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베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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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123
작품등록일 :
2017.12.08 20:53
최근연재일 :
2017.12.08 22:11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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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0,561

작성
17.12.0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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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도베르만과의 대결

DUMMY

4)

“덤빌 놈 나와 봐.”

수군대기만 할 뿐 도베르만이 왜 도발을 하는지에 대해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너무 갑갑하니까 덤벼 봐.”

사치스러운 이유로 싸움을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소리 없이 울고 싶었다. 그런데 도베르만이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는 나를 불러 세웠다. 그 순간 나는 옹색한 한 마리 들개가 되어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도베르만을 마주했다.

“없던 힘까지 짜내서 싸워야 된다.”

도베르만의 금강석 같은 이빨이 나를 향해 단정하고 강렬한 경고를 보냈다.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그의 앞에서 나는 한 마리 들개라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나는 들개이면서 이미 들개에게 물려 경고를 알아들을 단정한 귀는 없었고, 그저 하루를 이어 갈 고기에 대한 생각을 하느라 어제의 사냥을 잊고 오늘 오전에 내가 한 사냥도 철저한 도베르만 앞에서 아득히 잊어가고 있었다.

메마르고 깡마르고 볼 품 없는 내 모습이 얼마나 우울한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아침에 먹은 토끼가 생각났다. 주린 배가 축 쳐진 감각에 한 걸음을 옮겨도 눈이 휑하고 그런 눈을 하고서는 간신히 또 쳐진 귀를 힘없이 늘어트리며 터덜터덜 걸었는데 이러면 나는 아침에 먹은 토끼처럼. 긴 귀가 초라한 자연에서 불안하고, 초원 위를 달리다 풀에 베이고, 여우의 사기에 간을 뺏기며 긴장에 매일을 맡기는 억울한 들개의 모습을 도베르만의 강력한 도발 앞에 그대로 주춤대면서 뒷걸음치는 변명을 하며 꼬리를 감추고 고개를 숙여 천천히 복속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름을 지어도 불러 주는 주인 없이 혼자서 지은 이름을 강렬한 상대에게 소개를 하려, 이름을 알리려 했는데 이름을 알아줬다면 주인이었을 텐데 이름을 몰라 줘 나는 이름 없는 그냥 들개가 되고 말았다. 나의 이름은

‘카타르시소스’였다.

되던 달에 달도 없이 멋져서 되는 하늘에 되돌아가는 길을 남기지 않으려 되돌아보지도 않고 덤벼드는 나는 달을 훔치기 위해 도베르만의 ‘쨍’하고 밝혀오는 검은 빛을 물어뜯기로 결정했다. 마침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먹은 토끼는 작고 연약하고 부드러워 소화는 이미 다 되어서 언제 먹었는지, 토끼의 얼굴을 봤는지, 토끼의 비명을 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고, 조금 전에 먹은 쥐의 얼굴은 나를 닮아 먹을 것도 없이 말라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없는 먹이를 찾아 코를 킁킁댔다. 있다고 해도 냄새만 있으며 분열된 양떼가 목동의 등을 치고 달아나는 소리를 들어 살가죽은 말라붙어 송장과도 같이, 소금에 재운 올리브처럼 찌그러진 내 모습을 처음에는 거미의 씨실에 걸고 그 다음에는 거미의 날실에 걸어 나를 묶고는 잡아먹히기를 기다렸다. 도베르만에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거미줄 아래 잠드는 들개였다. 더 달려야 할지 덜 달려야 할지는 오직 먹이의 냄새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나는 비굴했다. 나는 가난했다. 주둥이에 스는 녹이 귀찮고 목구멍에 뻑뻑한 곰팡이가 싫었다.

도베르만이 나에게 천천히 걸어 왔다. 도베르만의 아름다운 흑의 결이 천천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잔뜩 겁을 먹고 말았다. 겁을 먹자 입에서 흐르는 숨은 결국에는 진득한 침이 되어 돼지를 삶은 국처럼, 소를 잡은 탕처럼, 금방 딴 닭의 목에서 끓어오르는 피처럼. 진득한 액체가 내 목을 적시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거센 장마에 힘없이 목을 맡겼을 때, 도살장에 끌려 가 도살을 눈앞에 두고 개 같은 인생을 살면서 하느님을 불렀을 때, 힘겨운 사냥에 나서도 쥐도 없고 토끼도 없었을 때 흘렸던 피를 흘려 보기로 결심했다. 도베르만과 싸워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황금 목걸이가 무거운 참이었어.”

도베르만이 내게 바짝 다가왔다.

도베르만이 칼날 같은 눈빛으로 내 어깨를 베기 시작했다. 나는 베여가며 울부짖었다.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 하였나.”

날리는 살점의 고통에 지치지 않는 아드레날린을 방출하며 나는 개인 것도 잊고, 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바짝 날 선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칼날로 도베르만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카로워지는 것은 나의 바짝 선 날인 것만은 아닌 도베르만의 날도 마찬가지였다. 도베르만이 날카로운 무기를 꺼내들어 나를 공격해 왔다. 나는 강한 반항심에 닦지 않은 이를 드러내며 상스러운 욕설로 그를 모욕해 나갔다. 그러자 내가 가진 무기가 한층 강력해졌다.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내 칼날에 살상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러자 도베르만은 점점 흩날리더니 점점 줄어들고 점점 가벼워지더니 나를 위협하던 그 무서운 도베르만은 없고 작은 고기가 몇 점 남고 말았다. 나는 마침 고픈 배가 부른 순간에 직면하려 열중해 도베르만의 고기를 먹어 치웠다.

하지만 나는 곧 공허해졌다. 도베르만의 고기를 먹은 나는 그저 허무해 지기만 했다.

“나는 카타르시소스.”

내가 붙인 이름이 공허한 울림으로 되돌아 왔을 때에 충족 없는 허기가 닥쳐왔다. 무언가를 먹어야 했다. 이곳저곳 정처 없는 눈길로 내 먹이가 될 움직이는 무언가를 탐색해 나갔다. 모두가 죽어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싱싱한 먹잇감이 애처롭게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냈다. 나는 죽어 말라붙은 거무튀튀한 핏덩이가 필요 없었다.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 나를 어디로든 가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내게 필요했다. 나는 어디에서 나를 전진하게 하고 성취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나를 먹기로 했다. 철저히 살아 있는 나를 하나 둘 정성스레 털을 핥아 맛을 보고 다닥다닥 붙은 혈관을 걷고 근육을 세며 내 숨통을 끊어갔다. 그리고는 대신 도베르만의 황금 목걸이를 먹어치워 없어져가는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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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링 위에서 17.12.08 114 0 4쪽
6 들개의 출소 17.12.08 109 0 4쪽
5 도베르만의 출소 17.12.08 99 0 2쪽
» 도베르만과의 대결 17.12.08 105 0 6쪽
3 도베르만과의 만남 17.12.08 110 0 3쪽
2 도베르만 17.12.08 86 0 3쪽
1 들개 17.12.08 172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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