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울 무리의 추악한 남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새글

끼얏호우
작품등록일 :
2024.09.22 19:05
최근연재일 :
2024.09.24 06:00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1
추천수 :
0
글자수 :
9,553

작성
24.09.22 19:06
조회
7
추천
0
글자
6쪽

1

DUMMY

음침하고 서늘한 지하. 썩어가는 고기의 악취가 뭉개진 코를 뚫었고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손에 묻어 축축했다. 주변에서는 허리 굽은 생명체들이 몰려들어 입맛을 다시거나 들고 있는 고기 찌꺼기를 우물거렸다. 이들은 버림받아 엉망이 된 날 이곳으로 끌고 왔다. 일찍이 철이 든 난 죽음이 목전에 다다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쿵, 쿵, 쿵


육중한 발걸음이 들려오자 내게 손을 뻗던 존재들이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허둥지둥 물러나 경배하듯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거대했다. 항상 거대하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지던 ‘아비’라는 존재보다도. 먹을 것을 훔치기 위해 숨어든 날 구타하던 경비원보다도. 심지어 서커스의 구경거리인 나를 보기 위해 몰려든 마차들보다도.


쿵, 쿵, 쿵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거대한 존재를 인지했다. 코와 마찬가지로 뭉개져 하나밖에 뜰 수 없었지만 열 살밖에 되지 않은 나도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왕관처럼 솟은 일곱 개의 뿔, 누런 눈동자, 악취가 뿜어져 나오는 입술 없는 아가리. 그리고 그 안을 가득 메운 단검 같은 이빨까지.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추악한 것’이라 불리며 경멸받던 나보다 끔찍한 존재였다.


“스하아...”


괴물이 입김을 내뱉자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뒤졌던 오물더미 냄새가 풍겨왔다. 익숙했다고 생각했지만 쇠약해진 몸은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욱, 우웩-”


구역질하며 피 섞인 토사물을 쏟아내자 괴물이 움찔했다. 두꺼운 근육질 팔을 뻗은 괴물이 조심스레 날 옆으로 눕혔다. 손가락 끝에 달린 날카로운 손톱들이 실수로 날 찌르자 피가 흘렀다. 그러자 괴물보다 작은 피조물들이 킁킁거리며 침을 질질 흘려댔다. 하지만 거대한 괴수 앞에서 자제심을 발휘한 듯 달려들지는 않았다.


“윽, 욱-”


옆으로 누워져 작은 고깃덩어리와 토사물을 뱉어냈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전부터 통증이라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몸이었으니까. 그게 내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아비를 비롯한 서커스 단원들은 그런 날 패며 기뻐했으니까. 그리고 구경거리로서 난 아비에게 돈을 벌어다 줄 수 있었으니까.


“쿠르륵, 쿠륵.”


괴물은 고개를 돌려 피조물들에게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식인종들이 깊이 고개를 숙이고는 어디론가 달려갔다. 옆으로 눕혀진 난 괴물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작은 식인종들과 마찬가지로 허리를 굽혔지만 헐벗지는 않았다. 그보다 거대한 짐승의 가죽을 덮었고 등에는 붉은 망토가 질질 끌렸다. 팔에는 귀족들이나 차고 다니는 은제 벨트들이 짤랑거렸다.


“끅, 우웨엑!”


“쿠와아아악!!!!!”


내가 다시 핏덩이를 토해내자 괴물이 우렁차게 포효했다. 겁먹은 작은 괴물들이 몸을 굽혔다. 그 꼴이 예전에 나와 부딪쳐 호통치는 귀족과 쩔쩔매던 아비의 모습 같았다. 차이점이라면 괴물은 작은 존재들을 때리지 않았고 내 아비는 날 두드려 패 사지를 부러뜨렸다는 것이었다.


“끼엑! 끼에엑!!!”


자리를 비웠던 것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황금빛 그릇이 들려 있었다. 어쩌면 그릇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본 것 중 가장 비슷했던 건 내 유일한 밥그릇이었다.


사악-


그릇을 괴물이 받아 들었다. 괴물의 손에서는 거의 작은 컵처럼 보였다. 괴물은 긴 손톱으로 손을 긁어냈고 붉은 선이 그어졌다. 곧 괴물의 팔뚝을 따라 검붉은 핏방울이 떨어졌다. 흘러나오던 피는 곧 세차게 쏟아져 잔을 채운 후로도 넘쳐흘렀다. 이를 본 식인종들의 눈이 번뜩였다.


“쿠악! 쿠르악!!!”


잔을 든 괴물은 내게 다가오며 뭐라 소리쳤다. 그러자 식인종들이 앞다퉈 달려가 흙을 적신 피를 들이켰다. 이들은 긴 혀를 뻗어 땅을 핥고 축축한 흙을 쥐어짜 입에 넣었다. 그런 존재들을 무시하며 괴물이 날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긴 손톱을 조심스레 움직여 날 똑바로 눕혔다.


“추악하고, 가여운, 영혼,이구나.”


내 고장의 언어로 괴물이 띄엄띄엄 말했다. 잔뜩 쉰 것 같은 목소리는 그나마 날 잘 대해줬던 영감의 것과도 비슷했다. 괴물은 검붉은 체액이 담긴 잔을 들이밀었다. 저항하고 싶어도 부러진 두 팔은 움직이지 않았고 저항할 생각도 없었다. 누런 두 손톱이 내 양 볼을 가볍게 눌렀다. 그리고 벌려진 입으로 붉은 피가 쏟아졌다.


“오늘부터, 넌 내, 일족이다.”


식도를 타고 흐르는 피가 들어가자 몸이 경련했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몸이었건만 처음으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뼈가 부러지고 피부가 찢어져도 느낄 수 없었던 감각에 무서워졌다.


“두려워, 마라, 얘야.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니.”


괴물의 창백한 피부가 날 감쌌다. 떠는 내 몸을 털가죽으로 덮고 끌어안은 채 자리에 앉았다.


“눈을 뜨면, 여기, 있는 이들이, 네 가족이, 될 거니.”


올려다본 괴물의 눈동자가 빛났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서는 살면서 보지 못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은, 눈을, 붙여라.”


피를 두고 싸우는 식인종들의 비명, 코를 찌르는 악취, 축축한 공기. 난 서커스단에 있을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며 눈을 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구울 무리의 추악한 남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 3 NEW 4시간 전 1 0 8쪽
2 2 NEW 22시간 전 3 0 8쪽
» 1 24.09.22 8 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