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Maker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374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4.03 13:00
조회
1,776
추천
20
글자
12쪽

10화-세계수(3)

DUMMY

마력이 모여들고, 정제되고, 순수성을 찾아 태초에나 있었을 법한 근원이 되었다. 수정이 부서져내려 근원과 섞이고, 그것이 씨앗이 되어 하나의 생명을 잉태했다.


-두근, 두근, 두근.


그 박동이, 작지만 힘찬 박동이 아인즈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는 직감했다. 예감했다.

점성술을 따를 수 밖에 없었던 포이멘의 힘이, 이름이 자신에게 속한 그에게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힘을 베풀었다.

생명이 형체를 가지고, 마력이 물질로 바뀌어 육신을 구성하고, 생명이 그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잠시의 시간. 눈을 한번 깜박일 정도의 시간에 일어난 변화였지만 그 모든 것이 각인이라도 되는 듯 시야에 똑똑히 박혀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눈을 뜨는 그 존재의 모습에 아인즈의 얼굴에 한가득 미소가 피어 올랐다. 광대의 그것이 아닌, 진짜 그의 웃음.

그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아이가 그 어여쁜 얼굴을 움직여 에메랄드 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눈동자를 새하얀 피부로 덮으며 마주 웃었다.

그리고 아직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대신해 입모양만으로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아, 빠.’


그 말과 함께 힘을 잃고 쓰러지는 작은 동체를 끌어 안으며 아인즈가 작게 화답해본다.


“그래, 그래. 나도 안다.”


비록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지만 그 귀여운 얼굴 가득 그려진 미소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보여지는 미래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아이야말로 진정 그의 가족이라는 것을.


“아인즈······?”


어느새 다가온 스피카가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러왔다. 그녀 역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으니 이 아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아이를 안고 있으며 미소를 그리는 그가 너무나 행복해 보였기에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 아이는······?”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포이멘의 의지가 건네어준 힘은 아직도 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던 일말의 힘이 그에게 더 큰, 넓은 미래를 슬며시 건네 주었다.

그가 얼굴 가득, 진짜 미소를 그리며 답했다.


“우리 딸.”


* * *


사르륵.

부드러운 머리칼의 스츨림 소리가 조용히 스며드는 방의 안에서 스피카는 복잡한 시선으로 침대의 위에 누워 있는 소녀를 바라 보았다.

자신과 비슷한, 하지만 조금 더 밝은 느낌의 연두색 머리칼. 새하얗지만 창백하지 않은 혈색이 예쁜 피부를 가진 일곱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위엄을 뿜어내며 그녀와 아인즈를 향해 위협을 가하던 존재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존재감은 더 선명해져서 어째서 이 아이를 이렇게 무방비하게 대하고 있는 것인지 알수 없었다.


‘하아······’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도 그녀의 심사를 복잡하게 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우리 딸.’


떨어지는 아이의 동체를 안아 들며 그가 했던 말이 아직도 뇌리에서 선명하게 울려왔다.

우리 딸.

우리라는 말이 나의 관용적 어구로도 쓰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때 아인즈의 말은 분명 그 자신과 스피카를 포함해서 호칭하는 ‘우리’였다.


‘우리······딸이라니, 무슨 생각인 거에요······’


그를 만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건만 어째서 이렇게 계속해서 마음에 불을 지르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진심을 알고서 그렇게 말한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그녀의 마음도 모른 채 아인즈는 그저 미소를 머금고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우웅······”


기분인 좋은 것일까. 얼굴 가득 미소를 그리며 기분 좋은 뒤척임을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아인즈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가 더욱더 짙어졌다.


“예쁘네.”


기껏해야 한 시간쯤 전에 처음 만난 아이였고, 그 직전에는 서로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댄, 목숨을 걸고 싸움을 벌인 사이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아인즈는 이 아이를 평생 알고 지낸, 아니, 평생 아끼고 유대를 쌓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포이멘의 이름이, 별의 인도가 보여준 미래의 그림자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운명은 가변적이고, 언제고 그 모습을 바꿀 수 있으나 아인즈에게는 그런 것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했다.

이 아이의 운명이 바뀌고, 자신의 운명이 바뀌어 적대하고, 목숨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아인즈는 그런 것,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에게, 지금 눈앞에 누워 고운 숨을 쉬는 아이는 이미 떠나버린 누이만큼이나 소중한 아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설령, 그것이 아직 오지 않은 것이라 할지라도, 지금 그가 가면을 쓰고, 배역을 입고, 연기를 하는 중일지라도, 적어도 배역 아인즈에게 이 아이는 정말 사랑스럽고, 사랑하고, 소중한 아이였으니까.


