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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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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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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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DUMMY

“으음···.”


원하던 정보를 모두 알아낸 세건은 피투성이가 된 펠코를 처치했다.

자리에 일어선 세건은 곤란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출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간절한 표정으로 세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모두 제 갈 길을 간다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다.


“헌터님! 제발 도와주세요.”

“이대로 가면 저희는 다 죽습니다!”


그들은 세건을 향해 도와달라고 애걸하는 중이었다.


지금 시대는 교통에 문제가 없었던 고대와는 전혀 다르다.


어딜 가나 몬스터나 더 흉악한 밴디트들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 무력도 없는 해방 노예들은 스스로 황무지를 가로질러 이동할 능력이 없었다.


“저도 일이 있어서 같이 가드릴 수는 없어요. 대신 트럭과 무기들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당장은 괜찮겠죠.”

“이것들을 그냥 주신다는 게 정말입니까?”


꽤나 돈이 될 법한 트럭과 무기들을 양보한다는 세건의 말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갖고 갈 수도 없고. 귀찮을 뿐이니까.’


그러나 세건으로써는 아무래도 좋았다.


기껏 얻은 장비들을 공짜로 넘기는 일이었지만 어차피 처분하기도 까다로운 물건들이었다.


안타라스에 가져갔다가는 대번에 들킬 테니.


어딘가에 숨기고 계속 왕복하면서 챙겨야 하는데 그런 수고를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


‘이 정도면 다른 도시에 갈 정도는 되겠지.’


이들이 용병처럼 제대로 훈련을 받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용병들도 그리 중무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즉 근방의 몬스터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운이 좋다면 별다른 피해 없이 다른 도시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트럭을 팔아서 몫을 나누면 부족하나마 여비도 될 터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방된 노예들이 저마다 세건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다시 트럭에 올라탔다.


떠나가는 노예들을 지켜보던 세건이 고개를 돌렸다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크리스티나와 렉시가 서있었다.


“너희는 안 가?”

“구해준 은혜가 있는데 그냥 갈 수는 없지!”

“이번에도 구해줘서 고마워.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크리스가 대체 어떻게 되었을지···.”


크리스티나와 렉시가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했지만 세건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눈에 띄었을 뿐이야. 그럴 필요는···.”

“아니! 모험가는 절대 은혜를 잊지 않는 법이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도와줄게.”


눈을 반짝이는 크리스티나를 본 세건이 고개를 저었다.


유혈이 오갈 것이 분명한 일에 마법사도 아닌 크리스티나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세건의 명확한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좀비 연구 표본을 갖고 돌아가야 한다면서?”


세건이 묻자 크리스티나가 비장한 얼굴로 가방에서 좀비 표본이 담긴 비닐봉지들을 꺼냈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바닥에 집어던졌다.


“뭘···.”

“너에게 입은 은혜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야. 제발 돕게 해줘.”


크리스티나와 렉시가 고개를 숙이자 세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지금 내가 뭘 하려고 하는 지는 알고 있어?”

“아니. 하지만 그게 뭐라도 반드시 은혜는 갚을 게!”


세건은 잠시 두 사람을 주의 깊게 살폈다.


크리스티나에게는 별 기대를 품지 않았지만 렉시는 달랐다.


수인인 그녀의 힘은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사실 말이야···.”


세건은 자신의 가정사와 레드 플래그 상단과 얽힌 인연에 대해서 설명했다.


“가족들이 팔려 갔다니! 말도 안 돼!”

“그래서 그 노예상을 그렇게 심문했던 거구나.”


세건이 설명을 마치자 크리스티나는 분기를 참지 못하고 손을 휘저었다.

렉시는 조금 잔혹하게 보였던 세건의 심문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레드 플래그 놈들에 용건이 있는데··· 정말로 괜찮겠어? 너희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위험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도 도움을 받은 이상 은혜는 갚을 거야!”

“그래. 게다가 놈들이 먼저 우리에게 손을 댔으니 남의 일은 아니지.”


세건의 질문에 두 사람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잠시 그녀들의 얼굴을 바라보던 세건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데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러던가.”

