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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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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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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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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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쪽

147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8)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58.

골렘의 내부는 마력이 흘리는 고유의 빛으로 인해 환했다.

이 빛은 실존하는 게 아니다. 그저 위즈가 마력을 직접 보는 특이한 스킬을 가지고 있어 밝게 보일뿐. 실제로는 골렘의 내부는 빛 한 점 없는 캄캄한 공간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위즈는 과감하게 스킬을 사용했다.

“섀도 런!”

예상대로 몸이 어둠속 캄캄한 공간을 넘어 도약했다. 본래대로라면 캄캄한 그림자 속에 들어갔다 나와야 하지만, 지금은 마력의 빛으로 환한 공간.

그 마력의 빛을 가르며 움직이다보니 섀도 런이, 블링크 같은 공간 도약 주문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인식의 전환에 있었다.

지금까지는 연결된 어둠을 통로 삼아 이동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마력의 빛 속에서 보니, 주변의 마력이 자신을 밀어내는 것만 같았다.

삼켜진 음식물이 연동운동을 통해, 목구멍에서 위장으로 넘어가듯.

섀도 런을 쓴 순간, 주변의 마력들이 한데 뭉쳐 튜브처럼 수축했다.

그리고 위즈는 그러한 마력의 수축을 통해 공간을 이동했다.

“육체를 가진 존재가 순수한 마력의 작용으로 이동한다? 주문을 쓴 것도 아닌데?”

중얼거리던 위즈는 순간 깨달았다.

섀도 런이라는 스킬.

그림자 속으로 숨는다는 설명의 의미를.

“육체를 소멸시켜서 다른 것으로 만든다면?”

예를 들면 마력.

캐릭터의 몸뚱이가 마력으로 바뀐다면, 물리적 공격을 회피하는 원리가 설명된다.

또한 골렘의 내부에서 관찰한 주변의 마력이 보인 움직임도 설명이 된다.

골렘 속에 들어찬 마력은 환경마력(EMP)가 아닌, 빙글뱅글의 마력. 위즈의 마력과는 패턴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이종의 마력끼리 충돌이 생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니지. EMP와도 충돌이 일어나야, 섀도 런이란 스킬을 설명할 수 있지.”

다른 관점에서 보자 위즈는 섀도 런 스킬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다 응용방법까지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더 오션에서는 스킬의 기본기능만 설명해주지, 고급기능은 스스로 찾아서 써야 한다. 그것들은 다른 게임 속에서 말하는 통상적인‘비기’에 버금가는 위력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위즈는 살짝 들뜬 마음이 생겼다.

“빙글뱅글과의 싸움에서, 좀 더 유리한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겠어.”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스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계기를 맞았지만, 다른 생각을 할 만큼 녹록치 않았다.

이곳은 빙글뱅글이 만든 골렘의 내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스스로 걸어들어 온 상황이다.

위즈는 골렘 내부에 흐르는 마력의 흐름을 샅샅이 훑었다.

마력 패턴은 청색.

다시 확인해도 빙글뱅글의 마력이 맞다.

청색의 마력이 뿜어질 때마다, 부서진 흙덩이들이 뭉치며 수평의 돌기를 이뤘다.

돌기들은 마력의 근원을 에워싼 형태로 늘어섰다.

“역시나 스킬로 부순 곳이 재생되는군.”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위즈는 놀라지 않았다.

고슴도치처럼 일어선 돌기들은, 근원으로부터 공급받은 마력을 골렘의 몸체 곳곳에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형태는 골렘의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현상.

골렘의 내부가 주재료로 완전히 채워질 경우, 실제 기동에 애를 먹기 때문이다. 마력의 소모가 너무 클 뿐만 아니라, 크기에 비례해 무게가 늘어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몸통부분에 빈 공간을 늘려 무게를 줄이는 방식이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위즈에겐 그런 메커니즘 따위 알바 아니었다. 그저 발 디딜 곳이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위즈는 돌기에서 돌기로 건너뛰며 마력의 근원에 접근했다.

떨어져 내리던 흙무더기가 중력을 거스르며 부유하는 지점.

그곳에 마력을 발산하는 조각이 있었다.

수정조각에 금속파편이 박힌 것 같은 덩어리.

위즈는 그것에 손을 뻗었다. 시간이 촉박하니 움켜쥔 채로‘밤하늘아래 어둠 가시밭’을 사용해버릴 생각이었다. 덤으로 골렘의 지배권을 빼앗을 속셈도 있었다.

‘급조된 것이라 해도 골렘은 골렘. 빙글뱅글을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골렘의 심장에 손을 가져가는 것만도 힘에 부쳤다.

