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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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최근연재일 :
2014.12.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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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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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 - 제19화. 비렁뱅이와 거지

DUMMY

- 제19화. 비렁뱅이와 거지. -



세상에는 기형적으로 고유 기운이 매우 강한 사람도 존재한다. 물론 이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만 이 기운을 다루는 법을 터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법이며, 기운이 클수록 다루는 것도 어려워진다.


- 기운에 관한 토막 상식.




꽈아앙! 강력한 낙뢰가 마른 장착을 쪼개버리는 소리를 내어 주변의 귀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 번개와 함께 주변을 뒤덮은 섬광은 아주 순간적이었지만 동시에 강력하여, 도영의 모습이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도영의 움직임은 그대로 멈추어 있었고, 벼락은 도영의 머리 위에서 멈추어버렸다. 또한 그들의 사이에 투명한 벽이 생긴 것처럼 이질적인 장벽이 펼쳐졌다.

‘선생님?’

“거기까지. 모두 잘 싸워주었다. 40명이 결정됐다.”

계속해서 싸우려는 사람들의 사이에 생성된 철벽과도 같은 장막. 그 넓은 대전장에서도 시전자인 고현충이 원하는 곳에 촘촘히 세운 장벽은 그야말로 강건하고, 냉정하면서도 섬세한 기운의 발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무사들 중 고현충의 장벽을 부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영은 타격을 어느 정도 각오하고 파고들었지만 벼락이 머리 위에서 장벽에 막혀 스파크를 튀기는 모습을 올려다보며 칼을 거두었다. 후드를 쓴 사람 역시 손을 거두었고, 두 사람이 서로를 계속 쳐다보았다.

“지금 멀쩡한 사람 40명은 이 앞으로 모여 2차 예선 등록을 한다.”

고현충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무겁게 깔리며 장막이 일시에 사라졌다. 그리고 도영을 제외한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후드를 쓴 사람이 먼저 도영의 시선을 무시하고 돌아서서 본선 등록을 위해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굉장한 놈…….”

“엘렌 본 밀리언.”

“이 아니라 굉장한 여자군…….”

배쉬 히스로드가 자신의 대검을 비스듬하게 등에 장착하며 말을 바꾸었다. 접수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후드 쓴 사람의 목소리가 분명히 여성의 목소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도영 역시 칼집을 꽉 쥔 채로 그곳으로 갔다. 후드의 여성이 천천히 비켜주고는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도영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에스던 도영입니다.”

“네, 내일도 대전장으로 같은 시간에 오시면 됩니다.”




황궁 내 인사부장실.

고급스런 붉은 커튼을 손으로 걷으며 나름 선선한 기운을 품은 바깥바람을 집무실 내로 들어오도록 했다.

“날씨 좋군.”

“지금 막 1차 예선이 끝났습니다. 64명으로 추려냈습니다.”

“로베르토.”

“예.”

“이번에 그 호위 무사 놈에 대한 정보는 우리 쪽에서는 일절 발설치 않도록 해. 본선에서는 토대인 합마도 보러 나올 거다. 혹여나 허튼 짓을 하면 우리 쪽이 위험해.”

“철저히 방관하도록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아주 공정하게 진행될 겁니다.”




등록이 모두 끝나고 고현충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다시금 울리며 해산을 명령했다. 예선 2차전이라 하여도 64명. 한 곳에서 모두 치르기에는 무리였기에 2차 예선 역시 대전장과 무사 학교 쪽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었다.

“결국 토너먼트네.”

“리그로 하면 계절이 넘어갈 거야.”

“그 전에 내 그릇이 부서질 지도 모르지.”

박동균이 자신의 명치를 주먹으로 툭툭 치며 고개를 내저었다. 전쟁도 아닌 한낱 평가전에서 기운 소진을 넘어 그릇이 손상을 입는다면 무사로서 크나큰 손해였다. 그만큼 평가전의 빠듯한 일정과 연속적인 대결은 참가자에게 무리를 주게 되어 있었다. 그것은 리그전이 아닌 토너먼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단위로 대결이 계속 펼쳐지는 만큼 자신의 기운을 써서 상대를 쓰러뜨리되, 또한 자신의 기운도 잘 보전해야하는 것이었다.

햇빛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이제 가을이 코앞이었다. 문득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만드는 날씨였다.

“어이.”

그렇게 대로(大路)를 걸어가는 두 사람에게, 창이 매우 넓은 모자를 쓰고 길 한 쪽에 퍼질러 앉아있는 사람이 왼손 손짓으로 그들을 불렀다.

