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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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기
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최근연재일 :
2014.06.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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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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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2)

DUMMY

"거래..요?부탁이 아니란 말입니까?"

"처음에는 부탁이었지만,나중에는 거래가 되었다.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과연 영리한 아이구나.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너는 네펜 국제 마법학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감사합니다,각하.뭐하느냐,에렌.빨리 감사 인사 드리지 않고."

"감사합니다."

에렌은 대공의 재촉에 무심코 감사 인사를 드린 후에 후회했다.

부탁도 아니고 거래다.분명 데론이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둘이 동등한 입장인데 어째서 자신만 감사해야 한단 말인가?

"고마워할 것 없다.어차피 대가를 받을 것이니까.그리고 이 대가는 꽤 큰 것이다."

"무엇입니까?"

"에렌,너는 폐하를 알현한 적 없겠지?"

"네.5년 전에 수도에 올라왔고 그 뒤로는 이런저런 일 때문에 바빠서 알현하지 못 했습니다."

"그럼 폐하에 대한 소문은 들어봤느냐?"

"네.사고,아니 장난이 좀 심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어찌됐든 그는 현재로서는 이 나라의 왕이다.적어도 지금은 예의를 갖춰야만 한다.

"잘 알고 있구나.네 말대로 그 분은 장난기가 좀 많으신 분이다.네 아버지와 나는 폐하께서 장난을 많이 치시는 이유가 그 분이 잘못할 때 지적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군요."

대답하며 에렌은 그에게 주어진 정보들을 조합했다.

폐하의 친구.거래.큰 대가.장난기가 많은 폐하.지적하는 사람.폐하의 친구.거래.큰 대가.....설마!

"눈치챈 것 같구나.네 생각이 맞다.대가는 네가 폐하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폐하를 아끼고,폐하가 잘못하면 꾸짖어줄 진정할 친구."

에렌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네펜 국제 마법학원 입학이며,사서의 죽음,폐하의 친구까지.도대체 왜 오늘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거지?

하지만 이건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왕궁에 자연스럽게 드나들면서 여러 사람을 포섭할 수도 있고,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리고 결정적으로 네펜 학원에 입학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에렌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데론이 말했다.

"이 거래를 받아들이면 너는 네펜 학원에 입학하지 않아도 된다.지금과 같은 삶을 즐길 수 있겠지.어떻게 하겠느냐?"

지금 당장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고 싶었다.하지만 조직은 이것을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먼저 조직과 의논해야 했다.

"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에렌!고민할 게 뭐 있느냐?당장 받아들이거라!"

대공은 흥분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어떻게 만들어낸 기회인데 거절한단 말인가?

"진정하십시오,아버지.각하,저에게 딱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그럼 꼭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성급한 '은인'의 성격에 분명 오늘 만나자고 했을것이다.

데론은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알겠다.단 하루뿐이다."

"네.감사합니다,각하."

"그럼 난 이만 가보겠소.잘 있으시오.잘 있거라,에렌.네 대답이 좋은 것이기를 바란다."

대공과 에렌은 나가는 데론을 배웅한 뒤 다시 교장실에 와 앉았다.

"그러고보니 아버지,교장 선생님은 어디 가신겁니까?"

대공은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얘기를 시작했을 때 나가셨다."

대공의 얼굴은 새빨개져있었다.지금 당장 소리를 지르며 에렌에게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아버지에게 어떻게든 변명하지 않으면 자신의 신변에 매우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그렇군요.저기,아버지,화 내시기 전에 먼저 제 말 좀 들어주십시오."

"그래.말해 보아라."

"아버지께서는 마지막으로 폐하를 알현했던 게 언제셨죠?"

"선왕께서 돌아가신 뒤로는 알현했던 적이 없다."

"그럼 그 때 폐하는 어떤 분이셨습니까?"

"각하께서 말씀하신대로 장난 치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셨다."

"하지만 현재 폐하는 어떤 분이셔죠?"

"난폭하시고,여자를 밝히며 자신에게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는 소문이 돌고있지.하지만 그건 소문일 뿐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고,비록 과장됐다고는 하나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소문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폐하께서는 아마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싫어하실 겁니다.선왕 역시 종종 그러셨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폐하보다 나이도 어린 제가 폐하께서 잘못하실 때마다 일일이 지적하면 폐하께서는 과연 저를 좋아하실까요?"

대공은 에렌의 질문에 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했다.

싫어하실 것이다.어떤 왕이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자가 지적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에렌은 자신의 아들이다.비록 폐하라 할지라도 함부로 손 댈 수는 없을 것이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장차 큰 힘과 권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그러나 폐하만큼은 아니죠.만약 폐하께서 제게 역모죄를 뒤집어씌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공은 말문이 막혔다.그런 일이 생긴다면 에렌은 사형당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까 대답을 보류했던 게냐?"

"네."

네펜 학원에 입학하느냐,혹은 폐하의 친구가 되느냐.

둘 다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다.

"아버지,나머지는 별장에 가서 고민하죠.더 이상 교장실을 빌리는 것도 죄송하니까요."

"그러자꾸나."

에렌과 대공은 교장실을 나갔다.교장은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저녁을 먹은 뒤,에렌은 방에 돌아와 안에서 방문을 잠갔다.

