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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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9.0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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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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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추악한 진실

DUMMY

“와아아ㅡ!”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함성.


우렁찬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가는 병사들이 목표로 하는 곳은 바로 전방에 보이는 요새. 하지만 그들이 근처에도 도달하기 전에, 요새에서 붉은빛이 번쩍 빛났다.


지잉ㅡ


빛은 곧 붉은 광선이 되어 한차례 병사들을 훑듯이 지나가고, 목청 높이며 달려가던 병사들의 수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광선에 닿은 자들이 절단되며 쓰러진 것이다.


붉은 광선은 폭발을 일으키거나 하는 효과는 없었지만, 그것에 닿은 자는 그걸로 끝이다. 광선에 닿은 부위가 그대로 없어지니까, 신체의 일부를 잃는 것이다.


꼴사납게 죽은 동료들을 보고 병사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요새에서 다시 붉은 광선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날아들었다.


이쯤되면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는 에든군.


레이지스는 들고 있던 손을 내리고, 그녀를 감싸던 붉은 광원도 사라졌다.


오늘로 몇 번째일지 모를 에든군의 공격에는 이 요새들을 탈환하려는 절박함이 묻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이나스로의 길목이 막혀버린 지금 육로를 통한 침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들었어, 레이? 놈들은 병사들에게 일종의 세뇌 마법을 건다는 모양이야. 탈환할 가능성이 없는 걸 보고도 계속해서 무의미한 공격을 거듭하는 건 그 때문이겠지.”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의 주인은 두 팔을 난간 위에 올리고 전방을 구경하고 있던 테일러 에스먼드 소령.


그는 부관인 레이지스 휴버 중위와 함께 망루에 올라 이번 공격에 '대응'하고 있었다.


대응이라고 해봤자 레이지스가 몰려오는 적을 향해 그녀의 마도를 사용할 뿐이지만, 에든군은 고작 그 정도도 쉽사리 뚫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위가 큰 방패 따위를 들거나 마법사들이 방어마법을 전개하던 적이다.


그들은 수많은 아군의 시체가 쌓인 후에야 그런 것이 레이지스의 카디널 보이드에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는지 방어는 포기하고 공격 일변도로 진군해왔지만, 패배라는 결과에 변함은 없었다.


“저로서는 우리가 언제까지 전선을 유지만 할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요.”


오늘도 찾아온 승리에도 불구하고 레이지스의 말에는 의구심이 섞여 있었다.


“이럴거면 한번에 몰아쳐서 전선을 올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소령님?”


레이지스가 물었지만, 상대는 아무 말도 없었다.


자신의 말을 반복해야 하나 고민할 때쯤, 테일러의 대답이 날아들었다.


“레이가 생각하는 건 옳아.”


테일러가 단언했다.


“지금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순식간에 에든을 멸망시킬 수 있겠지. 놈들은 숫자만 많을 뿐, 대단한 힘을 가진 건 아니니까. 좋지 않은 의미로 우리와는 급이 달라.”


“그러면 어째서 놈들을 놔두는 건가요?”


레이지스가 타당한 질문을 하자, 테일러는 전장의 참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에든 왕국은 오랜 세월 동안 자이나스 침공을 계획해왔지. 예산의 상당 부분이 매년 군사력을 증강시키는데 쓰였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침공에 혈안인 놈들의 규모치고는 국경에서 이쪽을 공격해오는 숫자가 현저히 적다고 생각되지 않아, 레이?”


그는 손가락으로 적의 시체를 세는 시늉을 했다.


“저건 많아봤자 1000에 미치지 못해. 전략적 요충지를 탈환하려는 시도치고는 너무나도 빈약하단 말이야, 레이. 도저히 진심이 담겨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그건 적의 지휘관이 멍청하기 때문일까? 그건 아니야. 이건 전부 에든은 아직 절찬리에 자이나스를 침공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쇼에 불과한 거지.”


레이지스는 테일러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적 지휘관이 일부러 대규모 침공을 중단시키기라도 했다는... 아니, 소령님 말이 옳다면 그게 확실하겠네요.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각하는 다 생각이 있으시지.”


