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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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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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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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DUMMY

엔트위프와 안타라스는 직선거리로 불과 수십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그 대신 강을 따라 크게 우회하는 길을 주로 선택했다.


두 도시 사이에 위치한 도심 유적 때문이었다.


수많은 폐허들로 이루어진 도심 유적에는 돌연변이나 마물을 포함해 온갖 몬스터가 들끓었다.


특히 안타라스에 가까운 일명 데드맨존(Deadman zone)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상징이었다.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데드맨존의 풍경은 고대에 대해 알고자 하는 학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러나 헌터들에게는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홀로 고립된 상태라면 더더욱 그랬다.


“하아···.”


렉시는 초조한 표정으로 계속 창밖을 살폈다.


아직 앳됨이 남은 그녀의 얼굴은 눈에 띄게 초췌했다.


렉시는 폐건물의 2층에 숨어 있는 상태였다.


대재앙이 닥쳐오기 전에는 상품들로 가득한 마트로 쓰였던 건물이었다.


부서진 잔해들이 수백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2층은 숨 쉬는 게 곤란할 정도로 먼지가 가득했다.


그 대신 올라오는 계단이 부서진 덕분에 괴물들이 침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끄어어어···.”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 번 밖을 살핀 렉시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은 호전되긴커녕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창밖은 악몽에나 나올 듯한 풍경이었다.


한때 주차장이었던 마트 앞편에는 움직이는 시체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몰려 있었다.


어찌나 빽빽한지 움직이는 것이 곤란할 정도였다.


이 데드맨존에 남은 유일한 주민들, 좀비였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대재앙 당시 좀비 바이러스에 변이된 주민들이 좀비가 되어 수백 년 동안 데드맨존을 떠돌고 있었다.


풍족했던 옛 시대답게 그 수는 수십 만, 아니 수백 만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영혼 없는 이 괴물들은 결코 포기를 모르는 집념과 끝없는 허기로 악명 높았다.


“끄어어어어···!”


탁해진 회색 눈으로 건물을 바라보던 좀비 한 마리가 창문 너머 렉시를 발견하고 울부 짖었다.


다른 좀비들이 뒤따르면서 비명과 신음소리가 뒤섞인 오싹한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헌터들 사이에서 좀비 합창이라 부르는 현상이었다.


먹잇감을 찾아낸 좀비가 먹이 신호를 보내면 주변의 좀비들이 함께 울부짖어 더 많은 동료들을 불러냈다.


“어, 어떡하지?”


렉시의 곁에 달라붙어 있던 또 다른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고고학자인 크리스였다.


“괜찮을 거야···.”


렉시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크리스를 꼭 껴안았다.


그러나 렉시의 말과 달리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결코 끊기는 법이 없는 좀비들의 합창을 듣는 것도 벌써 이틀 째.


식량도, 음료도 아직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했지만 정신적으로는 한계에 몰려 있었다.


폐 깊은 곳에서 쥐어 짜내는 좀비들의 신음소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밤새 듣다보니 이제는 어떻게 되던 상관없이 밖으로 뛰쳐나가 좀비들을 죽이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역시 그때 렉시 너만이라도 도망쳤어야···.”

“호위가 고용주를 버리고 도망치면 안 되지. 나중에 내 밥줄을 다 끊을 셈이야?”


힘없이 중얼거리는 크리스의 말을 렉시가 억지로 끊었다.


쫓아오는 좀비가 너무 많아 폐허로 피난했지만, 지금 몰려든 좀비들을 보면 농성은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아직 좀비가 적을 때 억지로 돌파했어야 했는데.


좀비 무리에 포위당하는 것은 황무지에서 처할 수 있는 최악의 결말 중 하나였다.


식량과 물이 바닥나 가지만 좀비들의 감시는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울음소리에 이끌린 좀비가 점점 더 모여들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은 맞서 싸울 수도 없었다.


압도적인 화력이 없다면 끝없이 몰려드는 좀비들의 파도에 집어삼켜질 뿐.


‘좀비한테 쫓길 때는 절대 멈추면 안 된다는 말을 주의듣게 들었어야 했는데···.’


렉시는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끄어어어어···.”

“흐하아아아아아···.”


끝없이 반복되는 좀비들의 장송곡은 이미 저주에 가까웠다.


어서 나오라고, 자신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함께 썩어가자는 내용이었다.


렉시는 좀비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 사람은 서로 강하게 껴안았다.


만약 혼자만 있었다면 무심코 넘어갔을 정도로 좀비들의 유혹은 강렬했다.


“정말 구출될 수 있을까···?”

“우린 살아날 거야. 꼭.”


불안한 듯 물어오는 크리스에게 렉시는 강하게 대답했다.


이미 렉시와 크리스가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지나가던 헌터들에게 발견되어 구조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데드맨존은 헌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기로 악명 높은 장소.


언제 헌터를 만날 수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었다.


“제발···.”


얼굴도 본 적 없는 헌터들을 상상하며 렉시는 크리스가 듣지 못하게 기도하듯 속삭였다.


****


쿠스스스슥

푸시이이익!


불길한 소리를 내던 엔진이 마침내 긴 탄식을 내뱉더니 꺼져버렸다.


“젠장.”


안타라스를 향해 차를 몰던 세건은 욕설을 중얼거렸다.


부시장이 준 차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었다.


단지 도심유적을 지나면서 수많은 몬스터들을 들이 받은 게 문제였다.


오프로드용으로 개조하지 않은 차로 도심 유적을 지나친다는 것은 상당히 무모한 계획이었다.


“냄새가···.”


찌그러진 본넷에 묻은 끈적끈적한 검은 점액을 본 세건이 눈살을 찌푸렸다.


세건이 가장 많이 들이받은 것이 좀비였다.


