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 철인이 되어라! - 1
제 21화. 철인이 되어라!
펑펑펑
하늘 높이 불꽃이 떠오르더니 이내 자그마한 폭발음을 내며 터져버렸다.
“우와!”
루안은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철 부족의 축제는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아아, 아아, 확음기 테스트. 확음기 테스트.]
터져가는 불꽃 사이로 울림이 가득한 거대한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깜짝 놀란 루안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들은 그 소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자, 이제 곧 축제의 꽃인 ‘철인을 찾아라!’의 예선이 시작됩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광장에 도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울림이 가득한 소리는 철인 대회의 예선 참가자들을 찾았고, 이 소리를 들은 루안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예선 시험에 합격한 참가자들은 총 30명이었고 이 중 여덟 명이 남을 때까지 예선은 진행된다.
루안은 참가자들의 면면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우락부락한 것이 루안이 사이에 껴있으니 고목의 매미가 딱 이짝이었다.
“뭐야, 이런 꼬맹이도 시험을 통과했단 말이야? 하하하하, 대단하구만. 반갑다”
한참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루안을 향해 옆에 떡대가 인사를 건넸다.
꼬맹이라는 단어가 심히 거슬렸지만 딱히 악의가 느껴지진 않았기에 루안은 넘어가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와하하, 프리카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우리 작은 친구는 어디서 왔지?”
“모골린에서 왔어요.”
루안은 그냥 간편하게 모골린을 팔았다.
“하하하, 그렇군. 그런데 우리의 지하마을은 공개가 되지 않는데, 누구 초대로 온 거야?”
“무슨 초대를 받았겠어요. 불법 침입했다고 죄인으로 잡혀있었다가 철인이 되면 죄가 사해진다 길래 참여한 거예요.”
“푸하하하하, 정말 재밌는 친구야. 아주 마음에 드는군.”
루안은 불퉁하게 대답했지만, 떡대는 배알도 없는지 호탕하게 웃을 뿐이었다.
참 이상한 마을이었다.
이런 엄청난 장비들이나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바깥으로 모두 숨기고 있고, 이방인이 침투하여 숨기고 있는 걸 들켰는데도, 이방인을 경계하거나 괄시하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군. 이렇게 얇은 몸으로 죽음 올림 140을 쳤단 말이야? 자네 3대는 몇이나 하나?”
“3대라뇨?”
“아, 외국에는 그런 게 없나? 육체미의 가장 큰 표본인데 그걸 모른다니 안타깝군.”
떡대는 진심으로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네, 고맙군요. 그래서 3대가 뭔데요?”
“음, 3대란 육체의 단련미를 보여주는 기록형의 신성한 세 가지 중량 운동이야. ‘죽음 올림’, ‘누워 눌림’, ‘들고 앉기’ 이렇게 세 가지지.”
“아, 그래요?”
“적어도 난 3대 500 이상 쳐내지 못하는 전사들은 인정해주지 않아.”
“그렇군요.”
루안은 3대 500이 무슨 소리인지도 궁금했지만, 긍지에 찬 저 눈빛에 맞추어 질문을 하면 왜인지 하루 종일 대꾸를 해줘야할 것 같은 불안감에 묻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후욱, 후욱, 자! 반갑습니다, 예비 철인 여러분! 철인의 탄생을 기다리는 관객 여러분! 지금부터, ‘철인을 찾아라!’ 예선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확실히 이 나라 사람들이 정말 사랑하는 대회이긴 한 것 같았다.
그야말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오니 루안도 괜히 신나는 마음이 동하는 것 같았다.
[첫번째, 경기는 바로 ‘들고 앉기’입니다. 첫 무게 220부터 시작되는 경기는 전 참가자가 동시에 시도하고 실패한 사람은 탈락, 성공한 사람은 20의 무게가 추가됩니다. 이 경기에서 10명의 탈락자가 발생하는데요, 자! 참가자 분들은 모두 횡으로 일렬 도열해 주십시오!]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우루루 움직이며 일렬로 섰고 루안도 따라 움직였다.
철컥, 위이잉
참가자들이 모두 도열하자 참가자들 앞부분 광장이 열리더니 역기가 걸려있는 옷걸이 형태의 네모난 철근이 바닥에서 올라왔다.
“우와.”
역시 이 나라는 다른 나라와 무언가가 달랐다.
[자! 역기가 준비되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는 역기를 승모근에 걸어주십시오!]
사회자의 다음 지시가 떨어졌고 사람들은 분주히 역기 안쪽으로 목을 집어넣어 승모근에 견착시켰다.
루안도 눈대중으로 따라했다.
[네, 좋습니다. 준비된 참가자부터 상승!]
사회자의 외침에 승모근에 역기를 견착시킨 참가자들은 힘껏 역기를 들어올렸다.
[하강!]
더 큰 외침이 울려 퍼지고 참가자들은 모두 그 상태로 자리에 주저앉더니, 약 2초를 유지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까지는 별 무리가 없는 루안도 다른 참가자들이 하는 것을 스윽 쳐다본 후 가뿐히 앉았다 일어났다.