섀도 런을 통해 이종의 마력끼리 반발하는 현상에 대해 이해하게 된 직후다. 손조차 가져다 대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마력의 농도가 짙다.”

그 증거로 다른 부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짙은 청색이 머물러 있다.

즉, 골렘의 지배권을 빼앗으려면, 위즈도 엄청난 마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가진 마력을 다 퍼부어도 이런 빛은 못 만들어내.”

괜히 빙글뱅글이 무서운 게 아니다. 위즈는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골렘을 빼앗지 못한다면, 부순 뒤 이 속에서 빠져나가기로.

‘공상 선긋기라면 베어버리는 게 가능은 하다. 하지만…….’

박살낸 다음이 문제다. 지금 위즈는 골렘의 내부에 들어왔다.

빙글뱅글이 일으킨 골렘을 역으로 탈취해버릴 속셈이었지만, 그 계획이 무산되었으니 그저 함정에 스스로 걸려든 파리 신세로 바뀌어버렸다.

“빙글뱅글은 지금이라도 골렘을 붕괴시켜서 날 흙더미에 파묻어 버릴 수 있다.”

당장 빠져나가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촌경.”

위즈는 손바닥으로 근처의 다른 돌기를 밀어 쳤다. 흙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지만, 곧 다시 엉켜서 단단한 덩어리로 원상복구 되었다. 대들보처럼 튼튼한 기둥 수십 개가 이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은 마력의 공급이 원활하다. 당장 붕괴의 징조는 보이지 않아.’

위즈는 일단 학살자의 망령에 불어넣는 마력을 늘렸다.

‘증오를 삼키는 탐욕의 대지’를 다시 사용하려는 게 아니다.

이번엔 공상 선긋기로 골렘의 몸체를 뚫어볼 생각이었다.

『어째서 필요 이상의 마력을 불어 넣는가?』

“당신 먹으라고 주는 게 아냐. 내 스킬 쓰려는 거야.”

『어떤 스킬이지?』

“마력의 칼날을 만들어내는 거야. 예리하게 자를 수 있지.”

『그런 거라면 굳이 마력을 더 불어 넣을 필요 없다. 난 무기다. 전사의 기술을 쓰지 못하게 방해하진 않는다. 마력을 날 부분으로 인도하라.』


<공상선긋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해제될 때까지 초당 5의 마력이 소모됩니다.>


망령의 말에 따라 마력을 날 부분으로 집중하자, 보이지 않는 마력의 칼날이 생성되었다.

헌데 상점표 단검에 걸어 사용할 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학살자의 망령이 더 큰 무기임에도 마력의 소모가 오히려 적었다. 게다가 마력의 응집이 더욱 뛰어났다.

지금 위즈는‘마력을 보는 눈’스킬이 활성화된 상태. 블레이드 부분이 하얗게 작열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까지 마력이 응집되어 있다면 해볼 만하겠어!’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을 들어 골렘의 심장에 쑤셔 박았다.

청색의 마력이 폭발하며 공기가 뒤틀렸다. 골렘의 심장은 아직 건재했다.

“조금만 더!”

위즈는 연달아 한 지점을 계속 베었다. 골렘의 심장을 감싼 청색의 마력이 깎여나가며, 학살자의 망령에 맺힌 마력의 칼날이 조금씩 파고들었다. 위즈는 진각을 밟으며 칼날을 깊숙이 쑤셔 박았다.

카칵! 틱!

골렘의 심장에 균열이 번져갔다. 칼날이 직접 닿은 느낌이 전해졌다. 하지만 균열만 생겼지 완전히 파괴되진 않았다.

“실패인가.”

낙담하고 있는데 머리 위쪽에서 흙 부스러기가 떨어져 내렸다.

드드드드.

뭔가 큰 충격이 가해진 모양이었다.

빙글뱅글이 골렘에게 파괴 명령을 내렸거나, 조금 전의 시도가 성공했거나 둘 중 하나.

어찌되었든, 골렘의 몸체를 이루는 흙의 연결이 느슨해진 건 사실.

심장이 파괴되자 골렘의 몸체를 이루던 흙덩이들은 그냥 흙에 지나지 않았다.

벌써부터 발밑의 흙덩이들이 갈라지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더 이상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빙글뱅글이 명령을 내린 거라면 골렘은 흙더미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전의 시도가 성공했다는 뜻이야.’

즉 골렘의 심장은 파괴된 게 맞다.

그렇지만 골렘이 그럭저럭 형태를 유지하는 건, 바로 공상선긋기가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

[공상 선긋기:MX-LV.100] [LV.2-숙련도 03.20/100%]

[초당 5의 마력을 소모.]

마력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칼날을 생성합니다. 이것에 베인 사물은 그대로 형태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움직이거나 충격을 받으면, 절단면을 따라 분리됩니다.

