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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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기
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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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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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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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DUMMY

베네스 왕립 학원은 귀족 학원이다.원래는 평민 역시 다닐 수 있으나 학비가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굳이 빚까지 져가며 학원에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그렇기에 베네스 왕립 학원은 귀족들만이 다니게 되었고,어릴 때 부터 예절과 교양 교육을 받은 귀족들이기에 수업 중에 떠드는 것 같은,작은 규칙 위반조차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베네스 왕립 학원의 복도에서는 두 학생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작작 좀 쫓아오라고!"

"포기해,에렌!"

대공이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을 동안,에렌은 복도를 달려가고 있었다.

달려가는 이유는,가론이 뒤에서 죽어라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렌은 몸이 약해 어릴 적에는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서 요양을 했다.그래서 5년 전에야 이 곳 베네스의 수도 테움에 올라올 수 있었다.

당연히 체력도 안 좋아 A+뿐인 에렌의 성적표 중에서 오직 검술만 E-를 받았다.

반면 가론은 체력이나 반사 신경은 굉장히 좋아 검술은 A를 받았다.

결국 에렌은 얼마 못 가 가론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잡았다,요놈!"

가론은 에렌의 셔츠 깃을 뒤로 홱 잡아당겼다.에렌은 머리부터 콰당 넘어졌다.

"야!갑자기 뒤로 잡아당기면 어떡해!너 그거 알아?나 하마터면 뇌진탕으로 갈 뻔 했다고!!! "

가론은 씨익 웃었다.

"뭐 어때?안 죽었으면 된 거지."

맞다.이 자식은 제정신이 아니었지.까먹고 있었다.

"자,그럼 이제 친.구.야?"

가론은 '친구야'라는 단어를 끊어서 발음하면서 능글맞게 웃었다.

가론이 저런 웃음을 보인 뒤에는 항상 나쁜 일이 일어났다.에렌은 자신이 직접 가지 않고 가론을 시켰던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랑하는 친구께서 좋아하시는 여자 분이 누굴~까아?"

"그,그런 거 없거든?!"

"무슨 소리니,친구야.아까 1교시 시작할 때 네가 그랬잖니.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겨서 쪽지로 고백할 거라고."

"그,그건.."

이쯤 되니 에렌은 고백한다는 건 조직과 연락하기 위해서 했던 거짓말이라고 다 자백하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무슨 변덕인지 가론은 에렌이 자백하기 직전에 마음을 바꿨다.

"좋아!내가 이번만큼은 특별히 넘어가주지."

"...무슨 꿍꿍이인 거냐."

"꿍꿍이라니?친구가 사생활을 보호하고 싶대서 내가 존중해주겠다는 건데,꿍꿍이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가론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 천진난만한 웃음이,에렌은 더 불길했다.가론이 이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는데?그리고 에렌의 불길한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그 대신 나는 얘들한테 말해야겠다.우리 학원의 대표 미소년,에렌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뭐,뭐어?!"

"왜 그래?어차피 그 여자얘는 네 고백 받아주지 않겠어?나중에는 다 알려질 텐데 좀 일찍 알려지는 게 무슨 상관이야?"

"그,그럼 나도 네 1학기 성적 얘들한테 다 말할 거야!"

"마음대로.내가 공부 못 했던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에렌은 당황했다.지금까지 가론은 1학기 성적 얘기만 하면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주었다.성적으로 협박하는 게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은 없다.

어떻게 하지?이거 진짜 자백해야 되나?안 돼.절대로 안 돼.그러다 이 녀석이 신고라도 하면 어떡해?

에렌은 옷을 털털 털고는 일어났다.그리고 입을 열었다.

"말 못 해."

"그럼 학원에 다 알려져도 상관없는 거야? "

"아니."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지금 나랑 같이 도서관에 가서 그 답장을 확인하자.이 정도면 됐지?"

