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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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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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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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1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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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 - 제24화. 앙숙

DUMMY

- 제24화. 앙숙. -




날벼락 맞는 일은 정말 흔치 않지만, 나는 그것을 내 눈 앞에서 수십 번도 더 보았다. 고현충 역시 내 옆에서 그 장면을 목격했다. 내가 고현충에게 ‘고작 12살짜리가 뭐 저리 기운이 넘치냐!’ 하고 말했더니 고현충이 내게 말했다.

“공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됩니다.”


- 토대인 합마의 회상




‘폭염쌍장(爆炎雙掌)!’

앞으로 나오는 사마염의 두 손바닥. 그 기백에 도영은 전혀 밀리지 않았고, 이번에는 두 눈으로 똑바로 응시하며 역수로 돌려 잡은 칼을 가볍게 휘둘렀다.

“어……?”

‘두 번이나 맞아줄 순 없어.’

사마염의 돌격도 무의미하게 끝나버렸다. 도영의 칼에 그의 기술이 발동되기도 전에 두 손이 잘려나가서 바닥에 떨어진 것이었다.

“윽, 으아아아!”

‘젠장, 젠장! 어째서 이렇게까지 밀리는 거지!’

사마염은 이제 제대로 쓸 수 있는 기운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고통에 오만상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이를 악물고도 분통함을 마구마구 뱉어내고 있었고, 도영은 그런 그를 내려다보다가 고현충을 향해 올려다보았다.

고현충은 즉시 대전을 중단시켰고, 사마염은 잘려나간 양손과 함께 의료반에 의해 실려 나갔다.

도영은 주먹을 꽉 쥔 채 사마염이 실려나간 곳만 한동안 바라보았다.




하루 안에 치른 16강전. 내일을 기약하는 최태선 정공의 식사(式辭)가 있은 뒤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넌 그걸 맞고 아무렇지도 않아?”

“방어했으니까 괜찮아.”

“…… 그 사마염이라는 사람 신경 쓰여?”

“어, 어어.”

“토너먼트가 원래 그렇잖아. 나도 8강부터는 그 언월도 쓰는 강한 녀석이랑 붙어야 돼. 언제 떨어지게 될지를 알 수가 없지.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

“저마다 사정이 있는 거니까.”

“그래. 고맙다. 나 먼저 가서 쉴게. 너도 쉬어둬.”

박동균의 말에 마음을 정리하는 도영. 하지만 눈앞에 아직도 분통해하는 사마염의 거꾸러진 모습이 어른거렸고, 그 때문에 인상이 펴지지를 않았다.

단순히 쾌속진검(快速進劍) 한 번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었지만, 도영에게는 무엇보다도 사마염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결의……. 분명 무언가 간절한 목표가 있었겠지.’

천천히 걷는 그가 자신의 칼에 손을 대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동균이 해준 말도 전혀 틀리지 않은 것이었고, 도영 역시 우승할 생각으로 대전에 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운을 제대로 숨길 틈도 없었던 것이었다.

‘어쭙잖게 기운을 썼다간 타격을 크게 입었을 거야. 그만큼 상당한 실력자였어.’

물론 도영은 타격을 입는 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단지 그 타격 회복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기운 체계를 짐작하는 빌미를 줄 것 같다는 생각에 위험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었다.

“여, 오랜만이야.”

“……!”

그때 도영이 머무는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가 도영을 향해 다가왔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하늘이 우중충하더니 조금 더 흐려졌다.




대전장 의무실.

“봉합 시술은 끝났고, 기운 보강만 되면 바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네…….”

사마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이 끝나고 바깥이 조용하게 된지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도영에게 잘렸던 두 손은 온전히 붙어있었고, 기운도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릇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다가 엉겁결에 폭염진(暴炎陣)을 맞아줬을 뿐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그도 알고 있었다.

“젠…….”

타격이 심해서였던 것일까? 의무실에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그밖에 없었다. 악착같이 달려들었지만 제대로 타격을 주기는커녕 가장 큰 타격을 입고 누워있는 꼴이었다. 미간에 잡힌 주름은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하얀 병상 위에 누운 채, 조용히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하며 애꿎은 병상만 퍽퍽 치고 있었다.

“안정하십시오.”

“…… 누굽니까?”

조용히 들어오는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 갈색의 로브로 온 몸을 가리고 있었고, 등은 꼽추인 듯 튀어나와 있었다. 그 모습에 사마염이 잠깐 움찔하면서 악물고 있던 턱에 힘이 빠졌다.

“꽤나 열정적으로 평가전에 임하시어, 보직 변경권을 노리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럼 제 소개부터 하지요. 저는 로베르토 루스. 한 제국 인사권의 중추를 맡고 계신 분의 명령으로 파견된 사람입니다.”




도영이 머무는 여관 앞.

쿠웅!

“어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도영이 길거리의 사람들은 무시하고 자칭 친구라는 남자의 멱살을 잡아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였다.

“친구? 장난해? 너, 여기 뭘 하러 왔어?”

