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없이 탑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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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리
작품등록일 :
2024.09.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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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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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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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넌 두 단계 밑으로 내려갈 줄 알아!”


샬몬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린다. 리세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뭐? 두 단계나 밑이라고?! 리세의 나이 18살. 지금보다 더 내려간다면...


“하지만 성적은 나름대로 괜찮잖아요? 이것 보세요. 제 성적표에요. 이번 달에 이렇게나 많이 올렸는 걸요. 여기도 A...저기도 A...”


리세는 열심히 변명에 들어간다. 두 단계 밑이라면 고작 14살에서 15살 아이들. 그 아이들과 함께 하라니 말도 안 된다.


“다 때려치우지 못해?”


리세의 앞에서 성적표 종이가 흩날린다. 샬몬 선생님의 험악한 표정은 더 이상 리세의 말을 듣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와 같다.


“후...지금이 몇 번이야? 내가 너 하나 기다려주겠다고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더는 안 돼. 아니 못 해. 더 내려가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고심해 보라고.”


샬몬 선생님의 침이 리세의 얼굴에 튀었다. 이런 와중에도 리세는 샬몬이 입고 있는 제복으로 눈이 간다. 황금색 줄이 달린 검은 제복은 힘의 상징이다.


“다시는...얼씬도 마. 기본적으로 회귀 등급 1을 달성하기 전까지는...너를 수련의 탑에 입장시킬 수는 없다. 샬림 디마드. 수련 교관의 이름을 걸고 너를 막을테니까.”


결연한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 리세는 손에 힘이 쫙 풀려버린다. 하지만 엄청 슬프지는 않다. 왜냐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까.


나는 이미 이 세계의 유일무이한 회귀 실패 N회차 리세다.

그러니까 이제는 제발 좀


회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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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거 일났네...이대로 가다간 수련의 탑은 커녕 초급자의 훈련탑에서만 일생을 보내겠어.”


리세의 한숨이 푹푹 꺼진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초급자의 훈련탑 정복을 목적으로 하는 중급생 훈련소다. 이들은 이미 ‘회귀등급 1’을 준비하고 있다.


“...내 동기들은 벌써 수련의 탑 3분의 1을 통과했지. 그것도 작년쯤인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리세가 훈련소 문앞에 섰다. 거대한 이중문의 장식은 언제나 봐도 아름답다. 그곳 손잡이에 비친 리세의 얼굴만 빼고서.


“거기 학생! 시간이 언제인데 이제 오고 난리야? 벌써부터 지각하면 어떡해?”

“네에? 아..저는 그 이번에 발령받은 훈련생입니다.”


훈련생? 뒤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리세가 돌아본다. 샬림 선생님 만큼이나 인상이 안 좋은 교관이 서 있다. 이름표에는 굴릭이라는 글자가 써 있다.


“이번에 발령을 받았다라...아하. 그 답도 없는 낙제셍 말이구만. 학생이 그 자였어? 진작 말하지 그랬나. 으하하하.”


굴릭 교관은 거대한 대검을 들고서 웃었다. 뭐가 저렇게 재밌는 거지? 왠지 리세를 깎아내리는 웃음 같다.


“이거이거. 어쩌다 여기까지 내려온게야? 뭐. 그리도 고등생 정도니까 기본 수업은 이해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에 불과해. 자네는 여태 회귀는 경험도 하지 못 했지?”


회귀의 이론이라. 그런 건 리세는 죽도록 들어왔다. 이 세계에 왜 회귀가 필요한지, 어째서 회귀를 해야만하는지. 귀에 딱지가 되도록 들었을 리세다.


“어서 들어가자고. 내가 한 번 더 친절하게 설명해줄테니. 으응?”


말을 하다말고 굴릭 교관이 리세를 빤히 바라본다. 그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리세의 손목이다. 리세는 흠칫하며 손을 뒤로 뺐다.


“뭘 숨기고 있는 거야? 어디 한 번 보자고.”

“아아...안 됩니다.”


굴릭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리세의 팔을 잡았다. 손목에 드러난 것은 초라한 시계다. 굴릭은 또 한 번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이런 건 뭐하로 차고 다니나? 으하하. 거 참 보면 볼 수록 특이한 사람이구만.”


굴릭이 리세의 등을 툭툭 치며 훈련소 앞으로 들어섰다. 리세도 뒤를 따라 들어간다. 곧 그의 눈에도 번지르르한 중급생 훈련소가 드러난다. 사람들 소리도 함께 울려 퍼진다.


“다들 조용! 모두 자세를 정돈하고 인사에 임할 수 있도록!”


굴릭의 외침에 중급생들 모두가 자리에 앉는다. 일렬로 된 책상이 층별로 나누어져 있어 사람들 얼굴이 겹치지 않게 보인다.


“오늘은 신입...이 아니지. 낙제생을 한 명 데려왔다. 너희들도 분명 다 아는 사람일게다.”

“설마 그 유우명한 답도 없는 회귀 실패 N회차 그 분인가요?!”


리세의 시선이 보이는 정면에서 두 번째 줄의 남자가 크게 웃었다. 사람들도 곧 웃음바다가 되어 버린다. 리세는 지금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다.


