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베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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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123
작품등록일 :
2017.12.08 20:53
최근연재일 :
2017.12.08 22:11
연재수 :
7 회
조회수 :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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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0,561

작성
17.12.0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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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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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4쪽

들개의 출소

DUMMY

6)

“띵동”

서너 번 초인종을 눌러 보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두고 갈 수는 없었다. 고객에게는 기다리던 반가운 택배지만 이렇게 기다리게 한다면 내게 있어 짐짝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게 느껴질지언정 놔두고 가버린다면 짐짝을 혼자 내버려두고 무책임하게 떠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박스를 현관 앞에 내려두고 다분히 외로운 놀이를 시작했다.

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을 구했고 복싱장에 다니고도 있었지만 아직은 인사 연습을 할 필요가 있었다. 웃는 연습도 필요했는데 지금껏 제대로 인사를 한 기억도 없었고 더구나 웃는 일에는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서 아무도 없이 한가한 곳을 발견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웃는 연습을 해야 했다.

“하하” 웃자니 고객들이 농담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친절한 사람이 어떻게 웃는지 모르고 있었다. 콘크리트 허망한 정취에 달갑지 않을 “하하”웃음만 무안하게 반복하다 경련을 일으키듯 미세하게 진동하는 입가 근육에 실소와 미소와 폭소가 내가 가진 선택지임을 알게 되었다. 한참을 홀로 폭소하던 와중에 긴장해 있던 얼굴 근육이 남들 같은 상태를 가진 순간을 경험해 힘들여 내뱉던 폭소를 멈추었다. 그러자 살고 있는 집 거실에 걸린 미망인의 가족사진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미망인의 거실에 있던 사진을 새로 걸고 그들 가족 사이에 끼어 보았다. 밝은 투피스를 차려입은 미망인이 의자에 앉고 여동생이 옆에 서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들 곁에 깔끔한 제복을 차려 입은 채 늠름하게 서 있었다. 약간 비스듬한 자세인 것 같아서 사진 속 포즈를 따라 비스듬히 서 장난처럼 초인종을 다시 눌러보았다. 이번에 대답이 없으면 택배를 두고 돌아가야 했다.

현관은 갑자기 열렸다. 준비할 새도 없어 친절한 미소 하나만 생각하고 웃음 지었는데 하필

“하하.”라고 웃고 말았다. 민감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끝내 미소를 포기하지 않자 마침내는 친절할 것 같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는데 나는 그 순간에 아찔한 기적을 봤다고 생각하고 항상 가지고 있던 두려움과 외로움을 미망인의 가족사진과 함께 멀리 던져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하하”하고 웃었다. 가장 아름다운 농담이라고 여겨도 좋다고 생각했다. 연립주택의 계단을 한참 걸어 내려가는 도중에 쉴 새 없이 “하하” 웃음을 흘리자 내가 웃음소리 나는 발자국을 가졌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타닥타닥 걸어도 “하하”웃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모처럼 경쾌해질 수 있었다.

웃음소리와 한참을 함께 걷자 내 안에 용기가 자라났다. 밝아진 마음이 내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훈련에 매진해야 했다.

웃음을 연습했던 것처럼 운동했다. 나 자신과 벌이는 사투는 도베르만과의 대결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때보다는 자라 있었다. 웃을 수 있게 된 나는 결전의 순간에서 더 강하게 폭발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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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링 위에서 17.12.08 114 0 4쪽
» 들개의 출소 17.12.08 110 0 4쪽
5 도베르만의 출소 17.12.08 99 0 2쪽
4 도베르만과의 대결 17.12.08 105 0 6쪽
3 도베르만과의 만남 17.12.08 110 0 3쪽
2 도베르만 17.12.08 86 0 3쪽
1 들개 17.12.08 174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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