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영잔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임제
작품등록일 :
2012.05.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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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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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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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DUMMY

남궁세가의 거대한 전각들 사이로 먼동이 트고 있었다. 잠시 어스름한 새벽 하늘을 보고 있는 사이, 봉천우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가자.”

“네.”

육전호는 앞장서 걸어가는 봉천우의 곁으로 가 어깨를 맞추고 걸었다.

“술을 마셨구나.”

희미한 냄새라도 맡았는지 봉천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을 꺼냈다.

“남궁성도라고, 정위군에서 함께 지냈던 형님이 계십니다. 세가에 온 김에 찾아뵈었습니다.”

육전호는 담담하게 남궁성도와의 과거와 어제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제왕검 남궁우 대협의 아들이라면 나도 오래전에 소문을 들었다. 지금이야 세가의 장로들이 있어 버티고는 있다만 남궁우 대협 같은 인물들을 자꾸 견제하고 배제 시킨다면 결국에는 세가가 그 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겠지.”

새벽의 서늘한 대기를 타고 봉천우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서서히 어둠 속에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남궁세가의 건물들에서 왠지 어둡고 음울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형.”

높은 담장을 따라 한참을 걷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강소미가 작은 문 옆에 서서 환한 얼굴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우리가 늦었구나.”

“아니에요, 제가 좀 일찍 나왔어요.”

봉천우의 무심한 얼굴을 바라보는 강소미의 눈에 부드러운 빛이 일렁거렸다.

“여기가 네가 말한 곳이냐?”

“네.”

강소미가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봉천우와 육전호도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폭이 십여 장쯤 되는 작은 연무장이었다. 꽤 오랫동안 사용을 안 했는지 바닥 곳곳에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무인들이 득실거리는 세가에 이런 연무장이 있다니…….”

연무장 한 가운데서 주위를 둘러보던 봉천우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봉천우를 바라보던 강소미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남의 집안 걱정은 그만하시고 준비나 하세요.”

“오늘 너와 비무할 상대는 내가 아니라 전호다.”

“네?”

“네?”

봉천우의 대답에 강소미와 육전호가 동시에 놀란 얼굴로 서로 바라보았다.

육전호는 어제 오후의 일을 떠올렸다.

서문영영과 함께 있던 자신에게 지나가던 봉천우가 다가와 몇 마디 말을 던지고는 갔다, 오랜만에 새벽 수련을 함께하자고.

강소미의 표정을 보니 자신과 같은 제안을 강소미에게도 한 모양이었다.

“서로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사형, 하지만…….”

“사매는 전력을 다해야 할 거야. 내력은 전호보다 조금 낫겠지만 초식의 연결이나 운용, 실전감각은 전호가 훨씬 뛰어나. 무당의 유운검도 겪어보지 않았으니 생소할 거야.”

봉천우의 말이 이어지자 영문을 몰라 하던 강소미의 얼굴에 점차 화가 난 기색이 역력해졌다.

“사매는 매화검도 사용하지만, 낙영검(落英劍)과 숙녀검(淑女劍)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지. 이제껏 네가 상대해본 검들과는 많이 다를 거야. 내력 또한 너보다 앞서 있으니 조심해야 할 거야.”

스릉!

봉천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소미가 검을 뽑아들었다.

“흥! 사형이 없는 사이 저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어요. 원하시니 보여드리죠.”

강소미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뱉어냈지만 기수식을 취하고 있는 검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어느새 호흡 또한 가라앉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난처해하던 육전호는 그런 강소미의 변화를 보자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검을 빼 들었다.

언제 화를 냈느냐는 듯이 평온하면서도 결의에 찬 얼굴을 하고 있는 강소미가 그 모습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사형한테서 네 실력은 들은 적이 있지만, 그래도 내 검은 만만치가 않아. 조심해야 할 거야.”

“물론입니다. 제가 한 수 배우겠습니다.”

말을 마친 육전호는 진기를 끌어올렸다. 사지 백해로 요동치며 흘러가기 시작하던 진기의 흐름이 차츰 부드럽게 변해갔다.


이 장 정도 거리를 두고 서로 견제만 하던 두 사람 사이에 화사한 기운이 넘쳐흘렀다.

찰나였다.

