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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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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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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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07

DUMMY

『3화. 아빠 학교에 간 유나.』







“어휴, 이놈의 자식은 몇 시 인데...”



효성이네 엄마는 짜증을 내며 효성이 방으로 걸어갔다. 고등학교 들어가고부터, 효성이가 부쩍 늦잠을 잔다. 예전에는 비록 일찍 일어나서 게임을 하지만, 그래도 제 스스로 일어나던 녀석인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야자를 하자, 중학교 시절 게임하던 양을 그대로 유지하느라 중학교 때보다 늦게 자서 그렇게 늦게 일어나나 보다. 효성이 엄마는 그나마 효성이가 컴퓨터를 많이 하는 거에 관대한 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놈의 컴퓨터를 집어 내버릴까 라고 생각하며, 효성이 엄마는 효성이의 방문을 열었다.




“효성아, 얼른 일어나ㄹ...”




효성이 엄마는 얘기를 하려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이유는 아마도 방 안의 풍경 때문일 것이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여자아이 옷. 바닥에는 이불이 난잡하게 펴져 있었다. 무엇보다 충격인 것은, 침대 위에 있는, 다정하게 자고 있는 두 사람. 효성이와 유나였다. 물론 엄마 입장에서는 유나는 미지의 여자애이다. 지금의 풍경은... 몹시... 오해의 소지가 많은 풍경이었다. 두 사람은 한 침대에서, 한 이불 속에서, 둘이서 얼굴을 마주하고 몹시도 다정하게 자고 있었다. 엄마는 이 장면을 보고 많은 혼란과 혼돈, 분노, 고통 등을 느꼈다.




“......”




“으음...”




인기척에, 유나가 뒤척이며 소리를 냈다. 엄마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계속 돌처럼 굳어있다가, 눈을 한 번 비비고 다시금 자신의 아들의 방을 보았다. 그대로다. 엄마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아니, 게임을 많이 하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던 아들이지만, 순진하고 착하던 효성이었다. 이렇게, 제대로 막장짓(?)을, 게다가 대놓고 자신의 방 안에서 펼쳐놓고 있다니. 엄마는 도저히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효성이...너...!”









“으음...?”




엄마의 목소리와 인기척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엄마를 보았다. 엄마의 눈에서는 혼란과 혼돈, 분노, 고통 등이 느껴졌다. 뭐, 뭐야.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아침부터. 뭐가 뭔 지 모르겠지만, 일단 주위를 둘러보며 사태를 파악하려 했다. 으헉, 나 왜 침대에서 자고 있는 거야? 틀림없이 바닥에서 잤는데...? 게다가, 유나 이 녀석 누구 맘대로 내 옷으로 갈아 입은거야? 그보다, 엄마가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유나 때문이겠지? 아, 설마... 설마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있다고? 아, 어머님, 오해에요. 나는 얼른 말했다.



“아, 어, 엄마 이건 약간의 오해가...”



“......”



엄마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손으로 머리를 짚으시며 벽에 몸을 기대셨다. 하긴, 적잖은 충격이실 것이다. 아직 고 1밖에 안된 아들이, 이런 사고를 저지르다니. 물론, 아니라구!! 엄마, 얘 내 딸인데... 아,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부엌으로 내려와라.”



“어, 엄마!”



엄마는 사뭇 진지하신 얼굴로 내 방에서 나가신다. 나는 황급히 변명하려 했으나, 엄마는 그냥 나가셨다. 아... X됐다. 이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하지... 엄마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 나는 절대 유나와 잔 게 아니다. 아니, 잔 건 맞는데... 아이, 그... 어쨌든, 엄마는 나하고 유나가 같이 잔 걸로 오해하고 계시다. 오해를 풀어야 한다. 어머니, 사실 저 아이는 미래에서 온 제 딸입니다. 저 아이가 미래에서... 어머, 그러니? 우왕ㅋ 우리 손녀. ...이럴 리가 없잖아!! 아... 미치겠다. 왜 이러냐.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서 침대에 주저앉았다.



“으흐음...”



“으으...”



유나는 그제서야 뒤척이며 겨우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화난것을 유나에게 퍼부었다.



“으아아! 왜 네 옷 벗은거야?”



“...네? 왜요, 그냥 불편해서 아빠 옷 입었는데요?”



“하... 젠장. 엄마한테 뭐라고 설명해야하냐...”



“......”



내가 화내다 말고 풀이 죽어서 한탄하자, 유나도 덩달아서 풀이 죽은 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땅바닥을 보며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문득 유나를 봤다. 유나는 풀이 죽어서 물끄러미 날 보고 있었다. 휴, 그래. 유나는 여기 와서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지. 아무도 모르는 생판 과거에 와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인 내가 이렇게 화를 내니, 불안하기도 하겠지. 유나에게 화는 내지 말아야지.



“화 풀어.”



“네?”



“화내서 미안. 엄마가... 크... 어쩐다.”



“그냥 사실대로 말씀드려요.”



“응?”