“······헤에······”


“잘 잤어?”


졸린 눈을 몇번 깜박이다 배시시 웃어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아인즈 역시 따뜻하게 웃으며 살며시 물어 본다.


“우웅······”


그러면서 팔을 뻗어 온기를 바라는 아이를 안아주는 그의 손은 잘못 만지면 부서지는 유리세공을 만지기라도 하는 듯 조심스러웠다.

그에게서 옮겨지는 온기와 심장의 박동에 기분 좋은 미소를 그린 그가 그 작고, 부드러운 동체를 가만히 끌어 안았다.


“잘 잤어? 우리 딸?”


“으응······헤헤. 아빠아······”


“그래.”


그의 물음에 잔뜩 늘어지는 행복한 목소리로 답한 아이가 아인즈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 무방비하고 귀여운 모습에 스피카마저도 슬며시 미소를 그렸다.

그 존재감은 지금조차도 선명하고 강렬하지만 지금 저 모습을 보고 누가 경계를 할 수 있을까.

행동 하나하나, 목소리 전부에서 행복감이 묻어나는 그 모습을 앞에 둔다면 당장에 피를 보려 했던 이라도 당장에 무장을 해제할 터였다.


“아빠, 아빠, 아빠아······”


“그래.”


“아빠아······헤헤······”


졸린 기운이 남아 있는 것인지 여전히 늘어지는 목소리로 부르는 그 말에 아인즈는 여전한 미소를 그리며 가만히 답해 주었다.

그런 그와, 아이의 모습을 보며 스피카는 가만히 가슴을 끌어 안아 본다. 저 가슴 따뜻한 모습이 그녀의 가슴마저 적셔 왔으니까.

그렇게, 방안의 이들이 행복에 젖어갈 무렵 아이가 조금 칭얼거렸다.


“아빠아······”


“응? 왜 그러니?”


“배고파······”


꼬르륵.

확실히, 아이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와 함께 월굴을 어깨에 부비대는 아이의 모습에 아인즈가 미소를 그렸다.


“그래, 마침 식사시간이기도 하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제가 준비할게요.”


“아, 그래 줄래? 보다시피 내가 상태가 이래서.”


품에 안은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가만히 어깨를 들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스피카가 픽 웃고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제가 여기 관리인이니까 당연한 거죠. 그럼 조금 있다가 식당으로 내려오시면 되요.”


“부탁할게.”


“네.”


문을 열고 방을 나서며 가만히 돌아보자 그가 아이의 귓가에 대고 가만히 속삭이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웃음으로 울부짖으며 날뛰던 이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의 그는 행복에 젖어있고, 또 따뜻해 보였다.

처음 만날 때까지만 해도 비어있던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차 있는 모습에 그녀의 입가가 슬며시 호선을 그렸다.


* * *


“헤에.”


“맛있었어?”


“응!”


“그래.”


의자에 앉아 바닥에서 달랑 들린 다리를 기분 좋게 까딱거리는 아이의 모습에 아인즈는 마냥 사랑스러운 듯 얼굴 가득 미소를 그렸다.

그런 그에게 아이가 해맑게 웃어주고, 그러면 또 웃고. 딸바보의 전형적인 모습에 한편으로는 한숨이 나왔지만 어느새 인가 스피카 역시 얼굴 가득 행복에 물들어 있었다.


“그렇게 좋아요?”


“그럼. 아주 좋아.”


“다행이네요.”


빙그레 웃는 그녀의 말에 아이 역시도 덩달아 웃으며 재잘거렸다.


“나도! 나도!”


“그래.”


“헤헤.”


칭찬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이가 다시 웃자 아인즈의 미소 역시 한층 짙어진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웃기를 한참. 문득 떠오른 생각에 아인즈가 가만히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렸다.

톡, 톡. 그 일정한 리듬에 스피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생각할 거라도 있어요?”


“응? 아.”


가만히 미소를 지은 그가 턱을 괴었던 손을 뻗어 아이를 들어 앞에 앉혔다. 그것이 마냥 좋은 아이가 한층 기쁜 표현을 했다.

그런 아이의 움직임을 가슴으로 느끼며 아인즈가 가만히 그 부드러운 머리칼을 손으로 빗어 내렸다.


“그냥······우리 딸 이름을 뭐로 할까······하는 생각.”


“흐음, 그도 그렇네요.”


확실히, 아직까지 아이의 이름이 없어 그저 ‘딸’이라고만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름으로 어울리는 것이 있을까?

저만한 존재를 지니고 있는 이는 이름조차 그 스스로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자칫 잘못해 좋지 않은 이름이라도 주게 된다면 아이에게도 해가 될 터. 그것을 아인즈는 과연 알고 있을까?