“좋아!“


마침내 세건의 허락이 떨어지자 크리스티나가 환호성을 질렀다.


‘저 녀석 어디 놀러가는 걸로 착각한 것 아니야···?’


너무 가벼운 크리스티나의 모습에 살짝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세건은 미소 지었다.


동료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좋아. 그럼 똑똑한 내가 작전을 짤게!”


펠코의 심문 과정을 옆에서 듣고 있었던 크리스티나가 그것에 입각해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


안타라스에 들어온지 일주일.


미심쩍게만 여겼던 세건의 생각과 달리 크리스티나는 호언장담한대로 그녀의 가치를 입증했다.


입국 심사부터 세건이 가져온 무기와 돈을 두고 까다롭게 굴던 세관원에게 뇌물을 먹여 무마시켰고, 렉시와 함께 도시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왔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레드 플래그에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도시의 기밀이나 소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레드 플래그와 안타라스 경비대의 순찰 경로와 시간들이었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야. 여긴 돈만 쥐어주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 알아냈냐는 세건의 질문에 크리스티나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노예제가 연관이 있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도 훨씬 더 부패한 도시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알아낸 정보들을 바탕으로 크리스티나는 레드 플래그 습격 계획을 수립했다.


안타라스 경비대의 눈을 피해 야간에 기습해 정보를 탈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초 단위로 세워진 계획이라고?”


세건은 제법 놀란 눈으로 빽빽하게 채워진 종이를 바라보았다.


워낙 글이 많아 일일이 읽을 수는 없었지만 각 초소의 위치나 사각지대 같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응. 렉시랑 같이 몇 번이고 연습해 봤어.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요 며칠 동안 밤새 나가더니 실제로 시험해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크리스티나는 아쉬운 듯 중얼거렸지만 세건은 이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훨씬 빠르고 쉽게 레드 플래그 캐러밴을 제압할 수 있었다.


만약 계획이 어긋나도 세건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깽판치면 그만이지.’


이제 세건은 캐러밴 하나 정도는 혼자서도 몰살시킬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결행의 밤.


세 사람은 레드 플래그가 지부로 삼는 작은 공터를 찾았다.


부서진 트레일러나 컨테이너 박스들을 모아 만든 조잡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었지만 세건은 가만히 기다렸다.


크리스티나가 말한 대로 손전등을 든 안타라스 경비대원들이 골목을 지나쳤다.


“이런 곳은 대체 왜 순찰하는 거지?”

“여긴 노예제 도시잖아. 혹시 노예들이 모여서 음모라도 꾸밀까봐 난리야. 조금이라도 음습한 곳이면 경비대를 보낸다니까. 덕분에 경비대는 아무리 수가 많아도 부족할 지경이야.”


세건의 질문에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경비대는 제법 꼼꼼하게 주변을 살폈지만 결국 세건이 있는 곳까지는 찾지 못하고 지나쳐 갔다.


“지금이야.”


렉시가 속삭이고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수인답게 날렵한 몸놀림이었다.


거의 세건과 엇비슷한 수준.


크리스티나가 약간 늦긴 했지만 그녀가 계획한 대로 세 사람은 경비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순식간에 레드 플래그 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저 건물이 캐러밴 대장이 사는 곳이야. 이름은 하메드 하담.”


크리스티나가 그나마 가장 멀쩡해 보이는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렉시가 문에 달라붙어 손잡이에 철사를 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락픽?”


대체 어디서 저런 걸 배웠는지.


세건은 살짝 감탄한 눈으로 렉시가 빠르게 문을 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릴 때 조금 배울 기회가 있었거든.”


세건의 눈길을 눈치 챈 렉시가 웃으면서 조용히 문을 열었다.


불이 꺼진 컨테이너 안은 어두웠지만 세건의 눈은 정확히 끄트머리에 놓여 있는 침대를 간파했다.


빠르게 다가간 세건이 누워있던 캐러밴 대장, 하메드를 뒤에서 붙잡아 억지로 세웠다.