==================================


베인 사물이 ‘충격을 받기 전까지는’ 그대로 형태를 유지.

달리 말해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생명체에 사용해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혼돈의 짐승을 공격했을 때, 동작이 없는 상태에선 데미지가 없었다. 하지만 움직이는 순간 상처가 쩍 벌어지며 데미지가 들어갔다.

‘골렘의 심장은 아이템으로 분류되지만, 골렘은 소환물이다. 생명체든 아니든 간에 공상 선긋기는 통한다.’

겉모습으로 보나 실제로도 골렘의 심장은 파괴된 상태가 맞다.

단지 움직임이 없으니 잠시 파괴가 ‘보류’된 것뿐.

그러니 당장 골렘의 심장이 가루가 되지 않는다며 걱정할 이유는 없고, 당장 골렘의 내부에 돋아난 발판들이 갑자기 사라질 우려를 할 필요 없다.

‘이로서 당장 골렘의 붕괴로 인해 압사당할 걱정은 덜었다.’

이렇게 번 시간에 골렘의 내부를 뚫고 탈출해야 한다.

그러자면 일단 방향부터 잡아야 했다.

사방이 흙벽인데 어디를 뚫고 나가야 무사히 탈출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빙글뱅글과 정면의 위치는 피해야 했다.

무사히 탈출하는 순간을 노리고 빙글뱅글이 공격하면 그대로 당하기 때문이었다.

위즈는 밖으로 나가기 쉬운 얇은 부분을 찾으려 했다. 정확하게는 진짜 빙글뱅글이 서 있는 방향.

선택을 잘못해 절벽 쪽으로 뚫고 가려 했다간, 무너지는 흙더미와 절벽에 깔려 죽게 된다.

“어디냐.”

골렘 내부에 흐르는 청색의 마력은 그 색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만큼 골렘의 내부도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마력을 보는 눈’이 켜져 있음에도 보이는 게 없다. 그럼에도 위즈는 스킬을 끄지 않았다.

골렘에서는 더 이상 빙글뱅글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신 골렘 밖의 마력이 희미하게 눈에 잡혔다.

매직 애로우가 쏟아지며 그려내는 흰색의 빛줄기. 머리위로 이글거리는 EMP.

그리고 희미한 청색의 마력이 훨씬 멀리에서 빛났다.

‘가만……저기는 라바 사이테리아가 있는 곳.’

빙글뱅글이 라바 사이테리아 근처에 있으리란 법은 없다. 그럼에도 위즈는 라바 사이테리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골렘 밖에서는 빙글뱅글이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을 텐데, 그저 절벽 쪽을 피해 탈출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래도 절벽에 들이 박는 코미디보단 낫지.”

학살자의 망령이 거칠게 휘둘러지며 흙덩이, 아니 흙벽을 부쉈다. 하지만 물러터진 흙벽을 부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부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위즈에겐 그 ‘시간’이 없다.

학살자의 망령을 들어 몸놀림이 빨라졌지만, 공격 속도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흙속에 찔러 넣고 빼다보니, 동작이 굼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벼운 단검을 사용할 수도 없다. 칼날이 짧아 얼마 파내지도 못할 게 뻔하다.

골렘의 껍데기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법 두터워 뚫기 힘들었다.

위즈는 진각과 촌경을 함께 사용했다. 무신장이 발동되면 단번에 뚫고 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미 부서지기 시작하는 골렘의 몸체는 충격을 흡수해버렸다.

촌경과 진각, 그리고 무신장은 공기나 물, 흙더미와 같은 유동적인 물질에 대고 쓰는 게 아니다.

“좀 더 단단한 물체가 필요해.”

흙속에 섞인 돌 부스러기라도 찾으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단단해 보여도 전부 흙덩이.

“어쩔 수 없다.”

위즈는 두터운 흙벽에 학살자의 망령을 박았다. 공상 선긋기가 걸려 있었기에, 칼날은 저항감 없이 쑥쑥 들어갔다.

학살자의 망령에는 밧줄을 매어 팔뚝에 감아두었다. 일단은 고스트 소드이니 혹시라도 밖에 떨어뜨리면 빙글뱅글이 주워갈까 염려되었다. 무엇보다 상점표 단검만으로는 빙글뱅글을 상대할 수 없다.

그러는 동안에도 골렘의 붕괴는 계속되었다.

골렘의 심장 주변에 돋아난 돌기들은 차근차근 무너져 내려, 이제 발을 디딜만한 곳은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위즈는 무심한 얼굴로 단검을 꺼냈다. 허리를 숙이며 치켜든 단검이 위즈의 발등에 파고들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벌어진 일이다.

“큭!”

신경을 직접 건드리는 고통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현실에서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감각.