잠시 강소미의 신형이 부드럽게 흔들리는 듯 보이더니 어느새 날카로운 검 끝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재빨리 검을 들어 쳐냈지만 마치 푹신한 이불을 치는 듯이 부드러운 타격감이 전해졌다. 순간, 느낀 바가 있어 급히 신형을 틀었다. 어느새 강소미의 검이 요혈을 노리며 빠르게 찔러오고 있었다. 육전호는 강소미의 검과 정면으로 부딪쳐 강하게 반발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강소미가 사용하는 검법의 흐름을 보고는 허초를 이용한 함정이라는 것을 곧 짐작할 수 있었다.

강소미가 사용하는 검법은 꽃이 지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화산의 낙영검이었다. 흐름을 중요시하는 육전호의 유운검과 그 맥이 비슷한 유검(柔劍)이었다.

다시 찔러오는 강소미의 검을 가볍게 걷어 낸 육전호는 곧바로 유운무정(流雲無停)의 초식을 연결해 공세를 취했다. 육전호의 검이 장중하게 흐르는 기운을 담고 사방을 쓸어가자 강소미의 두 발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하지만, 수세에 몰리는 것도 잠시였다. 강소미의 전력이 실린 검이 부딪혀 오자 유운검의 흐름이 주춤거리며 맥이 끊겼다. 내력의 차이가 가져온 결과였다. 육전호는 다시 부딪혀 오는 강소미의 검을 피하며 이번에는 뇌운만변(雷雲萬變)의 초식을 펼쳤다. 내력의 상대적인 열세를 다채로운 초식의 변화로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육전호의 검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곳곳의 방위를 점해오자 또다시 강소미의 보법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아침 햇빛에 번쩍이는 검의 잔영들이 뽀얀 먼지와 함께 연무장 곳곳으로 번져갈 즈음, 육전호는 강소미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날카롭던 검의 변화가 무디어지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은 곤란했다. 검을 거두며 뒤로 훌쩍 물러섰다.

“누님, 제가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습니다.”

땀에 젖어 있는 육전호가 먼저 검을 집어넣자 그때서야 강소미도 검을 내렸다.

“후우…… 사형의 얘기를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던 강소미가 육전호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 떨어져 지켜보던 봉천우가 천천히 다가왔다.

“전호도 그렇지만 사매는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늘었어. 하지만, 좀 더 노력해야겠어.”

“흥! 제 걱정일랑 접어 두세요. 십 년 안에 매화검수가 될 터이니.”

고개를 돌리며 자신을 외면하는 강소미를 바라보던 봉천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만 돌아가자.”


태양은 어느덧 거대한 전각 위로 높이 떠올라 있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 세 사람의 얼굴 위로 따가운 가을 햇볕이 내려앉았다.

“전호, 너 혹시 그거 알고 있니?”

“네?”

“서문영영 얘긴데…… 네가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얘기하는 거야. 예전부터 서문세가랑 혁련세가랑 사돈지간이 될 거라는 얘기가 있었어.”

“…….”

“나는 네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

강소미의 조심스러운 얘기를 듣던 육전호는 순간 혼란스러웠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강소미가 한 말을 다시금 천천히 되새겨 보았다.

얼마 전 금가장에서 보았던 혁련기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풍채 좋고 의기가 당당하던 모습이었다. 청초한 모습의 서문영영과 썩 어울리는 사내였다.

마치 날카로운 송곳으로 쿡 찌르는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무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지만 왜 모르겠는가. 처음부터 서문영영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결국 서문세가라는 가문에 대한 부담이었음을.


강소미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육전호를 살펴보았다.

고개를 들어 태연히 걷고는 있었지만 누가 봐도 상심한 얼굴이었다. 무심히 걷고 있던 봉천우의 팔을 붙잡았다. 잠시 강소미를 바라보던 봉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사실이더냐?”

서문명도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서문진철을 화가 난 얼굴로 노려보았다.

“아마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일이 그렇게 될 동안 넌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게냐?”

아버지의 반응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서문진철이었다.

“죄송합니다.”

“영영이를 불러오너라.”

“예, 알겠습니다.”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쳐 물러나는 서문진철을 보며 서문명도는 혀를 찼다.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이었지만 세가를 이끌고 가기엔 부족한 재목이었다. 대범하지도 못했고 정세를 정확히 판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안목도 부족했다.

