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킬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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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봉
작품등록일 :
2024.09.22 00:34
최근연재일 :
2024.09.2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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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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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더 찐하고, 농밀하고, 탐욕스러운....


".....신입이라 칭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네요. 누군지는 다들 아시죠?"

"""네!"""

"소개는 이따가 들읍시다. 우리 모임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일단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 괜찮으시죠?"

"..."

"역시."


남자의 침묵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인 주최자가 밝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럼 돌아가면서 하나씩 마음에 품고 있던 주제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부터."


그리고, 시작됐다.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2주 전부터 시작한 취미인데 저희 일이랑 꽤 궁합이 잘맞더라고요. 무엇보다 밤에 잠이 잘 와요."


의자에 앉은 이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주최자.

분위기는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았다.

마치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 치료 모임과 같은 분위기.


"제가 원래 일할 때, 저도 모르게 의뢰대상한테 분노를 푸는 일이 좀 있었거든요? 요가를 한 다음부터는 그 충동을 조금 더 조절할 수 있게 됐어요. 일례로, 저번 화요일에는 피트니스 센터 사장이 의뢰대상이었는데-"


공감과 경청.

진지하게 들어주는 이들이 있으니 말할 맛이 났는지 주최자가 속시원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렇게, 더 열심히 일해보자는 결심도 낼 수 있고요. 이것이 바로 일과 휴식의 선순환 아닐까요?"


짝짝짝!


박수와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이번엔 옆에 있던 노인이 고갤 끄덕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는, 이번 한 달 동안 선인장을 한번 길러보았지요. 이름도 지었어요. 해피라고, 보통은 강아지나 고양이한테 붙이는 이름인데 저는 이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왜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지 알겠어요. 일 끝나고 들어오면 생기는 찝찝한 기분이-"


다시 경청하는 이들.


킬러들의 모임은 이렇게 계속 됐다.


차례로, 차례로.


누군가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경청하고, 다음 사람이 이야기하고, 또 경청하고.

주제도 다양했다.

재미를 붙인 취미 이야기, 인상 깊게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 혹은 한 달간 겪은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 등, 등, 등.

꽤 평범해 보이는 얘기들이 한 바퀴를 돌자.


"- 그렇게, 요새는 시체를 본 다음에도 기분이 쉽게 우울해지지 않더라구요. 다들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짝짝짝!


이야기를 끝낸 마지막 킬러에게 빙긋 웃어보인 주최자가, 다시 모두를 둘러보고는 감상을 정리한다.


"참, 너무 좋지 않아요? 우리 같은 직종이 이렇게 속 애기를 할 수 있는 데가 없잖아요. 정신과 의사한테 가서 사람 죽이느라 멘탈이 많이 안 좋다, 이렇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하하하.""""


모두의 웃음이 그칠 때쯤.

방금보다 진지한 표정을 한 주최자의 입에서.


"자, 한바퀴 더 돌까요? 이번에도 저부터 할게요."


비로소, 이 모임의 본격적인 목적이 튀어나왔다.


"금영 기획. 그 씹새끼들이 이번엔 이 제주도에 지부를 낸답니다."


* * *


한국엔 몇 개의 기업형 킬러 조직이 있다.

살인 청부를 사업으로 만들어 돈을 버는 이들. 의뢰인 연결, 의뢰대상, 의뢰정보 제공까지, 이 모든 걸 연결된 시스템으로 구축한 이들을, 업계에서는 회사라 칭한다.


<금영 기획>


이 회사 역시 그렇다.


...아니, 정정한다.


금영 기획은, 이 업계에선 벌써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살인청부 대기업 중 하나다.


한번 지부를 내면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청부 회사의 밥줄을 끊어먹을 수 있는.


"그 미친 새끼들이 돈독이 올랐나. 서울에 벌써 아홉개나 지부를 갖고 있는 애들이 왜 여기까지 온다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서울만 해도 몇백만명 살지 않아요? 대체 어디까지 해먹겠다는 거야."


여긴 제주도.

여기 모인 건 전부 제주도의 구멍 가게 킬러들.


"솔직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상도덕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주최자는 물론, 둘러앉은 다른 이들이 열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단 것이다.


"거기 상도덕 없어진지 오래됐죠. 소문엔 같은 업계인도 죽인다던데."

"아주 다 헤쳐먹는구만."