“진각을 쓰려면 이 방법뿐이다.”

위즈의 왼발은 이렇게 흙벽에 고정되었다. 이제 진각을 밟으며 촌경으로 학살자의 망령을 쳐내야 한다.

무신장을 준비하는 중에도 골렘의 몸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 발판처럼 뻗은 돌기는 남김없이 사라졌다.

위즈는 삐죽 튀어나온 학살자의 망령에 촌경을 내질렀다.


<무신장이 발동되었습니다.>


쾅!

공상 선긋기로 미리 베어 약해진 흙벽은, 무신장 한방에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학살자의 망령은 무신장의 충격으로 밖으로 날아갔다. 그 반동으로 매어둔 줄이 팽팽해지며 위즈의 몸을 낚아챘다. 위즈는 저항하지 않았다. 위즈의 몸은 뻥 뚫린 구멍을 통해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곰……아니다.”

떨어지며 살펴보니 지면과의 높이는 불과 10여 미터에 불과했다.

이정도면 땅이 코앞이나 마찬가지. 곰곰을 소환하면 그만큼 대처가 늦어진다.

짧은 시간동안 위즈는 선택해야 했다.

최대한 몸을 웅크리며 충격을 줄이던가, 인벤토리에 넣어둔 덩굴줄기라도 바닥에 까는 것.

사실 서바이벌 마스터리가 있으니, 죽음에 의한 피해를 입는다 해도 상관은 없다.

그럼에도 착지방법을 고민한 건, 빙글뱅글의 존재 때문.

‘정직하게 착지하면, 발을 삐거나 데미지를 입는다. 게다가 잠깐 동안의 경직 때문에, 혹시 모를 공격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위즈는 골렘의 내부에서 깨달은 섀도 런의 원리를 떠올렸다.

물리적으로 실체를 가진 육체를, 실체가 없는 마력으로 바꿔 물리적 피해를 회피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모른다. 이 원리를 실현하는 방법을.

‘당장 내 몸을 마력으로 바꿀 수는 없을 거야.’

그래도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이번엔 스킬의 시동어인 ‘섀도 런’을 외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깨달음을 담아 전신의 마력을 주변의 마력에 대고 부딪쳤다. 추락하는 속도라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짧지만 거칠게 마력을 내뿜은 대가는, 하늘이 뒤집히는 충격으로 나타났다.

“어푸푸!”

바닥에 처박은 얼굴을 들어 올리며 위즈는 흙을 뱉어냈다.

머리굴린 보람 없이 곧바로 지면에 추락한 것 같았다. 땅과 하늘이 자리를 바꾼 것 같은 어지러움은 착각이었을까.

위즈는 체력 그래프를 살폈다. 현재 레벨 36. 체력의 최대치는 3500.

골렘 속에서 탈출할 당시 체력관리를 하지 않았기에, 200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헌데 지금은 2000이 넘는다. 자연적으로 체력이 차오르는 속도를 감안해보면, 추락에 의한 데미지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성공이야!”

위즈는 몸을 일으켰다.

쾅!

바닥이 터져나가며 위즈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쁨을 접으며 위즈는 허겁지겁 자리를 벗어났다.

조금 전까지 드러누워 있던 곳에,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전사가 우뚝 서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느렸다면, 그대로 깔리고도 남았다.

알고 피한 건 아니었지만,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긴 했었다.

‘뒤통수가 따갑더라니.’

전사가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달려들었다.

방패에서 새어나온 시퍼런 냉기는, 달리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뒤로 멀어졌다.

단순한 실드 차징이 아니었다. 스킬이 걸려 있었다.

‘저거 맞으면 경직이다.’

직격은 피해야 했으므로 위즈는 몸을 돌리며 진각을 밟았다. 양손에는 학살자의 망령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갑옷을 입은 상대에게 이런 식의 공격이 먹힐 리는 없지만, 학살자의 망령은 중병기다. 발등이라도 찍어버리면, 망치에 맞은 것만큼이나 아플 것이다.

조심성 많은 상대라면 무시할 수만은 없다.

‘댁도 그럴 거라 믿어.’

위즈의 예상대로 전사는 달려드는 상태에서 몸을 뒤틀며 상체를 회전시켰다. 방패의 날카로운 측면이 위즈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힘 스탯이 떨어지는 위즈로서는 무기끼리의 충돌은 반갑지 않았다.

“진각!”

지면이 터져나가며 그 반동으로 위즈의 몸이 뒤로 빠져나갔다.

상대는 추격하지 않고 방패를 바닥에 쾅 소리 나게 찍으며 무릎을 꿇었다. 어깨가 딱 벌어진 다부진 몸이지만, 방패사이즈가 타워실드라 그런지 완벽하게 가려진다.

