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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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하]
작품등록일 :
2016.06.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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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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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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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그의 접속과 함께 던전은 생겨났다.

DUMMY

# 이곳은 대체?


태어날 때부터 존재했던 끔찍한 고통은 한시도 강성우를 놔주지 않았다.

이쯤되면 적응되어 숨쉬는 것처럼 고통도 아무렇지 않게 될 법도 한데, 결코 그리 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이면 다행이다.

만성적인 두통과 함께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이명과 환청.

항상 머릿속에 ‘끼이이이-’하는 소리가 울리고 수백 가지의 언어로 하는 수만 가지 말이 들린다.

여기에 안개가 덮인 것처럼 희뿌연 머릿속. 더불어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는 허약한 몸까지.

이런 비정상적 요인들 때문에 올해 고3이 된 강성우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도저히 힘들다.

그 역시 힘든 어머니를 위해 공부도 열심히해보려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은 도무지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릴 적 받은 자폐아 판정으로 인하여 보조금이 조금이나마 나온다는 것.

“훅! 후욱!”

배달해야할 우유를 쥐고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던 강성우는 아직도 한참 높은 목적지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날아라(Fly).”

당연히 아무 변화도 없다.

강성우는 자신도 모르게 픽하고 웃어버렸다.

‘그래, 될 리가 없지.’

이때 갑자기 머릿속에 이명이 울리며 수백수천수만 가지의 영상이 강성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감당하지 못할 기억과 영혼의 무게는 다시 강성우의 현 육신을 괴롭혔다.

평소보다 더욱 강력한 고통에 그는 피가 나도록 이를 꽉 물며 주먹을 쥐었다.

잠시만 참자.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맞춰야하니 강성우는 힘겹게 걸음을 옮겨 우유배달을 계속했다.



“수고했다, 성우야.”

한 사람분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강성우에게 일자리를 주고 실수에도 허허 웃고 마는 착한 대리점주에게 강성우는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고 일어나는 강성우의 눈엔 대리점 한 귀퉁이에 달려있던 TV의 광고화면이 보였다.

이 세상에 유일한 단 하나의 가상현실게임, 에투스의 광고였다. 수많은 게임 중독자를 양산했고 이제는 인류사회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그 게임.

벌써 나온 지 4년이 되었지만 강성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접속기의 가격은커녕 에투스방을 잠깐 이용하는 돈조차 그에게는 사치도 아닌 죄악이니까.

어찌 감히 게임 따위에 돈을 쓴단 말인가.



집 앞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전 일곱시 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동생인 수영이와 마주쳤다.

움찔 놀랐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말도 없이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가버린다.

“자, 잘 다녀와 수······ 수영아.”

하지만 수영은 오빠의 목소리에 짜증 섞인 인상을 쓰며 나가버렸다.

강성우는 잠시 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한숨과 함께 작디작은 반지하 집으로 들어갔다.


하루종일 아줌마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듣는 직업.

어느 때엔 청소를 어느 때엔 식사를 나르는, 그러니까 일용직 잡부. 그걸 하는 강성우의 어머니는 일을 따내기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이른 아침에 벌써 출근을 하신 상태다.

잘못하면 학교에 늦기 때문에 급히 땀에 젖은 옷을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강성우는 식탁으로 갔다.

거기에는 동생이 졸린 와중에도 오빠를 위해 차려준 아침식사가 있다.

사춘기의 나이에 오빠인 강성우가 부끄럽고 그저 모든 게 짜증이 나서 그런지 요새 부쩍 오빠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하는 동생이다.

그래도 나이보다 많은 경험을 한 강성우기에 동생을 이해하고 미소로 툴툴 털었다. 그리고 그녀가 차려준 따뜻한 밥을 먹었다.

그리고 강성우는 학교에 간다.

흔히 말하는 왕따. 괴롭힘을 당하는 학교생활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런 육체적 고통쯤이야, 항상 강성우를 괴롭히는 고통보단 덜하니까. 그리고 아이들이 가하는 따돌림에 정신적 상처를 받을 정도로 물렁한 영혼도 아니고 말이다.

야간자율학습. 줄여서 야자를 끝내고 알바자리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편의점과 PC방에서 면접이 떨어진 뒤, 강성우는 집으로 돌아와 새벽 한 시까지 어머니를 기다렸다.

이건 예의다.

홀몸으로 아들딸을 키우는 어머니가 퇴근하고 오셨을 때 그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맞이한 뒤에 잠드는 것.

“아이고 우리 아들! 몸도 좋지 않은데 왜 또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어. 얼른 자지 않고! 자, 어여 들어가. 어여!”

어머니를 보며 웃음을 지어주고, 그는 잠을 청하러 어머니와 함께 쓰는 안방에 들어가 잠에 들었다.

그리고 꿈을 꿨다.

항상 꾸는 그 꿈을 말이다.


