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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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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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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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화 그녀가 결혼했다.(3)

DUMMY

훈련장 한켠에 마련된 세이렌을 바라보는 기사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름대로 대놓고 티가 안 날 뿐이지 동지애 강한 기사들인지라 하륜에게 시비를 거는 세이렌의 행동에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들려오는 말소리를 들어보면 기사단을 무시하기도 하니 더더욱 세이렌을 좋아할 리 없는 기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분노는 결국 폭발했다. 그 무섭고 대단한 레안의 삼촌이라 애써 덮고 넘어가려던 그들이었으나, 저건 해도 해도 도가 지나쳤다. 그와 동시에 하륜 역시도 폭발했으나, 이름하야 세이렌vs황실 기사단의 레안 쟁취하기 시합이 열리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커져버린 시합은 세이렌이 이기면 황실 기사단이 레안을 포기하는 것으로, 지면 세이렌이 더 이상 와서 시비 걸며 무시하지 않기로 대대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게 됐다. 심지어 유라인이 재밌겠다며 놀러올 정도니 그냥 어중간한 시합에서 제이로 제국의 자존심을 건 세기의 시합이 되었다.

시합이 열리기 전 가장 큰 난관은 과연 이렇게 커져버린 시합을 레안이 수락해 줄 것이냐, 였는데 의외로 레안은 흔쾌히(?) 수락했다. 심지어 그녀가 심판까지 해주기로 했다.

이는 더 이상의 소란들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일일이 쫓아다니며 말리기도 귀찮고, 저 성격 상 쉽게 물러설 세이렌도 아니고 결국 잘됐다, 니들끼리 해결 봐라, 라는 의도였던 것이다.

그렇게 모처럼 황실 기사단 총 훈련장에서 희대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시합의 내용은 총 네 가지였는데, 첫 번째가 많이 먹기 시합, 두 번째가 욕하기 시합, 세 번째가 숨 참기 시합, 네 번째가 간지럼 오래 참기 시합이었다.

물론 원래는 이런 내용의 시합이 아니었다. 그들은 기사였으므로, 기사로서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합을 원했으나, 레안의 나보다 셀지 몰라, 라는 발언으로 인해 시합의 내용이 대폭 수정되었다.

어떻게 레안보다 더 센 존재가 있을 수 있나, 하는 고민이 아주 잠깐 부단장 밑의 기사들의 머리에 맴돌았으나, 레안의 삼촌이라는 이유로 납득할 수 있었다.

그렇게 드디어 대회의 서막이 열렸다.

첫 번째 시합의 참가자는 카엘이었다. 아무래도 용병 출신이었던 지라 다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버티기 위해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 된다는 이유로 폭식에 익숙한 위를 가진 카엘이라 나름의 논리성을 띠고 출전했다.

요리는 유라인의 명으로 고생하게 된 황실 수석 요리사가 만든 매콤한 김치 볶음밥이었다. 원래는 면으로 하려고 했으나, 면으로 할 경우 불수 있다는 이유로 결국 밥이 선택되었다.

“하하,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웃으며 인사하는 카엘이었으나 세이렌과 맞잡은 카엘의 손에는 힘이 잔뜩 실려 있었다. 세이렌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하륜의 친구이었던 지라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세이렌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응하는 세이렌의 손힘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시합의 정확한 내용은 제한시간 안에 누가 많이 먹나 였다. 원래는 누군가 기권할 때까지 먹기였지만, 그러다 날밤새며, 소화시키면서 먹으면 어떡할 거냐는 누군가의 제의에 바로 수정 조치되었다.

장엄한 함성 소리와 함께 드디어 시합이 시작되었다.

“우오오!”

순식간에 한그릇을 비우는 카엘의 모습에 기사들은 열광했다. 레안 역시도 묘하게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세이렌 역시도 쉽지 않았다. 비록 확 빠른 속도는 아니나 차근차근 속도를 붙이며 먹고 있었다.

그렇게 식탁 한구석에는 카엘과 세이렌이 먹은 그릇들로 한가득 탑이 쌓여 있었다.

장장 30분 동안 이어지던 게임은 점차 카엘에게로 승리가 기울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김치 볶음밥이 너무 매웠다는 것. 처음엔 빨리 먹기 바빠 느끼지 못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강하게 다가오는 매운 맛에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세이렌이 엄청난 고통을 호소했다. 참으며 애써 입에 넣어보지만 좀처럼 참을 수 없는 맛이었다. 그래서 결국 물과 함께 마시게 되었지만, 그 덕에 배가 더 불러 먹는 속도가 느려진 세이렌이었다.

“첫번째 시합 카엘 승!”

