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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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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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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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7.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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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4.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4) | Isaac

DUMMY

재밌다. 재밌다. 재밌다. 너무나도 재밌다.

내 주변에는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 도망치게 둘 생각이 없기에 뼈 화살을 날려준다.

머리가 뚫리고, 팔이 부러지고, 비명이 가득하다. 향긋한 피 냄새가 가득하다.

"살려줘."

누군가 내 다리를 붙잡는다. 몸 반쪽이 불타고 있는 남자. 처음 공격에 적중당한 사람. 울부짖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너무나 불쌍해 보인다. 살아남아도 평생 고통에 휩싸여 살아가겠지. 그런 건 너무 슬프다.

"뼈 화살."

그러니까 죽여주자. 머리가 깔끔하게 뚫린 남자는 그대로 땅에 엎어진다. 내 다리를 붙잡고 있던 손에도 힘이 풀린다.

상황은 사실상 정리되었다. 은빛의 칼날의 본부는 피와 시체로 가득하다.

"여기 계셨군요."

주변을 둘러보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안다. 분명 글록스겠지.

글록스가 칼에 묻은 피를 닦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검은 옷은 피가 잔뜩 묻어도 흔적이 거의 없다.

"어. 뭔가 좀 달라 보이십니다?"

"그래?"

글록스는 나를 위아래로 쓸어본다. 내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눈동자가 황금색이십니다. 괜찮은 겁니까?"

"또 이러네."

이거 진짜 정체가 뭘까. 몸에 안 좋은 건 아닌 거 같은데.

"예전에도 이랬던 겁니까?"

"가끔가다."

글록스가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본다.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아마 괜찮을 거야."

몇 번 이런 일이 있었지만,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괜찮을 거다.

"아무튼, 대충 정리한 거 같은데. 뭐 도와줄 일 있냐?"

질문에 글록스는 고개를 젓는다.

"잔당만 정리하면 됩니다. 그 정도는 직접 하지요."

고개를 끄덕여준다. 잔당 정리는 재미없는 일이니 맡기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부상자 몇 명으로 전쟁이 끝났군요."

글록스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그대로 뒤돌아서서 부하들에게 명령하며 걸어간다.

이걸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끝이 났다. 이제 글린다를 데리고 돌아가야지. 검은 날개한테 도움에 대한 비용도 좀 받고 말이야.

"마법사님!"

누군가 나를 부른다. 그것도 엄청 급하게.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본다.

맥이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달려온다. 얼굴에 드러난 표정으로 뭔가 상당히 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법사님! 얼른 오세요!"

그런데 왜 저기서 달려 나와? 차원문 근처에 얌전히 있으라고 했는데.

차원문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주황색으로 천천히 회전하는 차원문. 그리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

글린다가 보이지 않는다. 덤으로 에스나와 룬도.

"마법사님. 급해요!"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내 앞까지 달려온 맥은 숨을 몰아쉰다.

"일단 빨리!"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고 내 손을 붙잡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무슨 일인데!"

맥의 얼굴을 보니 대답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직접 가서 보는 게 빠르겠다.

나를 끌고 맥이 달려간 곳은 반쯤 열려 있는 철문. 안쪽은 잘 보이지 않는다.

"글린다! 데려왔어!"

맥이 문을 열어젖히며 소리친다. 방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글린다는 방 가운데에서 무릎 꿇고 있다. 그 앞에는 누군가 쓰러져 있다. 얼굴이 글린다에게 가려져 누군지 모르겠다. 글린다의 옆에는 에스나가 서 있다. 글린다와 함께 쓰러진 사람을 보면서.

"마법사님."

힘이 빠진 목소리. 글린다가 천천히 나를 돌아본다. 양 뺨에는 눈물이 흐른 자국이 있다. 눈동자는 빨갛게 충혈되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나저나 룬은 어디 있는 거지? 같이 있는 건 아니던가?

글린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 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본다. 룬의 가슴은 피로 젖어 있다. 감은 두 눈과 입가에 흘러나온 피.

"이게 무슨···."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룬이 쓰러져 있는 거지?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보이네.

"마법사님. 룬이 죽었어요."

글린다의 입에서 믿기 힘든 말이 흘러나온다. 룬이 죽었다고? 절대 죽지 않을 거 같던 꼬맹이가?

"잠시만 비켜보세요."

내 말에 글린다가 자리를 비켜준다. 무릎을 꿇고 룬의 머리에 손을 올린다.

"회복."

마법을 사용한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회복."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초회복."

그저 마나만 빠져나간다.

"완전 회복."

룬의 창백한 얼굴은 그대로다.

"그만하십시오. 이미 죽었습니다."