지금과 같은 일만 해도 그렇다. 자신이 남궁세가에 도착하자마자 영영과 화산파의 적전제자라는 봉천우와의 일을 세세하게 고하는 이유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무림에서의 위치나 명성만 놓고 본다면 혁련세가보다는 화산파가 월등히 낫다. 하지만, 자신의 서문세가와 연결 지어 생각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고리타분하고 명분을 중요시하는 화산파 보다는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혁련세가가 나았다. 특히 현재 서문세가가 이루고자 하는 무림맹에서의 일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랬다.

더구나 천하제일검 곡진자의 제자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화산파의 전도유망한 몇몇 후기지수 중에서 봉천우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화산파에서도 고만고만한 적전제자일 것이었다. 그런 불확실한 자를 믿고 혁련세가와 등지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다.


서문명도가 세가와 자식들의 일을 생각하며 고민하는 사이, 서문진철이 서문영영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섰다.

“아버님!”

꽃같이 아름다운 자신의 딸이 그 큰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품에 안겨왔다. 귀하게만 자란 딸이 험로에 고생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졌다. 하지만, 딸의 등을 토닥이려 올라가는 손을 애써 참았다. 이런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서는 곤란했다. 세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어허…… 오랜만에 만난 아비 앞에서 눈물만 보일 셈이냐? 그만 울고 거기 앉아라.”

잠시 얼굴과 의복을 추스르는 서문영영을 보고 있던 서문명도가 입을 열었다.

“그래, 얘기해 보거라. 소원대로 바깥세상을 겪어보니 어떻더냐? 네가 상상하던 그대로의 무림이더냐?”

“…….”

서문명도의 물음에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서문영영의 눈에 또다시 눈물이 글썽거렸다. 금가장을 오가면서 겪었던 일들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무림이란 곳이 네가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

서문명도의 물음에 서문영영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인들이 모두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협의(俠義)를 행하고 대의명분을 추구하고 따르는 것도 그것을 뒷받침할 힘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그리고 그 힘이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무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재력과 세력이 받쳐주는 힘이야말로 무림에서 대의명분과 협의를 행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힘이지. 네가 생각하던 무림의 낭만이란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무림인들의 현실과는 분명히 구분을 해야 하지. 이해할 수 있겠느냐?”

서문명도의 낮으면서도 단호한 목소리에 서문영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충분히 알겠어요.”

“네가 이해를 한다니 다행이구나.”

서문명도는 서문영영이 집안에만 있던 이전과는 달리 그래도 조금은 철이 든 것 같아 흡족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얘기는 지금부터 꺼내야 했다.

“흑금단두 얘기는 들었다.”

“예?”

서문영영은 아버지의 입에서 갑자기 흑금단두 얘기가 나오자 깜짝 놀랐다. 서문진철을 바라보았지만 서문진철은 굳은 얼굴을 한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혁련기에게는 알아서 둘러댈 터이니 다음부터는 그런 행동을 삼가도록 해라. 너의 분별없는 행동 때문에 우리 가문과 혁련세가 사이에 쓸데없는 오해가 생겨선 곤란해.”

“아버님…….”

서문영영은 자신과 육전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아버지가 알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빠인 서문진철도 놀라지 않는 걸 보니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평범한 무림인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충분히 봤을 것이다. 너는 이제까지 네가 살아오면서 누렸던 모든 호사(豪奢)를 포기할 수 있겠느냐? 그는 장래가 불투명한 수많은 무림인 중 하나일 뿐이야. 지금 정세가 어떠하더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무인과의 곤궁한 삶이 네가 원하던 것이더냐? 더 이상은 그를 만나지 마라. 정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서로 상처만 커질 뿐이야.”

“…….”

서문영영은 서문명도의 말이 끝났음에도 아무런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까닭 모를 눈물만이 흐를 뿐이었다.

“혁련기와의 혼담이 오가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년 봄이나 어쩌면 가을을 전후로 날을 잡을 예정이니 그리 알고 그만 나가 보거라.”

서문명도의 단호한 얘기에 애써 울음을 감추며 일어서는 서문영영을 지켜보던 서문진철이 서문명도를 바라보았다. 걱정스런 눈빛이었다.

