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S.T.A.L.K.E.R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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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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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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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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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81-83

DUMMY

81.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자꾸만 빛이있는 뒤를 돌아보고싶었지만

스켈레톤이 지키고 있을게 뻔했다.


무언가가 거칠게 파재낀 동굴을 천천히 나아갈때,

새로 판 흙의 냄새와 오래된 지하의 곰팡이 냄새가 났다.


곧, 어느 알수 없는 지하공간에 다다랐을때에 비로소 모든 빛이 사라졌고

나는 이마에 헤드라이트를 켰다.


무슨건물일지 감이 안오는 긴 지하 공간이 양쪽으로 나 있었다.

헤드라이트의 빛이 그 끝까지 가질 못하고 흩어졌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


나는 동굴과 그 지하건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귀를 기울이고 섰다.

공포와 절망에 자꾸만 심장이 고막을 두드려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보이는건 한정되어있고 심장마저 고동소리에 청각을 둔하게 만들었다.


어느쪽으로 가야하지?

차라리 스켈레톤이 갈때까지 기다릴까?


아아, 그러나 그들은 성공할때까지 꾸역꾸역 사람들을 잡아다가 집어넣을 것이다.


널려있는 시체, 여기저기 흩어진 뮤턴트들, 목이 없던 시체-



...


나는 무턱대고 왼쪽길로 나아갔다.

곰팡내나고 습한 지하공간을 50미터 가량 나아갔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는데, 오로지 어떤 작은 소리가 나아갈수록 점점 커졌다.


- 피유우-






밸브를 열라는게 저것인가보다!


무언가 터지지않게 여는것인가?

아마 저것만 처리하면 살수도 있을지도 몰라.


- 피이!


그러나 갑자기 뭔가가 새는 소리가 커지더니,


- 찌기긱!


하고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헤드라이트의 끝에서 희미하게 배관의 이음매가 터져나가며

금속리벳이 튀어나가며 불꽃이 튀는걸 보았다.


-까라라라라라락!!!!!


"어, 어으!"


-피피피피피핏슈!!!!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배관속에 가스가 불길과 함께 폭발하기 시작했고

규칙적으로 난 이음매를 사정없이 두들기며 분출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나는 뒤를 돌아 뛰기시작했고, 등뒤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헐떡 거리며 뛰었지만 내가 들어온 동굴위의 배관까지 터져나가

길을 막았고, 나는 반대편에 바짝붙었다.


그러나 얼마못가서 굉음에 놀랐는지 갑자기 무언가가 시커먼게

양쪽의 구석과 알수없는 방에서 튀어나왔다.


뛰다가 급작스럽게 걷어찬 그것이 스노크라는것을 알았을때는

머리털이 쭈뼛 서 올랐다!


-삐이이이이이이!!!!


-까쟈, 쨔자쟈쟈쟉- 키잉!!!


배관이 터지는 찢어지는 굉음과 분출하는 불꽃에 뛰쳐나온 스노크들도 당황하기

시작했고 서로 엉겨 버벅대고 있었다.


-타다당! 타타다다다다!!!!


재수좋게 한놈이 머리가 터져나갔다.

나는 등이 후끈한 열기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스노크들이 잠깐 멈칫한 사이에 배관이 없는 복도의 끝까지 달려갔다.


-끼이에에에에!!!


분노와 살의가 가득찬 스노크들의 비명같은 포효가 들렸다.

다시 뒤를 돌아 총을 갈겼다.


-탕! 타다다당! 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짤깍


으아아아아아아!!


쫓아오던 스노크 네댓마리 중에 한머리가 쓰러졌고

바로 뒤이어 쓰러진놈에게 불길이 쏟아졌다.


내가 빈 총의 방아쇠를 당황하여 연이어 당길때에도

터져나가는 불길이 나머지 스노크들을 덮쳤고

그 미친것들을 불길속에서도 조금 느려졌을뿐 이었다.


-크어아앜!!!


-크어앜!!!


나를 향해 피부가 탄화될때까지도 기어오다 쓰러졌다.

환하게 타오르는 불길을 뒤로하고 시커멓게 숯이되어가는 스노크가,

넋을 잃고 빈 총만 쏴대는 내 앞에서

분하다는 듯이 손톱이 녹아버린 손으로 흙을 한웅큼 쥐고 쓰러져갔다.




82.



머리에 쓴 헤드라이트를 손에 들었다.

아까 스노크가 나온걸 보니까 다른것도 나올것 같았다.


