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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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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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3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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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강호-귀주이편[제5-1화]

DUMMY

"그래 뭘 어떻게 하고 싶은데?"

"뭐긴 도둑질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지!"

비연이 받아쳤다. 단리는 기가 찬 듯 코웃음을 쳤다. 어깨를 으쓱하며 뒤돌아섰다.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다는 뜻이었다. 그는 가능한 섬부들의 체력을 온존하며 정해진 시일 내에 운남으로 도착하고 싶었다. 하루가 늦을수록 그만큼 손해는 늘어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표국도 쓰지 않고 직접 밧줄을 잡았다. 비연은 그런 단리의 노력에 찬물을 들이붓고 있었다.


날파리가 앵앵거리면 재빨리 잡아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은 법. 단리가 뒤로 돌아섬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병장기를 뽑는 소리가 울렸다. 그 중에 많은 수는 이상할 정도로 건장한 섬부들의 손을 통해서 였다.

비연은 그들의 기도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기껏해야 섬부 나부랭이. 정종 무학을 익힌 자신들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자신감에 일제히 공격하라는 명을 내리고 자신도 말위에서 뛰어 올라 그대로 단리에게 달려들었다. 어느새 그의 목적은 천강 따위보다 지금까지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리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금속성의 날카로운 충돌음이 난무하는 가운데 배를 지키던 호위무사들은 그들을 감시하고 있던 청성파에게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오히려 섬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밀리는 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적수오웅 중 삼인의 공격을 그런대로 막아내고 드문드문 날카로운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단리의 앞을 일단의 섬부들이 달려들어 장벽을 형성했다. 비연의 검은 다부진 인간 벽에 막혀 튕겨나갔다. 단리는 그들에게 대응을 맡겨둔 채 싸움의 테 속에서 한걸음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 옆으로 변고인 이노가 다가왔다.


"뭐하는 놈들인 것 같나?"

단리가 대뜸 물었다.

"무공을 숨기려 하는 것 같습니다만, 방금 단 호법에게 달려들던 놈의 신법을 보건데 청성의 미종보(迷踪步)냄새가 나긴합니다."

"돈만 받고 입 닦겠다는 얘기잖아. 진짜 도둑놈들은 따로 있었군."

"단순하게 젊은 놈이 객기부리는 걸 수도 있겠지요."


청성이 몸소 나선 것을 보면 뭔가 사단이 난 것이 분명했다. 물건이야 그들 손에서 나온 것이니 문제를 삼아도 자기 쪽에서 들고 일어났으면 모를까 이런 적반하장격의 만행을 저지를 리는 없을 테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운남 소통 분타 새로운 움직임은 없었다. 다만 경비를 줄이기 위해 표국을 통하지 않고 분타 소속의 수비대가 직접 운반에 나서긴 했지만 입 다물고 배만 끌고 있는데 그걸 트집 잡는 것도 우스웠다. 대모진을 떠나면서 가지고 나온 것. 단리는 생각을 집중했다.


사람!

섬부들 중 몇몇은 현지 조달한 녀석들이다. 한 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그들을 보았다. 이렇다하게 눈에 띄는 자는 없었다. 마지막에 급하게 고용한 사람도 강호인의 냄새는 났으나 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그는 배를 처음 끄는 사람답게 많은 실수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것이 연기라면 다관의 천극(川劇) 무대에 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우선은 이 소동을 가라앉혀야 했다. 더 끌다가 술동이라도 박살나는 날에는 앞날이 심히 괴로웠다. 그를 이번 귀주행에 집어넣고 술이 도착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분타주의 갈굼이 끝을 모르고 계속될 것이다.


청성파와 섬부들이 얽혀 난전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날선 무기들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여남은 명의 섬부들이 세 명의 침입자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본색을 드러내지도 않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었다. 단리의 신형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람들 사이를 거침없이 지나갔다. 기름칠한 미꾸라지가 강바닥에서 뭍으로 올라온 것 같았다.