이때부턴 순서 상관없이 난무한다.


"아닌 게 아니라, 독점 구조로 만들려고 한답니다."

"나도 들었어. 금영 거치지 않는 킬러는 연쇄살인범으로 둔갑시킬거라며? 검경에 업계 정보까지 넘기면서."

"연쇄살인마 맞지 않나? 낄낄-"

"혐오성 발언 자제 부탁해요."

"미안혀~"

"하여간, 심각합니다. 저번에 부산 영도 쪽 애들 어떻게 됐는지 들었어요?"

"영도면...PMC 출신 걔들요?"

"독살이랍니다, 독살."

"망할, 다른 대기업들은 견제 안한답니까? PPP는 뭘한대요? 경쟁사 관리 안 하나?"

"걔들은 요새 해외 시장 쪽으로 완전히 갔더만."

"아니. 것보다 제가 듣기로 PPP 애들은 요즘-"


대한민국의 청부살인 업계를 먹으려는 야욕을 가진 진영그룹에 대한 정보가 난무하기 시작한다.

뒷담화와 정보 교환, 그리고 각자가 가진 상처.

이것들을 끈끈하게 나누며 연대의식을 나누기 위해, 이 월례 모임은 유지된다.


연대의식은 왜?


"-하여간, 이번엔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금영의 제주도 진출은 힘을 모아 막아야 하니까.


"맞습니다."

"남의 동네 무서운 줄 알게 해줘야죠."

"제대로 힘을 합쳐 봅시다."

"그래요!"

"지들은 배때지에 칼 안 들어간답니까?"

"수 틀리면 다 죽여버립시다!"

"사람 한두번 죽여봅니까?"


뜨겁게 일어나 씩씩거리는 제주도의 킬러들.


어제까진 이것도 의미없는 한탄이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딱 이 말처럼 이 바닥에서 금영 기획에 반기를 드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말도 안 되는 사람이, 이 모임에 함께 하기로 했으니까.


"저...이제,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뜨겁게 웃음을 지은 주최자가 아까부터 침묵으로 일관하는 남자를 향해 말을 건넸다.


"백삼 선생님."


업계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다는, 대한민국 제일의 킬러를 향해.


* * *


<백삼>


이게 이름인지 별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도 모르고, 나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딱 하나 있다.


'백삼이 한국 최고다.'


현재 금영 기획 정도 되는 거대 킬러 조직의 수장을 죽이는데 성공한 킬러는, 백삼이 유일무이하다.


[ 신원 미상의 남자에게 피습 당한 국회의원 조XX씨가 오늘 오후 8시 31분, 결국-]


킬러 중의 킬러, 괴물 중의 괴물.

암살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살인청부업계의 전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걸 무기로 다룰 줄 알고, 스치는 것만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다는 암살 그 자체. 그런 그가 이 자리에 있다.


"......."


아직도 입을 열지 않는 이.

자리에서 일어난 나머지 킬러들이, 잠시 서로를 쳐다보더니 남자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한다.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 다면, 싸인 한번만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 자리에 오신 것,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때.


남자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움찔 긴장한 킬러들의 귀에 들리는 기이한 웃음소리.


"흐."


여태 가만히 있던 남자에게서 웃음이 터진 것이다.


"흐흐흐흐흐."


어이없다는 듯 흘러나온 한국 최고 킬러의 웃음에, 문득 킬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죄송합니다! 저희 얘기가 너무 길었지요!"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살려주세요!"

"저는 아닙니다! 저는 아니에요!"

"한번만 자비를 베풀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다들 혼비백산하며 호들갑을 떠는 와중에, 누군가의 몇몇 이들이 호들갑을 떠는 와중에, 누군가의 품에서.


철그럭.


날이 제대로 선 사시미 하나가 떨어진다.

그걸 보자마자.


"흐!"


우스워죽겠다는 듯,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웃어제끼는 남자.


"흐, 흐흐! 흐흐흐흐히히히히히히히!"

"미친 새끼야, 백삼 선생님 앞에서 그런 흉한 걸 떨구면 어떻게 해! 빨리 주워!"

"죄, 죄송합니다! 제 손가락이라도 자를 테니 자비를!"


그가 실성한 듯한 웃는 이윤 딱 하나였다.

비현실적인 공포가 그의 몸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씨발.'


사실.


'...말할 타이밍 놓쳤다.'


그는 백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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