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4,461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5.11.25 23:17
조회
936
추천
18
글자
22쪽

14화.1 - 2

DUMMY

“이번 주 주말에 저랑 데이트 하실래요?”

“푸흡─ 아니, 나는 점진적으로 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

“점진적이잖아요. 데이트는 딱히 안 친하고 안 사귀어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친해지려고 데이트 하는 건데. 그렇지 않아요?”

“아니, 뭐…….”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사이, 다시금 아무 제약도 없는 직언을 날리는 시아. 이 녀석은 다른 애들 시선 따위는 정말 신경 쓰지 않는가보다. 이런 애랑 사귀면, 서울 한복판에서도 누가 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키스하는, 그런 커플이 되려나. ……그런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아니아니, 나는 그런 성격 아니라니까!


괜히 희세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도도하게 걸으려 하지만 100% 나와 시아의 대화를 신경 쓰고 있는 희세. 괜히 성빈이까지 신경 쓰인다. 약간 우울한 표정이 돼 나와 시아를 쳐다보는 성빈이. 유진이와 미래도 걱정이다. 얘네들은 무슨 드립을 칠까 하는 두려움. 안 그래도 미래는 실실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오로지 안전한 건 민서 뿐이구나. 나에게 무난하게 아무런 것도 하지 않으니까. 음, 분명 예전에는 그런 치유계를 성빈이가 맡았었는데. 이제는 성빈이까지 적극적으로 변모해서. 하아. 뭔가 피로한데.



“주말에 무슨 약속 있어요? 없으면 저랑 해요.”

“나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은 거냐.”

“여자애가 용기를 쥐어짜서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다면, 남자애라면 당연히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초─ 귀여운 제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계속해서 막무가내로 우기는 시아. ‘저랑 해요’라니. 음란마귀가 마구 발동할만한 말이잖아. 이어지는 시아의 자뻑에 또한 어이가 없어진다. 계속 말하지만 물론 귀여운 건 사실이긴 한데. 제 입으로 저러니 참, 애매한 기분이랄까. 귀여움을 갈구하는 리유도 제 스스로 귀엽다고 말하지는 않았는데.



“아니, 하아. 음…… 그. 음. 우선은, 다른 약속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없잖아 있는데, 음, 그, 최종적인 스케쥴의 목표와 그러한 어떤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를 해서 내가 정웅도다.”

“오빠 대통령이에요?”

“쉿! 그 말을 해서는 안 돼.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다른 애들 눈치 보이니까 좀 그런데.’ 하는 말인데, 너무 에둘러 말해 시아가 못 알아 듣는 것 같다. 뭐, 이런 돌직구 성격인 애가 과연 돌려 말하는 걸 알아 들을까 싶긴 하지만.



“그럼 그런 걸로 알고 있을게요. 토요일에 만나요.”

“뭐가?! 진짜 막무가내네 너?!”



정말 제멋대로 약속을 잡아버리는 시아. 나에게는 거절할 권한이 없나보다.


힐끔 희세를 쳐다본다. 눈을 반쯤 뜨고 아니꼽게 쳐다보던 희세. 나와 눈이 마주치니 더욱 눈썹을 치뜨고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쳐다본다. 눈짓으로 시아를 강렬하게 쳐다보며 ‘이거 어떡해 할까’ 하는 식으로 신호를 보내니 희세는 ‘흥!’ 하는 느낌으로 얼른 눈을 돌린다. 찰나의 순간에 희세의 그런 반응을 보니 더욱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성빈이는 더욱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다 내가 쳐다보니 얼른 시선을 돌리고. 뭐야, 나 왕따야? 왜 이렇게 되는 건데. 미래는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 이거 완전, 하극상인데요? 풋풋한 1학년 후배한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아하핫!’ 하며 웃는다. 유진이도 그윽한 미소를 띠고 나를 쳐다보고 있고. 민서는 ‘재미있겠다, 데이트.’ 하고 부럽다는 듯 쳐다본다. 하아. 별 수 없이 기정사실이 되는 건가.




--




“안녕하세요, 첫 데이트, 잘 부탁드려요.”

“어어, 그래, 응.”



토요일, 자연스러운 만남. 여전히 인사성 하나는 밝은 시아다. 만나자마자 정중하고 엄숙하게 꾸벅 인사를 한다. 또 이런 식의 인사는 어색하다. 데이트라는 게 원래 이렇게 엄격 진지한 것이었나 싶기도 하고. 얼결에 인사를 받고 시아를 쳐다본다.


