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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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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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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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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3
추천
18
글자
12쪽

20화-만남을 위한 이별(6)

DUMMY

“하지만 그래도, 역시 떠나기가 어렵네.”


그렇게 말하며 아인즈가 눈을 뜨며 세계가 그대로 반전했다.


“그러니, 너희가 잘 해 주었으면 한다.”


아인즈의 시선이 가운데의 기둥에 잠들어있는 스피카를 바라보다 주변에 있는 세개의 기둥으로 시선을 옮겼다.

에아에게 붙여 준 루나와 마찬가지의, 별하늘을 코어로서 지닌 새로운 호문클루스였다. 그들을 바라보던 아인즈의 입이 천천히 달싹이며 노래와도 같은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그대는 삼각의 가장 앞에 존재하는 자. 주인의 가장 곁에서 모시는 자. 어둠 속의 사신. 빛 앞의 하녀. 주인의 아름다운 수족. 허나 스스로 빛나 주인의 어둠을 가리며 그 힘을 계승하는 자. 에스콰이어(Esquire).

그대는 삼각의 좌에 존재하는 자. 주인의 앞의 갈 길을 밝히는 자. 어둠 속의 파수꾼. 빛 앞의 수탐자. 주인의 길 밝히는 광대. 허나 그 그림자에 주인을 숨겨 지키며 거짓을 흩뿌려 대적을 기만하는 자. 트리커(Tricker).

그대는 삼각의 우에 존재하는 자. 주인의 그림자를 살피는 자. 어둠 속의 악마. 빛 앞의 심판관. 주인의 행함을 대신하는 집사. 허나 주인의 의지를 되돌아보며 대적을 섬멸하여 주인의 의지를 거스르는 자. 크루세이더(Crusader)."


아니, 그것은 아인즈의 염이 담긴 언령이고, 그들에게 맡기는 책무가 담긴 하나의 주문이었다.


"그것은 너희에게 맡기는 책무이며 운명이며 숙명이다. 너희는 그녀가 깨어나기 전 먼저 깨어나 그녀를 지킬 것이며, 그녀가 너희의 책무가 될 것이다. 이는 내가 스스로 너희를 탄생케 한 이유이자 세계를 너희를 이루는 인과. 너희는 나의 소망으로서 태어난 존재이니 너희의 가슴에 심기는 것은 나의 소망이 될 것이며 나의 심장의 약동함은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다."


말을 마친 그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자신의 진의. 그들에게 의념을 심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였다.


"스피카를 잘 부탁한다."


부글부글.

그의 말에 화답하듯 세 개의 기둥에서 기포가 올라오자 아인즈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이제, 세상으로 나갈 시간이다.


* * *


“흐응, 오늘은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웬일로 12일을 다 안채우고 나오시네요?”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하늘색의 머리칼이 시야에 들어왔다. 지난 13년간, 아니 1년간이라고 해야할까. 매일같이 보았던 예의 그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늘 하던, 습관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무언가 특별한 일이 생겼다는 것이고, 특별한 일은 곧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만큼 언제나 최대 시간인 12일을 고스란히 채우지 않고 고작 6일만에 튀어 나온 아인즈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을 가지고 온 것이 분명할 터였다.

그런 그녀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인즈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튜토리얼은 끝낼 때가 되었으니까.”


“헤에?”


그 말에 그녀의 얼굴이 묘한 화색을 띄었다. 어째서일까? 하지만 아인즈는 그녀의 그런 미묘한 감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지금은 그저 떠나야 한다는 허전함과, 스피카와 에아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속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으니까.

그런 그의 모습에 잠깐 눈썹을 조금 꿈틀거린 리아가 생긋 웃고는 아인즈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반사적으로 날아오는 것을 잡은 아인즈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것처럼 시선을 던지자 리아가 묘한 웃음을 그리며 답한다.


“스크롤이에요. 대륙 각지의 도시 중 아무곳이나 한곳으로 이동시켜 주는 종류죠. 말하자면 랜덤. 운명의 이끌림이라고나 할까요?”


‘뭐, 그게 어떤 운명일지는 신이 정하는 거겠지만요. 후후.’


가만히 스크롤을 바라보던 아인즈는 이내 아공간에 던져 넣고는 묘한 웃음을 그리고 있는 그녀에게 대강 손을 흔들어 주며 아인즈는 자신의 앞에 열린 문을 열고 Parallel을 나섰다.


“흐음······”


아인즈가 떠나간 자리에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검지로 입술을 누르고 있던 그녀가 배시시, 미소를 그렸다.

지금껏 어떤 유저도 본적이 없는, ‘진짜’ 그녀의 미소.

세상 모든 것이 매혹당하고, 세상 모든 욕망을 뭉쳐놓은 것만 같은 그 미소를 본 이는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할 터이다.


“악마네, 악마. 우와, 진짜 악마야.”


“혼날래?”


“아뇨, 전혀요. 왜 쓸데 없이 피를 보려고 하십니까? 그래.”


그녀의 뒤편에서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프레이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금으로 자아낸 듯한 머리칼과, 마찬가지의 금색 눈동자. 하지만 어쩐지 오늘은 언제고 그리고 있던 빙글거리는 웃음이 아닌, 질린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정말, 누님도 그런 표정은 적당히 하세요. 아니, 아예 안 하시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 계시면 진짜 누님 악마같아요. 진짜로.”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를 떠는 모양이 흔히 농담이나 하는 것 같았지만 그의 눈은 조금의 가벼움도 없이 그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리아가 살풋 웃어주자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누님, 제발요. 제가 아무리 누님 덕에 이렇게 자유로운 몸이 되고,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내키는 대로 다닐 수 있다고는 해도 자꾸 그러시면 진짜 제가 제재를 하는 수 밖에 없어요.”