한시간 동안 이어진 시합은 결국 카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세이렌이 분노를 표할 새도 없이 바로 두 번째 시합이 이어졌다.

이번 시합의 참가자는 백호단의 유명한 욕쟁이, 휴 였다. 평소 레안 앞에서도 거침없는 입담을 보이는 휴의 등장에 기사들은 환호했다.

시작을 알리는 소리에 휴와 세이렌은 서로를 마주보며 앉았다. 가벼운 가위바위보를 통해 우선권을 딴 휴가 먼저 공격을 하기로 했다.

“이런 개호로 같은 xx 녀석아!”

호오, 처음부터 강한 휴의 말이었다. 세이렌은 순간 잠깐 충격을 받은 듯 멈칫하다 평소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확 창자를 빼갖고 젓갈을 담아버릴 놈의 xx.”

윽.

역시 만만찮은 세이렌의 말에 휴가 움찔했다. 그러나 이 정도에 당할 휴가 아니었다.

“씨x. 뭐라는 거야. 이 xx에 xx할 씹xx 같은 xx가.”

“그 정도로 되겠어. 대가리에 xx 쳐 부어서 xx하고 xx해야 정신 차리지. xx같은 씨xx 놈이.”

“씹, 네 xx는 혓바닥에 xx 부었냐? 존x xx 같은 게. 어따 대고 xx 짓을 하고 xx야.”

“xx한 xx 놈. 네 몸 속에다 xx 박고서 xx하고 xx해야 정신 차리지. xx 가지고 xx할 xx한 놈.”

“네 대가리에 xx 들었냐? 눈깔은 어디다 xx하고 xx하고 왔냐. 씨x. 레안 님이 네 xx 보고 xx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거 안 보이냐?”

길어지는 싸움에 정확히 세이렌의 약점을 파고든 휴였다. 그리고 역시나 웬만한 욕이라면 그냥 무시하겠으나 레안과 연관된 말에 세이렌이 슬쩍 레안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치명적 실수였다.

얼굴에 깔린 한심하고, 뭐 같다는 레안의 표정에 세이렌이 움찔했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가, 레안의 호감이 중요한가.

그래 어차피 나머지 두 게임에서 이기면 다시 재 대결 할 테니 그때 이기면.

그 생각에 결국 세이렌은 기권을 해야 했다.

그렇게 연달에 2승을 거둔 황실 기사단의 기사들은 환호했다.

이어 세 번째 게임은 별거 없이 숨 오래 참기 게임이었다. 이 역시도 물속에 오래 잠수하기로 가려고 했으나, 세이렌은 물속에서도 숨 쉴 수 있다는 말에 그냥 코와 입 막으며 숨 참기로 결정됐다.

이번 게임의 참가자는 하륜이었다. 폐활량이라는 부분에 있어 아무래도 인간이 용족인 세이렌을 이기기는 매우 힘든 일인지라 비슷한 폐활량을 가진 하륜이 참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둘 다 독기, 오기 강한 존재들인지라 꽤 길게 갔던 시합은 결국 세이렌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륜이 엄청나게 분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애써 참고 넘겨야 했다.

드디어 마지막 시합은 간지럼 오래 참기였다. 이번의 참가자는 리엔이었다. 다소 슬픈 이유로 이번 시합에 참가한 것이었는데, 그동안 리엔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해 이 정도는 기꺼이 참아낼 수 있을 거라는 기사들의 만장일치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 간지럼 참기는 정식 기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레안에게 당한 전적이 있으며, 시시때때로 류에게도 당한 적이 있었다.

시합의 시작과 함께 레안이 직접 공수한 100배 농축 모기독이 세이렌과 리엔에게 부어졌다.

이 이후로 몸에 손을 대거나 긁으려고 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었다.

역시나 백배 농축이란 그런지 효과는 엄청 났다. 뿌리자마자 그들은 엄청난 가려움을 느껴야 했다. 그나마 이 모기독에 익숙한 리엔은 세이렌에 비해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리엔의 머릿속에는 온갖 불평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허접한 시합에 자신이 참가해서 이렇게 개고생을 해야 하는 지. 과연 이것은 순수한 의미의 시합인가, 아니면 그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된 시합인가.

거기다 하필이면 이것이 레안을 쟁취하기 위한 시합이라니! 왜 자신이, 그 얄미운 레안을 위해서!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몸을 긁어내리고 싶었지만 리엔은 알고 있었다. 이 모기독은 긁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긁으면 긁을수록 더욱 가려울 뿐이라는 것을. 거기다 저 광기어린 기사들의 눈을 보아 여기서 긁어서 졌다간 제대로 멍석말이를 당할 기세였다. 그리고 솔직히 그보다 더 급했던 건 류의 한마디였다.

