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플라워(DEVIL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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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에너
작품등록일 :
2016.04.15 08:24
최근연재일 :
2016.04.18 01:07
연재수 :
2 회
조회수 :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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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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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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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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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Chapter-1. VS 마왕 (1)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소설로는 <순백>이 있습니다.




DUMMY

휘황한 하얀 광채를 내며 맹렬히 부딪혀가는 검, 그에 대적하는 손톱은 대조적이게도 완전한 검은 빛이었다.


쾅!


서로를 향해 그렇게 달려든 잔상은 꺼질 줄 몰랐다. 두 인물에게서 발현되는 무한한 에너지는 계속해서 그 정도를 소진시켰다.


무엇이 그렇게 사무쳤는가. 원한이라도 있는가. 색이 다르고, 형태가 다르고, 살아가는 생태계가 다르다.


그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것뿐이다.


그게 전쟁을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 그래, 어쩌면 중요할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귀를 닫고 거부하기에 바쁘니까. 자신과 다른 것을 보면 사람들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두려움을 주체하지 못하곤 하지, 때때로.


"헉...헉..."


"제법이다. 이번이 네 번째인가. 네가 나에게 도전해오는 건?"


"그걸 횟수라도 세고 있나."


도전은 사실 무색한 단어였다. 성자 다니안, 유사 이래로 가장 강력하다고 여겨진 이 고고한 성자는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었다. 뚜껑을 열 때마다 안에 있는 내용물은 항상, 그녀의 우위였다. 그녀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함이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쯤되면 너도 내 상대가 안되는 걸 알고 있지? 그럼에도 넌 자꾸 달려드는구나. 뭐가 그렇게 널 움직이게 만드느냐?"


거무죽죽하고 푸르딩딩하고, 마치 포도의 껍질같은 피부, 꼭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의 피부를 매번 보는 것도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안, 넌 약해. 이번에야 말로 죽여주마. 다시는 알짱거리지 못하게."


"흥..."


말은 그렇게 해도, 성검을 드는게 고작이다. 다음이 마지막 일격이 될 것이다. 이미 신성의 징표랍시고 걸쳐 입은 갑옷은 넝마나 다름없었다. 붉은색 걸레나 다름없었다.

촤악!


"으악!"


전형적인 공격, 그리고 천천히 듣는, 한 치 어긋남이 없는 비명소리. 그러나 벗어날 수 없다. 그걸 다니안도, 그리고 이 악마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유치한 정공법에도 당할 정도로 다니안의 체력은 바닥이나 다름없었다.


"으음, 맛있어라."


"더러운 줄 알아라."


악마는 생긋 웃었다. 누가 보면 혐오스러운 웃음이라고 했을 것이다.


"네 피는 몇 번을 먹어도 맛있다."


"넌 뱀파이어가 아니다, 악마지."


"뭐, 어떻느냐. 모로 가도 맛만 좋으면 된 것이거늘."


선홍색 피가 바닥에 웅덩이를 지어 뚝뚝 떨어지는데, 둘 모두 멈춰선 채로 보고만 있었다. 다니안은 미세한 은발을 쓸어넘겼다. 그럴 때마다 상처가 벌어져오는 것이 느껴졌다. 악마가 말했다.


"이대로 네 심장을 가져가면 넌 끝난다. 성자가 지옥에 가면 어떻게 되는지는 네가 더 잘 알텐데?"


"영혼이 갈가리 찢기겠지. 마귀에게 당하면 천국에 발을 못 들이는건 당연할테고. 나도 다 알고 있으니 그만 좀 말해주겠나? 엘키사르. 귀 안 먹었다."


"흥!"


이제 곧 죽음이 다가온다. 피를 머금어 붉게 변한 손톱이 심장에 닿는 순간, 몸은 경련할 것이고, 엘키사르는 같잖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겠지.


서서히 눈을 감을 것이고...


글쎄.


"...왜 안 죽이지?"


