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강백호(48)
사실과는 다른 소설입니다.
2017년 9월 25일 오전 10시 35분 아버지와 김진수 아저씨, 나와 민은정과 이수영은 런던을 거쳐서 맨체스터로 향하는 영국 항공에 몸을 실었다.
그 항공편이 14시간 20분으로 비행시간이 가장 짧았기 때문이었다.
인천 공항에서 다소 시끄러운 장면이 있었지만, 민은정은 이수영, 아버지와 함께 움직였기에 기자들에게 별 의심은 받지 않았다.
스티브와 박예나는 그날 영국으로 바로 떠났기에 우리만 그렇게 맨체스터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장모님이 함께 오지 않아서 섭섭하지?”
“아니, 그리고 지금 엄마는 대리점 때문에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빠서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처지야.”
“그래도 장인에게 맡겨놓고 잠깐이라도 오시면 은정이도 좋고, 나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나도 국과 찌개와 전골 합쳐서 11가지, 반찬 11가지는 만들 수 있고, 김치도 담을 수 있으니까 하늘같은 서방님 굶기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사이에 그렇게나 배웠어?”
“그럼, 아주 강압적으로 엄마에게 주입식 교육받았지. 회초리 안 맞은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로 말이야.”
축구 선수 약혼녀 아니랄까 봐 11가지씩이나 장모에게 요리를 배웠다기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니 옆에 앉아있던 이수영도 그 말을 들었는지 우리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저도 반찬 3가지는 만들 수 있으니까 은정이에게 가르쳐드릴게요.”
“이야. 그러면 반찬만 무려 14가지에 김치까지 더하면 15가지. 상다리 부러지는 것 아니에요?”
“국과 찌개에 마른반찬까지 더하면 20가지도 넘겠죠. 그러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은정아, 식탁 튼튼한 것 사야겠다.”
민은정 친구이자 백호단 단장인 이수영,
장모는 대리점 문제로, 우리 엄마는 가게와 여동생 수진이 때문에 영국에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민은정처럼 학교에 휴학계까지 내고 우리를 따라나섰다.
우리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을 일정 기간 함께 살면서 민은정을 도와준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민은정은 참 좋은 친구를 둔 것 같았다.
내 친구 놈들은 죄다 군대에 있거나 공 찬다고 얼굴 보기도 힘든데 말이다.
어떻든 영국으로의 여정은 그렇게 계속됐다.
이 여정을 시작하기 전 나와 민은정은 양가 가족과 이수영 가족, 친척들만 참석한 가운데 정식으로 약혼까지 했다.
그랬기에 우리 두 사람이 영국에서 함께 사는 것에도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소지는 없었다.
“맨유의 박예나 씨가 이미 사 놨을지도 몰라.”
“아직 안 샀을걸. 메디컬 테스터 끝나고 정식으로 계약서에 서명한 다음에야 사려고 말이야.”
“그럼 집도 안 구해 놨을까?”
“찜은 해 놨겠지. 하여튼 정식 계약서에 서명하면 그때부터 우리는 살림 장만한다고 바쁘고도 재미있을 것 같아. 안 그래?”
“우리끼리 소꿉장난하면 재미있기는 있겠다.”
지루한 비행시간도 두 여자의 그런 수다가 있어서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그렇게 난생처음 영국이라는 나라에 발을 디뎠으며, 그 수도 런던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총 14시간 20분을 날아 앞으로 3년은 살아야 할 맨체스터 공항에 내리니 오후 5시였다.
“Welcome! Welcome! Welcome!”
공항에 나와 있던 스티브와 박예나가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인사하면서 꽃다발을 안기는 것으로 맨체스터에서의 첫 일정은 시작됐다.
그리고 맨유의 스카우트 게라도 구즈만과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도 소개받고, 그들이 준비한 차를 타고, 로우리 호텔로 가 같이 식사하면서 환담하는 것으로 그날의 일정은 끝이 났다.
“내일 오전 10시에 모시러 오겠으니 그때까지 편히 쉬세요.”