머리에 쓴 헤드라이트는 끄는데 손에들었을때 보단

늦게 끌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불길은 오래도록 타올랐고 엄청난 열기를 전해주었다.

그게 다 식은 다음에 나간다면, 아마 내가 그것을 파괴했다고 죽일지도 몰랐다.


이럴때 이반이나, 바실리, 랙스가 한명이라도 내옆에 있었다면!

그들에 대한 생각이 간절했다.



...



작은 방이 나왔으나 부서진 나무 상자와 선반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칙칙한 시멘트로 만든 지하건물은 용도가 나로서는 불분명 했다.

그냥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처음만난 작은 방을 지나 짧은 복도를 지났다.

그러자 복도에 끝에 다른 넓은 공간이 보였다.


가까이가서 귀를 기울였다.

...


그러나 아무소리도 들리지않았다.


그렇지만 그 넓은 공간에는 노란 경고등이 약하게 빛을 뿜고있었고

그것은 확실히 없는것보다는 나았다.


불을 켜면 빛이 아마도 끝까지 닿지 않을것 같았다.


중간쯤에 무언가가 큰 시설이 있었는데, 금속제 배관이 여기저기 나 있고

계기판이 몇개 붙어있고 그 밑으로 물이 있는걸로보아

내 생각에는 급수시설이나 펌프같았다.


안전한듯 했다.


그러나 내가 앞으로 한발자국, 그 방으로 들어갔을때-

그 펌프앞에 무언가가 서 있다는것을 알고 석고상처럼 몸이 굳어졌다.


다시 번개같이 몸을 뒤로 뺐다.


분명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다음의,

이 큰 공간보다 조금 더 밝은 알수없는 공간으로 향하는 골목에 서 있었다.


그것이 나를 보았을까?

아니면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만한 사람인지도 몰랐다.


최대한 숨을 죽이고 쭈그리고 앉은채로

예전엔 문짝이 달려있었을 부분에다가 왼쪽눈만 대고

그 '서있던' 것을 보았다.


아아... 씨이...!

그건 사람은 분명아니었다.


그러나 바지는 입고있었다.

게다가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존재였다.


나는 그 큰 공간의 노란 등의 빛이 안들어오는 복도의

어두운 부분에 쭈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컨트롤러!'


아니 왜 저기 저딴게 있어!


저번에 봅이었던 컨트롤러를 잡을때에는 네명이 덤벼서

겨우 잡을수 있었는데,

이번엔 나 혼자고 총알도 한발도 없다.


어쩌지?


다시금 숨을 죽이고 펌프가 있는 큰방을 한쪽 눈만 내놓고 살폈다.

돌겠네.


컨트롤러가 확실해 보이는 놈이, 다음방으로 가는 길목에 뒤를 보이고 서 있었다.

컨트롤러는 녹색빛이 새어나오는 구역을 보고있었다.

그 녹색빛이 나오는 곳에는 어떤 기계에 연결된 큰 벨브가 보였다.


아, 진짜 저것 인가!


저것같긴 한데, 갈 수가 없다.


그동안에도 컨트롤러는 뒷모습만보이고 있었는데 집중해서 보니까

아무래도 죽은것같지는 않다.


이제까지 서서 죽은 동물이나 사람 얘기는 들어본적도 없고,

믿기싫지만 어깨가 약간씩 올라갔다 내려갔다 천천히 하는걸보니 살아있는 모양이다.


왜 저러고있지?

그냥 조용히가서 목을 칼로 베어버릴까?

그러나 나에겐 그럴만한 용기도없다.


그렇게 망설이면서 30분은 있었던것 같다.

컨트롤러는 거대한 펌프의 오른쪽에 있고

내가 아마도 왼쪽으로 조용히 기어서 접근한다음에,

무언가를 던져서 그쪽을 쳐다보게 한다음에 바로 저기로 뛰어가면 될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마친 나는 엎드린채로 나가서,

중간에 솟은 펌프를 돌기위해 최대한 소리죽여 기었다.


저 미친것이 날 보지 말아야할텐데!


펌프에서 흘러나온 물이 몸에 젖기 시작했다.



83.


최대한 땅에 붙도록 엎드려서 기었다.

희미한 노란빛에, 펌프에서 나오는 물은 마냥 검기만했다.

그 물을 소리없이 기기란...


그나마 내가 지금 내가 있는곳이 중간에 솟은 펌프보다는 낮은지형이라

펌프 오른쪽에 서 있는 컨트롤러와는 반대로

왼쪽으로 갈때까지 보이지 않을것 같았다.