“사실대로 말씀드려요.”



“......”



아니, 그게, 그러면 참 좋겠지.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면 되는 거니까. 근데, 우리 엄마, 그렇게 개방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조선시대처럼 보수적인 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식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개방적인 사람이 아니시라고. 아니, 그보다도 보통은 자기 아들래미가 여자애랑 같이 자 놓고 그게 자기 딸이라고, 안 잤다고 하면 그냥 개소리로 듣지, 그걸 곧이곧대로 믿으시겠냐고. 오히려 어른 농락하냐고 더 처 맞을지도 몰라.



“그걸... 그대로 말하면 엄마가 믿겠냐고.”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그게 진실이고.”



“크... 하.”



유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자신의 옷을 잘 정리했다. 그리고, 바닥에펴 있는 이불과 깔개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나도 도왔다. 그리고서, 갑자기, 정말 갑자기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다.



“야, 야!”



“네?”



“내, 내가 아무리 아빠라도 임마, 보통은 ‘아빠 옷 갈아입게 나가’ 라던가, 그런 맨트는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아... 죄송해요. 아빠, 옷 갈아입게 나가주세요.”



“그래...”



내 말에 유나는 그대로 복사해서 말하듯이 말했다. 유나는 내가 있든 없든 개의치 않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윗도리를 벗으려 했다. 나는 황급히 방에서 나와 문을 닫았다. 나, 미래에 가면 딸 교육 좀 잘 시켜야겠다. 애가 무슨 부끄럼이 없어... 아무리 내가 아빠라도! 하긴, 제 나이랑 동갑인 아빠랑 지내본 딸이 어디있겠냐.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얼른 부엌으로 갔다. 엄마는 식탁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시고 있었다. 나는 쭈볏쭈볏 다가오자, 엄마는 고개를 들고 아무 말 않으시고 날 언짢게 노려보며 말하셨다.



“얼른 앉어.”



“네, 네.”



나는 앉았다. 그러나 마치 드래곤볼에 나오는 중력 100배실처럼 부엌의 공기는 매우 무거웠다. 도저히 입을 놀릴 수가 없었다. 엄마는 계속 언짢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셨다. 나는 두려움과 패닉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었다. 이제 무슨 변명을 해도 엄마에겐 통하지 않을 거야. 아아,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조짐을 느꼈어. 하지만 유나가 내 말을 듣지 않았어.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 봐.”



“......?”



“핑계라도 대 보라고.”



엄마는 못마땅하신 듯 나를 여전하게 노려보며 말하셨다. 나는 새하얗던 머리를 순간적으로 재정비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 그러니까, 어제, 유나가, 미래에서, 그... 그... 그래가지고...”



“......??”



나는 최대한 엄마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했다. 엄마는 들으시다가, 언짢으신 표정이 더욱 언짢았다가, 끝에 가서는 도리어 측은한 표정이 되었다. 이야기가 다 끝나자, 엄마는 몹시 자애롭고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부드럽게 말하셨다.



“효성아... 네가 요즘 힘들어 하는 거 다 안다. 모든 사람들은 다 한번 쯤...”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핫...챠...”



아악 젠장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엄마는 나를 교과서에 나오는 15~17세 가량의 질풍노도의 시기로 착각하신 모양이다. 그런 게 아니에요, 어머니! 정말 속이 답답하다. 드라마나 소설에서 나오는, 진실을 말해도 항상 악적으로 오인 받는 주인공이 얼마나 답답한 마음인 지 몸소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자꾸 날 위로하려 들고, 나는 계속 화를 내고 있는데...



“저기...”



“?”



유나가 아까의 나와 같이 쭈볏쭈볏 부엌에 모습을 비쳤다. 엄마는 미심쩍은 눈으로 유나와 나를 동시에 쳐다봤다. 지금까지 열심히 변명했지만, 확실한 물증인 유나가 오자 나는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긴장하면서 엄마와 유나를 힐끔힐끔 봤고, 엄마는 이제 나 따위는 쳐다보지 않고 유나만 뚫어져라 봤다. 유나는 약간 당황해서 엄마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 할머니...”



“.....!”



유나의 말에, 나와 엄마는 둘다 놀라서 눈이 커졌다. 아이고, 기어이 일을 냈구나... 할머니라니! 엄마가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자, 잠깐. 내가 왜 할머니야?”



엄마는 당황해서 말했다. 엄마는 확실히 할머니라 불릴 나이가 아니다. 이제 40대 중반이신데 할머니 소리를 들으니, 적잖게 당황하신 듯하다. 엄마의 말에, 유나가 말했다.



“하, 할머니니까 할머니라고...”



“아니, 너는 지금 내가 할머니라고 불릴 나이처럼 보여? 너 뭐야?”



“죄, 죄송해요...”



엄마의 역정에 유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고민했다. 엄마는 화가 난 말투로 나를 보며 말했다.



“얼른 말 해. 얘 누구야? 누군데 지금 날 보고...”



“...엄마 손녀네요. 내 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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