"표정이 귀여워서. 조금만 더 데리고 놀아볼까?"


"......"


다니안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마지막 힘을 짜내 부상당한 어깨를 들어올렸다. 흰 빛은 검신 전체를 휩쌌다.


"어딜!"


파악!


치이익! 거리며 살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나는데도 엘키사르는 검날을 잡아 막고 있었다. 그것도 한 손으로.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검끝은 다니안 자신을 향한 채 겨누어지고 있었다.


"자살하면, 어디에도 혼은 머물지 못하고 사라져."


"나도 알고 있다."


"그랬니? 차라리 내게 죽어서 지옥에 가는게 더 나은 결말일 텐데?"


“시끄러워!”


쥐어짜는 듯한 말과는 달리 성검은 곧 빛이 시들해졌다. 체력이 부족했다. 엘키사르가 이죽거렸다.


"난 마왕이다. 그런데 이런 장난감으로 날 죽이려하다니. 애초에 인간이 분수를 모르는 게 문제야."


"뭐..."


"네게 무슨 벌을 줄까? 죽으면 시시하지. 차라리 악마로 살아가게 해줄까, 평생?"


엘키사르는 그렇게 히죽 웃어보였다. 이 정도면 겁에 질릴 만도 하지, 라는 표정을 지으며. 등 뒤에선 열 장의 보랏빛 날개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펄럭거렸다.


그러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래. 그렇게 해줘라."


"뭐, 뭐라고?"


“그렇게 해 달라고. 악마로 만들어 달라.”


“...농담이 아니다! 이 엘키사르를 뭘로 보고!”


"왜? 실제로 하라니 못하겠느냐?"


다니안의 갑작스런 말에 엘키사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수없이 검을 나누며 했으면 했던 말, 그건 어쩌면 서로 죽고 죽이는 그들이 서로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우린 서로를 철천지 원수처럼 여기지. 근데 우리가 다른 게 뭐가 있지?"


"피부색, 종족, 행동패턴, 먹는 것, 생리적 작용, 번식작용. 이것 외에도 더 많을 걸?"


"그걸 말하는 게 아냐. 멍청아."


엘키사르는 피식 웃었다.


"내게 멍청하다고 말하고 3초가 지났는데도 살아있는 건 네가 처음이다."


"잘났기도 하다, 많이 죽여서."


"진짜 죽여버린다?"


엘키사르는 비정상적으로 긴 손톱을 위협적으로 들이댔다. 인간이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손톱...그러나 다니안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손대지 못해. 손댈 수 없다.


"쳇. 성자치고는 눈치가 제법 빠르군."


"원래 경건하고 아둔한 척 하는 인간일수록 뒤로 가면 뭐가 나올지 모른다고."


"너만 그런 게 아니고?"


"시끄럽다."


빛은 깨어졌다. 주위는 한층 어두워졌다. 거대 동굴의 안쪽은, 눅눅한데다 더없이 축축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치고 다니안의 표정은 평온했다.


엘키사르가 말했다.


"널 어떻게 치료하지? 돌려보내주고 하려 해도 말야, 난 널 치료할 수가 없어."


“치료라고? 죽이지 않는 거냐? 그거야 내가 신성력을 가져서 그렇지. 성자라. 성자. 그놈의 성자라. 크흠, 걱정할 것 없어. 어차피 한참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밖에 있는 겁쟁이들이 찾아와 줄거야.”


"...그러다 진짜 벌받을 것 같은데?"


"받을 테면 받으라지."


다니안은 바닥에 털퍼덕, 누워버렸다. 그리곤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은 지겨워, 나이가 들수록 한 치의 어김도 없이 떨어져가는 신성력을 보며 생각했다. 내게 남은 건 뭐지? 이렇게 전투를 하러 보내놓고는, 내게 원하는 게 뭘까 하고. 사람들은 나를 보내놓고 좋아하지. 마물을 죽이면 성자라 추앙할 것이고, 설사 죽이지 못한다 해도 반쯤 죽여놓으면 그건 그대로 전설을 만들어놓겠지. 퇴치했네, 어쩌네 하면서."


