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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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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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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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2)

DUMMY

서양필이 왔다는 전갈에 최염계는 의외랄 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의외랄 게 있나. 무천군에게 붙으라, 뭐 그런 얘기이지 않겠소.”

“아마도 그럴 것이오. 아니, 단순히 말만 하러 온 것 같지는 않소만.”

최염계는 자신에게 전갈을 전한 하인을 쳐다보았다. 어떤 명령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보아 위험한 일이라 직감을 했는지 하인은 벌벌 떨고 있었다.

최염계는 하인을 안심시키고자 미소를 지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가서 전하거라. 나와 얘기를 하고 싶다면 무장을 해제하라고 말이다. 그게 싫다면 혼자 들어오라고. 본디 말이란 사람과 사람이 나눠야지, 어찌 거기에 창칼과 같은 쇠붙이를 끼어넣겠느냐고 말이다. 거절하겠다면 이쪽도 대화는 거절이라고 전하거라.”

그리고선 최염계는 벌벌 떠는 하인에게 시선을 떼어 남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대의 도움을 받아야 겠소다.”

“그럴 터이지. 희영아, 너도 가서 따라가거라. 가서 주저치 말고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희영이 최염계의 하인과 함께 서양필을 맞이하러 가자 최염계는 남영을 보고 말했다.

“아무래도 저들도 품위니 하는 건 내다버리고 나설 것인 것 같소. 저들 나름 멋진 무대를 만들고 싶었던 듯 하나 실패하고 이제는 필사적으로 움직일 것 같소이다.”

“애초에 이런 일이 품위니 하는 걸 논하는 게 우스운 일이긴 하지.”

분명 가병까지 동원하고 있을 무천군의 행동을 비웃는 최염계와 남영이었다. 그들이 비웃는 건 가병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까지 오게 만든 무천군의 안일함이었다. 일의 성공을 확신하고 그 무대를 멋지게 꾸미는데 주력하여 결국 이도저도 아닌 혼란에 이르게 되어버린 무천군 자신과 그 측근들의 안일함을 비웃는 것이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그들은 압도적인 세력의 힘으로 쉽게 올라갔을 것이다.

일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무천군 일파를 비웃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울러 역시 안일하게 일이 돌아갈 거라 여긴 이주신 역시 그들이 비웃는 상대였다.

“그보다 천신영의 딸이 걱정이군. 그 아이의 행보에 대해서 어디 알지를 못하는가?”

오랫동안 같은 편에 서있던 벗의 딸,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혼자가 된 소녀에 대한 걱정이 최염계에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최염계의 이 물음에 남영이 답했다.

“소은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괴한들을 쫓아 사라졌다고 하더군. 아마도 이주신인가 하는 환관의 일파랑 싸우고자 쫓고 있는 듯 하네.”

“흐음, 그거 걱정이군. 이주신, 그 늙은 환관이 아무리 일련의 사태를 안일하게 봐왔다고는 하지만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란 말이지. 게다가 잘못했다간 태자궁에도 피해가······.”

다른 사람도 아닌 태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그 여파가 자칫 잘못했다가 같은 일파의 일원인 자신에게 쏠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최염계였다.

“아, 그렇긴 하지.”

“그러고 보니 금오위는······.”

갑작스런 폭발음이 들려오자 최염계는 말을 멈추고 재빨리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당황해하는 와중에 남영과 최염계 부녀만이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인가.”

“당연한 일이겠지.”

“예, 그러네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받아들이는 그들 중 최화련만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랜 시절을 알고 지낸, 그리고 지금 절망에 빠져 폭주 중인 한 소녀의 이름이 멤돌고 있었다.


한편, 최염계의 집 정문 앞에선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최염계로부터 무장해제를 해야만 출입할 수 있다는 전갈을 받은 서양필은 당연하게도 이를 거부했다. 애초에 그가 받은 임무는 최염계를 비롯한 여러 조정의 중신들을 굴복시키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 일을 성공시키는데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는 무력으로 강행돌파를 하려 했으나 이는 실책이었다. 사실 평범히 생각하면 아무런 일이 없었을 일이나 하필 최염계의 하인과 함께 온 한 여인이 무시무시한 강자였음을 누가 알았겠는가.

얌전해보이던 여인은 강제적으로 나서려는 서양필의 가병들을 막아서더니 기운 좋게 옆차기를 날렸다. 그저 평범해 보인 옆차기였지만 그녀의 다리가 쭉 뻗어지는 순간, 거대한 폭음과 함께 일무리의 가병들이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놀라운 광경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는 중 그녀는 재빠르게 가병 하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그 가병의 목덜미를 붙잡더니 그대로 들어올려 땅에 메쳐 꽂아버렸다. 그제서야 위험하다고 판단한 가병들은 창과 칼을 앞세우고 그녀를 포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일제히 내질러지는 창들을 피해 가볍게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여인은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며 발차기를 날렸고, 그녀가 휘두른 다리와 발에 창대가 우수수 부러져 버렸다. 뒤이어 당황한 가병 하나의 명치를 손바닥으로 후려치어 뒤에 있는 가병들까지 쓰러뜨려 버렸다.