여름이니만큼 자유분방한 옷차림. 얇은 반팔 티와 아주 짧은 핫팬츠. 귀여운 인상과 작은 체격에 비례해서 시아의 몸매는 유아 체형에 가까운 타입이라 그리 엄한 생각이 들진 않는다. 같은 복장을 희세가 입었다면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을 텐데. 아니, 하다못해 성빈이나 유진이 정도라도. 뭐, 이건 이것대로 귀여우니 괜찮으려나.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음.”

“어디로 갈지 안 정하셨나요?”

“내가 왜.”

“정말 못된 남자네요, 오빠는.”

“……그런 소리 들으려고 나온 내가 아니다.”



가만히 서 있는 시아. 귀여운 큰 눈으로 멀뚱히 나를 올려다본다. 그렇게 귀엽게 쳐다보면 뭘 어쩔건데. 가만히 물어보는 시아에게 삐딱하게 대답한다. 그렇잖아? 내가 아쉬울 건 없다. 이 데이트, 시아가 먼저 제안해서 내 시간을 뺏고 있는 거니까.


예전이었으면, ‘여자애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다니! 황송하기 그지없지!’ 하며 빨빨거리며 간이고 쓸개고 내어 줄 나였겠지만. 여고에서 오래 지내고, 다른 애들하고 이런저런 사건을 겪다보니 강철멘탈이 되었다.


시아의 돌발행동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전략적 손실을 겪었는데. 희세한테 눈치보여, 성빈이한테 점수 깎여, 미래하고 유진이한테 방학 내내 놀림당할 일 생겨. 그런데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데이트 코스까지 내가 정하는 건 아니지. 아무 생각도 대비도 하지 않고 자유로운 몸으로 나왔다.



“그럼, 가요.”

“어디 가게?”

“그냥, 별 생각 안 해봤어요. 아무데나 가고 싶은 데로 가려구요.”

“그래, 뭐.”



이런 주말에는 게임을 해야 하는데. 어차피 데이트에 나와서 시간 버리는 거, 즐기기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시아의 말을 듣는다. 심드렁하게 대답하고 따라 걸으니 시아는 나를 쳐다보며 방긋 웃는다.




“오빠는, 여자친구 있나요?”

“아니.”

“있었나요?”

“……어.”



걸어가며 간단한 대화. 여전히 직설적인 화법의 시아구나. 궁금한 건 오로지 나의 교재여부인가. 간단히 대답하다 ‘있었냐’는 물음에 조금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있‘었’지. 벌써 꽤 예전 일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겠지, 실제로 조금씩 무뎌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까진 꽤 아프다. 단지 여부를 물어보는 것만으로.



“오빠는 잘 생기고 착하니까, 틀림없이 있었겠죠. 어떤 스타일이었어요?”

“……너처럼 귀여운 느낌.”

“와. 그럼 저랑 더 사귀고 싶겠네요? 전 여친이랑 비슷한 스타일이면?”

“아니 거기선 화내야 하는 거 아니냐?! ‘오빠는 저를 보는 게 아니라 저에게서 전 여친을 보는 거죠?’ 하는 식으로!”

“음? 스타일이 비슷하면 절 좋아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잖아요. 근데 왜 화를 내야 해요?”

“하아. 아니다, 됐다.”



리유를 떠올리며, 시아의 질문에 대답한다. 닮지는 않았지만, 귀엽다는 점은 공통점이지. 마침 작은 키도 덩치도 비슷한 느낌이고. 리유가 더 작고 귀엽지만. 천연덕스런 시아의 대답에 나는 벌컥 화를 내며 태클을 걸었다. 개념 자체가 일반적인 여자애랑 다르잖아, 이 애?! 오히려 내가 섬세한 여자애 같은 느낌이잖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래도, 돌직구에 막무가내 화법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선은 지키는 것 같은 시아다. ‘왜 헤어졌어요?’ 같은, 상처를 벌리고 소금으로 지져버리는 짓거리는 하지 않으니까.



“왜 헤어졌어요?”

“……크흑, 인간적으로, 그 질문은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날아오는 돌직구. 돌이 아니라 심장 가까이로 그대로 비수를 꽂는 것 같은데. 아려오는 가슴을 붙들고 표정을 찡그렸다. 진정, 진정. 괜찮다. 다 지난 일이다.



“알려줄 수 없나요?”

“……아니다. 뭐, 이미 지난 일. 바람 피웠거든. 들켰어.”