위즈는 우뚝 멈췄다. 빙글뱅글에게서 도망치는 게 목적이 아니니, 거리를 벌리는 건 의미가 없다. 오히려 다시 다가가야만 하는 입장.

‘리퍼가 안심하고 스킬을 사용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을 칼등 걸치기 자세로 어깨에 올렸다. 거도(巨刀)의 무게가 한쪽 어깨에 쏠리니, 자연스레 위즈의 걸음걸이는 절뚝거렸다. 골렘의 내부에서 빠져나올 때. 몸을 고정시키려 찍은 발등의 상처 때문이다.

하지만 위즈는 포션을 마시지 않았다.

‘물 붓듯 포션을 사용해봐야 빙글뱅글은 못 이겨.’

위즈는 방패 앞 5미터 지점에서 멈춰 섰다. 빙글뱅글과 위즈 모두에게 충분히 가까운 거리다.

“빙글뱅글! 아이린을 어디로 빼돌렸나!”

방패 뒤에서 마력이 물씬물씬 피어올랐다. 잠시 후 갑옷을 벗은 빙글뱅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마법사처럼 로브를 입고, 한손에는 스태프를 들었다.

“너도 알 텐데? 좌표는 DK를 가리켰다. 다크랜드가 어딘지는 알고 있겠지?”

“그걸 알면서 보낸 건가?”

“못 믿겠지만 난 모르는 일이다.”

“그건 나중에 가서 따지기로 하고. 일단은 내 손에 순순히 잡혀 주실까?”

“날 바보로 아나? 네 능력으로는 어림없다.”

“누구나 비장의 기술이 있는 법이지.”

“아, 그림자 속으로 숨는 기술? 아니면 가시를 무수히 소환해 찌르는 기술? 남들과 다른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 알겠다만, 그것만으로는 전투에 특화된 직업을 상대로 싸우진 못한다. 게다가 넌 무능력자 아니냐?”

“맞아. 난 무능력자야. 그렇다면 무능력자에게 발목 잡힌 당신은 뭐지?”

무능력자라고 콕 찝어 말하는 게 얄미워 맞받아 쳤다. 위즈는 빙글뱅글이 발끈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빙글뱅글은 위즈의 말은 무시했다.

“그 곰 모양의 소환수는 어디 있나?”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게 살짝 열 받지만, 빙글뱅글 입장에서야 합리적 사고의 결과물.

위즈는 빙글뱅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말로는 위즈에게 무능력자라고 무시하는 듯 했지만, 실제 그가 한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방패 뒤에서 몸을 드러낸 빙글뱅글은 이미 배리어가 완성되어 있었다. 즉, 방패가 없어도 방어가 가능해진 시점에서 일어선 것이다. 게다가 눈동자가 민활하게 움직이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갑옷을 벗고 마법사의 로브로 바꿔 입은 것도 노림수가 있어보였다.

용암지대에서 아이템의 내구도가 빨리 닳는 것을 염려한다면, 천보다는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 쪽이 더 좋다.

그럼에도 굳이 천으로 된 마법사의 로브를 꺼내 입은 건, 그게 더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빙글뱅글을 향한 얄미운 감정은 씻기듯 사라졌다.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빙글뱅글은 가죽갑옷을 입고 방패를 장비했다. 그 모습은 어딜 봐도 전사였다.

본래의 직업을 숨긴 채 그런 차림을 한 데에는, 상대가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하려는 심리가 숨어 있었다.

전사의 모습을 한 자가, 갑자기 주문을 쓰고 네크로맨시로 병사를 일으킨다.

상대가 패닉을 일으킬 만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빙글뱅글은 그런 겉치레 따윈 벗어던졌다.

로브와 스태프가 바로 그 증거.

빙글뱅글은 순수하게 있는 능력 모두를 개방할 생각인 것이다.

‘이 용암지대는 EMP가 불안정하니 주문을 쓰기 힘들다. 조금 전처럼 갑옷을 입고 싸우는 게 더 나아 보이지. 마법사의 무덤으로 여겨질 법도 해. 하지만 그게 함정이다.’

마법이란 그 자체로 현실적인 법칙을 깨부수는 반칙.

불안정한 EMP가 방해요소로 작용하여도, 모든 주문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이 용암지대에서는 초급 주문의 사용은 가능하다.

누구나 저레벨의 시기를 겪는다.

빌헬름텔 같은 이름난 플레이어도. 랭커도. 처음부터 고 레벨은 아니었다.

레벨 1부터 꾸준히 스킬 레벨을 올리고, 하나씩 스탯을 찍으며 성장한다.

위력이 낮은 스킬이라 해도 급소를 노리며 신중하게 전투해왔다.