휘둘러진 칼도 가볍게 피하는 동시에 수도로 목을 쳐 기절시키는 이 놀라운 여인의 존재에 서양필은 당황해서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

‘이럴수가······. 예상은 못한 건 아니지만······.’

사실 최염계의 집안은 오랫동안 무장들을 배출하거나 그와 관련된 일들을 맡아왔다. 때문에 무(武)와 관련해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최염계의 서자인 최화승이 금오위의 중랑장을 맡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그렇기에 서양필은 최염계가 나름 준비가 되어 있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그러나 이렇게 압도적인 강자가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일단은 잠시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에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서양필은 생각을 멈췄다.

서양필의 가병들을 단박에 무너뜨리는 여인, 희영이 내지른 주먹이 바로 서양필의 눈앞에 와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그의 병사들은 진영을 무너뜨리고 쓰러져 있었다. 남아 있는 이들도 겁에 질려 뭘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 판단 하에 나리를 참지정사께 뫼셔가도록 하겠습니다.”

“뭐, 뭐?!”

뭐라 그가 답을 하기도 전에 희영은 서양필을 번쩍 들어서 집 안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의 가병들이 막아서고자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희영은 서양필을 들고 있는 채로 자신을 가로막는 이들을 후려치거나 걷어차면서 유유히 제 갈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희영에 의해 서양필이 제압당하여 끌려오고 있는 동안 동쪽하늘을 바라보던 남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은.”

“왜?”

남영의 부름에 갑자기 하얀 머리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소녀의 곁에는 두 어린 아이와 주호, 정기, 그리고 이소연도 함께 있었다. 익숙한 이들을 본 최화련은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무슨 일이슈?”

주호의 퉁명스런 물음에 신경 쓰지 않으며 남영이 말했다.

“태자궁으로 가라. 가서 일의 추이를 지켜봐라. 애들은 놔두고 너랑 주호만 가도록······.”

“저도 갈게요.”

최화련이 끼어들자 묵묵히 이를 지켜보던 최염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화련아.”

“아버님은 바쁘시잖아요.”

“이번 일은······.”

“뭐라 말하실 줄 알지만 가봐야겠어요.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말리고는 싶지만 강경한 태도의 딸을 말릴 수 없음은 오랜 경험으로 잘 아는 최염계였다. 때문에 그는 더 말리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점에 만족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독일 수는 있었다.

“딸 키우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군.”

“그렇소.”

최염계는 씁슬히 웃어 보이곤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만나려는 손님과 마주하기 위해서.

최염계가 자리를 비우자 주변 하인들의 만류를 무시하는 최화련에게 남영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 최화련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소은에게 다가갔다.

“자네는 어쩌겠나?”

남영의 물음에 말없이 서있었던 이무준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생각을 해보더니 답했다.

“저도 가봐야겠죠. 저에겐 이 일련의 일을 지켜볼 의무도 있고, 무엇보다 전 환관이니까요.”

그렇게 대답을 마친 이무준을 포함해서 소은 일행은 궁궐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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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9) 19.05.20 37 0 9쪽
118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8) 19.05.13 27 0 10쪽
117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7) 19.05.05 54 0 9쪽
116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6) 19.04.28 40 0 9쪽
115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5) 19.04.21 47 0 10쪽
114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4) 19.04.14 55 0 10쪽
113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3) 19.04.01 58 0 9쪽
112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2) +1 19.03.24 57 0 10쪽
111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1) 19.03.18 60 0 9쪽
11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6) 19.03.11 67 0 9쪽
10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5) 19.03.03 46 0 10쪽
10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4) 19.02.25 44 0 9쪽
10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3) 19.02.18 47 0 10쪽
»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2) 19.02.11 48 0 9쪽
10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1) 19.02.04 55 0 9쪽
104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0) 19.01.28 46 1 9쪽
103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9) 19.01.21 66 1 9쪽
102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8) 19.01.13 71 1 10쪽
101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7) 19.01.06 96 1 11쪽
10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6) 18.12.23 64 1 10쪽
9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5) 18.12.17 52 1 10쪽
9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4) 18.12.09 73 1 9쪽
9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3) 18.11.26 81 2 9쪽
96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2) 18.11.19 86 2 9쪽
9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 18.11.11 78 2 9쪽
94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6) +1 18.11.04 120 3 10쪽
93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5) 18.10.28 78 0 9쪽
92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4) 18.10.21 82 2 9쪽
91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3) 18.10.14 11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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