쪽지를 보고 있을 때 혹시라도 누군가 들어오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에렌은 침대에 걸터앉아 조심스런 손길로 쪽지를 펼쳤다.에렌의 생각대로 쪽지에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시간은 오늘 밤 12시.장소는 그 곳.'

'은인'다웠다.만에 하나 다른 사람이 쪽지를 볼 경우를 대비해 장소를 적어놓지 않은 것이다.에렌 외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 하도록.

에렌은 손바닥에 마법진을 각인시켰다.

손바닥으로 쪽지를 쥐자 쪽지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그러나 에렌의 손은 어떠한 상처도 입지 않았다.

쪽지가 다 타자 불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밤 11시 50분,셀레이넨 가의 귀중한 도련님 에렌 드 셀레이넨은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기절초풍할 묘기를 하는 중이었다.

에렌은 창문턱에 쭈그리고 앉아서 심호흡을 하며 5층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의 손바닥에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옅은 갈색의 원 안에는 읽을 수 없는 어떤 언어가 써져 있었다.

에렌은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읊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님이여,

그대는 새와 같이,

혹은 유령과도 같이

날아가리라."

에렌은 그대로 뛰어내렸다.그러자 그의 몸은 투명해져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올랐다.

하지만 곧 에렌은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다행히도 매우 느린 속도였기 때문에 그는 상처 하나 없이 땅에 낙하할 수 있었다.

"후아아,아슬아슬했다."

에렌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복합 마법은 역시 어렵단 말이지.아직도 할아버지처럼 되려면 멀었네."

복합 마법이란,두 가지 이상의 마법을 동시에 쓰는 것을 말한다.지금 에렌이 쓴 마법은 투명비행 마법으로,복합 마법 중에서도 상위 마법에 속한다.

에렌은 할아버지 대마법사 레센 셀레이넨을 동경했다.할아버지는 그의 목표였다.물론 에렌은 레센이 23살 때 처음 투명비행 마법을 썼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에렌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아직 투명했다.하지만 얼마 안 있으면 풀리고 말 것이다.

에렌은 별장의 정문으로 갔다.문은 잠가 있었지만 그에게는 여벌의 열쇠가 있었다.열쇠를 구멍에 넣고 돌리자 딸각 소리가 났다.

에렌은 최대한 조용히 문을 밀고 밖을 나갔다.그는 곧장 공원으로 뛰어갔다.




공원은 셀레이넨 가의 별장에서 뛰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공원은 나무로 둘러쌓여 있었고 중앙에는 시소와 그네같은 여러 가지 놀이기구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밤이라서 그런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래도 에렌은 주위를 한 번 둘러오고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여자 화장실에서는 한 달에 한 번도 청소를 안 하는지 하수구 냄새가 심하게 났다.

몇 번이나 와 봤는데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였다.에렌은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고장이라고 쓰인 종이가 문에 붙은 세 번째 칸막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손바닥에 짙은 하얀색 마법진을 각인했다.

"모든 것을 비치는 빛은 거짓을 부순다.

남은 것은 진실뿐."

에렌의 손바닥에서 하얀 빛이 나왔다.빛은 여자 화장실 안을 비쳤다.다른 곳은 변화가 없었으나 세 번째 칸막이 안은 천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변기와 휴지 걸이가 사라지고 변기가 있던 자리에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문이 생겼다.에렌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닫자 칸막이 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코를 막고 있던 손을 풀고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무척 상쾌했다.

문은 작은 방과 연결돼 있었다.방 안에는 탁자와 세 개의 의자가 있었다.두 개의 의자에는 어떤 남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한 남자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쓰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또 다른 한 남자는 빛 바랜 금발과 녹안을 가지고 있었다.남자의 왼쪽 눈에는 세로로 난 상처가 있었다.

에렌이 다가가자 모자를 쓰고있던 남자가 의자에서 일어났다.그는 손바닥을 에렌에게 겨눴다.그의 손바닥에는 붉은 마법진이 각인돼 있었다.

"암호를 대라."

에렌은 살짝 웃었다.이렉은 항상 의심이 많았다.아마 그는 자신이 변장 마법으로 에렌으로 변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드래곤의 심장.현재의 끝.미래의 시작."

이렉은 손을 내렸다.

"앉도록 해라."

에렌은 이렉의 옆자리에 앉았다.에렌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는 에렌이 앉자마자 말을 걸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 거냐?"

에렌은 한숨을 내쉬었다.도대체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렇게 된 거예요."

어찌어찌 설명을 끝마친 에렌은 남자를 바라봤다.남자는 무언가 생각하고 있었다.

에렌은 그런 남자를 보며 한참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겨우 물었다.

"저어,민,그 사서 말이에요,혹시 당신이 죽였어요?"

민은 에렌을 바라봤다.그의 눈에서는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그럴 리가 있겠느냐."

에렌의 그의 대답을 듣자 활짝 웃었다.다행이다.민이 아니라서.민이 사람을 죽였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그 어떤 문제보다도 에렌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그래요.당신이 그럴 리 없죠.정말,나도 참."

에렌은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민은 에렌의 웃음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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