“메디컬 테스터 통과가 먼저니 일단 알았습니다.”
메디컬 테스터를 통과하지 않은 지금으로써는 임시 계약한 것 이외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것이 웃길 수도 있었기에 그렇게 스티브 등을 돌려보내고, 객실로 올라갔다.
그러나 아버지, 김진수 아저씨, 이수영의 눈치가 보여서 민은정과 함께 잘 수는 없었다.
그 바람에 아버지와 김진수 아저씨가 객실 하나를 차지했고, 민은정과 이수영이 객실 하나, 나는 혼자서 객실 하나를 차지하고 베개를 껴안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새벽 6시였다.
시차 적응에 별문제가 없는 듯 몸이 날아갈 듯 개운했으니 역시 회귀한 이후 신체 능력이 더 월등해짐으로 말미암은 것 같았다.
‘회귀까지 한데다가 22번째 생일까지 지났으니 더 그렇겠지.’
너무나 개운한 몸으로 깬 다음 그렇게 생각하다가 객실을 나가 피트니스 센터로 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수영장이 있었으면 했는데, 호텔에 수영장이 없었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작년 즐라탄이 나처럼 맨유로 이적해서 이 호텔에 가족과 함께 머물다가 수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호텔로 옮겨간 기사를 본 것 같았다.
‘그는 수영장이 없다고 다른 호텔로 갔다지만, 나는 당분간 이 호텔에 머물러야겠구나. 그리고 그는 스스로 집을 구했다지만, 나는 맨유에서 집을 구해주는 계약까지 합의했으니 내가 더 나은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피트니스 센터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객실로 올라가니 아버지와 김진수 아저씨는 깨어있었고, 민은정과 이수영은 한참 후에야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나왔다.
그렇게 다들 일어나서 입에 별로 맞지도 않은 호텔 조식을 먹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스티브와 박예나 등이 나타났다.
“잘 쉬었습니까?”
“덕분에요.”
“그럼 이제 가실까요?”
그렇게 맨유의 캐링턴 훈련장으로 가서 난생처음 메디컬 테스터 받을 준비를 했다.
“수술받은 곳이나 어디 아픈 곳은 없습니까?”
“죽었다가 살아난 적은 있었어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감기 한 번 걸린 적은 없습니다.”
“하하하! 농담도 잘하는군요. 어떻든 맨유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농담이 아닙니다.”
“알았으니까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채혈부터 하고, X-레이, MRI도 찍고, 심전도 등도 검사하고, 체성분 분석기 검사와 싸이벡스 테스트도 시행하겠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맨유 구단 주치의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지긋지긋한 신체검사이자 건강 검진을 약 7시간이나 받아야 했다.
특히 몸에 전류를 흘려 저항값을 통해 근육량 및 몸의 균형을 파악하는 체성분 분석기 검사와 다리에 일정한 압력을 가한 뒤 들어 올리는 싸이벡스 테스터에는 약간 지겹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 통과의례가 아니겠는가.
“검사는 끝났습니다. 결과는 지금까지 이 훈련센터에서 테스터 받은 선수 중에서 가장 좋다고 하니 이만 호텔로 가서 쉬시죠.”
“그럽시다. 그런데 결과가 그렇다면 계약은···,”
“내일 저에게 강백호 선수를 무조건 맨유로 데려오라고 한 무리뉴가 올 것입니다. 그러니 그가 입회한 자리에서 계약서에 정식으로 서명하시면, 강백호 선수는 정말 맨유의 일원이 되는 것이죠.”
“무리뉴라?”
“그렇습니다. 무리뉴가 내일 옵니다.”
“좋소. 어차피 그가 이제부터는 내 생사여탈권을 쥐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건 그렇고 여기 맨체스터에 박지승 선배가 자주 가던 한식당이 있다던데···,”
그렇게 박지승 단골이라고 소문이 났던 한식당에 가는 것으로 맨체스터에서의 두 번째 날도 가고, 세 번째 날 오전 10시에 다시 호텔로 찾아온 스티브와 박예나의 안내로 우리는 드디어 올드 트래퍼드를 잠시 둘러보고는 곧장 구단 사무실로 안내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리뉴와 맨유의 공동 회장 조엘 글레이저와 정식으로 인사했다.
