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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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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3.19 09:25
조회
4,618
추천
32
글자
12쪽

3화-라미르, 별을 쫒는 노인(1)

DUMMY

Parallel. 2162년 세계 굴지의 기업 수상 그룹에서 자회사인 SS Soft의 이름이 아닌 그룹자체의 이름을 내걸고 출시한 야심작.

그 전까지 있었던 그래픽의 한계를 벗어 던지고 만들어진 진정한 의미의 최초의 가상현실게임.

그 핵심 기술이 무엇인지, 원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든 자료는 10여년 전 연구소가 불타며 모두 사라졌으니까. 자료도, 연구진도 전부.

하지만 기적적으로 완성되어 있던 Parallel의 핵심인 코어는 무사했고, 덕분에 Parallel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연구진과 자료가 모두 소실된 탓인지 게임 자체는 미완성의 상태로 남았다.

체력, 마력, 민첩, 운과 같은 유저 스테이터스는 물론 스킬 시스템, 길드, 파티, 귓속말 등등. MMORPG라면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유저 인터페이스는 단 하나도 제공되지 않았다.

단지 유료 아이템인 스크린샷 기능과 인벤토리 기능만이 존재할 뿐.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탓에 오히려 더더욱 현실 같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극히 소수. 베타테스트를 경험했던 극히 소수의 인원만이 불편할 것이라는 예상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총원 21명. 단 한번의, 불과 열흘의 짧디 짧은 테스트였지만 그것을 경험한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이것은 현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 말 그대로 Parallel 또 하나의 세계라고.


* * *


“알아들으셨어요?”


그런 설명을 숨도 쉬지 않고 내뱉은 리아의 모습을 현휘는 아무런 감흥도, 감동도 없이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 보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방향에 그녀가 있는 것일 뿐.

그저 반사적으로,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끄덕여지는 그의 고갯짓에 만족했다는 듯 리아는 활짝 웃으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좋아요. 음음, 훌륭한 태도에요. 그리고······아, 맞다. 여기에서는 유저를 위한 인벤토리와 스크린샷 기능을 구매할 수 있는데 그 화폐는 ‘업’ 혹은 ‘카르마’라고 하는 거에요. 이게 뭐냐면······말하자면 업적점수? 뭐 그런 비슷한 건데 실상은 저쪽 세계에서 당신이 끼치는 영향을 수치화시킨 거죠.”


“······”


“으음, 예를 들어서 A가 B를 죽이면 A에게 살업에 대한 업이 부여돼요. 하지만 그런 직접적인 것 외에도 음······아, 그래. 트로이 전쟁 아시죠? 그걸 예로 들어보자면 전쟁으로 발생한 업은 그때의 전쟁에 참전한 영웅들에게 부여되는 게 합당하겠죠.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아가멤논 그리고 병사들······뭐 그런 사람들에게요. 하지만 실상 그 모든 업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모든 일의 발단이 되는 헬레네에요. 업의 총량이 100이라면 그녀가 90이상을 차지하죠. 이해하셨죠? 에, 또 그리고 이제 설명을 다 하면 라미르, 칠일의 마을이라고 부르는 곳에 가실 건데요, 거긴 말하자면 모든 기연의 총 본산이라고 할 수 있어요. 거기 계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분들은 없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서 뭘 얻건 간에 다-유저 몫이죠. 처음부터 사기캐로 시작하거나 혹은 빈털털리 서민으로 시작하거나. 아시겠죠?”


다시 끄덕. 무심하고 건조한 눈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도 리아는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의 설명에 자신이 취한 것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빠뜨린 것이 뭐 없나 생각하던 그녀는 빠뜨린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활짝, 만개한 웃음을 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손짓을 따라 공간이 갈라지고 그 너머의 어둠을 향해 현휘를 밀어 넣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저 손길을 따라 균열 안으로 떨어지는 그의 모습을 향해 리아는 손을 흔들었다.


“그럼, 즐거운 나들이 되시고, 조금 있다 뵈요!”