“아버님…….”

“그만…… 영영이는 똑똑한 아이다. 더 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거야. 그러니 너도 지켜보기만 할 뿐, 이 일을 더 이상은 거론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예, 아버님.”



어떻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울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혁련기와의 혼담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일이었지만 달리 고민하지는 않았었다. 어려서부터 오빠처럼 대하던 혁련기였다. 특별히 좋아하는 감정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싫어해본 적도 없었다. 그저 늘 편하게만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또한, 오빠인 서문진철과 함께 자신으로 하여금 무림에 대한 꿈을 꾸게끔 한 사람이기도 했다.

혁련기와 서문진철이 자랑삼아 얘기해주던 무림과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무림은 너무도 달랐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이젠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아버지가 말한 것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육전호를 만나서는 안 되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육전호를 만나선 안 된다는 말에는 한없이 슬펐다.


잠깐 잠이 들었었나보다. 엎드려 있던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방안이 어둑해져 있었다. 해질 무렵에 어제 그 장소에서 육전호와 만나기로 한 약속이 떠올랐다. 서둘러 경대 앞에 앉았다.

보기와는 달리 육전호는 섬세한 면이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울었다는 것을 알지도 몰랐다. 분접시와 분물통을 꺼내 정성스레 화장을 했다. 흰색 경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흰색 영웅건으로 묶어 머리를 정돈했다. 이것으로 육전호와의 만남을 위한 준비는 다한 셈이었다. 촛불을 끄고 방문을 열었다.


‘그것이 네가 원하던 삶이더냐?’

방문을 나서는 순간 서문영영의 뇌리에 서문명도의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원하는 삶…….’

서문영영은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원하던 삶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계속해서 울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호사스런 생활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 빈곤하면서도 불확실한 삶을 살 자신이 있느냐?’

서문영영의 마음속에서 울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힘든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마치 지금 육전호을 만나러 가면 자신의 삶이 완전히 어그러지기라도 할 것처럼.

서문영영은 굳어버린 듯 멍한 모습으로 문설주에 기대어 섰다. 체념한 듯 텅 비어 있는 눈빛은 시커멓게 땅거미가 깃드는 정원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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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1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5.09 02:57
    No. 31

    현실적인 고민 ㅠㅠ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가인비
    작성일
    12.05.11 21:32
    No. 32

    봉형님은 성 그대로 정말 봉이시네요.
    사사건건 조언해줘,무공키워줘,급할땐 목숨구해줘,인생상담해줘,누님엮어줘,마무리로 세파에 방패되줘...끝이 없군요.
    과묵하면서도 할꺼다하는 멋진 남자..정말..누님..은 아니겠지? 무협은 하도 뻔히 보이는데도 여자가 남자라고들 믿어주는 황당소설이 많아서요..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크레이온
    작성일
    12.05.12 00:45
    No. 33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깡신
    작성일
    12.05.12 10:21
    No. 34

    좋은글 잘읽고 있습니다.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황산
    작성일
    12.05.12 21:08
    No. 35

    무림에서 검!하면 알아주는 무당, 화산, 남궁세가에
    모두 인연이 다아 있는 주인공이
    나중에는 검의 극의를 깨닫는 지경까지 가는가요?

    어쨋든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섬세하여 아주 좋습니다.

    제목이 우울해 보여서 비극적인 종말일까봐 걱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민간인(축)
    작성일
    12.05.13 17:46
    No. 36

    영영은 이제 여기서 하차해도 상관없을듯, 저기서 멈춰선 순간부터 히로인 자격 박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領天華
    작성일
    12.05.14 18:02
    No. 37

    감사합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일박스
    작성일
    12.05.16 13:27
    No. 38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참좋은아침
    작성일
    12.05.18 08:31
    No. 39

    건필하세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아넬카
    작성일
    12.05.25 14:30
    No. 40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었지 싶네요
    전투중의 인연으로 저렇게까지 연결되기엔
    격차가 넘 컸죠. 차라리 빨리 정리되는게 전개에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녀의약솥
    작성일
    13.09.04 18:15
    No. 41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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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 +18 12.04.08 27,545 176 11쪽
8 7 +25 12.04.07 29,095 180 16쪽
7 6 +15 12.04.07 31,172 17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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