테일러가 말했다.


“생각해봐, 우리도 비슷했잖아.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른 방법을 추구했지. 저쪽에도 같은 생각을 한 인간이 있는 거야.”


“하지만 저ㅡ아니, 우리는 끝까지 싸웠습니다.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전력으로 부딪혀보지도 않고 꺾이다니, 상상할 수 없네요.”


약간 분한 어투로 레이지스가 말했다. 그녀는 끝까지 마왕군ㅡ지금의 마도연방국과 손을 잡는 것을 반대했다.


너무나도 올곧은 그녀의 신념을 굽힐 수 있던 유일한 것은 아틀리치니 전원의 패배, 그리고 이어진 아틀리치니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쿠테타였던 것이다.


지금도 레이지스가 이따금 씁쓸한 표정을 지을 때면, 전장에서 신념과 함께 생을 다하지 못한 후회가 스쳐 가는 거라고 친한 사람들이 이해할 정도로.


“알고 있어. 너무나도 빠르게 신념을 저버린 적 지휘관이 이해가지 않겠지. 하지만 알아둬, 레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건 약해빠진 인간의 공통점이야.”


“... 그렇다면 지금의 전선 유지는 시간 낭비가 아닌,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겠네요.”


“내 생각이지만 말이야, 나는 종국에는 에든 놈들이 알아서 나라 전부를 내줄 거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마왕 각하와 딜을 맺어서 나라의 안위를 지키려는 게 아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지.”


테일러가 한숨을 쉬고, 돌아서서 망루에서 풀쩍 뛰어 내려갔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내 추측이지만 말이지. 뭐, 슬슬 밥이나 먹으러 가자. 우리가 생각해봤자 답이 나올게 아니야.”


레이지스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다.


마왕이 어디까지 생각한 것인지, 무엇을 그리는 것인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었다.


단순히 힘으로 쳐부수는 거라면 간단할텐데, 그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철저하게 최소한의 자원과 시간을 활용해가면서 효율적인 수단으로 적을 무릎 꿇리고 있었다.


“... 무시무시한 사람.”


◆ ◆ ◆ ◆ ◆ ◆ ◆


나는 발을 꼰 채 응접실의 소파에 걸터앉아, 내 앞으로 끌려온 중년의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제대로 씻지 못해 엉망이 된 머리, 초췌한 얼굴, 잔뜩 더러워진 맞춤옷.


손발까지 꽁꽁 묶인 재상의 모습에는 일국의 왕보다 큰 권력을 휘두르던 과거의 영광 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곧 가야 한다고 했지. 이제 이놈한테 볼일은 없으니 데리고 돌아가라.”


바로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내 명령을 받들고, 재상은 양팔을 붙들린 채 걸레짝처럼 질질 끌려갔다.


“오, 시아인가.”


나는 멈춰서서 병사들이 지나가는 걸 기다리는 시아의 모습을 확인하고, 경직되어있던 표정을 조금 풀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르려던 참이었다. 곧 광장에서 처형식이 진행되니 이번 기회에 구경이라도 하지 않겠냐고 말이야.”


흑발의 소녀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온 이곳은 저번에 머물던 우펜 요새의 허름한 방이 아닌, 자이나스의 왕성이다.


원래라면 귀족 파벌이 득실거리는 곳이라 왕족인 시아가 마음이 편한 장소는 절대 아니지만, '청소'가 끝난 왕성ㅡ아니, 왕도는 조금 어수선하기는 해도 이전처럼 불온한 분위기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많던 귀족 파벌이 단체로 휴가라도 갔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해야겠지.


국왕의 권력을 호시탐탐 노리던 이들은 이미 처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곳까지 빼앗기면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놈들은 배수진을 치고 끝까지 항전했다는 모양이지만, 카니앗과 그녀의 부대 앞에서는 맥도 추리지 못했다.