“헤에. 능력 있네요. 하긴, 오빠 정도면 얼마든지 2처 6첩을 거느릴만 하죠.”

“넌 뭔데 나를 이렇게 신봉하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시아. 피식 웃으며 체념한 얼굴로 대답했다. 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게 납득한다. 몰라 뭐야 얘! 내가 다 창피해! 늘 희세에게 치이고, 미래에게 디스 당하고, 그런 나날이 당연한 일상인데, 무슨 북쪽 수령 동지마냥 이렇게나 찬양을 받으니 도리어 부담스러워! 기분 이상해! 진짜 북괴 공작원 같은 거냐, 이 녀석!? 절대 말할 수 없다, 남조선의 정보는!



“……처음으로 좋아하게 되었거든요, 남자애를.”

“하아? 나를? 대체 왜!?”

“그냥…… 멋있었어요. 언니들 사이에서도 당당하게 웃으면서 얘기하구, 궂은 일도 척척 다 하구, 가끔은 혼자 축 처져서 편의점 가서 도시락 사 먹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폐 끼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잖아요? 몰래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그거 스토킹이잖아?! 그보다 내가 편의점에서 혼자 밥 먹는 것까지 봤어?! 으아아아!”



예전부터 궁금했지만, 대체 여자애가 나를 왜 좋아하게 되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어지는 시아의 대답에 음…… 그거는, 어떻게 변명할 구석이 없구나. 1년이나 지났으니 여자애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웃으며 얘기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고, 궂은 일도 마찬가지로 1년이나 머슴처럼 하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 거고. 그럼, 더 변명할 것도 없이, 그냥 한 눈에 반했다, 그런 말이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도리어, 왜 그런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대는 걸 느낀다. 그런 기분을 감추기 위해 나는 벌컥 화를 내는 수밖에 없다.




“어때요? 어울려요?”

“응, 귀엽네.”

“뭘 입어도 다 귀엽다는 말 밖에 없네요. 건성건성인가요?”

“아니, 정말 귀여워서 귀엽다고 하는 건데.”



옷가게. 이것저것 옷을 입어 보이며 감상을 물어보는 시아. 나는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다 눈만 까딱 들어 시아를 쳐다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곤 다시 시선을 옮긴다. 뭐, 귀찮은 것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 정말 귀엽기만 한데. 그 이상 더 좋은 칭찬을 해줄 수 없잖아. 시아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됐어요, 오빠도 이제 옷 골라 봐요.”

“나는 옷을 사기에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며 돈도 없어.”

“그러지 말구요. 입어만 볼 수도 있잖아요.”

“입어만 보면 점원한테도 민폐고 나도 참 에너지만 소모하고 아무 이득도 없는데.”

“잔말 말고 해요. 짜증나려고 하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잔뜩 심통을 내며 작고 여린 손으로 강제로 나를 일으키는 시아. 별로 옷을 사고 싶지 않지만, 시아의 고집으로 어쩔 도리 없이 일어나 옷을 살피러 간다. 딱히, 패션에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닌지라 어느 옷이 좋고 나쁘고를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는데, 뭘 입어야 할지.’ 하며 뒷머리를 긁으니 시아는 ‘어휴. 제가 골라 드릴게요.’ 하고는 이런저런 옷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다 입었어요?”

“어어. 대충, 이런 느낌.”

“와, 훨씬 멋져요! 더 반할 것 같애요. 오빠, 모텔 갈래요?”

“미친년아! 청소년은 안 받거든?!”

“아, 그러면 DVD방이라도……? 안 되면 노래방이라도?”

“귀엽게 생겨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는?!”



시아가 맞춰준 옷을 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눈을 반짝이며 열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시아. 굉장히 부담스럽다. 게다가 귀여운 외모와는 전혀 상반되는 기습적인 섹드립.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왜 굳이 도시락을 밖에서 먹자는 건데.”

“그냥, 공원에서 이렇게 먹고 싶었어요. 데이트 나오면.”



점심은 도시락. 물론 시아가 싸온 것은 아니고, 도시락집에서 간단하게 사먹는 것. 솔직히 희세나 성빈이 정도의 성실성과 요리실력이 아닌 담에야 도시락을 싸오기는 힘들지. 여자애라고 요리 잘하는 스킬이 패시브로 장착돼 있는 것은 아니니까.


