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울 무리의 추악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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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얏호우
작품등록일 :
2024.09.22 19:05
최근연재일 :
2024.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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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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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MMY

“쓸모없는 새끼가!!!”


몽둥이가 날아와 머리를 내리쳤다. 예쁜이가 마시게 해준 포션으로 아물어 가던 상처가 다시 찢어졌다. 넘어진 내게 유일한 혈육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매 타격이 몸을 때릴 때마다 단원들이 뭐라 하려다가도 단장의 매서운 눈길에 물러났다.


“내가! 뭐라고 했어! 바로바로! 일어나라고! 했잖냐! 그런데! 그게! 그렇게! 힘드냐!”


난 입을 다물고 머리를 막았다. 통증을 느끼지 못해도 죽는다는 것이 어떤 건 알았다. 날 낳아준 사람이 단장의 몽둥이질에 죽는 걸 봤으니까.


“다, 단장님. 지금 이럴 때가 아닌 거 아시잖습니까. 일단 빨리 챙겨서 달아나죠.”


보다 못한 차력사가 끼어들었다. 그의 말처럼 우린 문제에 휘말렸다. 작센 남작이 닉슨 마을의 지도자인 오르톤 남작에게 서커스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건 결코 좋은 의도로 꺼낸 것이 아니었다.


“헉, 헉, 헉. 당장 마차에 전부 실어. 준비되는 대로 떠난다.”


“예, 예. 단장님.”


차력사가 날 일으키려 하자 단장이 몽둥이로 차력사를 밀어냈다.


“다, 단장님?”


“이건 내가 챙길 테니까 가서 짐이나 실어.”


단장의 명령에 차력사는 고개를 까딱이며 짐을 나르기 위해 뛰었다. 아비는 날 내려다보더니 멱살을 잡아 억지로 일으켰다.


“어이.”


난 고개를 들어 혈육을 바라봤다.


“난 네 아비다. 그럼 넌 뭘 해야 하지?”


“아비를 위해 살아가.”


“그래. 그렇게 하면 내가 뭘 해주지?”


“밥과 잘 곳을 주고 칭찬해 줘.”


몇 번이고 들었던 문장을 답하자 아비가 웃었다. 나 또한 미소 지으며 그를 안기 위해 다가가자 몽둥이가 내 몸을 후려쳤다.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했다.


“그래, 좋아. 따라와라.”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그를 따라갔다. 아비는 서커스단의 식량이 담긴 상자를 열었다. 그러고는 내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것들을 꺼내줬다. 차갑게 식은 스테이크와 파리가 날아드는 감자샐러드, 그리고 눅눅한 소시지였다.


“이건?”


“먹어라. 네 거다.”


“고마워! 아비!”


“아비가 아니고 아버지라고 했지!”


몽둥이가 내 머리를 때렸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아비에게 칭찬받은 건 오랜만이었고 씹을 수 있는 걸 받은 건 더 오랜만이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고기를 씹는 사이 아비는 내 등을 두드리며 무언가를 입혀줬다.


“아비?”


“마차에 타면 추울 거다. 입고 있어라.”


춥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난 아비가 내게 무언가를 줬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식사를 이어갔다.


“단장님!”


“준비됐냐?”


“예, 서둘러야 할 거 같습니다.”


투척수의 말에 단장은 날 안아 올려 마부석에 태웠다. 그러고는 내 옆에 앉아 고삐를 쥐었다.


“바로 달린다! 따라와! 이럇!”


아비가 능숙하게 채찍을 휘두르자 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 대의 짐마차가 우릴 따라왔다. 항상 마차의 짐칸에 실려 밖을 보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기에 난 주변을 살피기에 바빴다. 어두운 하늘에 떠오른 별들은 아름다웠고 어미의 눈을 방불케 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난 땅에 떨어진 별들을 가리켰다.


“아비! 저거! 저거!”


마차 뒤에도 별이 보이자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늘의 것과는 다른, 붉은색의 별들이었다. 그리고 그 별들은 위아래로 흔들렸고 이따금 무서운 개들의 울음도 들렸다.


“칫, 어이.”


“아비?”


옆으로 조금 비켜 앉은 아비가 날 바라봤다.


“넌 아비를 위해 뭘 한다고 했지?”


“아비를 위해 살아.”


그러자 혈육이 날 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건 살면서 처음 본, 섬뜩한 미소였다.


“그래. 날 위해 사는 거다.”


그와 동시에 충격이 느껴졌다. 마차에서 떨어지자 난 바닥을 굴렀고 뒤따르던 마차들이 날 피하려 급히 방향을 틀었다.


“어어! 야! 야!”


“꺄아악!”


짐마차에서 차력사의 외침과 예쁜이의 비명이 들렸지만 난 그들이 멀리 떨어지고 난 뒤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


“어어... 아비?”