수요일은 우유 배달을 쉬는 날이라 강성우가 뒤척이면서 평소보다 늦잠을 자고 거실 겸 주방으로 나가니, 동생인 강수영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에투스의 광고였다.

뒤늦게 오빠가 나옴을 깨달은 그녀가 바로 자신의 가방을 낚아채고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

쾅!

거세게 닫힌 현관문을 보며 강성우가 중얼거렸다.

“에투스······ 우리 수영이가 그게 해보고 싶은가 보구나.”

오늘이 동생의 생일이다.

잠시 고민한 강성우는 안방으로 들어가 구석에 놓아놨던 저금통을 칼로 갈랐다.



중고품을 파는 가게들 십수 곳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판 끝에 결국 오래된 접속기를 사왔건만.

“누가 이런 거 갖고 싶댔어!? 이 돈으로 생활비나 보태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난리야 오빠는!”

소리를 빽 지르며 강수영은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방문을 잠갔다.

“어······ 저, 미··· 미, 미안해.”

등 뒤로 오빠의 어눌한 목소리를 들으며 강수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어느새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자꾸만 오빠에게 못되게 구는 자신이 밉다. 그래서 강수영은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만 계속 흘렸다.


의도와 달리 동생은 화만 냈지만, 그래도 강성우는 강수영이 나중에라도 에투스를 플레이할 것이라 생각하고 에투스를 설치했다.

몇 번인가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 설치하고 나니 어느덧 밤 11시였다.

동생은 잠이라도 든 건지, 아까 화내며 방에 들어간 뒤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어머니가 돌아올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 남아있었다.

평소처럼 되지도 않는 공부를 붙들고자 방으로 들어가려던 강성우는 문득 호기심이 일어남을 느꼈다.

‘그래. 어차피 사 온 거, 과연 어떤 건가 구경이나 해볼까.’

팔자 좋게 게임을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호기심이 생기니 한 번만 해보고 싶긴 하다.

또 다시 심해진 두통, 환청, 환각에 습관처럼 이마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강성우는 오래된 고물 접속기와 연결된 고글을 쓰고, 이어폰을 연결했다.

곧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접속하시겠습니까?-

동시에 눈앞으로 떠오른 예와 아니오의 선택지. 강성우는 조심스레 예를 손가락으로 터치했다.

그러자 곧, 눈을 감은 것처럼. 아니 잠에 빠져드는 순간과 같은 어둠이 찾아오고 강성우는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어떤 공간에 서있었다.

가상현실 속에서 붉은 드레스를 입은 미녀가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에투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 사용자이시군요. 저희 에투스는 두 개의 독립된 게임을 서비스합니다. 무협 세계관인 절대천주를 선택하시겠습니까, 판타지 세계관인 파인더를 선택하시겠습니까?”

태어날 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두통, 환각, 환청이 어느새 깨끗이 사라졌단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강성우는 자신이 또 다른 세상에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을 가지며 말했다.

“파인더.”


그리고 지금과 때를 같이하여.

전 세계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동굴이 생겨났다. 바로, 던전이.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리메이크 버전의 2편입니다.


프롤로그야 어차피 본편과 이어지니 2편이라고 해도 되겠죠?


이 부분은 리메이크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부분입니다.

환생한 주인공의 모습을 너무 대충, 너무 빠르게 그려낸 것은 아닐까? 하면서요.

하지만 고생을 겪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단지 ‘고생했었다’라는 사실만이 중요하고 그것을 독자분들이 알고 차후의 복수 및 성공에서의 카타르시스에 도움만 되면 족하단 생각을 다시 한 번 굳혔습니다.

그래서 지루하고 암울하고 따분할 수 있는 고생 겪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는 기존 방향대로, 여기는 1편으로 끝내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초반부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상태를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문장을 손보고 보강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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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병기고의 주인이 바뀌다 +20 16.08.04 18,152 490 13쪽
45 칠흑병기고 +19 16.08.03 18,615 493 12쪽
44 레벨업을 하였습니다. +16 16.08.02 18,705 438 13쪽
43 어명 +21 16.08.01 18,639 457 12쪽
42 간단한 제압 +19 16.07.30 18,807 492 11쪽
41 주목을 받다 +21 16.07.30 19,283 439 12쪽
40 협상 +25 16.07.29 19,438 459 12쪽
39 사냥 +17 16.07.27 19,537 461 12쪽
38 절명검 판테스 +14 16.07.27 19,877 426 12쪽
37 던전 폭주 +16 16.07.25 20,266 488 12쪽
36 1급 발암물질은 여의도에 있다. +41 16.07.24 20,853 45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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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승자의 역사 +10 16.07.21 20,328 4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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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허물을 벗어 나비가 되다. +28 16.06.25 33,490 581 11쪽
3 마나를 탐식하라 +21 16.06.23 35,337 619 11쪽
» 그의 접속과 함께 던전은 생겨났다. +15 16.06.23 39,928 555 8쪽
1 [프롤로그] 못난 왕이 살았습니다. +34 16.06.14 48,013 54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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