“어서 와요. 강백호 선수!”
“반갑습니다. 회장님.”
“나도 반갑네.”
“예, 감독님.”
그렇게 인사하고, 그들과 제법 환담하면서 아버지와 민은정 등도 소개하고, 최종 계약서를 우드워드 부회장으로부터 건네받아 내 법률대리인인 김진수 아저씨와 함께 살펴보다가 내가 요구한 그리고 협상한 조건이 아닌 사항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바이아웃 조항이 있군요?”
“강백호 선수를 다른 팀에 넘겨주지 않으려는 조처로 생각해주시오.”
“그럼 저도 레알이 저를 원한다면 이적하겠다는 릴리즈 조항을 포함해도 됩니까?”
“바이아웃 금액을 낸다면 그것도 가능하겠죠.”
“그러지 말고 둘 다 뺍시다.”
스티브와 협상한 조건에 바이아웃은 없었다.
그런데 바이아웃 조항이 들어있는 바람에 협상은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다가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고,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일시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협상은 이어졌다.
맨유도 프로팀이니 바이아웃 조항을 넣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나를 영입하려고 하는 팀이 있다면 남는 장사를 하거나 남을 흥정을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그 조항이 마음에 안 들었고, 2억 파운드(한화 약 3,000억)라는 바이아웃 금액도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안 가면 됐으나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라서 만에 하나라도 내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는 그런 조건에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백호야, 네가 동의하지 않으면 되니까 일단 금액을 좀 낮추고, 다른 팀으로 이적해도 프리메라리가 팀으로만 간다고 명시하는 선에서 협상하자.”
“레알이 저를 원할지도 모르니까 그쪽 팀으로만 간다고 하자는 말이죠?”
“응, 금액도 좀 낮추고 말이야.”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나 그 정도면···,”
김진수 아저씨의 그 제안에 다시 협상이 이어졌고, 기어이 바이아웃 금액을 1억 5,000만 파운드(한화 약 2,226억)로 책정하고, 프리메라리가 팀이 아니면 이적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언제 팀 훈련에 참가하겠나?”
“말미를 좀 주십시오.”
정식 계약서에 서명하자마자 무리뉴가 그렇게 묻기에 말미를 달라고 했다.
그래야지만, 그 사이에 맨유에서 계약해 줄 집에 짐도 풀고, 살림도 장만하고, 비자도 신청하는 등등할 것이 아닌가.
“될 수 있는 한 이른 시일 내에 합류하기를 바라네.”
“물론입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다시 한식당으로 가서 거나하게 저녁을 먹는 것으로 맨유와의 정식 계약이 이루어진 뒤풀이를 했다.
3년 계약에 다른 것 다 빼고, 계약금 5,500만 파운드(한화 약 812억), 주급 25만 파운드(한화 약 3억 7,000만 원)에 말이다.
다음날은 비자 신청을 했고, 그 다음 날은 민은정이 주문한 것처럼 맨유에서 구해준 마당이 있는 이층집으로 이사했는데, 올드 트래포트에서도 가까운 곳이었다.
“마음에 들어?”
“응, 남향이고, 마당도 있고, 방 10개에 화장실이 7개나 되고 다 마음에 들어.”
“그럼 장모님께 전화해서 짐 보내라고 해. 나도 엄마에게 짐 보내라고 할 테니까.”
맨체스터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고, 그날 오후부터는 박예나와 스티브를 앞세워서 살림을 장만하러 다녔다.
이수영의 예측처럼 메디컬 테스터 끝나고 정식 계약서에 서명한 다음 사려고 했는지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되어 있었기에 말이다.
어떻든 그렇게 바쁜 며칠을 보내고 나서 다시 올드 트래포트로 간 것은 공식입단식 때문이었다.
- 작가의말
불성실 연재...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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