"..그게 맞는 것 아닌가? 난 네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난 비록 마왕이지만 네가 말하는 게 인간의 범주에선 맞는 진리가 아닌가? 안 그러냐? 대현자이자 성자 다니안?"


엘키사르는 킬킬거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여인의 목소리가 한참 동안이나 공간에 울려댔다.


"시끄러워. 넌 이런 모든 것들이 재밌냐. 인간은 다들 널 두려워하는데."


"인간 따위가 날 두려워한다고 내가 그들을 두려워해야 되는 건 아니잖나. 이 세계에서 절대강자는 나라고. 나보다 강한 건 네놈들이 믿는 신이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의 세계에 있는 마신뿐이다. 누가 그보다 더 강할 수 있지?"


"...그래, 그건 그렇지."


"흥. 치료는 알아서 해라. 어차피 끈질긴 거 아니까, 죽지도 않겠지만."


그녀의 손톱에는 맹독이 없었다. 왜지. 그러나 다니안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내 걱정 마라. 나으면 또 보지."


다음 순간 엘키사르의 손톱이 다시 목앞에 와 있었다.


"다음에 오면 진짜 죽여버린다. 인간 따위 수없이 만나봤지만 내가 고문이라도 하면 인간은 금방 미쳐버리지. 넌 스스로를 다행으로 여겨. 네 번이나 싸우고도 살려준 건 너밖에 없으니까."


"그게 의문이다."


"뭐라고?"


"죽인다, 죽인다 해놓고는 왜 살려주는 거지?"


푸른 빛 나는 검은 눈이 다니안을 내려다보며, 한층 번뜩거렸다.


"성자가 벌벌 떠는 모습이 재밌어서. 신성하단 자들이 울부짖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어느 쪽이든 괴로움이 곧 내 양분이 된다고 해야 될까."


"악취미로군. 덧붙이자면 난 벌벌 떤 적 없다."


"그래. 넌 특이하긴 하더군. 그러니 더욱 살아있는 걸 감사하게 여겨. 저번 성자는 과자 뜯어먹듯이 잡아먹었으니까. 너도 그렇게 하지 않는 걸 감사하게 여기라고!"


다니안은 초점이 별로 없는 눈동자를 천장에 고정시키며 피식거렸다.


"피를 많이 흘린 건가, 환청이 들린 것 같아. 악마에게 감사하게 여기라니, 개가 다 웃겠군."


"보통 악마가 아니라 마왕쯤 되는 자의 칭찬을 들으면 고마워 할 줄도 알아야 되는 것 아닌가? 우리세계에선 내 칭찬은 평생에 한 번도 듣기 힘들다."


그 말에 다니안은 짧게 대꾸했다.


"그건 네가 칭찬에 인색하니까 그런 거겠지."


"이게!"


그 때였다. 피로가 몰려온다고 생각한 그 때, 요란한 함성소리가 동굴밖에서부터 울려왔다.


"왔군."


다니안은 누운 채로 중얼거렸다.


“겁쟁이들이.”


"흥. 목숨은 거두지 않을 테니 그만 꺼져버려. 단, 다음에 오면 진짜 죽이겠다. 내가 몽마 출신이라는 것 알지? 꿈에 나타나서 널 쇠약하게 만들어주겠다. 그 다음엔 재밌는 쇼가 시작되지."


다니안은 눈알을 굴려 짐짓 겁먹은 체했다.


"어이구, 무서워라."


"...다신 오지 마라."


엘키사르의 말에 그는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가는 건 너잖아. 왜 자꾸 내가 가야되는 것처럼 말하느냐. 맨날 인간에게 들키면 피곤하게 구니까 떠난다며?"


“......”


엘키사르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대신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간 자리를 우르르 메워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쳇."