에렌이 이런 말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은인'의 성격에 쪽지에 많은 것을 적을리 없다.아마 만날 시간과 장소만 적어놨을 것이다.그러니 쪽지를 보여주고는 대충 둘러대면 될 것이다.

"쪽지라.뭐 답이야 뻔하긴 하지만 이번에만 특별히 봐 주지."

다행히도 가론은 제안을 받아들어줬다.

얼마 뒤,에렌은 가론과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그런데 진짜 누구야?좋아하는 여자얘."

"나중에 말해줄게."

"나중에 언제?둘이 사귈 때?"

"이제 그만 하지 그러냐."

"알았어.알았으니까 화 내지 말라고,응?"

"아악!뭐 하는 짓이야!"

가론은 에렌의 머리에 갑자기 헤드락을 걸었다.가론은 에렌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웃었다.

하지만.

도서관에 들어간 후,가론은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도서관 안의 상황은 너무나 끔찍했던 것이다.

사서는 눈을 부릅뜬 채로 죽어 있었다.심장에서는 더 이상 피도 흐르지 않고 심장 주위의 피는 말라서 엉겨 붙어 있었다.마지막까지 도움을 요청하려 했던 듯 입이 벌려져 있었다.

가론은 주르르 쓰러졌다.가론은 온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그는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결국 다시 넘어져 버렸다.그러다 그만 사서와 손이 닿고 말았다.

"흐아아악!"

가론은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사서와 닿은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쥐었다.시체는 차가웠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체와 닿은 오른손은 불에 데인 듯 뜨거웠다.

에렌 역시 얼어 있었다.그러나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두려움은 가론과는 다른 것이었다.

에렌은 사서를 죽인 범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학원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있다.수도 사람들은 물론이고,학원생,심지어 선생님까지 이 곳의 존재를 몰랐다.

그렇기에 '은인'은 이 곳을 연락 장소로 정했다.사람 한 명 오지 않고,만약 오더라도 '베네스의 역사'같은 따분한 책을 읽을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도서관에 과연 누가 왔던 것일까?누가 와서 사서를 죽였을까?

도둑일리는 없다.이 도서관에는 훔쳐 갈 만한 물건도 없고 책장이나 물건들 역시 다 제자리에 있었다.

그럼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는 사서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사람이 한산한 도서관에서 사서를 죽인 것.

충분히 가능성 있다.

사서에게 원한을 진 사람이라면 사서의 직장이 어디 있는지 정도는 알았을 테니까.그렇다면 도서관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두번째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은인'이 사서를 죽인 것.

이것 역시 가능성 있다.

아마 '은인'은 매일 이 도서관에 왔을 것이다.도서관에 항상 와 주는 사람의 얼굴을 사서가 잊을 리 없다.

그리고 '은인'은 사서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앞의로의 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죽였을 지도 모른다.

아니야.그럴 리 없어.애초에 왜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한 건데?아닐거야.분명 아닐거야.'은인'이 그럴리가 없어.

에렌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더 큰 문제가 있지 않은가.

에렌은 가론을 바라봤다.

가론은 정말 심각했다.온 몸을 떨면서 울고 있었다.하긴 시체를 처음 봤으니 그럴 만도 했다.에렌은 가론에게 다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가론과 눈높이를 맞췄다.

"이봐,가론."

가론은 고개를 돌렸다.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괜찮아.놀라는 게 당연해.일단 심호흡을 해.숨을 들이마시고,다시 뱉어내.그래,그렇게.어때,좀 나아졌지?"

가론은 힘들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그럼 내가 너한테 안정 마법을 걸어줄게.잠시 기다려 봐."

에렌은 재빨리 마법진을 손바닥에 각인시켰다.그리고 가론의 이마에 손바닥을 갖다댔다.가론의 이마는 뜨거웠다.에렌은 서둘러 주문을 외었다.

"그대의 몸에 안식이 깃들기를.

그대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가론의 몸의 떨림이 멈추기 시작했다.5분이 지나자 가론은 곤히 잠들었다.에렌은 피식 웃고는 중얼거렸다.