좀비의 몸에서 피 대신 흘러나온 검은 점액에서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악취가 풍겼다.


생선 비린내와 시체 냄새를 뒤섞어 잔뜩 농축한 것 같은 냄새.


“이제 어떻게 하지?”


대재앙 이전의 낡은 지도에 따르면 안타라스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25km 가량 남아 있었다.


캐리어 가방 두 대를 끌고 걸어가기엔 너무 먼 거리.


그렇지만 자동차를 고칠 기술도 없는 세건으로써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끄어어어···!”


세건이 한숨을 내쉬며 차를 둘러보고 있는 사이, 자동차 주행음에 이끌린 좀비들이 서서히 나타났다.


마치 대재앙 이전에 자주 보던 좀비 영화 같은 풍경.


‘워커 타입인가···.’


고철꾼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가끔 좀비를 봤었던 세건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걸어 다니는 게 고작인 워커 타입 좀비는 어지간히 수가 모이지 않는 이상 거의 위협이 되지 않았다.


단지 끝없이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매개체라는 게 문제일 뿐.


“젠장,”


세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물론 마법사인 세건이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반쯤 부패한데다 잔뜩 뒤틀린 워커 타입 좀비는 일반인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단지 좀비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악취 때문에 일어난 자연적인 반응이었다.


‘직접 때리면··· 으, 상상하기도 싫다.’


무심코 메이스를 쥐려던 세건은 사방에 날리는 좀비 점액을 상상하고는 손을 놓았다.


이 끈적이는 점액들이 몸에 묻는다면 물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는 처리하기 곤란할 게 분명했다.


“정수목록 교체.”


세건은 부시장이 마련해준 새 옷이 찢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웃통을 벗었다.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였지만 매번 싸울 때마다 옷을 못 쓰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세건의 몸에 난 총구들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좀비들을 조준했다.


“으어어어···.”


타다다다다!


손을 뻗고 다가오는 좀비들에게 무기를 발사했다.


총에 맞은 좀비들의 몸이 검은 피를 튀기며 춤추듯이 흔들렸다.


몸에 무수한 총구멍이 난 좀비들은 잠시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푹 쓰러졌다.


머리만 무사하다면 불사신이나 다름없는 공포 영화 속 좀비와 달리 실제 좀비는 훨씬 나약했다.


끈적끈적한 검은 점액이 상처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총 한 두 발로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상처가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몸에서 피처럼 좀비 점액이 빠져나가 결국 죽어버렸다.


“일단··· 짐을 실을 걸 찾아볼까.”


아무리 몸에 총이 있어서 굳이 손을 쓸 필요가 없다 해도 캐리어를 끌면서 싸우긴 불편했다.


세건은 캐리어 가방을 실을 만한 물건을 찾기로 결정하고 폐허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끄어어어···!”


총성을 들은 탓일까.


계속 좀비들이 몰려왔지만 세건에게 발견된 순간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그렇게 돌아다니길 20여분.


날카로운 마법사의 눈이 마침내 구시대의 마트를 찾아냈다.


죄다 녹슬었겠지만 운이 좋다면 아직 쓸 만한 쇼핑 카트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카트에 짐을 실으면 움직이기 훨씬 편하리라.


“그런데··· 왜 저렇게 많은 거야?”


더 이상 영업하지 않는 마트에는, 역시 물건을 살 생각 없는 손님들로 가득 붐비고 있었다.


아마 대재앙이 닥치기 전까지 마트에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몰린 적은 없었을 것이다.


어찌나 수가 많은지 좀비들의 신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정도였다.


시위라도 하듯 가득 모인 좀비들의 인파를 본 세건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워커 타입뿐이라면 처리할 수 있겠지만, 언제 다 잡을 수 있을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르르르···.”


가까운 곳에 서있던 좀비들이 세건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려 다가왔다.


탕!


총성이 울려 퍼지자 뿌옇게 바랜 좀비의 눈들이 일제히 세건을 향했다.


“키아아악!”


느릿느릿 걸어오는 좀비들을 넘어트리면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좀비가 섞여 있었다.


살아있을 적의 신체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러너 타입 좀비들이었다.


검게 물든 이빨을 드러낸 좀비들이 세건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쏟아지는 총탄에 맥없이 쓰러졌다.


수가 너무 많은 탓에 세건은 일일이 조준할 필요도 없었다.


어딜 쏘더라도 좀비가 총에 맞았다.


그러나 수가 너무 많은 탓에 아무리 탄환을 쏟아 부어도 좀비들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소구경 탄환의 한계였다.

만약 세건의 몸에 있는 총구들이 좀 더 강했다면 그대로 찢어발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래서는 날 새겠다.’


썩은 파도라고 해야 할까.


끝없이 몰려드는 좀비들의 물결을 본 세건은 기가 질려 고개를 저었다.


굳이 억지로 좀비들을 죽이고 이곳을 뒤지느니, 차라리 좀 더 좀비가 적은 곳을 찾아보는 게 훨씬 나을 터였다.


“도와주세요!”

“여기요! 여기!”


세건이 포기하고 몸을 돌린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마트의 2층 창문에서 두 여자가 세건을 보고 정신없이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쟤들은 또 뭐야?”


보아하니 유적 탐사를 나왔다가 좀비들에게 포위된 모양이었다.


도와줘야 할까?


귀찮긴 했지만 좀비 자체는 세건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시간만 들인다면 구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물론 메마른 이 시대 사람답게 무시하고 그냥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런 세건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여자가 계속 구조 요청을 보냈다.


‘뭐··· 귀찮다고 사람을 죽게 내버려두는 것도 뒷맛이 별로니까.’


고민하던 세건은 한숨을 내쉬고 마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작가의말

아...

정수흡수 하는 거 까먹었어영.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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