“……?”

“이봐, 그냥 갈 건가?”

도영과 동균이 그쪽을 한 번 보았다가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그 사람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행색 자체가 매우 초라한 노숙자였지만 등에는 칼집으로 봉한 칼이 장착되어 있었다.

“뭡니까?”

“뭐냐고? 궁금해?”

“아뇨.”

“매정하구만.”

하지만 딱히 신경 쓸 것도 없었다. 도영과 동균이 딱 보기에도 그의 행색은 비렁뱅이였고, 서슴없이 말을 낮추어 다가오는 것은 은근히 그들의 속을 긁기 때문이었다. 외견과 목소리에 비추어 남자인 그 사람은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두 사람의 뒤를 어슬렁어슬렁 따라왔다. 동균은 끝까지 신경 쓰지 않을 모양이었지만, 도영은 뒤쪽에서 느껴지는 송충이 기어가는 것 같은 인기척에 획 돌아섰다.

“이젠 궁금하네요? 용건이 뭔가요?”

“야, 그냥 가자…….”

“평가전 치른 무사들이지? 그게 어떤지 궁금해서.”

“왜 하필 그걸 우리한테 물어보세요?”

“그냥 가더라고. 다들.”

도영과 동균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그들도 방금 전까지 그냥 가버리려 했던 터라, 그들 앞에 있는 눈높이가 비슷한 남자의 말이 생각 이상으로 잘 수긍되었다. 누더기에 신발도 거의 다 떨어지려 하는 슬리퍼, 창 넓은 모자는 칙칙한 낯빛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이야기해 줄 거라면 어디 좀 들어가지.”

그 남자가 누더기의 가슴팍에 손을 넣더니 나름 깨끗한 지폐가 몇 장 나왔다. 마침 끼니 때도 된 듯했지만 막상 그들 앞에 있는 사람의 행색을 보고는 같이 갈 마음이 영 탐탁지 않았다.

‘거지는 아니네?’

‘저게 전재산일 수도 있지.’

“죄다 날 무시했다고. 너희들까지 그러진 마.”

“…… 갈래?”

“그, 그러든지.”

도영은 몰라도 동균은 자신 나름대로 타격이 좀 쌓인 듯 쉬고 싶은 표시를 조금씩 냈지만 친구의 행동에 맞춰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내일까지 시간이 꽤 있다 보니 밤에 충분히 쉬면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아무리 봐도 거지 차림인 사람이 두 사람을 이끌어 뚝배기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도영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게 주인이 일순간 비렁뱅이 행색을 보고 인내의 한계를 느끼는 것처럼 미간에 주름을 잡은 것이었다. 북적이는 가게의 탁자들 중 정 가운데에 있는 곳에 그 비렁뱅이가 털썩 앉았다. 그리고 큰 모자를 옆의 빈 의자 위에 내려놓았다. 턱수염은 정리가 되지 않아 엉망이었지만 인상은 제법 날카로운, 그래서 결론은 꾀죄죄한 몰골이 드러났다.

“이것도 인연인데, 내가 사지.”

“비렁뱅이 아니에요?”

“비렁뱅이 비렁뱅이 하지 마. 듣는 거지 기분 나빠.”

‘거지는 괜찮나?’

“거지는 괜찮아. 사실이니까.”

동균이 잠깐 한눈을 팔며 그러한 생각을 했는데 단박에 그것을 맞춘 듯했다. 사실 비렁뱅이나 거지나 똑같은 거지며 비렁뱅이인지라 도영은 도대체 뭐가 괜찮고 뭐가 기분 나쁘다는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여기 설렁탕 셋.”

“그보다, 굳이 알고 싶은 이유가 뭔데요?”

“아아, 내가 행색이 이렇다 보니까 요즘 정세를 알려고 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어야지. 이번에 큰 행사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둘러보러 온 거란 말이야.”

그 말을 들어보면 그 거지는 황도 토박이 거지는 아니었다. 이곳저곳 유랑을 하면서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들으며 사는 유유자적 인생인 것 같았다. 물론 행색은 초라했지만 돈이 있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거지로서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분명히 평가전 때문에 모여든 무사들 같고, 방금 예선이 끝난 것 같은데 아무도 날 돌아보지 않더란 말이지. 오, 나왔다. 여기 돈 바로 갖고 가시고.”