도시락집에서 도시락을 사 먹으면, 그냥 거기서 먹으면 편할 것을 시아는 구태여 포장해서 인근 공원으로 나왔다. 내 불평에 귀여운 웃음을 날리며 말한다. 그래, 어차피 즐기기로 했으니 즐겨야지.



“치킨 좋아하세요?”

“좋아하지.”

“아─”

“아…… 너는 안 먹ㅇ, 웁.”

“저는 오빠가 제 걸 먹어주는 것만으로 너무 기뻐요. 헤헷.”

“……뭔가 위험한 대사 같은데.”



가만히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는데 시아가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니 대뜸 자신의 도시락 치킨을 젓가락으로 나에게 내미는 시아. 뭔가 부담스럽다. 주위에 사람들도 꽤 있는데. 여름이라 공원에 나와 노는 아이들도 몇 명 있는데. ‘너는 안 먹냐’는 핑계도 소용없다. 대뜸 입에 쳐넣어버리는 시아. 우적우적 씹는 나를 행복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여자애가 그런 눈으로 쳐다보니까, 괜히 기분 좋아지는데.



“오빠는, 인기 많죠. 오빠랑 같이 다니는 언니들, 다 오빠 좋아하는 것 같던데.”

“푸흡─!”

“특히, 갈색머리에 제일 예쁘고 몸매 빵빵한 언니랑, 검은색 머리 되게 예쁘고 모범생처럼 생긴 언니 둘이요.”

“……아 뭐, 그렇지. 알고는 있어.”



가만히 도시락을 먹으며 여전한 돌직구를 날리는 시아. 먹던 밥을 그대로 뿜을 뻔 했다. 조금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는 시아. 시아가 말하는 언니들은, 각각 희세하고 성빈이겠지. 나도 알아, 이제는. 둘이 나 좋아하는 거 모르면 바보잖아. 최근에 기말고사 끝나고, 취중이라지만 민서까지 그런 말을 해서 혼돈스러운데. 거기에 시아까지 더해져서 굉장히 혼란의 도가니탕인 지금 내 상황인데.



“다들 너무 엄청나서, 제가 너무 불리해요. 게다가 그 언니들이랑은 저보다 1년이나 더 친했던 기간이 있잖아요? 출발선부터가 다르니까, 저는 너무 불리해요. 그치만 전, 지지 않아요. 출발이 늦었다고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정웅도 팔자에 이런 말까지 듣게 되다니. 귀여운 후배 여자애한테, 자신이 나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포부를 말하는 걸 듣고 있다니. 나는 남일처럼, ‘그래 잘 해 봐라’ 하는 투로 대답한다. 그 이상 어떻게 잘 대답할 수가 없다.



“저는 오빠 취향이니까. 초─ 귀여운 타입 좋아하시니까, 승산 있어요!”

“누구 맘대로 취향 제단하는데?!”

“그치만, 그렇게나 빵빵한 언니가 옆에 있는데도 아직까지 안 사귀고 있잖아요? 좋아하는 반찬 나중에 먹는 게 아닌 담에야, 그럼 취향이 그 쪽이 아니라는 거잖아요? 가슴 큰 게 좋나요, 오빠는?”

“그, 그……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물론 말하자면 큰 게 좋지만!”

“헉! 그……래요? 그럼 저는…… 망한 건가요.”



늦었다고 낙담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만하다는 말이었냐?! 제멋대로 내 취향을 큐트 계열로 한정 짓는 시아. 벌컥 화를 내며 태클을 걸자 시아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묻는다. 아마 희세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그렇게까지 말하면 나는 어떻게 반박할 말이 없지만, 그치만! 그것만은 부정하고 싶지 않아, 나는, 나는! 가슴이 큰 게 좋아! 그것만은 오롯이, 전 세계 소년들의 꿈이니까!


나의 확답에 덜컥 놀라는 시아. 순식간에 자신감을 잃고 흔들리는 동공. 이윽고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는 시아. 평평. 절망감에 휩싸인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본다. ‘아아, 그치만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 그냥, 그렇다고! 사춘기 남자애들은 다 가슴을 좋아하니까! 아핫! 내가 뭐래는 거니.’ 하고 혼잣말 하듯 시아를 위로한다. 그래도 시아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본다.



“그치만 됐어요, 제가 먼저 먹어버리면 되요. 오, 빠, 를!”

“나는 먹는 게 아니에요.”

“헤헤헷─ 더워 죽겠으니까, 잠깐만요.”

“응? 어디 가는데.”

“야아아아아~!!”