"성자님! 다니안님! 이런 중상을..."


"괜찮으십니까...놈은? 마왕은 어디에?"


다니안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마음속의 경멸은 사라지지 않았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마 마비를 일으키는 독이라도 넣은 모양이었다.


"괜찮습니다. 그저 긁혔을 뿐입니다."


그리고 다니안은 어느새 부턴가 느끼고 있었다. 싸울 때의 손톱은 처음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처음 맞았을 때는 독으로 하루 종일 잠들지도 못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얼얼한데다 무언가 밤만 되면 속에서부터 치미어 올라오는 느낌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동반했었는데.


점점 무뎌진 것이 아니다. 그녀는 분명히 봐주고 있었다.


"왜지?"


"예?"


마음 속의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다니안은 황급히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물을 좀..."


“네!”


성자라더니, 이게 무슨 모양새인가. 마족에게 매일같이 지기만 하는 이것은. 처음 신관의 모자를 썼을 때 바란 것은 이런 메마른 일상이 아니었거늘.


그래, 매일같이 마족을 죽이지만 분명 어떤 까닭인지, 속은 개운하지 않다.


그는 수행자가 가져온 물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시원함이 심장까지 얼려버릴 정도였다.


"후우."


“일어나 걸으실 정도의 치료는 해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자는 일어서서, 부축을 받으며 걸었다.


“어떤 고민이라도...”


"고민이야 늘 있지요. 해결할 수 없지만."


"역시, 악마 때문이군요."


다니안은 턱에 손가락을 대고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이윽고 그가 입을 뗐다.


"아뇨, 인간 때문입니다."


그는 더 볼 필요 없다는 듯 애증에 찬 눈빛을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앞으로도 모를 이 인간들에게.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만 길을 비켜주시겠습니까?"


"아...네."


이해할 수 없었다. 왤까. 그는 무언가 꽉 막혀 있었다. 보기만 해도 치미는 건 울화 비슷한 감정이었다. 다만, 깊이는 좀 더 깊었다.


"왜 저러시지?"


"글쎄요, 뭔가 나쁜 일이라도 있는 것 아닐까요. 혹시 악마에게 저주를 걸렸다던지..."


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거나, 기운빠진 얼굴로 말했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였지만, 조무래기 악마들을 제외하고는 혁혁한 전과 따윈 올리지도 못했다. 성기사들, 마법사들, 그 외에도 별의 별 직군이 다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마왕놈을 잡아 족쳐야 할텐데, 큰일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마왕은...여자라더군요.”


그 말에 지켜보던 사람이 귀파는 시늉을 했다.


“그래? 하긴...볼 일이 있어야 알지. 원정대를 보내는 족족 다 전멸하는 판인데, 그놈의 마왕 외모가 어떤지 무슨 수로 알겠는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소설로는 <순백>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생각을 쏟아내는 글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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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6.04.15 09:27
    No. 1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비사이에너
    작성일
    16.04.16 23:17
    No. 2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오수제너
    작성일
    16.04.15 09:32
    No. 3

    제 글에 왔다 가셨네요! 작가님이셨네요^^ 앞으로 더 잘 되시길 바라며 건필하세요! 응원합니다^^ 홧팅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오수제너
    작성일
    16.04.19 09:32
    No. 4

    작가님..전 판타지 공부를 하긴 해야겠어요^^ 어려워요. 이런 소설을 쓰고 싶긴 한데..로맨도 간신히 쓰는 처지라...전 로맨판타지를 쓰고 싶긴 해요. 요즘은 게임소설도 인기라..인기작에 업어가 써보긴 싶긴 한데..워낙 아는 게 없어서;; 게임도 거의 무지하여서..ㅎㅎㅎ 가능성이 희박하지요. 로맨이 가닥 잡히면 로맨판타지에 언젠간 도전해보고 싶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홍다부
    작성일
    16.04.25 17:59
    No. 5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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