어차피 이곳, 영광의 신전의 시간은 현실과 동일하게 흐르고 라미르의 시간부터가 12:1의 시간비를 가지게 되니 일곱 시간쯤 후에 만나게 될 터였다.

그렇게 미소를 그린 그녀의 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현휘는 부유감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3.라미르, 별을 쫓는 노인


푸른 하늘. 하늘을 향해 쭉쭉 솟아 있는 나무들. 맑고, 아름다운 현대에서는 보기 힘든 전경에 현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그런 정도로 어떤 감상을 보이기에는 너무나 지치고, 힘든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흐흥~아, 기분 좋다. 역시, 숲에 오면 공기 하나는 맑아서 좋아. 그치?’


“······하아······”


어디를 가건, 그것이 설령 가상의 안이라 해도 누이의 흔적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는 것.

기껏 도망쳐왔건만 결국 자신 스스로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사실에 그저 고소만이 배어 나왔다.

바스락, 바스락.

발에 밟히는 낙엽과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 소리에 현휘는 무의식적으로 집중하며 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무엇이 되었든, 정신을 소모하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질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면서도 한구성에서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신을 비웃으며, 친구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다며 변명을 하는 자신의 양면성에 웃음이 났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떨까. 결국 도망친 것은 매한가지인데. 아니, 스스로를 자학하며 상처 입히며 있는 도망과 스스로를 설득하며, 안도하며 있는 도피는 다른 것일지도.

아니, 그도 아니다.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그렇게 숨만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사고도 하지 않고. 그저 감각만을 받아들이고 느끼면 적어도 평화로울 테니까.

그렇게, 현휘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지치고, 아파 있었다.


“하아······”


온도가 제법 낮은 것일까? 숨을 내쉬는 입에서 입김이 뿜어졌다. 과연, 이미 숲은 어둠으로 덮여 있었고, 빌로드 같은 하늘에는 보석 같은 별들이 알알이 박혀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얀색, 푸른색, 붉은색, 보라색. 여기저기에서 그렇게 빛나는 별들이 마치 자신을 둘러싸며 회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아, 그래. 과거에도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아니, 경험한 적이 있었다. 언제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할 때면 저 별들은 그에게 언제나 답을 주었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그 결론이 무엇이건 간에 적어도 손해 보는 답은 없었다.

적어도, 적어도 그가 스스로 길을 잃어버리기 전에는 그렇게 별들이 그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그래, 전에는.

그날, 스스로에게 족쇄를 씌운 그날. 그에게는 길을 보는 눈이 감겼고, 답을 듣는 귀가 닫혔고, 질문을 던지는 입이 다물렸고, 더듬어 찾고, 잡을 손이 묶였다.

후회? 후회는 없었다. 애초에 그는 스스로가 한 행동에 후회를 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후회를 할 수 없는 이였으니까.

다만, 후회를 하지 않는 만큼 그 스스로를 비하하고, 자학하는 것은 종종 있었던 일이지만.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마침내 사흘째의 밤이 찾아왔을 때. 초췌하고, 피로한 안색을 한 그의 곁에 손님이 찾아왔다.


“허허······별이 왜 이리 시끄러운가 했더니 귀빈이 계셨구먼 그래.”


새하얀, 솜이 떠오르는 그런 새하얀 색의 머리칼과 수염, 눈썹. 세월을 헤아릴 것만 같은 주름. 손때가 묻은 지팡이.

분명 나이가 지긋해 보이지만 늙었다, 기보다는 세월을 품었다, 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리는 그래, 고목 같은 노인이었다.

어딘지 모를 위엄과 그 안의 친근함을 품고 웃음을 그린 노인이 현휘의 곁에 털썩, 하고 주저 앉았다.