더 오션 초반에 보았던 모든 유저들이 토끼하나를 잡으며 공들인 정성이 이와 같다.

성장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 초급 주문이 약한 건 사실이지만, 마법사라면 초반에 그걸로 레벨 업을 했겠지. 초급 주문으로 싸우지 말란 법은 없어. 변수는 빙글뱅글이 가진 다른 스킬들인데…….’

위즈는 빙글뱅글의 또 다른 특기인 네크로맨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봉인 당했다고 보는 게 좋겠지.’

소환된 언데드는 체력게이지 대신 내구도가 붙어있다.

용암지대에서 착용 아이템의 내구도가 빨리 깎이는 패널티를 생각해보면, 언데드는 이 필드에 머물러만 있어도 약해진다. 게다가 곳곳에 용암이 차오르는 시점에서, 많은 언데드가 모일 때까지 유지시키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사실을 확인 사실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빙글뱅글 본인이다.

‘라바 사이테리아. 그리고 골렘. 모두 소환물이지만 네크로맨시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사이테리아는 마물로서 네크로맨시를 통해 소환이 가능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량의 언데드를 소환시켜 밑 작업을 해두어야 했다. 포탈이 가동되기 전 지하통로에 우글대던 언데드가 있었지만, 매몰된 순간 빙글뱅글이 스캐빈저를 사용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다른 방법을 통해 사이테리아를 불러냈다고 보는 게 옳았다.

그리고 골렘은 아예 논외. 골렘의 심장만 있으면, 소환이 가능한 게 골렘이었으니까.

‘그는 진심으로 부딪쳐올 생각이다.’

위즈는 5미터의 거리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이 거리라면 초급주문이라 해도 맞게 되면 치명적일 것이다.

더군다나 급소를 노릴 게 불 보듯 뻔하다.

“머리 굴리지 마라. 어서 소환수를 꺼내.”

“꺼내는 타이밍은 내가 정해.”

곰곰을 불러내라며 종용하는 그 속이 훤히 보였다. 절벽에 오르는 중 방해가 될 요소를 먼저 제거해야겠다는 걸 누가 모를까.

“그러지 말고 불러내지 그래? 보아하니 그 고스트 블레이드로 싸울 건가본데, 소환수 없이 나와 싸워서 이길 것 같나?”

“못할 것도 없지. 조력자도 있으니까.”

“조력자?”

“리퍼가 전하라더군. ‘존나 쳐 맞을 준비 하라고’. 빙글뱅글씨 정말 큰일 났네? 댁보다 근육이 울끈불끈한 게, 정말 그러려고 하면 진짜 ‘존나’ 팰 것 같더라고.”

빙글뱅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리퍼는 용병마법사 여럿을 해치운 실력자. 그리고 W는 자신이 용암지대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해할 능력이 있다.

이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자신은 이곳에서 죽는 수밖에 없다.

“리퍼는 어디 있지? 날 잡고 싶다면 그자도 불러내라.”

“그건 그 사람 맘이지. 어쩌면 지금 이미 당신 뒤를 노리고 있는 지도 모르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빙글뱅글의 몸에서 마력이 방출되었다.

둥근 고리 모양으로 퍼져나간 청색의 마력이 위즈의 몸을 훑었다.

“어지간히 무섭나보네. 탐지를 사용하는 걸 보니.”

빙글뱅글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난 당하지 않아! 소환수든 리퍼든 다 불러내! 널 확실하게 눌러주고 여길 빠져나갈 테니까.”

빙글뱅글은 방패를 인벤토리 속에 집어넣고, 매직 스틱을 하나 꺼내 쥐었다.

위즈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댔다.

이미 빙글뱅글은 다른 손에 스태프를 들고 있다. 즉, 마법사의 무기를 두 개나 장비한 것이다.

‘뭐하는 수작이지?’

현실에서야 양손에 무기를 쥐고 싸우기 힘들다.

무기가 휘둘러지는 궤적이 겹쳐 공격에 방해되고, 잘못 하다가 자기 팔을 그어버리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쌍검을 배우기 힘들다는 얘기도 여기서 나왔다.

설사 배우는데 성공해도 실전에서 사용하면 실망스럽다.

양손으로 번갈아가며 공격하면 그 빠른 속도가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을 걸로 생각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빠르지 않기 때문에.

빠른 쌍검술을 보았다면, 그건 쌍검이라서 빠른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빠른 것이다.

쌍검이나 쌍도가 빠르다는 설정은, 그저 게임 속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니 두 자루 무기를 들어도 이상한 건 아니야. 여긴 게임이니까. 하지만 마법은 그게 힘들지 않나?’

지금 빙글뱅글의 양 손에는 제각각 스태프와 매직 스틱이 들려 있다.