종업원이 내미는 계산서에 곧장 지폐를 끼워서 값을 지불하고는 자신 앞의 김이 모락모락 솟으며 아직도 발발 끓고 있는 설렁탕을 숟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그래도 너희들이 이렇게 자리에 응해줘서 다행인 셈이야.”

“굳이 알려는 이유가 있어요? 국경 너머에서 왔다든지.”

“떠보지 마. 나 그래도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거지한테도 애국심은 있어.”

“보통은 나라가 해 준 게 뭐 있냐고 따지지 않아요?”

“어쨌든, 간만에 황도에 평가전을 보러 왔으니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은 거지. 이게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아주 자연스럽게 타국의 첩자가 아닌지 떠보았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정말 단순한 거지인가? 도영도 동균도 조금은 이상한 낌새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행색을 보면 어김없이 길바닥 거지였다. 누더기에 먼지가 눌러 붙은 듯, 그것을 털면 가게 안에서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정도를 가늠할 수 없을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도영과 동균은 천천히 바로 아까 전에 치렀던 평가전 예선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능력있는 무사들의 대거 집합. 그리고 현 백영단의 현장 지도와 예선 2차 등록까지.

“흐음. 그렇군. 본선부터는 아무나 보러 가도 되는 거겠지?”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거지라고 대전장 관중석 입장을 막지 않을까요?”

“흐음…… 앞으로의 일정도 가르쳐 주겠어? 내가 계속 귀찮게 따라다니는 것도 싫잖아?”

“아, 네.”

도영이 본선 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자 그 거지는 밥은 먹다말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지그시 끄덕이며 그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보직 변경을 노리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는 말이지? 음, 고마워. 밥 사는 보람이 있네. 자, 먹어먹어!”

원하는 정보를 다 얻자마자 그 거지는 허겁지겁 설렁탕을 퍼먹기 시작했다. 도영도 동균도 어쩐지 이중적인 것 같은 그 모습에 어리둥절한 것을 떠나서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밥을 싹 다 먹고 가게 밖으로 나오자, 그 거지는 자신의 모자를 또 푹 눌러쓰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털래털래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 뒷모습에 도영과 동균은 일단 밥을 얻어먹긴 했지만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휘말렸던 것인지 정확히 단정할 수가 없어서 한동안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리고 도영이 천천히 물었다.

“뭐였지?”

“비렁뱅이였지.”

“거지라고 해두자.”

“그게 그거잖아.”

딱 네 마디 나누는 동안, 그 거지는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작가의말

공개된 인물 정보 및 추가 정리.

1. 비렁뱅이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꾀죄죄한 거지.

 

2. 거지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꾀죄죄한 비렁뱅이.

 

 

박동균 : 똑같잖아!

도영 : 왜 짜증을 내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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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만 조회수가 훅 낮은 건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정주행하신 분들이 꽤 계시니 다행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심각한 분위기의 화가 아니면 (본편과 거의 무관한)마무리 잡담은 웬만하면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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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평가전 - 제21화. 차근차근 +1 13.03.02 1,971 12 13쪽
21 평가전 - 제20화. 예선 2차전 개시 13.02.26 1,989 13 13쪽
» 평가전 - 제19화. 비렁뱅이와 거지 +2 13.02.23 1,926 13 11쪽
19 평가전 - 제18화. 각지의 무사들 +1 13.02.21 1,449 9 13쪽
18 평가전 - 제17화. 예선 개시 13.02.18 2,342 10 12쪽
17 평가전 - 제16화. 황도로 13.02.18 2,906 13 10쪽
16 평가전 - 제15화. 현실 직시 13.02.13 2,928 11 12쪽
15 평가전 - 제14화. 흑검사의 잔향 13.02.10 3,035 10 13쪽
14 촌구석 무사 - 제13화. 검은 그림자 +2 13.02.08 1,452 10 11쪽
13 촌구석 무사 - 제12화. 생선가게 아저씨 13.02.07 1,676 14 15쪽
12 촌구석 무사 - 제11화. 경험 +1 13.02.05 993 12 12쪽
11 촌구석 무사 - 제10화. 맛보기 +1 13.02.01 860 13 14쪽
10 촌구석 무사 - 제9화. 조사 13.01.25 93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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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촌구석 무사 - 제3화. 토대인 합마 +1 13.01.13 1,582 15 13쪽
3 촌구석 무사 - 제2화. 활쏘기 13.01.12 1,581 15 10쪽
2 촌구석 무사 - 제1화. 무사의 임무 13.01.12 1,960 16 13쪽
1 프롤로그 - 호위무사 +1 13.01.04 3,791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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