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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작품등록일 :
2013.06.22 21:02
최근연재일 :
2013.06.27 18:57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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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
글자수 :
5,831

작성
13.06.2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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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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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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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001. 흔적

DUMMY

그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오늘은 토요일이었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의 알람은 오전 여덟 시로 맞춰져 있었다. 고로, 그는 최소한 일곱시 반에 눈을 뜬 게 된다. 그는 눈을 다시 감아봤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거실로 나선 그는 커다란 베란다 창을 먼저 열었다. 한 밤 내내 실내에 갇혀있던 공기들이 바깥의 공기와 섞이기 시작했다. 그는 베란다의 난간을 짚은 채로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멍한 머리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안으로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 안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생수 한 통과 맥주 다섯 캔. 텅 빈 냉장고를 보자 갑자기 숨어있던 허기가 미친 듯이 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곤란함에 턱을 쓰다듬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내용물이 없는지 궁금해하던 그는 이내 이유를 생각해냈다. 어제는 금요일, 그녀가 찾아오는 날이었고, 그녀는 그의 집에 들를 때면 일주일치의 식량과 반찬, 그 외 자질구레한 먹을거리들을 들고 오곤 했다. 신기하게도 그녀가 다시 오는 날이 될 즈음이면 그녀가 사왔던 음식들은 전부 사라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자신이 사들고 온 물건들을 냉장고에 밀어넣고 빙그레 웃으며 그 광경을 그에게 보여주면서 뿌듯해하던 그녀가 생각났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냉장고 문을 강하게 닫았다.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어쨌건, 그는 이제 외출을 해야 했다.



그는 이왕 밖으로 나가는 김에 식사를 밖에서 할 심산으로 옷을 신중하게 골랐다. 식재료는 느지막이 집에 돌아올 무렵에 살 생각이었다. 다행히 그의 집 근처에는 밤 열한 시까지 운영하는 대형 할인마트가 존재했다. 예전엔 그, 할머니네로 들렀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사라져버린 작은 구멍가게를 떠올리며 그는 아쉬움을 담뿍 담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간단하게 브이넥의 회색 반팔 면티와 황토색 반바지, 갈색의 페도라를 골랐다. 신발은 얼마 전 산 네이비의 로퍼로 충분할 테다. 어깨에는 하얀 바탕에 옅은 연둣빛 무늬가 들어간 니트를 둘러맸다. 지갑과 스마트폰 등 자질구레한 물건을 넣을 가죽 재질의 작은 크로스백을 집어들고, 도수 없는 까만 뿔테 안경을 썼다.

스마트폰을 꺼내곤 화면을 건드려 잠금을 해제한 그는 잠시 배경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꽤 큰 편인 화면의 안, 이런 저런 앱들의 너머에서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위에서부터 내려다보는 앵글로 찍은 그 사진은 그녀가 직접 찍은 사진이었다.


'이렇게 만나서야 내 얼굴을 기억할 리가 없잖아. 자기도 사진 하나만 찍어줘.'


그는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 배경화면을 바꿔버렸다. 단풍잎이 떠다니는 수면이었다. 날씨를 알아보기 위해 화면을 움직이려 몇 번 건드리자 잔잔하던 수면 위로 파문이 퍼져나갔다. 물렁한 그 질감이 꼭 손에 잡힐 것만 같다. 그는 스마트폰을 가방으로 집어넣었다. 가방 안에는 지갑과 스마트폰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공간이 많이 남긴 하지만 티는 나지 않겠지.

그는 로퍼를 꺼낼 생각으로 신발장을 열었다. 꽤 넓은 신발장은 상당한 공간이 비어있어 그는 어렵잖게 로퍼를 꺼낼 수 있었다. 천은 겉보기로는 꼭 청바지와 같은 재질같았다. 로퍼에 발을 끼워신고 매듭을 단단히 다듬었다.



날씨는 상당히 화창했다. 휴일인데다 날씨까지 맑으니 데이트를 하러 온 연인들로 길거리는 북적거렸다. 이 동네는 인구가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인데도 그랬다. 평소 주말은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던 그는 제가 사는 지역의 새로운 모습이 못내 신기했다.

그러나 그는 먹고 싶은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뱃속에서는 꾸준한 허기가 느껴지는데, 정작 입맛이 당기는 것은 없다. 그가 사는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이 있었지만 그는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그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기껏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기도 뭐하다. 차라리, 간만에 오랜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는 전화번호부를 뒤져 어렵지 않게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이종석, 그의 고등학교 때 친구였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달에 한 번씩 간간히 연락은 하지만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 며칠 전인가, 시간이 나면 만나자며 연락을 해 왔으니 괜찮으려나. 그는 익숙하게 화면을 건드려 메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금 시간 되냐? 한가하다」


그는 길가 상점의 차양 밑에 서서 답신을 기다렸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의미없는 눈길을 그에게 던지고 지나갔다. 분주히 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길 너머의 작은 카페가 하나 보였다. 다른 커다란 건물들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카페는, 비교적 싼 가격과 괜찮은 맛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그가 그 카페를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몇 개월 전, 그의 집에 들렀던 그녀가 괜찮은 곳을 발견했다며 그를 그곳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는 그 날 그 카페를 처음 알았고, 다른 곳과는 다른 독특한 풍미를 풍기는 그 카페의 커피에 혹해버리고 말았다. 그가 표정으로 놀라움을 표시하자 그것 보라며 웃던 그녀가 생각난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쨍쨍한 햇살이 내리쬐는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때 그의 손아귀에 쥐어있던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종석의 답장이었다.


「신촌으로나와라나오자마자간판시뻘건술집이있을건데거기로와」


그는 지체없이 바로 지하철로 향했다. 신촌과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다. 종석이 말한 가게는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확실히 그 새빨간 간판은 출구를 나서자마자 그의 눈에 띄었다. 50미터? 80미터? 가량 떨어져있는데도 확실히 눈에 보였다. 그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통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아~ 정말, 싫다니까."

"싫기는, 야, 너 계속 그렇게 집에만 있을 거 아니잖아, 안 그래?"


그는 갑자기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와 걸음을 멈췄다. 그 말투는 그가 익히 기억하고 있는 것과 전혀 달랐지만, 목소리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작가의말

참, 제목은 로맨스가 아닙니다.

‘로망스’ 입니다. 뉘앙스가 뭔가 다르지 않나요?

그나저나 홍보하기 참 어렵네요.

어제 타이밍을 한 번 놓쳤더니 이젠 게시글이 아예 올라오질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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