가만히 보면 시아, 섹드립의 수위가 꽤 되는 것 같다. 생긴 건 귀엽게 생겨서. 미래의 섹드립은 아저씨 같아서 이제는 전혀 안 먹히고, 유진이는 이제 겨우 드립을 치기 시작한 드립꿈나무(?)라 아직은 위력이 약하고. 사감 선생님의 섹드립이 경지에 이른 것이긴 하지만 방학인 요즈음은 선생님하고 마주칠 일이 없어서.


그런 상황들을 살피니 시아의 섹드립에 흔들리는 내가 조금은 납득이 간다. 요즈음 수련이 모자라구나. 게다가 저런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치는 섹드립이라니, 내성이 없을만도 하지.


시아는 깔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말하곤 팔을 쭉 뻗고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어디론가 달려간다. 공원 한 켠, 바닥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곳. 어린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물줄기를 받고 있다. 바닥뿐만 아니라 위에 기둥 같은 데에서도 샤워기마냥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으니까. 시아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 물줄기 속으로 들어간다. 순식간에 젖는 옷. 머리카락도 금세 다 젖는다. 아주 시원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시아는 한동안 물줄기 안에서 물을 쐬며 논다.



“아핫, 다 젖었어요.”

“물에 들어갔으니까 젖지.”

“그치만 엄청 시원해요. 오빠도 노실래요?”

“됐어, 나는 그런 거 싫어하니까.”



내가 앉아 있는 벤치로 물을 뚝뚝 흘리며 돌아온 시아.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옷과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잔뜩 밝은 표정이 된 시아. 천진난만한 건 리유랑 비슷하네. 거기에 저돌적이고 앞뒤 없는 행동력이 더해져 이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나. 리유는 이렇게까지는 안 했을 텐데.


문득 내 눈이 바삐 움직인다. ‘우흐…… 축축해.’ 하며 상의를 조금 들어 물을 짜내는 시아. 잘록하고 매끈하고 흰 배가 보인다. 전혀 안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미묘한 복근이 살짝 보인다.


침을 꿀꺽. 눈은 바삐 움직여 그 허리라인과 이어지는 골반을 탐한다. 마침 다 젖어서 찰싹 달라붙은 옷은 적나라하게 시아의 몸 라인을 드러낸다. 시아의 핫팬츠는 밝은 계통이라 뭐랄까, 속옷이 비쳐 보일 것만 같다. 쑤욱,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위로 올라가는 시선. 아래와는 다르게 명백하게 비쳐 보이는 시아의 브라.


……검은색! 생긴 건 완전 귀여운 아이 같은 애가, 그런 승부속옷(?)을 입다니……! 이 갭은……! 게다가 미묘하게 몸매가, 으음. 안 돼, 이러지 마 웅도. 그건 안 되는 거야? ……안 될 이유가 없잖아! 나보다 한 살 어린 앤데! 아니 되면 뭘 할건데!?



“뭘 빤히 봐요? 속옷구경?”

“아아, 아니, 어, 음. 좀, 그렇다. 비쳐서 남사스럽네.”

“그냥 보여드릴까요? 모텔? DVD방? 노래방?”

“아니 너는 좀 여자애가! 부끄러움을 가져봐 부끄러움을!”

“여자애는 좋아하는 남자애한테는 다♡ 주는 거랍니다?”

“미쳤어!? 못 하는 말이 없어, 너 쫌!”



점차 격을 더해가는 시아의 섹드립. 시아도 내가 당황하는 게 재미있는 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 귀여운 얼굴로 그런 요염한 표정 지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마! 자칫 잘못하다간…… 진짜 빠져버릴 것 같잖아! 이런저런 장점만 합쳐놓은 것 같잖아! 리유의 귀여움에, 섹드립에, 기타 이것저것…… 아 몰라! 안 봐 안 봐!




“아.”

“손 정도는 잡아도 되지 않을까 해서요. 거북한가요?”

“거북 씩이야. 손 차네.”

“헤헷. 데려다 주세요.”

“그래, 뭐. …….”

“그만 보세요? 저도 창피하니까.”

“아, 미안.”



오후가 되어, 짧은 데이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시아가 문득 손을 잡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아가 주도하는 데이트구나. 아까 물에 들어갔다와서 그런가 손이 차다. 작고 귀여운 손. 이제는 될 대로 되라, 나도 모르겠다. 시아는 이제 자연스럽게 나에게 말한다. 확실히, 이렇게 데이트 하니까 어느 정도는 친해진 것 같네.