"이거 주문을 너무 세게 걸었나.뭐 괜찮겠지.어차피 곧 깰 테니까."

에렌은 일어나 한 책장으로 다가갔다.그리고 얼마 전 한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두 번째 칸에서 책 한 권을 뽑아 125쪽을 펼쳤다.쪽지 하나가 꽂혀 있었다.에렌은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다.지금은 할 일이 있으니 나중에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가론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깨어나서 자신은 없고 시체만 있으면 경악할 테니 좀 더 재우는게 좋을 것 같다.

에렌은 수면 마법을 손바닥에 각인시키고 손바닥을 가론의 이마에 댔다.

"조상의 혼령이 너를 지켜주리라.

그러니 너는 안심하고 휴식을 취하라.

너의 마음은 꿈 속에 있나니."

가론은 무슨 꿈을 꾸는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꽤 강한 수면 마법이었으니 3일 후에나 깨어날 것이다.그리고 그때쯤이면 사서의 시체 역시 무서운 악몽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읏차.그럼 나는 선생님을 부르러 가 볼까."

에렌은 복도를 달려갔다.학원에서 사람이 살해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아마 일반 선생님이 아닌 교장 선생님을 불러야 할 것이다.




"자신 있나 봅니다.그럼 지금 당장 아드님께 안내해주십시오."

"지금 말입니까?각하,연설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연설은 미루면 됩니다.그보다 전 빨리 아드님을 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따라 오십시오."

데론은 대공과 함께 교장실을 나갔다.교장은 교장실 문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데론은 잘 됐다고 생각하며 교장에게 말했다.

"마침 잘 됐군요.죄송하지만 일이 생겨서 연설을 좀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괜찮겠지요?"

"물론입니다.원하는 대로 하시지요."

대답하며 교장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이 섭정이란 작자는 왜 뭐든지 지 멋대로 하려 한단 말인가.

마음 같아선 데론을 한 대 치고 싶었지만 그러면 교장 자리에서 짤리는 걸로 끝나지 않을테니 교장은 마음 속으로 데론을 두들겨 패는 상상을 하며 참았다.

"자,그럼 안내해 주시지요,대공."

데론은 대공을 향해 활짝 웃으며 안내해달라고 재촉했다.

대공은 교장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체 얼마나 왕이 힘들였으면 데론이 이러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네.제 아들은 지금..잠시만.에렌?에렌이 여길 왜?"

대공은 이맛살을 찌푸렸다.그리고 다시 한 번 앞에서 뛰어오고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분명히 에렌이었다.에렌이 여길 왜 오는 거지?그것도 뛰어서?

"저 아이가 대공의 아드님입니까?"

"네.참 신기한 일이네요.보통은 교칙을 잘 지키는데 말입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여기로 오는 것 같으니 곧 있으면 그 이유를 알게 되겠지요."

과연 에렌은 교장실로 왔다.

에렌이 가까이 다가오자 데론은 에론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데론은 에론을 관찰하면서 감탄했다.

잘생긴 아이였다.

가지런히 정돈된 검은 머리카락,그와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하얘서 창백해 보일 지경인 피부.그리고 오똑한 코와 선홍빛 입술.키는 꽤 큰 편이었지만 몸은 말라서 몸무게는 평균에도 못 미칠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눈에 띄는 외모였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에렌의 눈이었다.푸른 눈동자.그 안에 담긴 날카로움은 아버지와 같은 것이었지만 아버지와 달리 맑지 않았다.탁했다.

무엇 때문에 이 아이의 눈은 탁한 것일까.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며 데론은 에렌의 얼굴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데론의 눈길을 느꼈던지 에렌이 데론을 이상하게 쳐다봤다.데론은 얼른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웠다.

에렌 역시 데론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대공의 뒤에 있던 교장에게 다가갔다.

"교장 선생님,큰 일 났습니다.사서 선생님이,사서 선생님이 도서관 안에서 살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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