왕성 일부가 무너진 것은 그 전투의 격렬함을 증명하는 것으로, 지금도 곳곳에서 보수 공사가 한참이다. 물론 격렬했던 건 적들의 관점에서 서술한 것이고, 카니앗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간단하게 왕도 전체를 점거했지만 말이다.


왕도가 우리에게 넘어가며 아직 자이나스 전역에 남아있는 귀족 파벌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귀족 파벌의 우두머리가 잡혀버렸으니 말이다.


“저... 딱히 좋은 기억이 없는 남자긴 하지만, 굳이 처형되는 것을 가서 볼 정도의 복수심은 없습니다.”


내 기대와 달리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재상은 너를 함정에 빠트려 죽이려던 놈인데, 마음이 넓군. 원망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어도 좋을 텐데 말이다.”


“이미 그의 죽음이 확정된 이상 제 참석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그때 바다에서 위험에 빠진 덕분에 마왕 폐하와 만나기도 했고요.”


그리 사람 좋게, 긍정적으로 말하던 시아는 푸근하고 고소한 냄새를 맡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낮은 테이블에 놓인 냄비를 발견했다.


“아침에는 시간이 남아서 말이지. 감자 수프를 만들어보았으니 간단하게 식사라도 해라.”


내가 흔쾌히 냄비의 뚜껑을 열자, 좋은 냄새가 금방 응접실 가득 퍼졌다.


색깔 좋고 먹음직한 수프는 내가 전생에서 즐겨 먹던 감자 수프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한 것으로, 각종 야채를 버터에 볶아낸 것에 감자를 넣고 치킨 브로스로 감칠맛을 더한 게 특징이다.


“직접 만드신 걸 황송하게도... 가, 감사히 먹겠습니다···”


내가 적정량을 그릇에 덜어주자, 시아는 사양 않고 스푼을 들었다. 한입을 먹은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금세 돌았다.


“맛있네요...!”


“나랑 입맛이 비슷해서 다행이군.”


나는 시아가 맛있게 그릇을 비우는 것을 만족스럽게 보았다.


시이나와 이스, 그리고 린과 가름도 불러서 같이 아침을 대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시아는 친화력이 높아서 누구와도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그러고보니 슬슬 올때가 되었는데... 아, 마침 저기 오는군.

아무런 기척도 없이 응접실에 들어선 것은 끔찍한 형상을 한 늑대.


어두운 마나가 끊임없이 경련하고 있는 그 모습에, 식사를 마치고 스푼을 내려놓던 시아가 숨을 삼켰다.


”걱정할 것 없다. 내 권속이니까.“


나의 손짓에, 내 사역마가 고개를 숙이고 카펫 위에 얌전히 앉았다.


이 세상의 대다수에게 공포를 유발할 존재가 내게는 애완동물처럼 온순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시아가 경악하는 것이 시야 한쪽에 스쳤다.


”역시.“


늑대를 쓰다듬던 내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이 녀석은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참이다, 시아. 처음 들었을 때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재상이 얘기했던 건 사실이었나 보군.“


”조사라니... 보루 말씀이신가요?“


고개를 끄덕인 나는 어떻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나 고민하다, 단도직입으로 말하는 것을 택했다.


”알겠나, 시아? 보루는 우리의 주적ㅡ신성국이 아주 오랜 시간 전에 설치한 장치다. 무엇이 잠들어있는지는 이렇게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


시아가 이해하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내 앞에 놓인 컵을 잡아 입에 가져갔다.


”그렇기에 첫 번째와 두 번째 보루를 방문할때도 최소한 함정이 없다는 것쯤은 미리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었지. 이번에도 그럴 작정이었지만, 미리 재상에게 물어본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마터면 내 권속을 잃을 뻔했어.“


시아가 조마조마하며 내가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달콤하고 끈적한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긴 나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신성국 놈들... 정말 터무니없는걸 자이나스에 두었군. 시아여. 자이나스 왕족에게만 전해지는 신성국의 비보는 절대 자이나스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다. 그건 안전장치라고 해야할까,“ 파멸장치라고 해야 할까.”


나는 세 번째 보루에 심어진 마법의 정체를 말해주었다.


