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드라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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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우드[]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1
최근연재일 :
2020.05.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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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5.1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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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배역이 뭐...라고? (1)

DUMMY

1. 내 배역이 뭐...라고?


김범우는 담배를 꼬나물고 질겅거렸다.

아직도 뭔 가 붕~뜨는 느낌이지만 어떻게든 납득했다.

차 사고가 나서 뒈졌고 눈 떠 보니 드라마 속이다.


“납득하긴 지랄.”


침 뱉듯이 담배를 뱉고는 눈앞의 거울을 노려봤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등장빈도가 높은 배역은 아니었다.

원래 자기 이름과 같은 등장인물이라서 그런 걸까?


막장드라마의 특성상 등장빈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험했다.

이를테면 개그프로그램을 보다가 웃다가 숨 넘어 갈수도 있고 재채기를 잘못해서 죽을 수도 있다.

말이 드라마지 어떤 의미에선 위기탈출 넘버원 세계라고 봐도 무방했다.


김범우의 눈길이 한 순간 칫솔에 머물렀다 떨어졌다.

분노의 양치질을 잘못 하다가도 죽을 수도 있는 셈이니까.


“아니, 오버하지 말자.”


혼잣말을 하면서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실제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아무렴 현실이 되었는데 보던 것처럼 막장일까?


그래도 왠지 모를 조심스러움으로 천천히 양치질을 하고는 대충 씻고 거실로 나왔다.

백색소음삼아 티비를 틀고 되는데로 리모컨을 누르고는 다시금 생각을 정리했다.


드라마의 이름은 ‘사랑의 메아리’ 정작 보는 사람은 ‘막장의 메아리’라고 부른다.


여느 막장드라마가 그렇듯 뻔~~한 전개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및 캐미가 폭발!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라는 설정!

PPL을 너무 대놓고 하는데 오히려 잘 먹힘!

등등해서 끝이 안 나고 있는 드라마였다.


정확하게 따지면 완결이 되었지만 시즌2, 시즌3, 4, 5······으로 계속 이어가는 드라마였다.


이를테면 전 시즌의 악역이 다음 시즌에서 과거 회귀를 했다는 설정으로 대승리!

초반 퇴장당한 히로인이 점찍고 귀환!

뜬금없이 주인공의 정체가 불로불사의 과거인!

알고 보니 외계인에 지배당한 세계!


등등해서 제목이 의미가 없어지는 드라마였다.


심지어 트럭으로 이세계로 보내버린 전개조차도 나왔으니 말 다했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바이러스 전개도 있었지?”


문득 생각난 막장 설정에 흠칫거렸지만 다행히 그건 아닌 모양이다.


대충 코로나-44 라는 바이러스가 퍼져 전부 좀비가 되는 시즌이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라면 좀비가 된 남주에게 여주가 눈물을 흘리며 대화를 하자며 전기톱을 들······.

뭔가 해외 쪽에서 인기가 폭발했던 시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세계가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막장 드라마 세계이길 바랄 따름이다.

그리고 김범우라는 자기 배역이 정상적이고 비중이 더욱 적었으면 좋겠다.

등장빈도는 분명 적건만 은근히 감초라면 감초 같은 배역이었다. 그 역할이라는 것이 드라마 전개를 편하게 하는 스위치 같은 거라고 할까?


이를테면


[상황 1]


회사 내 자판기 앞에서 누군가와 이야기 하면서 남주가 여주의 근황을 우.연.찮.게 듣게 하는 상황


“이봐, 그거 들었어? 이번 ‘여주’씨 프로젝트 그거 ‘악역’씨가 담당하는 걸로 바뀌었어.”



[상황 2]


가문이 정했는데 정작 남주가 모르는 상황에서 어디서 들었는지 굳이 찾.아.와.서 결혼 축하하는 상황


“‘남주’ 축하해. 너 ‘악역’씨랑 결혼한다면서?”



[상황 3]


하필이면 휴대폰이 꺼져 있어서 남주 상황도 모르고 데이트 약속 장소에서 바람맞으며 기다리는 여주 앞에 어.떻.게 알고 나타나서 남주의 위기를 전하는 상황


“‘여주’씨 여기 있었던 거예요? 지금 ‘남주’가 교통사고가 났어요!”