“그래? 우리 꼬마가 많이 컸네? 사랑하는 그녀를 잃고서 울고불고 질질 짜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한껏 화사한 미소를 그리는 그녀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제와 그 지긋지긋한 생을 마감이라도 하고 싶어졌나봐?”


“아, 하하하하하······”


그녀의 그런 모습에 프레이는 그저 어색한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자신이 이 위에 오르고서 이미 수만년에 달하는 시간이 흘렀건만 그녀는 여전히 강하고, 무서웠다.

결국 먼저 손을 든 것은 프레이였다.


“예, 예.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무척이나 건방진 태도였지만 조금만 더 압박하면 석고대죄라도 할것만 같은 그 모양새에 어딘지 모르게 김이 빠진 리아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됐어. 그만해. 하나도 재미 없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그렇게 말하며 의자와 티테이블을 만들어 앉는 그녀의 모습에 프레이 역시 의자를 만들어 그녀와 마주 앉았다.


“이번에 보니까 그녀석, 드디어 나서던데 어때요? 누님의 조커가 세상으로 나가는 소감은?”


“글쎄······어떨 것 같아?”


“글쎄요? 뭐, 무척이나 기대되지 않겠습니까? 기대하고, 기다리던 조커가, 판을 통째로 뒤흔드는 것도 모자라서 엎어버릴 수도 있는 최악, 최강의 조커가 드디어 판에 모습을 드러낸 거니까요.”


아마도 판이 새로 짜이겠죠. 하며 말하는 그의 눈을 잠시 바라본 그녀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직접 본 적이 있을 터이니 그 역시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지금, 세상으로 나선 이가 어떤 존재인지를.


“본래 신이 되었어야 했고,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존재가 세계의 간청으로 세계에 묶여 버렸으니 과연 그 걸음에 어떤 여파가 생겨날까. 걸음걸음이 업을 만들어 내니 과연 어떤 일이 생겨날까. 반신은 반신이되 그 실상은 신인 그 녀석이 움직이는 것이 과연 어떤 영향을 만들어낼까.”


“말 그대로 천재(天災). 태생이 재앙인 녀석이 아닙니까? 그나마 무엇 때문인지 그 녀석의 거의 모든 것을 옭아맨 것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그 스스로 묶은 것. 불과 한걸음이면 풀릴 텐데, 과연 그 때가 어떻게 될는지 무척이나 흥미롭네요.”


“과연, 한눈에 알아보네? 인간이 낳은 최악, 최고, 최흉, 최대의 탕아, 마계의 세 우왕 중 한명. 공허의 주민. 유열(愉悅).”


“뭐, 보통이죠. 아무리 그래도 제 앞에 계신 태초의 여신, 욕망(欲望)에 비하겠습니까.”


“뭐, 그도 그런가.”


리아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찻잔에 담긴 찻물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그곳에는 이제 막 몸을 일으키고 있는 아인즈, 현휘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으니까.


“과연, 네가 이 무너져가는 세계에서 어디까지 해 줄수 있을까? 기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그녀의 웃음이 잔잔하게 흩어져 간다.


* * *


“이제 너도, 그만 아파야 되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에 돌 하나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언제나처럼 저렇게 따뜻하게,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고 있는 아인즈가 그렇게 말했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

웃고 있는 그 눈동자를 보며 알았다. 부인하는 건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그래서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쥐어짜 물었다.


“언제부터······알았, 어요?”


“글쎄······한달쯤 전에?”


“하.”


그의 말에 탄식이 새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천좌에 이르러 눈을 뜨자 마자 알았다는 말이었다. 그는, 정말로, 정말로, 잔인한 사람이었다.


“꼭, 그렇게 말을 해야만 했어요?”


“스피카.”


“그냥, 그냥 가만히 있다가 사라지려고 했는데, 당신한테도, 에아한테도 상처 주지 않고 그냥 그렇게 사라지려고 했는데 왜, 왜 꼭 그렇게 말을 해야만 했어요? 왜!”


“스피카.”


“그냥, 그냥 두지. 어차피 내 몸은 우연의 산물인 것을 그냥 두지 왜 굳이 이야기를 꺼내요! 왜! 어차피 가능성도 없고, 시도만으로도 힘들고, 내가 죽으면 더 힘들 텐데 왜 굳이 이야기를 꺼냈어요, 왜! 왜! 왜!”


가슴을 찢어내는 것만 같은 그 울음에 아인즈는 가만히 그 몸을 끌어 안았다. 가늘게 떨리는 채로, 자신을 밀어내려 하는 그 몸을 가만히 끌어 안아 주었다.


“괜찮아. 내가 다 할 수 있어. 이미 모든 걸 준비했으니까, 넌 아무런 걱정도 없이 그냥 낫기만 하면 돼.”


그리고, 무척이나 헌신적이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고작 말 한마디인데, 그저 말한마디인데. 그 안에 담긴 감정 때문에 눈물을 막고 있던 댐이 무너져 내렸다.


“흑, 흐윽···...흐앙!”


“괜찮아. 괜찮아. 나만 믿어.”


“흑, 왜! 왜 그렇게, 사람을 울리고, 또 왜 그렇게 다 해주려고만 해요! 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요 한달간, 그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보아 왔으니까.

그저 낙천때문인 것으로 알았다. 좌절감 때문인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왜 그런 것인지 안다.

그는, 이 멍청한 남자는 또 그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해, 이렇게 이기적인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근심했던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가족이잖아. 가족이 아픈데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가 있겠어. 당연한 거야. 그러니까, 넌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흐앙, 흐아앙!”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울음에 막혀서, 미안함에 채 하지 못한 말을 대신해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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