“어이. 리헤타. 네 실력도 형펀 없으니 그 정도로 하라고. 너는 간단한 자기 소개 후 자리에 들어가서 앉아. 음...마침 오늘 회귀등급 1을 달성한 학생도 있군.”


굳이 그 말은 왜 하는 거야? 리세는 굴릭을 보며 의문이 든다. 꼭 자기 소개에 들어갈 회귀 실패 N회차라는 타이틀에 힘을 주려는 것 같다.


“저는....리세입니다...여러분 보다는 두 단계 높은 등급에서..”

“어이! 잘 안 들린다고! 좀 더 크게 말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리세. 그의 시선이 불안정하다. 대체 무슨 자기 소개를 해야할까? 누구를 위한 자기 소개일까?


“됐어. 너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어서 자리에 가서 앉아.”

“네.”


리세는 맨 첫 번째 줄에서 가장 중앙에 앉는다. 왠지 일부러 자리를 이렇게 해둔 것만 같다. 리세가 자리로 향하는 와중에도 사람들 시선이 뜨겁다.


“그럼 이제 대망의 회귀 등급 1회차를 달성한 자랑스러운 이를 소개해볼까? 우리 학급뿐만 아니라 전 중급생을 통틀어 최초로 달성한 유나. 이 자리로 나와!”


굴릭의 거창한 소개에 다들 영문도 모른 채 박수를 친다. 중급생 통틀어 최초로 달성? 리세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 같다. 그런데 리세 옆에서 소리가 들린다.


“응?”

“잠시만 자리를 조금 비켜줄래?”


리세의 바로 옆에서, 푸른색 긴 머리를 휘날리는 여자 아이가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리세는 의자를 당겨 그녀가 지나갈 틈을 만들어 준다. 저 여자 아이가 유나?


“유나는 초급자의 훈련탑에서 몹들을 정복하던 중 회귀를 1회 달성했다. 오늘이 바로 회귀 후 복귀하는 시점이지. 여기 손등에 표시가 그 증거다.”


굴릭의 소개를 받은 유나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녀는 눈을 감고 오른손을 들어 손등을 보여준다. 바로 저 1회차의 증거.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문양.


저 작은 문장 하나가...내 손등에는 그려질 일이 없다. 리세는 입술을 꽉 깨문다.


“이제 유나는 오늘 탑을 정복하러 갈 게다. 물론 교관인 나도 동석해야 하지만 워낙 유나 학생이 엘리트라서 말이지.”


그래서 혼자 보내시겠다? 리세는 첫 인상도 별로인 굴릭 교관을 쏘아봤다. 얼마 안 가서 리세는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음...그게 좋겠군. 거기 낙제생. 아니지 N수생인가?”


또 다시 들려오는 치욕스러운 웃음 소리. 나는 너희들과 동급생이 아니라고...! 리세는 두 주먹을 꽉 쥐어본다. 그러나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리세는 곧 힘을 풀어버린다.


“중급생과 함께 초급자의 훈련탑을 정복하는 것이 어떤가? 층 수는 끽 해봐야 20층 정도니까 안심해. 유나 학생이 전력을 다 한다면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으하하.”


그래서 너는 20층도 안 되는 탑에 동석하지 않는거냐? 리세는 점점 이를 갈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뱉을 수는 없다. 그가 말한대로 N수생이 맞으니까.


“굴릭 교관님. 제 입장은 왜 안 들어주시는 거죠?”


웃음 소리를 깨는 유나의 날카로운 목소리. 순식간에 사람들은 그녀에게로 시선이 간다.


“제가 왜 저 머저리 같은 사람이랑 같이 탑을 정복해야 하는 건가요? 초급자의 수련탑은 가장 최하위 탑이지만, 탑의 특성상 변이는 존재한다고 들었어요.”


탑의 변이. 즉, 탑의 내용물이 바뀐다고 생각하면 쉽다. 변이가 찾아오는 시점은 불명확하고 언제든 올 수 있기에 대비가 꼭 필요하다.


“물론 변이가 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유나 학생은 이미 회귀를 경험했지 않은가? 그것도 18층에서 말이지. 그럼 기본적인 탑의 공략은 전부 일깨웠다고 보는데?”


굴릭 교관의 말도 설득력이 있다. 회귀를 경험한 이상 탑의 구조, 장치, 몹의 특성은 회귀를 한 사람만이 가장 잘 아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탑은 신이 만든 시련과도 같아요. 그 많은 회귀자 중에서 왜 후배들에게 탑의 공략을 알려주지 못하는지 잘 알고 계시죠?”


유나의 뾰족하게 찌르는 말에 굴릭 교관이 헛기침을 했다. 잘난척 하더니...리세는 기본적인 탑의 특성을 떠올리며 혼자서만 피식 웃었다.


“웃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요 머저리 낙제생 씨!”


으악! 피잉--날카롭고 차가운 무언가가 리세에게 날아온다. 차마 피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온 그것은 리세의 머리를 퍽 하고 치고는 사라졌다.


“...아얏...아파..이게 뭐야?”