그런 걱정을 담아 그녀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그 시선에도 웃으며 그가 가만히 아이를 돌려 눈을 맞췄다.


“웅?”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감추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진한 미소를 그리는 아인즈의 감각권으로 무언가, 선명한 감각이 전해져 왔다.

무더운 여름날의, 그늘로 가득한 숲 속에서 느끼던 바람과 같고, 살을 에는 겨울날의, 모닥불의 곁에서 느껴지는 훈풍과 같은 그 어떤 것.

그 선명하고도 흐릿한 감각에 아인즈가 무심코 말했다.


“에아(Air)······”


“네?’


반문하는 스피카의 모습에 슬며시 웃어 보인 그가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입을 열었다. 자신의 딸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 방금 그에게 찾아 왔으니까.


“너에게서는 항상 정결하고, 청량한, 선명한 마나(Mana)가 흘러 나오는구나. 여름날의 땀을 식히는 그것처럼, 겨울날의 볼을 보듬어주는 그것처럼, 사막의 목을 축여주는 그것처럼, 습지의 쾌적케 해 주는 그것처럼. 너에게서는 언제나 기분 좋은, 싫어할 수가 없는 마나가 끊임 없이 흘러 나오는구나. 마나는 세상의 근본이며 생명의 근원. 이 세상의 공기와 같은 것이니 너의 이름은 에아(Air)가 좋겠구나.”


긴 말에 잠시 호흡을 정리한 그가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어때, 마음에 드니?”


“응!”


힘차게 끄덕여지는 그 고갯짓에 아인즈가 활짝, 함박 웃음을 지었다.


* * *


6.별의 노래


천문대의 정상, 하늘이 손에 잡힐 듯 비춰지는 그곳에서 아인즈는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손을 뻗었다.

손에 잡힐 듯, 저 위로 펼쳐진 별에 손을 가져가며 아인즈는 웃음을 그렸다. 어찌 보면 쓴웃음 같기도 했고, 어찌 보면 비웃음 같기도 한 그런 웃음이었다.


“이게······가상이라?”


과연 이것을 가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 하늘의 별들, 몸을 감싸는 바람, 대기를 타고 흐르는 향기, 마력.

이것이 정말 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8화-왕국 제1검. 천좌의 마법사.(1) +1 16.06.04 1,158 17 12쪽
28 27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3) +1 16.06.04 1,078 16 12쪽
27 26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2) +1 16.06.04 1,134 16 13쪽
26 25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1) 16.06.04 1,110 18 12쪽
25 24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2) +1 16.06.04 994 16 12쪽
24 23화-아카데미의 객원 교수(1) +1 16.06.04 1,102 18 12쪽
23 22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2) +1 16.06.04 1,062 18 12쪽
22 21화-거리의 마법사, 궁 밖의 왕녀(1) +1 16.06.04 1,063 17 14쪽
21 20화-만남을 위한 이별(6) +1 16.06.04 1,243 18 12쪽
20 19화-만남을 위한 이별(5) +1 16.06.04 1,214 21 11쪽
19 18화-만남을 위한 이별(4) +1 16.05.29 1,218 16 12쪽
18 17화-만남을 위한 이별(3) +1 16.05.22 1,346 19 12쪽
17 16화-만남을 위한 이별(2) +2 16.05.15 1,487 18 13쪽
16 15화-만남을 위한 이별(1) +1 16.05.08 1,346 22 13쪽
15 14화-별의 노래(4) +1 16.05.01 1,534 17 12쪽
14 13화-별의 노래(3) +1 16.04.24 1,506 16 12쪽
13 12화-별의 노래(2) +1 16.04.17 1,569 21 12쪽
12 11화-별의 노래(1) +1 16.04.10 1,625 18 12쪽
» 10화-세계수(3) +1 16.04.03 1,777 20 12쪽
10 9화-세계수(2) +2 16.03.27 2,037 18 12쪽
9 8화-세계수(1) +1 16.03.20 1,959 21 13쪽
8 7화-천문대(2) +2 16.03.19 2,270 27 13쪽
7 6화-천문대(1) +2 16.03.19 2,699 32 12쪽
6 5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3) +2 16.03.19 2,902 29 12쪽
5 4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2) +1 16.03.19 3,399 33 12쪽
4 3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1) +1 16.03.19 4,619 32 12쪽
3 2화-로그인 +4 16.03.19 6,729 52 13쪽
2 1화-이별 +4 16.03.19 9,988 52 15쪽
1 프롤로그 +5 16.03.19 12,386 8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