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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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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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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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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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구석 무사 - 제13화. 검은 그림자

DUMMY

- 제13화. 검은 그림자 -




‘신기(神器)’라는 것은 언제부턴가 이 세계에 존재해온 무기다. 어디서부터 생겨난 것인지, 누가 만든 것인지, 주인이 누구였는지는 모두 불명이며, 형태는 제각각이라 아직 정확한 개수도 알 수 없다. 그것이 신기인지 아닌지는 다룰 수 있는 자가 직접 다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신기에 담긴 기운을 제대로 이끌어내는 사람도 매우 드물기 때문에 개중에는 그저 견고함만이 특성이라 알려진 신기도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신기를 가진 자는 10명이 안 된다고 추정적으로 알려져 있으되, 가지고 있으면서 알지 못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 기운에 관한 토막 상식.



무사 학교 교장실.

“숨길 것도 아니니 말씀드리지요.”

“호오? 나름대로 정보를 알아보려 했던 것들이 허무해지는군요.”

토대인 합마가 소파 등받이에 푹신하게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팔짱을 끼면서 목 근육을 한 번 풀어주고는 말했다.

“호위 무사가 없으니 보내준 것이고, 발타자르 공의 속내는 모르오.”

“장난하는 겁니까?”

“사실입니다. 좌천 이후로 경동도 도청 근처에서 딱 한 번 봤으니까요.”

“그 말을 믿으라는 거요?”

“함부로 거짓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발타자르 공께서 강만호를 비서로 앉힌 것은 사실이고, 제가 유능한 인재를 보낸 것도 사실이지만 그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요.”

할 말이 끊어진 브라이언이 잠깐 토대인 합마를 정면으로 쳐다보다가 코웃음을 치며 토대인과 똑같은 자세로 소파에 기댔다.

“토대인 공께서 모르시면 저도 제 나름대로 직접 확인을 해야겠군요?”

“직접?”

“아시겠습니까? 발타자르 모르디, 그놈이 황도로 돌아오는 순간 피바람이 불 거요. 토대인 공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니, 최태선 공 혹은 발타자르 놈 둘 중 한 쪽은 죽겠지.”

브라이언이 발타자르를 낮춰 부르는 모습을 본 토대인 합마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고, 그 즉시 그의 옆에 서 있던 백영단이 자신의 긴 칼을 뽑아 브라이언을 겨누었다.

“감히 귀족도 아닌 놈이 내게 칼을 들이대?”

“거두시지요.”

그때 브라이언이 앉은 소파 뒤쪽에서 불쑥 카리야 아기토가 튀어나와서 자신의 칼로 백영단의 칼을 옆으로 밀었다.

‘나름 용기 있는 무사로군.’

‘휘두를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토대인이 카리야를 올려다보며 미간의 주름을 풀었다. 하지만 카리야는 이미 긴장감이 극도로 올라간 상태였다. 자신과, 토대인 합마의 바로 옆을 지키는 백영단과의 실력 차이를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토대인은 그것을 다 꿰뚫어보고는 손짓으로 두 사람 모두 칼을 거두게 했다.

“브라이언 공.”

“말씀하시지요.”

“저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적 제거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히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지금 계획 중인 일이 제 기준에서 정적 제거를 벗어난다면, 이후는 책임 못 집니다.”

“명심하지요. 에스던 도영에 관한 물음은 그럼 여기서 접도록 하겠습니다.”

“좋으실 대로.”

브라이언의 옆에 있던 카리야 아기토가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갔다.

“토대인 공께서 발타자르 놈과 친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으나, 분명 그 힘을 예의주시해야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

“제 나름대로, 그 힘이 커지지 않도록 해보지요.”


무사 학교 앞. 카리야 아기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브라이언이 혼자 교문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 옆으로 목과 허리가 굽어보이는, 커다란 갈색 천옷을 뒤집어 쓴 남자가 다가왔다. 그 사람에게 브라이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름대로 자극했는데,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나?”

“아닙니다. 이 정도까지만 자극해두면 알아서 움직일 겁니다. 우리 쪽에서는 증거만 남기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요. 스스로 조사했는데 증거가 없다면 의혹을 제기하기도 힘들 테니까요.”

“그런가…… 로베르토. 백영단의 위치를 모두 조사해라. 가능한 녀석들만이라도 찾아.”

“알겠습니다.”




천동시.

“백영단이세요?”

도영이 생선가게에서 여관 아저씨에게 저녁 반찬으로 꽁치 구이를 부탁하려고 생선 가게에 들러서 대뜸 말했다. 호사비는 꽁치 세 마리를 끈으로 묶어서 도영에게 건네다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그게?”

“예?”

“백영단? 뭐 알약 이름이야?”

“아니…… 아닌데요.”

“난 생선 전문가지, 약사가 아니야.”

“죄송해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지만 그야말로 퇴짜를 맞고 말았다. 도영 나름대로 궁금해서 바로 물어본 것이었지만 당연히 그 사람이 직접 자신이 백영단이라고 밝힐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앞으로 좀 더 길게 지켜볼 생각이었다.

밤이 되어 도영이 여관방에서 누워 쉬다가 문득 창밖에 뜬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사실 흑검사 조사대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되는 것인지가 언제나 의문이었다. 백영단이 발타자르와 강만호를 지켜준다면 자신이 없어도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고, 지금은 자신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더 다지는 것이 두루두루 좋을 듯했다.

‘보름달이니까…….’

결국은 자신의 칼을 들고 방을 나섰다. 여관 정문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발끝으로 조용히 걸어 나왔다. 그렇게 다시 시청 뒤뜰로 가는 중에, 어쩐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검은 그림자가 시청을 지나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보였다. 문득 멍해진 정신을 차리고 그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본 적이 있는데…… 그 카리야 아기토가 다시 온 건가? 아니, 그 사람과는 달라.’