정말로 목숨이 걸린 일인지라, 한걸음을 이동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르겠다.


숨을 죽이고 천천히 한팔, 한발 옮기자니

점점 가까워지면서 컨트롤러가 가르릉 거리며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이 지하에 온뒤로 얼마나 됐는지 알수도 없고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분간도 되지않았다.

PDA도 고장나버렸고...


겨우겨우 기어서 펌프의 왼쪽으로 돌았다.

나는 엎드린 채로 눈만내밀고 컨트롤러를 살폈다.

그 재수없는 뮤턴트의 옆 뒷통수가 보였다.


대략 5m정도 였는데

나와 펌프를 사이에 두고 있는 그 미친 피조물의 귀 뒷부분이

노란 불빛을 받아 아주- 잘 보였다.


블러드 서커와 비슷하지만 덩치는 좀 작고

빈약하게 생겼지만 저안에 뭐가 들었는지 총상에도 무진장 잘 버텼다.


예전에 임무수행때 봅... 이었던 컨트롤러가 그랬었다.

이반이 쓰러진 컨트롤러의 머리에다가 권총으로 뭉개놓고

랙스가 그 스켈레톤의 무거운 발로 세차게 밟아야 죽었던 그 미친 존재다.


나는 조심스럽게 떨어진 녹슨 쇠 껍데기를 하나 들어서

컨트롤러의 뒤편으로 멀리 던졌다.


-탁, 찌그릉!


벽에 맞고 땅에 떨어지며 분명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저 형언할수 없는 존재는 그대로 있었다.

그저 녹색의 불빛이 새어나오는 그 방만 보는것 같다.


못들었나? 가뜩이나 심장이 뛰고 불안해 죽겠는데 자꾸 일을 만들고있다.


난 다시 펌프에서 떨어진 벌건 철조각을 하나 더 들어서 다시 던졌다.


"..."


귀가 반쯤 뭉개져서 소리가 안들리는 모양인가!

그 뒤로도 나는 콘크리트 조각과 상자조각등을 열번도 넘게 던졌지만

전혀 미동도 하지않았다.


점점 그 병신이 가만히 있으니까 나는 점점 대담해졌다.

아니, 왜 저 병신새끼는 뒈진거야 뭐야!


결국엔 난 성질이 나서- 시멘트조각을 하나 들어서

컨트롤러의 등짝에다 집어던졌다.


"..."


'아이 씨발!'


나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까지 이르렀다.

펌프 밖으로 엎드려서 빼꼼히 눈만 내놓았다.

역시나 컨트롤러는 반응이없었다.


"야...!"



!!!!!!!!!!!!!!!!!!!


바로 그 순간,

돌처럼 굳어있을듯했던 컨트롤러가 고개를 돌려서

펌프뒤에 숨은 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삐이이이-!


머리가 울리며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번쩍들며 급히 뒤로 몸을 뺐다.

펌프뒤로 몸을 숨기자, 시야가 파랬던게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식은땀이 났다.

아, 내가 결국 건드리지말아야 할것을 건드렸다.


아이 씨발! 어째야 한단말야!

아아아아아!


신이시여, 제발 저 미친 개새끼를 단매에 때려죽일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제발!!!!!!


숨고를 시간도 없었다.

다시 몸을 반대로 돌려서 왔던쪽으로 기어갔다.


잠시 고민한다음에 다시 눈만내놓고 살폈다.


컨트롤러가 굳은 자세로 나와 눈이 마주쳤던 그 장소를

뚫어지게 보고있는것을 보았다.


그 어둡고 움푹 파인 눈 안쪽에서 알 수없는 광기가 감도는것 같았다.


'에라이 씨발, 내가 왜 이 지랄...!


"야! 이 새끼야!"


-삐---이이이이!


머리가 울리며 다시금 시야가 파래졌을때

나는 아까 처음 눈이 마주쳤던 쪽으로 일어나 달렸다.


그래봤자 3m도 안되는 원통형의 펌프,

달리던 그대로 펌프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녹색불이 새어나오는 방으로 달렸다.


-첨벙 첨벙!


물이 튀며 이리저리 어지럽게 퍼져나갔지만

난 이제까지 뛰었던 것보다 더 악을 쓰고 달렸다.


-삐이이이이이!


시야가 파래지면서,


-슈우우우우우-


뭔가 빨려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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