제기랄. 에스나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아니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생각하자. 생각하자.

나는 퍼펙트 메이지 아이작이다. 모든 걸 가능케 하는 마법사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인긴!"

떠오른 이름을 그대로 내뱉는다.

"인긴!"

삶과 죽음의 초월자를 불러본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바라본다. 이미 죽어버린 룬을 빼고.

"인긴! 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

"얼른 나오시죠! 대화 좀 합시다!"

"소용없을 겁니다. 당신이 차원 이탈자라고 해도 초월자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안 나오시면 다른 방법을 쓸 겁니다!"

"그건 좀 곤란하다네."

목소리가 들려온다. 머릿속을 흔든다. 어디서 들려왔다고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사방에서 인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 진짜 인긴?"

글린다의 목소리가 떨린다. 맥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다. 에스나가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진다.

"다시 보는군."

방의 벽이 부서진다. 부서진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다. 벽이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어둡고 깊은 공간으로.

그 검은 공간 너머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 한 명. 또는 그것 하나.

인긴은 방에 두 발을 딛고 선다. 주변을 둘러보고 나와 눈을 마주친다.

"오랜만입니다. 인긴."

"오랜만이군. 아이작."

나와 인긴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어···. 안녕하세요?"

글린다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면서도 인사한다. 글린다의 어깨는 크게 떨리고 있다.

인긴은 살짝 고개만을 끄덕인다. 글린다는 떨리는 몸으로 허리를 숙여 인긴에게 인사한다.

"저 아이는 이미 기절했군."

문 근처에는 맥이 쓰러져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인긴. 백룡 기사 에스나입니다."

에스나는 검을 들고 기사다운 인사를 올린다.

"어린 사신이군. 초월자를 만나는 건 처음인가?"

"그렇습니다."

에스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인긴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공허 속에서 보았을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친절함이 사라졌다.

"그럼 무엇이 중요한가."

침을 삼킨다. 내 발아래에 있는 룬을 가리킨다.

"이 소녀를 살려주십시오."

"불가."

바로 대답한다. 일말의 기다림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왜입니까? 당신은 그런 일을 가능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가능은 하지. 하지만 불가일세."

인긴은 고개를 젓는다.

"설명해 주십시오."

내 말에 인긴은 머리를 긁는다.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하는 중이다. 말을 잘 못 하는 건 여전하구나.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흘러간다. 글린다는 계속 침을 삼킨다. 에스나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있다. 나는 약간 화가 나 있고.

"일단 설명을 해보지."

인긴이 침묵을 깨트린다.

"모든 것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지. 강에서 바다로. 삶에서 죽음으로. 죽은 자를 살리는 건 그 흐름을 깨는 일이지."

"저는 한 번 죽었다 살아나지 않았습니까."

나는 다시 살아났다. 인긴이 말하는 흐름을 뒤집고. 다른 차원의 힘을 이용해서.

인긴은 다시 고민에 빠진다. 이런 때도 말을 골라야 한다니. 정말 어디 가서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

"마법사님."

글린다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고개를 돌려 글린다를 마주 본다.

"뭘 하실 생각이세요?"

그 목소리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담겨 있다. 내가 천사라는 존재에게 따지고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별거 아닙니다. 아무런 문제 없을 겁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글린다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언제까지 고민하실 겁니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인긴에게 말을 건다. 인긴은 나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의미겠지.

"좋아. 정리됐네."

이제야 입을 연다.

"자네는 가지고 있던 흐름에서 벗어난 걸세. 원래 있던 차원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순간 흐름이 사라진 거지."

"제가 특별한 존재라는 겁니까?"

인긴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 간단한 말을 저렇게 늘려서 하다니. 이것도 능력이다.

"룬은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 흐름을 거부할 수 없는 거고?"

"그렇다네."

인긴이 딱 잘라 말한다. 이제 이 부분은 물고 늘어져도 소용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 만약···."

잠시 말을 끊는다. 침을 삼킨다.

"제가 마법으로 룬을 살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나에게는 마법이 있다. 그것도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마법이.

"그런 마법이 있습니까?"

에스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인긴은 고요하게 나를 바라본다.

"정말로 그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살린다면."

인긴의 분위기가 변한다. 몸에서 기운이라고 부를 만하게 풍겨 나온다.

"히익!"

글린다가 비명을 지른다. 나도 지르고 싶다. 에스나는 그 자리에 굳은 채 몸을 떨기 시작한다. 내 몸도 미친 듯이 떨린다.

공포가 모든 사람을 잠식한다. 그리고 인긴이 입을 연다.

"자네를 초월자의 방식으로 처벌할 걸세."