“어억!? 뭐, 뭐야?”


잠든 상태에서 억지로 깨어난 하메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세건은 팔로 하메드의 목을 졸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만들었다.


“쉿. 조용히. 안 그러면 모가지가 돌아가버릴 줄 알아.”


세건의 경고에 하메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 알았어···.”


잠시 후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던 하메드가 조용히 수긍했다.


“대체 넌 누구지?”

“질문은 내가 한다. 묻지 않으면 대답하지 마.”


하메드가 질문하자 세건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목을 조르는 팔에 살짝 더 힘을 주었다.


“거래 장부가 필요해. 어딨지?”

“거래 장부? 거래 장부라면 저기 금고 안에 있다···. 비, 비밀번호는 098765야···.”

“보안 의식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네.”


크리스티나가 하메드의 비밀번호를 비웃으면서 금고를 열었다.


“빙고.”


금고 안에 있는 두꺼운 책들을 뒤지던 크리스티나가 휘파람을 불었다.


“80년 전에 동면 캡슐 두 개를 구입했어. 하나는 곧장 경매에 붙여 팔았고···. 다른 하나는··· 으음. 기다려.”

“경매?”


세건은 하메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동면자의 가족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에 하메드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노예를 운반하는 이상 보복을 받는 건 각오하고 있었지만, 설마 80년 전에 있던 거래로 이런 처지에 놓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80년 전 동면 캡슐. 경매에 붙인 건 어떻게 되었나 기억하고 있나?”

“파, 팔 십년 전이라니···. 그걸 어떻게 기억하겠어···.”


세건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자 하메드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만! 다, 다른 하나는 내가 알아!”

“안다고?”

“그, 그래. 다 기억났어! 정말이야!”

“···말해봐.”


세건의 질문에 하메드가 황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8,80년 전에 동면 캡슐이 경매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어. 그래서 만약을 대비한 비상금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시세가 떨어졌다. 그래서 15년쯤 전에 더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팔았어···!”

“그래서?”


겉으로는 냉정한 척 말했지만 세건의 가슴은 크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불과 15년.

어쩌면 가족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솟구쳤다.


“그, 그게··· 냉동 캡슐을 열었더니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중년 남자가 나왔었어. 판매처에서 필요 없다고 가버렸지···.”

“이혁진이라고 기록되어 있어.”


장부를 훑어보던 크리스티나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혁진.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대답을 듣는 것이 무서워졌지만 알아야만 한다.


세건은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물었다.


“···아버지야. 아버지는 어떻게 됐어?”

“그게···.”

“있는 그대로 말해줘.”

“그리메인 탄광에 팔았다고 되어 있어···.”

“탄광?”


그 순간 세건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아버지를··· 탄광에 팔아넘겼다고?’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탄광 일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없을까.


무심코 세건의 팔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목이 졸리자 하메드가 소리쳤다.


“자, 잠깐! 기, 기억 났어! 80년 전 냉동 캡슐 어디로 팔렸는지 알 것 같아···!”


켁켁거리는 하메드를 잠시 노려보던 세건이 팔에 줬던 힘을 살짝 풀었다.


“그, 그런 걸 살 놈들은 이 근처에서 하나 밖에 없어! 세라테 학회 놈들뿐이야!”

“세라테 학회라. 확실한 건가?”


세건의 질문에 하메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우드득.


필사적으로 눈알을 굴리던 하메드의 목이 부러져나갔다.


축 늘어진 하메드를 집어던진 세건이 품에 있던 메이스를 뽑아들고 컨테이너에서 걸아 나갔다.


“뭐야? 무슨 일이야?”


밖에서 동향을 살피고 있던 렉시가 무기를 뽑아든 세건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계획 변경이야.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만으로는 성이 안차.”


15년이나 늦은 복수의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쓰는데 정말 역대급으로 힘들었습니다.

오후 5시부터 쓰기 시작해서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 계속 방황하다가 겨우겨우 쓸 수 있었습니다.

도저히 더는 못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겨우 쓰긴 썼네요.

글이 이렇게 막힐 수도 있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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