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S.T.A.L.K.E.R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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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최근연재일 :
2014.09.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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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7.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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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2-73

DUMMY

72.


나는 빵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기름종이의 나무 냄새, 구운 밀가루반죽의 고소한 냄새.

이제까진 노란빵이나 흑빵만 먹었었지.


나는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씹었다.


쭉쭉, 연한고기처럼 찢어지는 빵이, 참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맞닿은 흰빵의 속살과 땟국 묻은 내 더러운 손이 비교됐다.

그래도 여기와서 먹는건 호사하는구나.


...



'엄마... 배가 고파요.'


어머니는 나를 안고 말했다.


'조금만 참아라, 아버지가 돈을 빌려오신다고 했으니까,

아버지 오시거든...'


-탕탕탕!


'문열어!!!'


'아아...'


어머니는 그 목소리를 듣고 길게 탄식했다.

또 술을 마신거다.

어머니가 몸을 덜덜 떨면서 나무문을 연다.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아버지.

옷은 다 찢어지고 이마에선 피도 흐른다.

어디서 술마시고 싸웠겠지.


이런날은 아버지에게 저항도 못하고 맞아야했다.

나는 어렸고, 저항할 힘도없었다.



폭력-



비명-



욕설-


더럽다. 더럽다고!!!!





화면이 바뀌고, 장마당의 한귀퉁이서 옆집 꼬맹이가 건초 위에 앉아서 등을 보이고있다.


'뭐해?'


내 말에, 작은 몸집의 꼬맹이가 몸을 돌렸다.

그때나는 열살이었고, 꼬맹이는 나보다 두살 어리니까 여덟살이겠다.

꼬맹이의 손에는 밀짚이 한웅큼 들려있다.


'풀은 왜?'


'먹으려구. 소도 먹잖아. 그러니가 나도 먹을 수 있을것같아.'


그러고선 부드러워 보이는 마른 지푸라기 하나를 입에 넣어서 잘 곱씹어 본다.

나는 그녀의 옆에 쭈그리고 그녀의 입을 지켜보았다.

그렇지만 꼬맹이는 소가 아닌지라 오랫동안 씹었지만 삼키기가 어려웠다.


'못먹겠어. 배고픈데... 흑, 흐윽.'


꼬맹이가 건초위에 주저앉아서 훌쩍 훌쩍 울었다.

나, 나는... 이럴때 무슨 얘기를 해야했을까.

내가 뭔가 숨겨놓은 먹을것이 있다거나 돈이 있었음 좋겠어.

제발 부탁이야, 내가 잊고있던게 있다면 기억나줘...




...





추억이라 하기엔 즐겁지 못한 기억들이다.

달게만 느껴졌던 빵은 쓰게느껴졌다.

혀 위에서 녹는 흰빵은, 어느새 짠물이 배어있었다.


내가 앉은 계단에, 엉덩이가 차다.


아아~ 그날 오후는 그냥 그렇게 멍하니 지냈다.



...




"네놈이... 어둠의 검은 팔뚝이냐?"


해가지고 달이 솟아 오르자, 중앙격납고 그늘속에서 어떤 남자가 물었다.


"맞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에요."



내 말에 중앙격납고 그늘속, 그 어둠속에서 팔짱을 낀 남자가 걸어나왔다.

날카로운 눈빛의 중늙은이는 왼쪽 턱에 길게 칼자국이 나있다.

이제 막 뜨는 달빛에, 그 흉터가 은빛으로 빛이난다.


"네 녀석이... 블러드서커를 맨손으로 쳐죽였다던데..."


이,이런...


...


내일 나와 함께 근무를 갈 바실리는

프리덤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바실리는 50대 초반에다 반백의 짧은머리를 뒤로넘기고

카이져수염(코밑수염을 양쪽으로 길게 기른)을 한,

미간의 주름이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일단 그는 인상이 날카롭고 눈빛마저 매서운데다가 턱밑의 흉터까지 있어서

외모부터도 범상치 않았다.

게다가 그는 전직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츠의 장교출신이었다!


그런그가 나이로 퇴역하고나서, 존에 온 이유는 단지 살아있는걸 느끼기 위해서,

전투를 하기위해서 였다!



나는 그를보고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 근엄한 체홉마저도 존댓말을 쓰게 만들었는데, 이유는 조금 있다 밝혀졌다.



...




"야, 밥먹자."