하나의 스태프, 혹은 매직 스틱을 들고 여러 개의 주문을 동시에 사용하는 건 가능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배리어처럼 한번 시전한 뒤 마력만 공급해 지속시키는 주문은, 처음 시작할 때만 공들이면 그 뒤부턴 쉽다. 이건 마법사의 ‘탐지’도 마찬가지. 익숙해지면 탐지는 1초 간격으로 펑펑 써댈 수도 있다.

이런 기본적인 주문을 베이스로 깔고, 다른 주문들을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게 마법사의 운영방법.

하지만 동시에 두 자루의 마법사 무기를 사용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일단 몸 밖으로 빠져나간 마력은, 몸속에 있을 때보다 컨트롤하긴 쉬워진다. 그래서 그걸로 술식도 짜고, 장비에 마력을 깃들게 하는 일이 가능한 거지. 하지만 몸속에서부터 두 갈래로 나눠 쓴다니……그런 건 들어본 적 없어.’

처음부터 마력을 두 갈래로 나눠, 운영하게 되면 그만큼 마력의 수발이 힘들다.

마법사가 아니라 해도 마력을 이용한 스킬을 써야 하기에, 위즈는 마력의 컨트롤에 대해 배웠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이 ‘마력 점성 이론’이다.

이론에 따르면 마력은 몸 안에 머물러 있으려는 성질이 강하다고 한다.

마력을 형체가 없지만 끈끈한 겔 상태의 물질로 가정하고, 잔량의 마력이 서로를 단단히 붙들어 둔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따라서 끈끈한 겔을 퍼서 몸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것이 마력을 컨트롤하는 일이다.

겔처럼 끈끈한 마력은 몸 밖에서 성질이 바뀌며, 주인의 말을 잘 듣는 애완동물이 되는 것이다.

‘마력 게이지가 ‘0’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이거다. 이런 성질이 없다면, 평소에도 마력이 밖으로 빠져나가겠지.’

그렇기에 위즈는 빙글뱅글이 두 자루의 마법무기를 든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이다.

마력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빙글뱅글이 그런 무모함을 보였기에.

“설마 서로 다른 주문을, 두 개의 무기로 동시에 사용할 생각인가?”

“못 쓸 것도 없지.”

빙글뱅글은 스태프를 들어 하늘 높이 쳐들었다. 매직스틱은 바닥을 가리켰다.

아무런 장식 없는 시커먼 스태프는 보랏빛 마력을 주변으로 퍼뜨렸다. 스태프와 한 쌍으로 보이는 시커먼 매직스틱에는 청색의 마력이 응축되어 희게 빛났다.

“그냥 마력만 모아대고 있구먼.”

위즈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죽거렸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

‘보라색이다. 이제까지의 빙글뱅글의 마력과는 전혀 다른 패턴이야.’

바하르칼의 용병마법사들은 전투적이었다. 위력을 중시한 흑마법을 중시한 것도 이 때문. 그래서인지 마력 패턴은 보랏빛이 많았다.

하지만 빙글뱅글은 빙한 계열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의 마력패턴은 청색이었다.

‘한 사람이 둘 이상의 마력 패턴을 가질 수 있다니? 장기로 사용하는 주문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게 아니었나?’

단지 마력 패턴이 다를 뿐이지만, 이것은 중요한 정보다.

빙글뱅글이 빙한 계열뿐 아니라, 흑마법에도 조예가 깊다는 뜻.

‘디스트로이어 레이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군.’

혼돈의 짐승을 물리치고, 막 폐허로 도착한 시점. 위즈는 렌틸로 변장한 우드스톡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그때 빙글뱅글이 난입하며 날린 게 디스트로이어 레이.

당시엔 그냥 흘려 넘겼지만, 빙글뱅글은 분명 자신이 중급 마법사가 아니라 했다. 순수하게 깨달음을 얻어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빙글뱅글은 마력 컨트롤만으로도 이미 중급마법사의 수준이다. 어쩌면 마력을 두 갈래로 뽑아내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지도 몰라.’

위즈가 긴장하는 가운데 빙글뱅글은 스태프와 매직스틱을 교차시켰다.

청색과 보랏빛이 한데 얽히며 세상이 조용해졌다.


<특제 체력회복 포션을 사용했습니다. 2,400의 체력을 회복합니다.>

<마력 반발에 의한 충격탄에 직격 당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청력을 상실합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력을 전량 방출하였습니다.>

<특제 마력회복 포션을 사용했습니다. 1,600의 마력을 회복합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력을 전량 방출하였습니다.>

<특제 마력회복 포션을 사용했습니다. 1,600의 마력을 회복합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력을 전량 방출하였습니다.>

<특제 마력회복 포션을 사용했습니다. 1,600의 마력을 회복합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력을 전량 방출하였습니다.>

<232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특제 체력회복 포션을 사용했습니다. 2,400의 체력을 회복합니다.>

<특제 마력회복 포션을 사용했습니다. 1,600의 마력을 회복합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력을 전량 방출하였습니다.>

<258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

.