이미 단리의 움직임에 익숙한 동료들은 그의 존재를 아랑곳 않고 삼인을 공격했다. 하지만 비연들은 달랐다. 앞에서 쇄도해 들어오는 가 싶더니 어느 샌가 옆으로 빠져있고, 몸을 돌려 그를 대응하려면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다른 사람을 농락하고 있었다. 싸움의 양상이 바뀌었다. 밀리던 섬부들이 세 명을 적당히 응대하기 시작했다. 비연은 상대를 다시 쳐다보았다. 잘못하다가는 화풀이는커녕 피해만 입고 돌아가게 생겼다. 검을 움켜쥐고 그자를 쫓았다.


내공을 잔뜩 끌어올렸다. 청성의 절기인 미종보를 아낌없이 구사했다. 단리가 한 마리 미꾸라지 같다면 비연의 미종보는 유령같이 실체가 없었다. 방식은 달랐으나 쳐다보는 사람을 미혹시키는 것에는 맥을 같이했다. 엽가휘와 황점이 섬부들을 맡으면서 비연과 단리는 그들만의 영역 안에서 결전을 시작했다.


짧은 담뱃대를 움켜쥔 단리가 먼저 공격했다. 비연의 움직임이 신중해졌다. 찌든 담배 내음이 그의 코를 자극했다. 어느새 단리와의 거리가 한자 이내로 좁혀졌다. 비연이 일갈을 내지르며 검을 뻗었다. 신분을 감추고 뭐고 할 개재가 아니었다. 그는 즉시 자신의 절기인 청운적검(靑雲跡劍)의 절초들을 시전했다. 하늘에 구름이 떠가듯 허허로운 움직임이 단리를 감쌌다.


단리의 급소가 비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드러났다. 비연은 쾌재를 불렀다. 단리가 몇 번이나 위치를 바꿨지만 별무소용이었다. 비연의 대응은 훌륭했다. 미꾸라지와 유령의 싸움에서 유령이 한수 앞서는가 싶었다. 이 더벅머리의 색목인은 낭패한 기색을 보였다. 한번 벌어진 거리를 여간해서 좁힐 수 없었다. 그는 종이 한 장의 두께로 아슬아슬하게 비연의 공격을 피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비연의 검이 단리의 뺨에 혈흔을 새겼다. 이노가 소리쳤다.

"단 호법. 그만 정리하시지요. 그는 청성파임이 분명합니다."

"쳇. 그럴까? 초식 구경 잘했네, 젊은 친구."

좀처럼 돌파구가 없어보였던 그는 담뱃대를 아예 품안으로 갈무리했다. 그리고는 청운적검의 절초가 그려내는 세력 안으로 몸을 던졌다. 비연이 단리의 상단전을 노렸다.


다시 혈흔이 그어지고 피가 공중에 뿌려졌다. 하지만 비연은 손에 전해진 감각은 허무에 가까웠다. 단리를 놓쳤다. 분명 눈을 뜨고 있었다. 시야가 흐려진다는 느낌도 없었다. 그저 연속적인 장면의 한 부분이 단락되듯 단리는 그의 공간에서 사라졌다. 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체면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땅을 굴렀다. 발치에서 폭음이 들렸다. 단리의 손가락이 바닥을 뚫고 있었다. 모래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짝, 짝, 짝, 짝!"

단리가 손뼉을 치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체면을 돌보지 않은 임기응변에 대한 칭찬이었다. 동시에 비연의 바지로 보이는 천조각을 들어 보였다. 단리는 그 것을 살랑살랑 흔들어 대었다.

"대단해. 청성파에 당신 같은 인재가 있을 줄이야. 어때 이쪽으로 건너오지 않겠나?"

형(型)과 체면을 목숨보다 중요시하는 정파의 제자가 땅바닥을 구르는 소위 나려타곤 따위의 수법으로 목숨을 구걸한다는 것은 보기 드문 구경거리였다. 비연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옷마저 찢어졌다.

"암 자신의 목숨은 소중하니까. 난 정파 인간들이 형이니 식이니 하며, 곰팡내 나는 체면치레에 목숨 거는 게 이해가 안 간단 말야. 크하하하."

단리의 일격에 의한 여파로 싸움은 소강세를 보였다. 침입자들은 모두 아연한 모습으로 비연을 쳐다보았다.


작가의말

새 캐릭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드는 작가입니다..ㅎㅎ
그래도 천강을 응원해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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