그의 말에 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저녁을 먹었다.

반쯤 먹었는데, 나를 발견한 렉스가 먹을 음식을 받고 근처의 탁자에 있었다.



"허흐."


렉스가 이상하게 웃더니 나를 놀렸다.


"야, 너, 크크크, 너임마 윽크크크크, 너 암흑의 검은 팔뚝이라며, 크크크하하"


으으, 이런. 최악의 별명이다.



-탁!


갑자기 바실리가 숟가락을 탁, 놓더니

휙, 뒤로 돌아서 매서운 눈초리로 렉스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저 능글맞은 렉스마져도 움츠린 말미잘 마냥 입을 오므렸다!


렉스의 눈빛에 '왜 이사람이 여기있는걸 못 보았나.' 라는 후회와 두려움이

밀려오는게 느껴졌다.


"네놈..."


말을 떼는 바실리의 회색 눈동자가 근처의 모닥불을 반사해서

그야말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 그딴식으로 또 쳐웃으면 내가 목을 비튼다고 하지않았나?"


"으..어.. 저기... 그게아니라.."


바실리가 렉스의 머리를 잡고 눈을 맞추면서 이를갈며 으르렁 댔다.


"내 앞에서 변명하지 말라고 했지. 이 시퍼렇게 젊은 자식이 늙은이가

말하면 알아서 쳐드셔야할것 아니냐, 내가 무릎꿇고 정중하게 말해야

알아 쳐먹겠냐- 내가 니 친구냐? 죽고 싶나?"


"..."


랙스는 누가 찌르면 울것같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변명도 못해, 도망도 못가, 으이구 불쌍해!

나는 내 머릿속에 바실리의 성미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큰 글씨로 적어넣었다.



73.


-띠딧- 띠딧- 띠딧-


아침에 PDA 알람을 7시로 맞춰놓았기로 나는 7시에 일어났다.


"끄으으...!"


기지개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니까 나말고도 부시럭대며 일어나는 사람들이보였다.


"읏차."


나는 맨 먼저 간자의 바로가서 아침을 먹었다.

간자에게서 구수한 돼지기름이 동동뜨는 스프를 받았다.

아무래도 버터는 구하기 힘들겠고, 또 여기 가져오다간 다 녹거나 상하겠지.


그래서 밀가루를 버터에 볶지 않고 돼지 기름에다 볶은 모양이다.


나는 빵을 받아서 양철그릇을 들고 천천히 후루룩 거렸다.

그래도 난 음식투정을 하지않고 아무거나 잘먹는지라

이것이 간자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되었다.


음... 7시30분까지 체홉에게 보고랬지.

일단 먹고 나서 바실리를 찾아 나서려고 했다.


천천히 먹고, 일어나려고 그릇을 간자에게 주고

뒤로 돌았는데, 그제서야 바실리가 어슬렁어슬렁와서

바의 남은 자리에 털썩 걸터앉는게 보였다.


지금 시간은 7시 21분 이었다.



...





"..."


"..."


체홉과 나는 아무말하지 않고있었다.

그냥 묵묵히 둘이 서서 기다리는것이다.


특별한 임무가 아닌이상, 체홉이 나와서 전송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예외적으로 이번엔 체홉이 나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실리가 아침을 하루 죙일 먹는것같다.


지금 시간이... 음... 7시 56분이다.


아, 이제 일어서는군.

식사를 마친 바실리가 급할것도 없다는듯이 천천히 걸어서 우리쪽으로 왔다.


그러자 '대기' 하던 체홉이 임무 내용을 읊기시작했다.


"아시겠지만..."


체홉이 굽실거리며 존댓말을 쓴다.


"...이번 임무는 좌표에 기입된 가비지의 폐허가 경계초소로 구축하기에

적당한지 파악하는것이 주된... 내용...입.."


크르르릉!


"..."


"안경너머로 보지마 이 새끼야..."


"아, 앗, 죄송, 죄송합니다."


죄송을 연발하며 체홉이 진땀을 흘린다.

그리고 얼른 안경을 벗고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 여기 스카와 함께 가셔서 초소를 구축할 만한 요소가 되는지

파악하시면 됩니다."


체홉이 말을 마치자 마자

간자가 어느새 와서 식량일 듯한 종이봉지를 척 갖다 바쳤다.

눈치빠른 내가 얼른 그걸 받았다.