“보는 눈도 많은데 무례하게 굴지 말고, 이거 놓지 그래? 난 네가 무척이나 반갑다고.”

머리를 비죽비죽하게 뒤로 넘긴 남자가 자신의 멱살을 잡은 도영의 손목을 꾹 잡으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도영의 힘이 어지간히도 강했는지, 손목을 잡은 그가 무안해질 정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몰라? 보직 변경권을 노린다면 이러면 안 될 텐데?”

“또 속을 것 같아?”

“그럼 내가 여기서 또 속일까? 어차피 4강에서 만날 텐데 이러지 말자고. 난 오늘 널 도우러 온 거야.”

“수작 부리지 말고, 다시는 찾아오지 마.”

도영이 팔을 휘둘러 그 남자를 내쳐버렸다. 휘청거리다 균형을 잡고 서서는 잡혔던 옷깃을 털어내며 피식 웃었다.

“4강에서 내게 져주기만 한다면 흑검사 조사대 간부 자리를 보장하지.”

하지만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도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뒤통수를 향해 그 남자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하핫, 축하한다. 역시 넌 정직해. 합격이다.”

“…….”

“정공의 후계자가 친구라 말해주고 길을 열어준다는데 내치는 바보는 너뿐일 거다.”

“한 마디만 더 하면, 너 걸어서 집에 못 간다.”

“도와줘.”

“……?”

그 남자가 입 떼는 것과 동시에 도영이 돌아서며 다리에 힘을 주다가, 그 남자의 말에 전신에 힘이 빠졌다.

“아버지 자리를 물려받으려면, 최고의 자리가 필요해.”

“헛소리 마. 넌 이미 황실 친위대 부장이잖아. 그 나이에.”

길거리. 여관 앞에서 이야기하는 그들은 절대 친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한쪽의 외모가 상당히 귀티가 흐르고 여심을 자극하는 것이, 지나가던 여성들이 한 번씩은 돌아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너도 그 여자도 내 배경만 가지곤 움직일 수 없어. 보직 변경을 가문을 배경으로 쑤셨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나왔는데, 아주 일이 꼬인 거지.”

“본론만 말해.”

“그 여자를 이겨. 다만 난 최소한의 타격으로 너에게 진다.”

자신이 기억하는 그 사람이 맞는가? 도영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미 이용당하고 버려진 자신에게 찾아와 하는 말이, 엄밀하게 따지면 ‘살살 때려주세요.’가 아닌가.

“아무리 내가 힘을 써도 그 여자는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야.”

“그럼, 나는 이길 수 있나?”

“말귀가 느리잖아. 날 이긴 네가 그 여자까지 이기면, 내 체면은 살릴 수 있다는 거지. 어차피 4강에 올라가면 보직 변경권은 생겨. 하지만 난 그것만으론 부족하단 말이야.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명성. 그게 내 목표다. 그래서 네가 답해줬으면 해. 넌 그 여자를 이길 수 있나?”

“너답지 않아. 애초에 주변 녀석을 이용할 생각밖에 안 하면서, 이번에는 먼저 접어주고 있잖아?”

“어쩔 수 없다는 거지. 내가 지금 널 내 배경이나 말로 움직일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 그렇다고 하루 단위로 진행되는 토너먼트에서 너한테 크게 당하면 그 충격에 4위를 하게 될 수도 있겠지?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최고’지, ‘최강’은 아니야.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체면 구겨지는 건 최소로 하겠다는 거냐?”

“빙빙 둘러 드디어 도착했군. 정답이다.”

“그럼 내가 왜 널 대충 상대해야 하지?”

“어차피 네가 날 감정 실어서 박살내면, 넌 흑검사 조사대엔 발도 못 붙이게 되니까.”

“…… 그렇구나.”

여관 앞에서 대치한 두 사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말. 낮으면서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도영은 어느새 그와 대화하면서 정면으로 돌아선 것이었다.

“자, 대답은?”

“잘못 짚었어.”

“그래? 무언가 답이 어긋난 것 같은데?”

“난 너든 그 여자든 대충 상대할 생각 없어. 네가 최소한의 타격을 입든 뭐든, 그냥 네가 빨리 엎어지면 되는 일이야. 어차피 넌 근성 타령하면서 버티는 거 싫어할 테니까.”

“수작부리지 마.”

이번에는 그가 도영의 말을 끊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원하는 답은 도영의 두루뭉술한 말이 아니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도영의 인중을 가리키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물었다.

“이길 수 있나?”

“내가 이길 수 있다고 답하고 진다면, 난처해지는 건 나만이 아니야. 너도 포함되겠지. 나는 흑검사 조사대, 너는 최고의 평가. 하나씩 잃게 돼. 정리하자면…….”

도영이 그의 손가락을 잡아 아래로 누르며 좀 더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는 도영의 도발적인 행동이 어느 정도는 의외인지 눈썹이 한 번 씰룩거렸지만 무표정하게 눈을 마주쳤다.

“네가 고자세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거야.”