.

<짧은 시간 내에, 인벤토리를 조작하여 정확하게 아이템을 사용하였습니다.[1초 동안 20개의 아이템 사용]>

<빠른 메뉴 열기(rapid menu open)조작에 따른 반응시간이 단축되었습니다.>

<클리핑 인벤토리, 스위칭 스킬이 활성화됩니다.>

<마력 반발에 의한 충격탄이 스쳐지나갑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공격을 회피하였습니다.>

<‘직관반응’스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너무도 큰 굉음과 빛이 코앞에서 터져 나왔기에 위즈가 할 수 있었던 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다. 그저 인벤토리를 열어 부랴부랴 포션을 사용했고, 몸을 틀며 비켜선 정도였다.

단지 그것뿐이었지만, 그 모든 동작은 고작 2초 만에 벌어졌다.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위즈는 포션을 사용해 즉사만은 피하려 했다. 빙글뱅글의 공격은 주문도 스킬도 아닌, 순수한 마력과 마력의 충돌. 즉, 마력을 쥐어짜내 이쪽을 노리고 쏘아 보낸 것이다.

그런 공격이 단발성일리 없다. 언제 끝날지는 빙글뱅글만이 알고 있다.

순간적으로 위즈는 거기까지 판단했다. 그다음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대응하면 늦었다.

그저 본능에 이끌려 포션을 들이부으며 데미지를 입는 즉시 회복시켰다.

‘세 갈래 운명의 길’이 있으니 몸으로 때워야겠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포션을 사용할 생각에, 인벤토리를 연 즉시 터치하여 사용해버렸다.

꺼내 마시는 동작을 취하지 않으면, 회복량은 80%밖에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라, 위즈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스무 개 가량의 포션을 사용하는데 걸린 시간은 1초.

아무리 급했다고는 하나, 정상적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덕분에 위즈는 초당 12,000 가까이 되는 피해를 입고도 버틸 수 있었다.

나머지 1초는 빙글뱅글의 공격으로부터 도망치려는 회피동작에 사용되었다.

빙글뱅글의 공격은 듣도 보도 못한 수준의 위력적인 것이지만, 두 종류의 마력이 함께 섞여 쏘아진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해서 약화되지 않는 이상, 화합은 불가능해.’

위즈는 두 개의 마력이 한 데 뒤섞이는 일이 실제 가능할리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두 개의 마력은 실제로도 반발하고 있었다. 억지로 붙여 놓았을 뿐, 빙글뱅글의 마력은 서로 멀어지려 했다. 위즈는 두 개의 마력이 밀어내는 반발력이 향하는 곳으로 몸을 틀었다.

그 결과 위즈는 둔기에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날아 가버렸다.

빙글뱅글의 공격에서 벗어난 것이다.

기묘한 상실감에 몸을 떨며 위즈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도 청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위즈는 사지를 움직여 보았다. 두 다리는 멀쩡했으나, 한쪽 팔이 사라지고 없다.

인벤토리를 조작했던 왼팔이다. 오른팔은 학살자의 망령으로 방어했기에 멀쩡했다.

순간적인 판단이 위즈를 살렸다. 하지만 빙글뱅글이 이 모습을 두고 볼 것인가.

“빙글뱅글은 뭐하는 거지?”

위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빙글뱅글이라면, 다시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다. 조금 전의 기술이 다시 쓰는 데 부담된다면, 그냥 초급 주문이라도 왕창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빙글뱅글은 창백해진 얼굴로 한쪽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다.

“크윽!”

공교롭게도 그 위치는 왼쪽. 위즈가 날려먹은 팔과 같은 쪽이다.

위즈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설마 리퍼가?”

예상대로 빙글뱅글이 이를 갈며 소리 질렀다.

“이걸 노렸나! 리퍼!”

빙글뱅글의 발밑에는 스태프가 굴렀다. 그걸 쥘 생각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빙글뱅글.

두 갈래의 마력. 그것도 서로 성질이 다른 마력을 운용하는 중에 입은 부상이다.

절대 가벼울 리 없다. 위즈는 빙글뱅글이 30분 동안 마력의 컨트롤이 방해 받는 상태임을 알아챘다.

이것은 위즈에게 있어 기회이자, 동시에 리퍼의 재촉이었다.

- 장판은 깔아두었다. 계획대로 진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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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2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9) +1 14.07.14 811 2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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