날 태우고 가던 마차는 계속 달렸다. 단원들이 탄 마차고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뒤에서 달려오는 붉은 별들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난 아비를 쫓으려 달렸다.


“아비, 아비, 아비-”


그 순간 무언가 내 뒤를 덮쳤다. 등에 느껴지는 둔탁한 충격과 함께 바닥에 엎어졌다. 그런 날 네발 달린 포식자가 물어뜯기 시작했다.


“크르르악! 으르악!”


내 팔을 물고 늘어진 사냥개가 고개를 흔들자 아비에게 받은 외투가 찢어졌다. 그러자 주머니에 가득 차 있던 고기가 떨어져 사냥개의 주의를 끌었다. 팔에서 살점이 뜯어지고 피가 흘렀다.


“아비, 아비...”


난 사냥개를 뒤로 한 채 마차가 향한 방향으로 달렸다. 숲에 들어서자 내 뒤로 사냥개의 짖음과 붉은 별들이 가까워졌다.


“개한테 잡히면, 더 이상 아비를 볼 수 없어.”


중얼거리며 달리기를 계속했다. 무언가가 다리를 쏘고 어깻죽지를 물었다. 이리저리 튀어나온 나뭇가지가 얼굴을 긋고 옷을 찢었다. 하지만 난 멈출 수 없었다.


“아비, 어딨어. 아비.”


난 소리칠 수도 없었다. 소리치는 날은 아비의 몽둥이가 더 거셌으니까.


컹컹컹-!


“아비.”


어두운 숲을 달리던 도중 노란 별을 찾았다. 흔들리는 노란 별은 붉은 별과는 달랐고 아비의 마차에 달린 것과 똑같았다. 미소 지은 난 곧바로 시냇물을 건넜다. 그러나 또다시 사냥개가 돌진해 와 날 덮쳤다.


“크아아악! 크르악!”


독기 오른 짐승의 아가리가 퉁퉁 부은 다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럴수록 노란 별은 점점 멀어졌고 붉은 별은 가까워졌다.


“안돼. 아비.”


반사적으로 시냇물 바닥의 돌을 주웠다. 날카로운 돌이 들리자 망설임 없이 이를 휘둘렀다.


깨갱-!


눈 하나가 터진 사냥개가 낑낑거리며 물러났다. 그러자 붉은 별들이 소리쳤다.


“저쪽이다! 잡아!”


“반드시 생포해라!”


아비를 쫓는 이들은 나쁜 사람들이다. 자식은 아비를 위해 살아야 한다. 그제야 난 아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비는 내가 나쁜 사람들을 잡기를 바라는구나.”


아비의 뜻을 이해하자 돌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쁜 사람들을 죽이면 아비가 날 데리러 올 거다. 그게 분명했다.


“저기다!”


말에 탄 나쁜 사람이 곧장 달려왔다. 그의 손에 들린 횃불이 일렁였다. 내가 그에게 달려들기도 전에 눈 깜짝할 사이 나쁜 사람이 가까워졌다. 그리고는 손에 들린 붉은 별을 휘둘렀다.


빡-!


“크윽!”


횃불이 내 오른쪽 얼굴을 때렸다. 하지만 나도 손을 뻗어 돌을 내던졌다. 이에 얻어맞은 나쁜 사람이 말에서 떨어져 나뒹굴었다. 난 새로운 돌을 주워 그에게 걸어갔다.


“이 새끼가!”


그사이 달려 온 더 많은 나쁜 사람들이 날 넘어뜨렸다. 그러자 돌에 맞은 사람이 다가왔고 온몸에 충격이 느껴졌다. 아비의 것보다는 약했지만 난 몸을 움츠렸다.


“새끼가! 뒤지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그만! 그만 때려! 죽이면 안 돼! 남은 패거리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야 한다!”


머리를 감싼 채 누운 난 어두운 숲속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무언가가 있었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숲을 바라보는 것처럼.


“밧줄 가져와라. 사냥개들 다시 묶고.”


쀳-!


나쁜 사람 하나가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날 물었던 사냥개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가냘프게 울부짖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이곳, 트란실바니아의 영토는 아니겠지?”


불안하게 묻는 이에게 다른 이가 답했다.


“넘어왔을지도.”


“제기랄! 당장 올라타! 시간이 없다!”


“이 새끼는?”


“묶을 시간도 없어! 그냥 태-”


그 순간 무언가 땅에서 튀어나왔다. 창백한 피부의 팔이 나쁜 사람을 넘어뜨렸다.


“구울이다!”


나쁜 사람들이 일제히 검을 꺼냈다. 하지만 난 볼 수 있었다. 나무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수백 개의 눈동자들을. 그들은 쥐를 잡는 고양이처럼 나쁜 사람들을 덮쳤다. 그러고는 뾰족한 손톱과 이빨로 나쁜 사람들을 찢었다.


“크룩? 크루룩?”


창백한 면상을 내게 들이민 괴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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