[상황 4]


남주가 위험에 처한 여주를 무공으로 멋지게 구한 후 샤랄라라 효과가 흐르는데 뜬.금.없.이 분위기를 깨는 상황


“하하하, 우리 ‘남주’의 무공은 천하제일!”


······등등 코빼기도 안 내밀다가 개연성 없이 나와서 막장도를 높여주는 배역이었다.


‘생각해보니 존나 위험하잖아?’


분명 등장빈도는 높지 않은데 어느 순간 안 보이는 배역이다.


다시 말해

죽어서 더 안 나오는 거 아니야?


드라마로 볼 때는 별 신경도 안 썼는데 현실이 된 지금으로선 개복치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아예 관련되지 말자. 그게 최고야.’


이불 밖 세상은 너무나 위험한 걸~위험은 가까이 하는 것이 아니야.


***


김범우는 절망했다.

아무튼 절망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정신건강을 위해 침실로 향한 것이 방금 전.


그런데


침대의 이불이 볼록하다?


떨리는 손길로 조심스레 넘기니

엄훠나 시상에~

흰 속옷 차림의 여주가 자고 있습니다~~왜!?


이태까지 본 적도, 생각도 못 한 뜻밖의 상황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되는 와중에 막장드라마틱한 전개가 떠올랐다.


자신과 여주가 부부라는 설정이라면?



[부부사이가 나쁠 경우]


-자신에게 냉담한 남편과 달리 자상하게 대해주는 남주에게 빠지는 여주. 이에 방해가 되는 남편 김범우는 파멸한다.


[부부사이가 좋을 경우]


-우연찮게 교통사고나 비행기 추락으로 남편 김범우는 죽고 실의에 빠진 여주에게 남주가 나타나는데······.



‘젠장, 어느 쪽이든 죽는 거냐?’


불안한 눈빛으로 방 여기저기를 훑어보니 다행히 결혼사진 같은 것은 안 보였다.

대신 20데니아로 짐작되는 검은 스타킹이며 가슴 쪽에 포인트를 준 흰 블라우스, 옆이 트인 빨간 스커트가 보였다.


‘아니, 뭘 세세히 보는 거야!’


습관적으로 옷가지를 정리하려다 흠칫 한 김범우는 소리 없이 침실 밖으로 나왔다.

뭔가 시작부터 꼬인 느낌.

확실한 것은 자신이 여태 봤던 드라마 내용에는 전혀 없는 전개라는 점이다.


‘새 시즌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갑자기 난이도가 확 상승한 기분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좋은 관계를 맺도록 해야 할지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도망을 가야 하는 걸까?


지금으로서 가장 짜증나는 부분은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트럭에 치이기 전까지의 생애에 대한 기억은 멀쩡하지만 이 드라마 속에서의 이전 삶 같은 것이


“아!”


무심결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생각한 것이 트리거나 된 모양인지 이 세상의 김범우에 대한 것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대충 나이는 30대 초반.

대충 대기업의 기획실장님.

대충 돈 많은 고아.

등등등


어떻게 보면 주인공 포지션에 가까웠다.


‘지위만 따지면 이전 삶에 비해서 출세했군.’


다 떠나서 지금 이 집이 자가라는 점은 최고였다.

이전 삶의 월세 집은 동네 재개발 때문에 쫓겨나기 직전이었던 걸 생각하면 처음으로 새 삶이 맘에 들었다.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전 삶과 마찬가지로 이번 삶도 부모가 없다는 점.


‘가족은 있었으면 했는데······.’


새삼 씁쓸해지는 걸 느끼는 와중에도 알고 싶은 건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여주랑은 무슨 관계인 거냐고?’


부부는 확실히 아닌 것 같았고 그렇다고 연인이라고 생각하기에도 틀리다는 확신 같은 것이 들었다.


그렇게 김범우가 끙끙거리고 있으려는데 돌연 어깨로 넘어오는 머리칼, 등에서 느껴지는 풍만한 부드러움, 귓가를 적시는 여주의 촉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일어났어?”


시작부터 막장의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대사였다.


작가의말

비축분 같은 거 좀 쌓아두고 연재할 걸 그랬나(..)

아무 생각없이 적다보니 막장드라마 같은 거 안 본 티가 확 나는군요..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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