“작열의 심판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걸려있다. 폭발마법의 일종이라고나 할까.”


“포ㅡ폭발 마법이요?”


시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 규모를 생각해보면 단순한 폭발마법이 아니야. 굳이 현대 마법 체계로 분류한다면 광역섬멸마법 정도겠지. 그것이 남은 보루에 걸려있다. 마법의 발동조건은 보루가 부서지는 것이고... 어디 보자.”


나는 미리 한 구석에 준비해뒀던 지도에 펜을 들어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남은 보루 중 하나가 터지는 것으로 이 정도의 영역이 완전히 폭발에 휩쓸릴 거다. 이 원 안에서 생존자는 기대할 수도 없는 수준이야. 꽤 수고를 들여 부여한 고대 마법의 일종이니 말이다. 효과 범위 안이라면 아마 지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잿더미조차 남지 않겠지.”


자이나스의 절반을 덮는 동그라미를 떨리는 눈으로 보던 시아가 입을 열었다. 폭발에 휘말려 사망할 국민들과 오랜 세월 쌓아온 자이나스의 역사가 눈에 선한듯했다.


“그러면... 네 번째 보루는··· 설마 그것도...?”


시아는 아니라는 답을 얻고 싶었던 것 같았지만, 나는 또 큰 원을 그려, 자이나스의 나머지 절반을 가득 채웠다.


“네 번째도 효과 범위는 동일해. 두 보루가 터지는 것으로 자이나스라는 국가까지 지도상에서 없어지겠지. 결론은 자이나스에는 신성국이 아주 오래전에 설치한 시한폭탄이 역사 깊은 유적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걸 들은 시아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내 말이 뜻한 것이 무엇인지 그녀가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몇 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네 개의 보루는 신성국과 자이나스 왕국의 신뢰의 상징이었어요...”


드디어 충격에서 헤어나온 걸까, 평소보다 낮아진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중요성을 감안해서 왕실에게만 그 위치가 알려졌고, 왕족은 대대로 관리를 도맡아했습니다.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를 동맹국으로 여겨준 신성국에 대한 보답이었으니까요. 천계와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다는 그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것은 저희 같은 소국에게는 엄청난 영광이었습니다.”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는 혐오감, 그리고 배신감이 비치고 있었다.


“터무니없이 위험한 폭탄. 그런 것을 국보 취급하며 지켜온 자이나스는 얼마나 어리석은 것일까요. 놈들은 어째서 이런 위험한 것을 우리나라에···”


시아가 신성국을 놈들 따위로 지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이나스의 왕족으로서 가지고 있던 일말의 존중마저 없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허공에 손을 넣어 뜨거운 초콜릿이 담긴 컵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수납공간 마법을 응용해서 아까 후식 겸 핫 초콜릿을 만들어놓은 식당 선반에 직접 접근한 것이다.


공손히 두 손으로 그걸 받은 시아가 말없이 홀짝이는 것을 보며, 나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자이나스를 없애버릴 마법이 걸려있다는 것은 세 번째와 네 번째 보루가 무너진 책임을 너희에게 묻겠다는 것이겠지. 그것이 배신에 의한 것인지, 단지 무능했기 때문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다.”


크게 와닿지 않는 얼굴인 시아의 이해를 위해, 내가 덧붙였다.


“결국 자이나스는 신성국에 있어 고작 그 정도의 가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시아. 동맹국이라기보다는, 중요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 정도로 말이야. 보관을 잘못했다면 국가의 목숨으로 사죄하라는 신성국의 뜻이 아닐까?”


시아는 쉽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도 신성국에 등을 돌려 내 손을 잡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갈등이 있었겠지.


지금은 나와 뜻을 같이하게 되었기에 이 사실을 알게 된들 변하는 건 딱히 없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생각이다.


오랜 세월 동안 그저 이용당할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내게 아이디어가 있다.”


내가 손가락을 튕겼다.