초월자의 방식이라니. 상상만 해도 무섭다.

"자세한 걸 알고 싶다면 해보면 되네."

인긴이 미소를 짓는다. 그와 함께 우리를 짓누르던 기운이 사라진다. 숨을 몰아쉬며 인긴을 바라본다.

"어떻게 할 텐가?"

"글린다 양."

"네?"

글린다가 살짝 놀란다.

"죄송하지만 룬을 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초월자의 방식이 뭔지는 몰라도 무섭거든. 다행히 글린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시 인긴을 바라본다.

"간단하다네. 장례를 치러주고 무덤을 만들어주게. 다른 사람들이 죽었을 때와 똑같이 말이야."

"알겠습니다."

"난 이만 가겠네."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인긴의 모습이 사라진다.

"드디어 갔군요."

에스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놀랐습니다. 초월자를 불러오시다니."

"나도 놀랐어."

말만 잘하면 살려줄 줄 알았다. 초월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겠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에요?"

내 옆으로 다가온 글린다가 묻는다. 그 눈은 룬의 시신에 박혀있다.

"인긴의 말대로 해야죠. 장례를 치르고 묻어줄 겁니다."

룬의 몸을 들어 올린다. 너무나 가볍다.

"장례는 글록스에게 도와달라고 합시다."

"그게 좋을 거 같아요."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글록스가 열려있는 문으로 뛰어들어온다.

"아까 그 위압감은 뭐였습니까?"

주변을 둘러본 글록스가 나를 바라본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너 나 좀 도와줘라."

"에?"

당황하는 글록스의 시선이 살짝 아래로 떨어진다. 내가 품고 있는 룬을 바라본다.

".... 죽은 겁니까?"

"응. 장례를 부탁할게."

글록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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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8막 4장 - 강철 연맹 (1)| Isaac +2 19.09.02 1,256 15 11쪽
133 133. 8막 3장 - 유령선장 (4)| Isaac +4 19.08.31 1,270 16 11쪽
132 132. 8막 3장 - 유령선장 (3)| Glinda +2 19.08.30 1,265 14 11쪽
131 131. 8막 3장 - 유령선장 (2)| Isaac +2 19.08.29 1,244 14 11쪽
130 130. 8막 3장 -유령선장 (1) | Isaac +2 19.08.28 1,294 13 11쪽
129 129.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4)| Isaac +4 19.08.27 1,279 15 12쪽
128 128.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3)| Isaac +2 19.08.26 1,305 14 11쪽
127 127.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2)| Isaac +2 19.08.24 1,311 15 11쪽
126 126.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1)| Isaac +6 19.08.23 1,350 13 11쪽
125 125.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2)| Isaac +4 19.08.22 1,357 16 11쪽
124 124.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1)| Isaac +2 19.08.21 1,393 15 11쪽
123 123. 8막 서장 - Tempest | Isaac +4 19.08.20 1,376 17 11쪽
122 122. 7막 막간 - 마법사는 어디 계신가 | Glinda +4 19.08.19 1,443 14 11쪽
121 121. 7막 5장 - 해적왕 (4) | Isaac +6 19.08.17 1,434 14 11쪽
120 120. 7막 5장 - 해적왕 (3) | Isaac +2 19.08.16 1,428 15 12쪽
119 119. 7막 5장 - 해적왕 (2) | Isaac +2 19.08.15 1,446 13 11쪽
118 118. 7막 5장 - 해적왕 (1) | Glinda +2 19.08.14 1,477 14 11쪽
117 117. 7막 4장 - 본질에 관하여 (2) | Isaac +3 19.08.13 1,461 13 11쪽
116 116. 7막 4장 - 본질에 관하여 (1) | Isaac +2 19.08.12 1,483 13 11쪽
115 115.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3) | Isaac +2 19.08.10 1,486 15 11쪽
114 114.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2) | Isaac +3 19.08.09 1,508 12 11쪽
113 113.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1) | Isaac +4 19.08.08 1,531 14 11쪽
112 112. 7막 2장 - 항구 도시 (3) | Isaac +2 19.08.07 1,516 16 11쪽
111 111. 7막 2장 - 항구 도시 (2) | Isaac +4 19.08.06 1,650 13 11쪽
110 110. 7막 2장 - 항구 도시 (1) | Glinda +3 19.08.05 1,590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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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 7막 1장 -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1) | Isaac +4 19.08.01 1,552 13 12쪽
106 106. 7막 서장 - 초원의 중앙에서 | Isaac +2 19.07.31 1,551 13 11쪽
105 105. 6막 종장 - Luna eclipse | Isaac +2 19.07.30 1,549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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