무슨 원리인 것인지 앉을 때에 자리에서 약하게 바람이 일어나 쿠션 역할을 해 준 것 같았지만 현휘는 아무런 감상도,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연영이었다면 곧장 소란을 피웠을 텐데······하는 생각에 스스로 상처를 헤집을 뿐. 그저 지금처럼, 달라진 것은 하나 없이 세상 것을 모두 잃은 어두운 얼굴로 머리를 기대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그의 태도가 흥미로웠던 것일까? 노인이 슬금슬금 현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어 시선을 붙들며 묻는다.


“젊은이. 무언가 고민이라도 있는 겐가? 어찌 그리 세상 것을 모두 잃은 얼굴을 하고 있어. 왜, 애인과 헤어지기라도 했나?”


농담을 한 것인 듯 얼굴 가득 미소를 그리고 있는 노인의 모습에도 현휘는 그저 잠시 돌렸던 다시 하늘을 향해 가져갔다.

그런 현휘의 반응이 심심해서였을까, 입맛을 다시던 노인은 현휘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 보더니 이내 쓴 웃음을 지었다.


‘나조차 들여다 볼 수 없는 이가 저리 슬픔을 짊어지고 있어서야, 문제가 될 법도 하군.’


사실 노인은 본래 이곳에 찾아올 생각이 없었다. 별을 바라보기에 이곳이 상당히 좋은 곳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집에서 관측 장비를 통해 보는 것이 훨씬 나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굳이 걸음을 한 것은 며칠 전부터 이곳에서 세계를 짓누르는 힘이 느껴진 탓이다.

강제도, 억압도 아닌 그저 동요하고 동조했기에 이루어지는 그런 현상. 그런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가리지 않고 흘리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궁금했던 탓에 온 것이데.


‘이거야······손을 대는 것조차 조심스럽구먼.’


과거, 자신이 겪어 보았기에 잘 안다. 저리 슬픔에 젖어 오히려 아무런 표정도 그리지 않은 그 마음을, 그 심정을.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개입해야만 했다.

평범한 이가 저리 아파하고 슬퍼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이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 이가 자신의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까.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속으로 고개를 끄덕인 노인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일단 오늘은 화두를 던져주고, 그 스스로 생각하는 편이 좋을 터이다.


“그리 혼자 슬퍼해 보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네. 그저 스스로의 몸이 상할 뿐이지. 되도록이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떠난 이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기를 바라네.”


그 말을 뒤로 노인이 떠나가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멀어지는 그 뒷모습에 현휘의 무감정한 시선이 흘긋, 잠시 닿았다.


* * *


처음의 만남 이후, 노인은 계속해서 현휘를 찾았다. 날이 갈수록 초췌해지는 현휘의 곁에서 노인은 언제나 한가지씩의 화두를 던지고 떠나가고는 했다.


‘진정으로 떠나간 이들을 위한 것은 무엇인가.’


‘언제까지 그렇게 아무런 힘도 없이 축 처져 있을 것인가.’


‘아무런 것도 하지 않는 것은 도망치는 것과 다른 없다.’


그런 질문들이 제시된 세번의 밤이 지나고, 라미르를 떠나야 하는 일곱번째의 날, 어떻게 된 일인지 현휘는 간소하게 지어진 목조주택의 안에 앉아 있었다.


“······”


언제나 해가 지고서야 걸음을 했던 것과 달리 해가 뜨는 것과 함께 자신을 방문한 노인이 미소를 그리며 어깨를 짚자 잠시 시야가 어그러지더니 어느새 인가 이런 한가로운 풍경의 가운데에 앉아있게 되었다.

나무와 나무, 종이와 종이. 어딘가의 산골에 박혀서 연구나 하고 있을 학자의 그것과 같은 풍경에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달리 여전히 무감정한, 무기물 같은 표정을 그리고 있는 현휘의 앞에서 노인이 혀를 차며 다리를 꼬아 앉았다.


“쯧쯧쯧, 그리 화두를 던져주었음에도 아직도 시체 같은 눈을 하고 있는 꼴 하고는······”


“······”


“에잉.”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는 노인을 향해 현휘의 시선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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