“회귀에 성공한 기념으로 선물을 드리는 거에요. 당신은 어쩌면 평생 이루지도 못할 회귀 등급 1의 맛이 어떤가요?”


머리를 만지고 있는 리세를 향해 유나가 웃는다. 저건 거의 마녀의 미소야. 리세는 왠지 유나를 따라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삑-!


그때 리세의 손목 시계가 반응한다. 뭐지? 아픈 눈으로 리세는 시계를 들여다 본다. 어라? 이건 꼭 저 문양이랑 비슷하게 생겼잖아? 리세는 좀 더 자세히 시계를 살핀다.


“..시계에 이런 문양이 왜 뜨는 걸까? 게다가 이 단어는..”

“뭐야?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려? 유나 학생! 한 번 더 날려주게!”


아앗. 아닙니다! 리세가 황급히 소리지른다. 동급생이 된 동생들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굴릭 교관은 그래도 찜찜 했는지 웃고 있는 아이들 중 몇몇을 동참 시킨다.


“자 이렇게 조 완성. 저 낙제생 말고 따라가는 학생은 유나에게 배우도록. 이참에 회귀를 달성하면 좋고. 알지? 회귀 등급 1을 달성하는 순간, 저 낙제생이 그동안 이론으로만 올라갔던 고등생 훈련소로 들어가는 거야.”


굴릭이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옆에 서 있는 유나는 아직도 차가운 냉기만 뿜고 있다. 과연 저런 여자 아이랑 같이 탑에 가도 괜찮은 걸까? 게다가 나는 회귀도 못 했는데..


“물론 저 낙제생은 믿지 않는 편이 좋을거다. 초급자의 훈련탑은 겨우 2층정도만 올라간 게 전부니까. 차라리 자신을 믿던지 아니면 유나 학생을 믿던지.”


끝까지 기분 나쁘게 약올리는 굴릭 교관. 언젠가는 복수를 하고 말테다. 리세는 속으로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낙제생 씨. 어쨌든 같이 가야하니 필요한 질문을 먼저 할게요. 대체 왜...회귀를 하지 못 하는거죠?”


그 사이 유나가 다가와 있었다. 나보다 어린 학생에게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올줄이야. 이게 전부 샬림 선생 때문이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어릴 때 탑에 들어갔다가 다친 기억이 있어. 그때 손등에 이런 흉태가 생긴 이후로는....한 번도 회귀할 수 없었지.”


리세가 손등을 보여준다. 양쪽에 있어야할 문양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설명...대체 몇 번이나 해야 하는 거지? 리세가 한숨을 내쉰다.


“네 의도는 잘 알아. 내가 보탬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뒤에 있으라는 거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못 해. 어쨌든...내 목표가 한 번 정해지면 꼭 이뤄야 하거든.”


리세는 말을 끊고 푸념하듯이 말한다. 이미 이론이라면 반복한 덕분에 공략법은 알고 있다. 다만, 앞으로 나가지 못 할뿐이었다.


“...이상한 사건이군요. 손등에 누군가 일부러 상처를 냈다는 건가요? 누군가..당신을 낙제생으로 만드려고?”


나도 그런 건 모른다고..! 리세는 고개를 젓는다. 뭐 궁금한 게 당연하겠지. 어쨌든 손등이 이런 사람은...이 세계에서 나 뿐이니까.


그런데 유나는 조금 놀란 표정이다. 그녀는 괜히 표정을 숨기고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걸어간다. 지금 바로 출발인가? 리세는 바로 뒤를 따른다


“내가 왜 저런 낙제생이랑 가야 하지? 난 아직 회귀도 못 했는데.”


리세의 뒤에서 짜증 섞인 말이 들린다. 조금 전 나를 놀렸던 그 꼬맹이구나. 리세는 그가 리헤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이 거기 낙제생 양반. 입이 있으면 뭐라도 말해보시던지? 당신 때문에 우리가 모두 위기에 빠질 이유는 없잖아?”


리세가 뒤를 돌아 리헤타를 바라본다. 마치 전투를 원하는 듯한 표정. 리헤타가 가진 얇고 긴 검도 왠지 모르게 위압감을 준다.


“...일단 탑으로 가서 이야기 하도록 하지. 지금 여기서 말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쳇. 침착한 척 하기는. 낙제생 주제에.”


리헤타는 리세를 앞질러 간다. 그의 뒤통수를 보고 있자니 힘이 빠지니 차라리 바닥을 보며 걷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리세다.


“...왠지 모르게 날씨가 불안하군요. 하늘의 은총이 있길.”


유나의 말에 모두가 침묵한다. 탑으로 향하는 길이 오늘따라 어둡다. 유나의 말처럼 탑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바로 이건데..”


걷는 동안 리세는 시계를 들여다본다. 의문의 문양 하나. 그러나 이것은 회귀등급의 문양과는 다르다. 마치 반대로 뒤집은 느낌이다.


“이게 대체 뭘까?”


시계는 여전히 그대로다. 그래서 리세는 손을 내렸다. 그 바람에 리세는 문양 밑으로 보이기 시작한 글자를 탑의 입구까지 보지 못 했다.


[고착 보너스: 모든 적의 공격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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