“시아 너는 재상의 처형을 지켜볼 정도의 복수심은 없다곤 했지만, 자이나스의 역사 대부분 동안 너희 모두를 속인 신성국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조금의 복수심은 생기지 않겠나?”


시아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지는 것을 보고, 난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그럼 이번에는 작전을 조금 바꿔서 진행해보도록 하지. 마침 좋은 장난감을 써볼 기회도 생겼으니 말이야.”


나는 만족스러운 듯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로 말했다.


“불쾌한 의도가 뻔한 선물이라면, 주인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도리겠지.”


작가의말

캐릭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류셀 중심의 군상극이 되어가는 듯한...


늦었지만 오늘 업로드는 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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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짙게 드리우는 그림자 +1 23.09.10 59 3 14쪽
268 어둠으로부터는 피할 수 없다 +1 23.08.31 72 2 9쪽
267 고유 이공간 +1 23.08.29 62 3 12쪽
266 그의 의지로 검게 칠해진다 +2 23.08.23 60 3 14쪽
265 가브리엘의 지팡이 +2 23.08.14 65 3 14쪽
264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최강종 +2 23.08.08 72 3 15쪽
263 드워프와 인간 +3 23.07.30 63 3 16쪽
262 어둠을 처단하는 창 +3 23.07.15 62 3 15쪽
261 금속은 생각보다 무르다 +3 23.07.05 75 3 13쪽
260 천사와 대척점에 선 것은 +2 23.06.18 77 3 15쪽
259 기술의 진보는 곧 살육의 진보 +3 23.06.10 77 3 16쪽
258 포신이 품은 마법 +3 23.05.20 80 3 10쪽
257 피의 무게는 죄의 무게만큼 +3 23.05.18 78 3 11쪽
256 신의 활, 그 시위가 품는 것은 +1 23.05.14 71 3 16쪽
255 매듭을 짓지 않으면 +2 23.05.09 74 3 14쪽
254 공중 요새 +3 23.04.29 78 3 16쪽
253 마도 vs 고유스킬 +5 23.04.05 85 2 15쪽
252 인간 대 인간 +3 23.03.25 91 3 14쪽
251 이빨을 드러낸 어둠 +4 23.03.18 86 3 14쪽
250 예술은 폭발이다 +3 23.03.10 103 3 12쪽
249 전쟁 발발 +2 23.03.02 97 2 13쪽
248 겨울, 온천 +5 23.02.25 86 3 13쪽
247 성전의 전조 +2 23.02.19 98 4 13쪽
246 이스 바실루스 +1 23.02.15 97 3 14쪽
245 레벤 연합의 침공 +1 23.02.11 87 2 14쪽
244 약자의 운명 +1 23.01.28 102 3 16쪽
243 표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가름) +3 23.01.18 96 3 1쪽
242 또 다른 숙청의 시작 +1 23.01.14 100 3 14쪽
241 찬탈의 하겐 +1 23.01.01 110 4 14쪽
» 추악한 진실 +1 22.12.25 116 4 16쪽
239 개혁의 불씨 +1 22.12.10 116 4 15쪽
238 백색 죽음이 깔린 추도식 +1 22.11.20 110 3 14쪽
237 다크엘프와 여우의 진급 +1 22.11.13 106 4 10쪽
236 두 번째 보루의 소실 +1 22.11.13 103 4 10쪽
235 꺾인 십자가, 꺾이지 않는 신념 +1 22.10.31 114 4 12쪽
234 폭살의 르몽 +3 22.10.19 129 4 16쪽
233 의외의 첫인상 +1 22.10.14 121 5 13쪽
232 사절단의 방문 +1 22.10.12 160 3 13쪽
231 짙게 드리우는 전운 +1 22.10.07 129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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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그 불꽃은 푸른 색을 띠고 있다 +5 22.08.04 116 5 19쪽
223 우펜 요새 +1 22.07.30 119 5 20쪽
222 마왕의 제안 +4 22.07.26 125 4 19쪽
221 인간의 도시에, 인외가 도착하다 +3 22.07.24 122 4 15쪽
220 분열된 왕국 +1 22.07.24 117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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