생각한 것보다 더 귀여운 애구나, 시아는. 하는 생각을 하며 눈은 내 의지와는 달리 아직 물에 젖어 비치는 시아의 속옷을 염탐한다. 시아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조금 새침한 투로 말한다. 얼른 시선을 앞으로 돌린다. 부끄럽네.



“이제, 조금 친밀함이 쌓였나요?”

“뭐, 그런 것 같네.”

“그럼 사귀어주세요.”

“아직 아니야!”

“‘아직’이라는 건, 조금 더 지나면 사귈 수 있다는 건가요? 호감도 얼마나 쌓이면요?”

“게임이냐! 나도 몰라, 그런 거!”



데려다 준다지만 시아네 집이 어딘지는 모르니까 실상 시아가 이끄는 데로 걸어갈 따름이다. 걸어가면서 두런두런,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시아의 말을 들으며 잔뜩 태클을 건다.



“두고 봐요, 제가 꼭! 오빠랑 사귈 거니까!”

“뭐, 노력해 보세요.”

“흥! 오늘, 재미있었어요! 고마워요, 다음에도 또 같이 놀아요, 안녕!”

“어, 어…… 그래.”



시아네 아파트 앞. 대뜸 손을 뿌리치고 새침하게 말하는 시아. 귀여워 죽겠네. 심드렁하게 대답하니 시아는 갑자기, 나를 정면으로 대하고 다시금 공손하게 꾸벅 인사하며 정중하게 말한다. 데이트의 시작과 끝은 이렇게 하겠다는 원칙 같은 것일까.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시아는 발랄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로 뛰어간다. 하하, 끝까지 귀엽네.




음─ 잘은 모르겠지만, 시아라는 애를 알게 되었네. 시아는 귀엽지, 나도 좋아해. 뭐, 좀 막 나가긴 하지만 귀여우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데이트도 빨리 끝내줘서 기분도 좋고. 나머지 시간은, 게임 하러 가볼까. 주말엔 역시 게임이니까.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9 16화 - 2 +6 15.12.31 717 13 21쪽
218 16화. 왕의 귀환. +4 15.12.29 894 13 18쪽
217 슬럼프 특집 번외편 - 3 +20 15.12.26 785 13 18쪽
216 2015 크리스마스 스페셜 /// 웅도인 줄 알았나요? 유감이네요, 미래랍니다! +7 15.12.25 876 8 17쪽
215 슬럼프 특집 번외편 - 2 +12 15.12.24 840 15 20쪽
214 슬럼프 특집 번외편 - 1 +7 15.12.22 974 15 19쪽
213 15화 - 5 +6 15.12.18 1,006 17 18쪽
212 15화 - 4 +6 15.12.16 819 16 20쪽
211 15화 - 3 +6 15.12.14 1,086 25 20쪽
210 15화 - 2 +4 15.12.12 986 17 19쪽
209 15화. 여름이고 방학이면 어딜 가야겠어요?! +4 15.12.10 982 17 19쪽
208 14화.4 - 2 +4 15.12.07 1,040 19 20쪽
207 14화.4 그런 일은 없어요. +4 15.12.05 959 21 20쪽
206 14화.3 - 2 +2 15.12.04 965 13 21쪽
205 14화.3 깜짝 멘붕이야 +6 15.12.01 790 25 20쪽
204 14화.2 - 2 +8 15.11.29 979 15 19쪽
203 14화.2 여제의 귀환 +9 15.11.27 861 17 21쪽
» 14화.1 - 2 +4 15.11.25 937 18 22쪽
201 14화.1 저랑, 사귀어요! +8 15.11.24 1,000 14 20쪽
200 13화 - 4 +8 15.11.23 829 14 22쪽
199 13화 - 3 +2 15.11.21 724 21 21쪽
198 13화 - 2 +2 15.11.20 794 17 20쪽
197 13화. 기말고사 치고는 너무 밝은 거 아닙니까?! +9 15.11.19 873 19 20쪽
196 촬영은 다시. +8 15.11.17 708 13 15쪽
195 촬영이 끝나고 난 뒤 ----- 휴재 +10 15.10.17 921 17 19쪽
194 -동결- +8 15.10.15 856 12 1쪽
193 12화 - 4 +10 15.10.14 988 18 25쪽
192 12화 - 3 +8 15.10.13 869 17 18쪽
191 12화 - 2 +10 15.10.12 847 17 20쪽
190 12화. 먹어 줘! +12 15.10.10 1,004 24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