이번 시합에서 지면 아예 숙소로 데리고 와 같이 살 거라는 말에 리엔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했다. 안 그랬다간 자신은 미칠 것이 분명했다.

한편 세이렌 역시도 상황이 좋지 못했는데, 용족으로 태어나 이런 일은 생전 처음 겪는 세이렌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려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고작 모기독 따위에 이런 엄청난 시련을 느끼게 되다니.

세이렌은 필사의 의지로 견디려고 했지만 좀처럼 견딜 수가 없었다. 모기독에 익숙한 리엔에 비해 세이렌은 그야말로 모기독의 생초짜였기에 더욱 그 가려움은 컸다.

그리고 결국. 세이렌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몸에 닿았고, 그것을 날카롭게 발견한 레안이 리엔이 승리했음을 알렸다.

“이건 말이 안 돼.”

절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세이렌이 좌절했으나, 레안의 다소 거친 토닥거림에 애써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2.31.1

:그와 그의 은밀한 사정.


“하아. 형님이 어떻게 여기 계시는 겁니까. 찾으라는 건 안 찾고.”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세이렌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에 앞에 있던 청년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는 네 녀석이야말로 여긴 왜 온 거야.”

“흥, 사랑스러운 조카를 보러 온 것 뿐입니다.”

“사랑스러운 조카라니. 레안이 왜 니 사랑스러운 조카야. 레안은 내 사랑스러운 딸이야!”

“그러니 저의 사랑스러운 조카지요.”

마치 그것도 모르냐는 듯한 세이렌의 표정에 청년이 울컥했지만 괜히 싸움을 일으켜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는 없었기에 애써 참았다.

“어쨌든 여긴 왜 계시는 겁니까?”

“제이로 제국에 있다길래. 아무래도 기사인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들어온 거야.”

“그냥 이 기회에 레안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말입니까?”

“네가 신경 쓸 바는 아닐 텐데?”

“영 믿음이 안 가 형님을 걱정하는 아우의 마음으로 물어본 것 뿐입니다. 그보다 레안이 알면 꽤 화낼 텐데 괜찮겠습니까?”

딱히 형인 하르시안을 걱정해서라기보다는 괜히 그 여파로 자신까지 레안의 미움을 받게 될까봐 던진 말이었다.

“역시 화내려나.”

“레안 성격 잘 아시면서 물어보는 겁니까.”

역시나.

솔직히 애초 그럴 것 같아 일부러 속이고 들어온 터였다. 하지만 그래도. 겁나. 걱정돼. 레안 화내면 무서운데. 레안이 미워하면 어떡하지.

새삼스레 몰려오는 걱정에 하르시안이 울상을 지었다.

“아무튼 알아서 해결하십시오. 전 모릅니다.”

엮여서 같이 미움 받으며 고생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세이렌인지라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둘이 오순도순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그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하나의 인영이 있었으니, 그들의 대화를 들은 인영은 조심스럽게 모습을 감췄다.




작가의말

 

 

신개념 시합이었어요.

누가 욕을 더 잘하나, 시합..꽤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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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5 레드러너
    작성일
    14.03.18 16:07
    No. 1

    역시 욕의 강자 휴와
    괴롭힘 참기의 강자 리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하는 분야가 확실하게 있네요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18 21:58
    No. 2

    그렇죠! 괴롭히기 강자는 역시 류 일까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는 레안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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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화 리엔은 위대하다. +2 14.03.28 512 9 16쪽
49 48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2) +4 14.03.27 795 8 8쪽
48 47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1) +4 14.03.27 616 13 7쪽
47 46화 그녀가 없는 사이. +4 14.03.26 677 14 13쪽
46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4 14.03.26 746 8 10쪽
45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6 14.03.25 604 7 9쪽
44 43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2) +4 14.03.25 578 17 9쪽
43 42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1) +6 14.03.24 817 10 11쪽
42 41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2) +4 14.03.24 912 12 6쪽
41 40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1) +6 14.03.22 795 17 12쪽
40 39화 엉망진창 승급심사.(2) +4 14.03.22 877 7 9쪽
39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4 14.03.21 726 10 10쪽
38 37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2) +4 14.03.21 739 20 14쪽
37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4 14.03.20 643 11 9쪽
36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4 14.03.20 693 23 11쪽
35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4 14.03.19 688 13 10쪽
34 33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1) +4 14.03.19 659 14 8쪽
33 32화 사랑은 마물을 타고. +2 14.03.18 957 12 15쪽
» 31화 그녀가 결혼했다.(3) +2 14.03.18 1,120 25 12쪽
31 30화 그녀가 결혼했다(2) +4 14.03.17 96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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