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3)
"에렌,넌 어떻게 하고 싶으냐?"
"네?뭐가요?"
계속 히죽거리던 에렌은 민의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펜 학원을 갈 것이냐?아니면 왕의 친구가 될 것이냐?"
"아."
에렌은 웃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자신이야 당연히 네펜 학원에 가고 싶지 않다.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뜻이다.
"조직이,당신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정말이냐?"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네펜 학원에 가라."
에렌은 손은 말아쥐었다.손톱이 손바닥을 찔러 아팠지만 그에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옆에 있던 이렉은 민의 말에 놀란 듯 했다.그는 입을 열어 민에게 뭐라 말하려 했지만 민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알겠습니다.그것이 조직의 뜻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대답이구나.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말거라.너는 계획의 핵심이다.네가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
에렌은 민의 말에 안심했다.조직은 베네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조직이라면 그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워요.근데 민,네펜 학원에서는 연락 어떻게 할 거예요?"
"이걸 주마."
민은 무언가를 꺼냈다.날개를 활짝 피고 있는 드래곤 모양 브로치였다.드래곤은 지금 당장이라도 불을 뿜을 것처럼 생생했다.
에렌은 민으로부터 브로치를 받아 살펴봤다.
처음 보는 재질이었다.언뜻 보기에는 금 같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약간 적색빛이 도는 게 금이 아닌 것 같았다.
"이게 뭐죠?처음 보는 거예요."
"그렇겠지.조직에서도 이걸 발견한지 두 달밖에 안 됐으니까.그건 델페라는 금속이다.보다시피 금과 비슷한 색깔이고,가볍지.그 대신 잘 부러지고."
"델페..그렇군요.이걸로도 통신할 수 있나요?"
"물론.네펜 학원에서는 통신석을 거둬서 졸업할 때 준다.마력 탐지기로 검사하기 때문에 숨길 수도 없지.하지만 확인해보니 델페는 마력 탐지기로도 마력을 확인할 수 없더구나."
"굉장하네요.그럼 이걸로 어떻게 통신하죠?"
"통신석으로 통신할 때처럼 하면 된다."
"알겠습니다.그럼,늦었으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이렉이랑 민은 어떻게..?"
"우린 잠시 상의할 게 있다."
대답한 것은 민이 아닌 지금껏 조용히 있던 이렉이었다.
"그렇군요.다음에 봐요,이렉,민.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세요."
에렌이 나가자 이렉이 입을 열었다.절제된 그의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호기심이 느껴졌다.
"어째서지?"
"무엇이 말인가."
"에렌에게 왜 왕의 친구가 되라고 하지 않았나.그랬다면 왕을 좀 더 손쉽게 죽일 수 있었을 터인데."
"에렌이 왜 조직에 들어왔는지 모르는가.그 아이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 할 것이다.차라리 에렌이 네펜 학원에 가 있는 사이 우리가 직접 죽이는 게 더 쉽고 빠를 것이네."
민의 말이 끝나자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버지,아무래도 네펜 학원에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셀레이넨 가 별장의 거실에서 에렌과 대공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대공은 에렌의 말에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아들의 안전이 조금이나마 더 보장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아들은 그보다 더 똑똑했다.그러니 아마 아들의 선택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 하거라."
"각하께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대공은 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은 아들이 사지에 가는데도 아무것도 못 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안타깝고,또 미안했다.
왕 버금가는 권력을 지닌 대공이었지만 아들에 대해서만큼은 그 역시 한 명의 아버지일 뿐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아버지.저는 잘 해낼 자신 있습니다."
에렌은 대공을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대공은 그 미소를 보지 못 했다.아니,보지 않았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에렌을 지나쳐 방으로 향했다.
"출발은 일주일 후다.몇 가지 일러줄 것이 있으니 저녁에 방으로 오거라."
그 말을 끝으로 대공은 방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소파에 앉아 있던 에렌은 마차를 타고 학원으로 출발했다.
"흐아아아아아아암."
막 침대에서 일어난 소년은 거하게 하품을 했다.
은빛 머리카락과 보라색 눈을 가진 이 소년은 기지개를 피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뭐 재미있는 일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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