제생 말을 어떻게 믿어? 분명 우리는 죽고 말거라고...저 거대한 도끼를 봐. 저기에 맞고도 너희들은 살아남을 수 있냐고...!”


리헤타가 몹의 전신을 보자마자 침을 흘리고 있다. 얼마나 긴장을 한 거야? 리세는 리헤타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걱정 말라니까. 이건 탑의 변이일 뿐이야. 상대하지 않아도 몹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어 있다고.”

“그걸 누가 믿어!”


리헤타의 고성에 리세와 유나가 깜짝 놀란다. 그들만이 아니라, 거대한 소의 형상을 한 이족보행의 몹도 리헤타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이 바보야! 조용히 해. 저 몹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너처럼 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내지른다면 정말로 끝장날지도 몰라..!”


리세는 고등생 훈련소 시절, 몇 번이나 읽었던 탑의 몹 사전을 떠올린다. 남들은 몇 페이지 읽자마자 지치는 반면 리세는 두꺼운 책을 술술 읽어 내려갔었다.


“어이...내가 낙제생의 말을 들을 줄 알아? 네가 그렇게 잘 안다면 어째서 회귀등급도 못 받은 건데?!”


리헤타가 점점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한다. 상태를 파악한 유나가 옆으로 와서 그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이미 말을 듣지 않는다.


“...분명 제 마법력으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거에요. 이래뵈도 저는 회귀 등급 1. 당신보다는 능력치가 좋은 편일테니까..”


침착하던 유나의 태도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리세가 처음 들었던 유나의 자기소개와는 목소리가 전혀 다르다.


“다가오고 있어..”


리세가 소리를 느낀다. 성난 소의 숨소리가 더욱 가까워지자 식은 땀이 흐른다. 리헤타의 말처럼 도끼에 맞기라도 한다면 끝장이다.


‘하지만...여전히 신경 쓰이는 그 문장대로면...’


리세가 떠올리는 것은 시계 속 문양. 그리고 문양 밑에 적힌 글자들. 모든 공격 회피라니. 정말로 그게 가능해?


“됐어. 이 얼음벽도 곧 있으면 녹아내리는 거 아니야? 이제는 각자 살 방법을 찾는 수 밖에...!”

“뭣하려는 거야? 당장 그만둬. 너 정도의 속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고.”


리세가 뛰쳐나가려는 리헤타를 붙잡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칼날 소리다.


“닥쳐.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짓껄이면...너부터 베어버릴거야.”


리헤타의 강렬한 눈빛은 이미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증거다. 엄청나게 긴장한 모양인데? 이거 큰일이다. 리세가 어떻게든 잡아보려 해도 리헤타는 뛰쳐나가고 만다.


“저 바보 같은 녀석!”


리세가 얼음벽 앞에 서서 리헤타를 살핀다. 유나도 함께 달려나갈 기세다.


“가만히 있어. 너도 따라 나선다면 두 명 모두 위험해진다고!”

“그럼 어떡해요? 눈앞에서 동료가 죽는 모습을 봐야 하나요?”


리세가 유나를 바라본다. 어느덧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다. 이래놓고 회귀등급 1이라니. 이렇게나 약한 모습인데 어째서 얻지 못하는 걸까?


‘고민은 나중이야. 우선 저 녀석부터 구해야해.’


리세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리헤타를 바라본다.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가엽게만 보인다.


“이리 와봐. 너 따위 유인해서 피한 뒤에 내려가면 그만이지! 이래뵈도 나는 검술에 능한 사람이니까!”


리헤타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친다. 저 녀석 진심인가? 리세는 점점 더 위기감을 느낀다.


“와라! 얼마든지 상대해주마!”


검을 앞으로 든 채로 리헤타가 돌진한다. 더욱 화가 난 몹이 거대한 양날도끼를 리헤타의 앞으로 휘두른다. 맞기라도 한다면 몸이 두동강날 것이다.


“내가 저런 애를 구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여기서 저 무모한 아이가 죽는다면..!”


변이가 발생한 탑에서 사망자가 나온다면 그 즉시 탑이 닫힌다. 즉, 유나와 리세는 변이된 탑에서 탈출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건 나도 잘 모른다고...게다가 나는..!”


리세는 이미 몸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문장을 떠올린다.


[고착 보너스: 모든 공격 회피]


만약 그 문장이 맞다면, 저 차갑고도 거대한 도끼날에도 내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무지성으로 달려드는 리헤타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위험해요 두 사람 모두! 어서 피해라니까요!”


저 차가운 목소리에서 저렇게나 다정한 말이 나오다니. 리세는 달려가는 와중에도 유나의 말을 느낀다.


“내가 정말...너 같은 애를 위해서 몸을 날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리세의 말이 2층에 울린다. 하지만 곧 그의 말은 몹의 거대한 양날 도끼에 묻히고 만다.


“나는...제발 회귀하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내뱉은 리세의 말 뒤로 몹이 내려찍은 곳에는 먼지만 자욱하다. 그곳에서 유나는 아무도 볼 수 없다.


“....안 돼...”


포효하는 몹의 시선이 이제 유나로 향한다. 모든게 끝이구나. 유나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허물어진 얼음벽 앞에 힘없이 주저 앉아 버린다.


몹은 서서히 유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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