달은 밝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새까만 그림자. 도영이 그가 향한 방향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건물 몇 개를 지나서 조용히 앞쪽을 달빛에 의지하여 살피니, 저 앞쪽에 역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달빛 아래인데도 새까맣다……. 뭐?’

조금 더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환한 보름달 아래에서도 검게만 보이는 그림자. 그렇다고 이전에 만난 카리야 아기토는 아니었다. 옷차림이 새까맣다는 것인가? 그림자를 볼 때 칼을 소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칼마저 검게 보였다.

‘그렇다는 건…… 설마? 윽!’

그렇게 뒤따르던 중, 갑자기 그 검은 그림자가 멈추었다. 도영도 따라 멈추었다. 그 검은 그림자는 잠시 동안 가만히 서서 미동도 보이지 않더니 천천히 뒤돌기 시작했다. 도영이 얼른 옆에 있는 건물들의 사이로 들어가 숨을 죽였다.

‘뭔지 모르겠지만……!’

서서히 가까워지는 듯했다. 이상하게도, 아까 전까지는 들리지 않았던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뚜벅.

“……?”

그렇게 점점 커지던 발소리가 갑자기 뚝 멎었다. 멈춘 것인가?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도영이 숨어있는 골목 앞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발소리를 죽이고 간 건가?’

도영이 조심스럽게 골목 밖으로 머리를 살짝 내밀어 주변을 살폈다.

‘없어…….’

무슨 일이었을까? 어떻게 된 조화일까? 인기척이라곤 전혀 없었다. 달빛만이 남은 깊은 밤이긴 했지만 정말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조용한 거리였다.

“뭐였지?”

길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여전히 아무 것도 없었다.

“…….”

보름달을 확인하고는 골목의 양쪽 건물들 사이에서 펄쩍 뛰어 양쪽의 건물 외벽을 한 번씩 박차고 건물 위에 올라섰다.

쉬익! 푸학!

“으윽!”

올라선 순간, 뒤쪽에는 그 어떤 발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영의 목덜미에 엄청난 충격이 들어오더니 눈앞이 흐릿해졌다.

‘지금 이럴 리가…… 한 방에…….’

구체적인 생각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의식이 흐려지면서 다리가 풀렸고, 무언가가 뒤로 잡아당긴 듯 뒤로 쓰러져 그대로 건물 아래로 떨어졌다. 의식을 완전히 잃기 직전, 그 찰나의 시간에, 도영의 눈에 그 사람의 모습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아…….’




“이봐.”

새까만 시야. 아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드나?”

점점 또렷해지는 시야. 아득해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다가 점차 그의 앞에 보이는 천장과 사람의 얼굴이 확실히 보였다.

“시…… 시장실…… 인가요?”

“그래.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구나.”

발타자르 모르디가 접객용 소파에 누워있는 도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정신차린 것을 확인하고는 맞은편의 소파에 앉았다. 문득 도영이 시장실 창을 바라보았다. 해는 이미 떠 있었고, 시간은 이미 오전 10시였다. 정신이 혼란스러운 듯 창밖과 시계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문득 발타자르를 향해 돌아보았다.

“주민 신고로 데리고 온 거야. 골목길에 누워있었다더구나.”

“…….”

“어떻게 된 거지? 말해봐. 네가 어젯밤에 그렇게 맥없이 쓰러졌을 리가 없다.”

“천동시에 별 일 없나요? 으음…… 만호 형은요?”

그러고보니 항상 발타자르의 옆을 지키는 강만호가 없었다. 발타자르가 대강 도영이 하려는 말이 뭔지 알아차렸는지 손짓으로 도영을 일어나게 하고는 시장실의 문을 열었다.

“확인하러 가자.”

“네……?”

그렇게 발타자르가 앞장서서 간 곳은 시청에서 9구역 떨어진 가정집이었다. 이미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고, 시 경비병 6명이 시민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강만호가 서 있다가 경비병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발타자르와 도영에게 다가왔다.

“음, 깨어났네.”

“네. 어떻게 된 거에요?”

“살인사건이다.”

“……! 제가 좀 확인해볼게요.”

“건드리진 말고.”

“네.”

도영이 강만호를 지나쳐 얼른 주택의 현관에 섰다. 통째로 이음새가 잘려나가 엎어진 문. 그곳으로 뛰어나오던 집 주인 아저씨를 정면에서 베어 엎어지게 만들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난장판도 아니었고, 다른 집기들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강만호 주도 하에 경비병 세 명이 하얀 분필로 아주머니 시신의 둘레를 그려둔 상태였고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6살 정도 되었을 법한 아이의 시신이 있었던 곳에 분필이 칠해져 있었다.

가족이 몰살당한 상황. 피가 뿌려진 바닥을 도영이 천천히 보다가, 마침내 시신으로 다가가 살펴보았다.

“뭔가 보이나?”

뒤쪽에서 발타자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말대로, 도영은 이미 이 현장의 답을 찾아냈다.

“네. 확신했습니다.”

“범인을 확신했다고?”

도영이 천천히 일어서서 발타자르와 강만호를 돌아보았다.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현장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이미 확신을 굳힌 상태였다.

“흑검사입니다.”

“…… 확신의 근거는?”

“제 기억 속과 똑같아요.”

도영이 시신들을 돌아보았다.

“기억이라니?”

“그 흑검사는…… 제 눈앞에서 부모님을 살해했습니다.”

“눈앞에서라고?”




작가의말

촌구석 무사 부는 이것으로 종료합니다. 나름대로 연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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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촌구석 무사 - 제10화. 맛보기 +1 13.02.01 860 13 14쪽
10 촌구석 무사 - 제9화. 조사 13.01.25 93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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