“많이 늘었구나.”

“나름 훌륭한 분 옆에 있었으니까. 알았어? 나는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너 때문은 아니야. 네가 나한테 걸게 된다면, 내가 그 여자보다 더 강하길 기도나 해. 어차피 최고의 평가는 내게 지는 순간 무너져. 그게 더 크게 무너질지는 나도, 너도 모르는 거야.”




‘에스던 도영. 훌륭하든 말든 넌 항상 한 수 모자라. 네가 그렇게 허세를 부려봤자, 내게 명성 회복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네가 흑검사 조사대에 올 수 없는 건, 내가 살아있는 한 끝까지 지속될 거다. 그때가 돼서 이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크로이체르 폰 바스카. 끝까지 날 갖고 흔들겠다면, 정면으로 돌파하겠어. 그때와는 달라. 이기면 만사형통, 지면 둘 다 상처를 입는다. 난 질 수 없는 이유가 충분해.’




작가의말

발타자르 : 한 수 모자라잖아.

강만호 : 네가 먹칠을 해주는구나.

 

 

등장 인물 및 추가 정보
1. 크로이체르 폰 바스카
22세. 187cm 80kg. 적갈색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뒤로 넘기고 다니는 귀공자. 수려한 용모는 어디에 있어도 돋보이며 그 미소는 여심을 흔드는 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는 남자. 다만 그 외모와는 달리 속에는 독을 품고 있으며, 상대를 이용하는 데에 나름대로 능숙하다. 한제국에서 현재는 2명뿐인 ‘정공(晶公)’의 아들로서, 무사 학교를 다니기 이전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항상 최고의 평가를 받으려 노력한다. 흑검사 조사대에서 상당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
에스던 도영과는 무사 학교 동기지만 어떤 경로로 졸업 시험에서 도영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 황실 친위대에 들어가 인맥을 쌓고 고위 관료들과 친분을 쌓았다. 다만 1위를 한 것은 도영이라는 변수를 제외하면 순전히 그의 실력으로, 상당한 무사 기질을 가지고 있다.
주로 가늘고 긴 검을 사용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그의 취향으로, 실제로는 다양한 무기를 모두 일정 이상의 수준으로 다룰 수 있다. 고유 기운 형태는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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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빨리 써야겠네요. 비축분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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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평가전 - 제27화. 4강 13.03.25 1,192 11 14쪽
27 평가전 - 제26화. 성난 이리 13.03.22 714 10 11쪽
26 평가전 - 제25화. 숏소드 익스퍼트 13.03.17 842 12 12쪽
» 평가전 - 제24화. 앙숙 +1 13.03.13 1,015 12 11쪽
24 평가전 - 제23화. 사마염의 불 +1 13.03.10 891 11 15쪽
23 평가전 - 제22화. 본선 개시 13.03.07 1,015 15 13쪽
22 평가전 - 제21화. 차근차근 +1 13.03.02 1,971 12 13쪽
21 평가전 - 제20화. 예선 2차전 개시 13.02.26 1,989 13 13쪽
20 평가전 - 제19화. 비렁뱅이와 거지 +2 13.02.23 1,926 13 11쪽
19 평가전 - 제18화. 각지의 무사들 +1 13.02.21 1,449 9 13쪽
18 평가전 - 제17화. 예선 개시 13.02.18 2,342 10 12쪽
17 평가전 - 제16화. 황도로 13.02.18 2,906 13 10쪽
16 평가전 - 제15화. 현실 직시 13.02.13 2,929 11 12쪽
15 평가전 - 제14화. 흑검사의 잔향 13.02.10 3,035 10 13쪽
14 촌구석 무사 - 제13화. 검은 그림자 +2 13.02.08 1,453 10 11쪽
13 촌구석 무사 - 제12화. 생선가게 아저씨 13.02.07 1,676 14 15쪽
12 촌구석 무사 - 제11화. 경험 +1 13.02.05 994 12 12쪽
11 촌구석 무사 - 제10화. 맛보기 +1 13.02.01 860 13 14쪽
10 촌구석 무사 - 제9화. 조사 13.01.25 931 10 13쪽
9 촌구석 무사 - 제8화. 괴물 13.01.23 1,028 10 14쪽
8 촌구석 무사 - 제7화. 회유와 고집 13.01.21 1,095 10 14쪽
7 촌구석 무사 - 제6화. 발자국과 레일 +1 13.01.19 1,138 13 15쪽
6 촌구석 무사 - 제5화. 귀환 13.01.16 1,150 14 9쪽
5 촌구석 무사 - 제4화. 토대인과 도영 +1 13.01.15 1,648 16 13쪽
4 촌구석 무사 - 제3화. 토대인 합마 +1 13.01.13 1,583 15 13쪽
3 촌구석 무사 - 제2화. 활쏘기 13.01.12 1,581 15 10쪽
2 촌구석 무사 - 제1화. 무사의 임무 13.01.12 1,960 16 13쪽
1 프롤로그 - 호위무사 +1 13.01.04 3,791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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