그 안에는 부드러운빵이 반이 갈라져서 쨈이 발라져있다.


어이쿠! 이런!


"가자."


나는 바실리의 말에 가비지를 향해 출발했다.


8시 15분이었다.




...




한시간쯤 걸었나.

날씨는 조금 흐린듯 했는데, 우리가 걷기에는 별 문제는 없어보였다.

우리가 갈곳은 가비지의 남쪽 구석에있는 폐허가 된 마을인데,

존에서 이같이 폐허가된곳은 한두군데가 아닌지라

전략적 요충지로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뮤턴트의 소굴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야 누군가 살았었고 지금은 망가진 공장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출근하고 기계를 돌렸겠지만.

아주 예전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터지고 나서 후폭풍에 휩쓸리고 방사능 낙진이 내려앉은 농가와 공장은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않았다.


세월이 흘러 빗물에 씻기고 바람이 불어 다시 날아가기 까지는...



-쿠르릉...


멀리서 천둥이쳤다.


"비가올것 같다."

먼곳에서 빠르게 먹구름이 다가오는게 보였다.

우리는 다크벨리도 벗어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비를 맞게 생겼는데..."


나와 바실리는 PDA 를 들여다 보았지만 피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후둑후둑


빗방울이 몇개 뜨더니


-촤아아아아아--


결국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비를 맞으며 걸을 수 밖에없었다.

먹구름은 해를 가리고, 약한 빛속에서

뒤에따라가는 나에게 바실리가 뒤집어쓴 후드에 튀는 빗방울이 얼굴에 튀었다.


나는 얼른 빵이들은 배낭이 젖지않게 배낭을 배쪽으로 끌어당겨 웃옷으로 덮었다.



"안 추워요?"


"글쎄, 너같은 애송이는 춥겠지만."


'그러는 당신같은 늙은이는...' 이라고 해주고 싶지만.


상대가 상대인만큼.


"하핫,"


갑자기 비를 맞으며 걷던 바실리가 웃었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그를 봤지.


"체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체홉이요? 좋은 사람 같습니다만..."


"그러냐? 크흐흐. 그거 말구, 아까말이다."


"아, 꼼짝못하던데요."


"멍청한 놈들. 하하."


그러고 보면 이 사람은 그런걸 즐기는 사람같기도해.


-촤아아아아아아


비가 그칠줄 모르고 억수같이 쏟아붓는다.

굵은 빗줄기의 하얀 커튼이 사방에 쳐져서 뮤턴트고 사람이고 앞을 보기 힘들정도였다.

그래도 바실리는 앞장서서 잘도 길을 찾아 이동한다.


음... 내 생각에 나혼자 이 사람과 같이 근무를 하라는건

당연히 신입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 사람과는 잘 근무를 서고 싶지 않아서겠지.

머리 좋단 말야.


그나저나 비는 계속오고 내가 뒤집어쓴 녹색의 후드앞에는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야외활동이 많은 스토커들을 위해 만들어진 방호구라

어느정도 방수가 되는것이 다행이다.


나같으면 이 춥고 지척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는

길을 잃고 해맬것같은데, 바실리는 이곳 지리를 잘 아는지

꾸준히 걸어 나를 인도해 나갔다.



우리는 깍아지른 벼랑아래에 작은굴에 당도했고

비좁지만 거기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그 굴은 그다지 넓지도, 높지도 않은 굴이었는데,

아마도 개들이 예전에 파놓은듯했다.


아직 우리는 다크벨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다크벨리는 프리덤의 영역이라 개는 한마리도 없다.

비를피해 뭔가가 기어들어오진 않겠지.


좁고 낮은 동굴에서 나는 목을 움츠리고 쪼그리고 앉아 조금 불편했지만,

비를 안맞는게 어디인가 싶었다.


PDA 를 보니 아직 오후 10시 5분전으로, 가비지의 경계가 가까운 곳이었다.

엉덩이에 한기가 스몄지만 그대로 빵 배낭을 안고

그냥 그렇게 쭈그리고 있었다.




..




"가자."


잠깐 잠이든 모양이다.

아직 빗소리는 나는데, 바실리는 가자고 했다.


어느새 비가 그나마 많이 줄어서 가랑비로 바뀌어 있었다.


다시 그대로 기어서 밖으로 나와 비를 맞으며 몸을 쭉 폈다.

그리고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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