[220Kg, 전원 성공! 모두 역기를 다시 걸어주십시오!]
참가자들이 역기를 다시 철근에 걸자 똑같은 규격의 철광석 원판을 수레에 싣고 도우미들이 광장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역기 하나당 양쪽에 원판 하나씩을 더 꽂아 총 중량 20을 늘렸다.
‘들고 앉기’ 경기는 매회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고, 300, 즉 시작 중량부터 무려 80이 증가하고 나서야 20명의 1차 예선 합격자가 정해졌다.
루안은 마지막 300Kg에 당도해서야 제법 힘을 사용했기에 조금은 아쉬웠다.
철컥 위이잉
다시 한 번 바닥이 열리더니 역기를 걸었던 철근들은 땅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사람이 누워서 역기를 들 수 있게끔 제작된 일종의 벤치가 올라왔다.
물론, 그 벤치에도 역기가 걸려있었다.
[대망의 마지막 예선은, ‘누워 눌림’입니다! 방식은 1차 예선과 동일합니다. 시작되는 중량은 160Kg입니다. 역시 회차가 진행될수록 중량은 20씩 늘어납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벤치에 누워주십시오!]
루안은 편안하게 벤치에 누웠다.
그래도 1차를 겪었다고 이번엔 주위 눈치 없이 자리하는 루안이었다.
[자! 역기 들고, 가슴 들어! 준비된 참가자부터 누워 눌림!]
자세가 이래서 그런지 분명 중량은 첫 ‘들고 앉기’보다 낮았지만 훨씬 묵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정도 무게는 씨름을 수련한 고려인들에게는 밥을 먹기 위해 수저를 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루안 역시 가뿐하게 역기를 낮췄다가 들어올렸다.
확실히 이 운동은 다른 운동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지 중량이 200Kg에 당도하자 대거의 탈락자들이 생겼다.
[오! 이게, 무슨 일입니까! 200에서 대거의 탈락자들이 발생, 남아 있는 인원들을 확인 해 보겠습니다. 하나, 둘······. 오! 여덟! 이번 판에서 본선 대전에 참가할 수 있는 8명이 추려졌습니다! 박수 주십시오!]
와아아아아아아
본선에 오른 철인 후보자들을 향해 관람객들은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주었다.
‘와, 정말 이 정도면 죽을죄도 용서해주겠는데?’
루안이 이렇게까지 생각할 만큼 반응은 뜨겁다 못해 타올랐다.
[2차 예선을 통과한 8명의 철인 후보자들은 광장의 가운데 서주십시오! .······ 네! 좋습니다, 이제 관객들을 향해 인사해 주십시오!]
와아아아아아아아
[본선은 내일 이 시각에 바로 이 곳에서 열리게 됩니다. 내일도 뜨거운 성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사회자는 예선의 종료를 알렸다.
“오! 작은 꼬맹이 친구! 정말 놀라운걸! 친구가 본선에 진출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
갑자기 들려오는 아는 척에 루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예선을 치르기 직전 루안에게 말을 걸었던 예의 그 떡대가 서 있었다.
그 떡대 역시 본선에 진출한 듯 했다.
“아하하, 네.”
루안은 멋쩍게 웃음 짓고, 발걸음을 떼려 했다.
그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떡대는 루안을 쉽게 놔주지 않고 말을 걸어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일 멋진 싸움을 해보자! 아! 내 이름은 파얀이다. 친구의 이름은 뭐지?”
“전 루안이에요.”
“그래, 루안! 내가 통성명을 한다는 것은 루안을 하나의 전사로써 인정한다는 뜻이야.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아! 오늘 큰 힘을 사용했으니 꼭 양질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해. 오늘 밤도 근손실 조심! 우하하하하하하”
파얀은 루안의 등을 팡팡 두드리고는 호쾌하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피곤하긴 했지만 사람 자체는 시원한 게 나쁘지 않아 보였다.
“어이, 루안!”
“루카!”
멀리서 루카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그의 옆에는 슬쩍 고개를 돌리고 있는 유치장 관리인도 있었다.
“역시, 대단해. 이 기세로 내일도 아주 쓸어버리라고!”
“마음대로 될지 모르겠어요.”
“이봐, 무슨 소리하는 거야? 잊었어? 마음대로고 나발이고 간에 무조건 우승해야 여길 나갈 수 있다고.”
“아, 맞아. 그랬지. 에휴, 급격하게 우울해지네.”
루안이 한숨을 푹 내쉬자 유치장 관리인이 슥 수건 하나를 내밀었다.
그는 여전히 루안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흠흠, 자, 여기. 자, 잘 봤다.”
“네, 고마워요.”
“음······. 저기, 그······.”
“왜 그래요?”
“나중에, 혹시······. 싸인 좀 받을 수 있을까?”
“싸인?”
루안은 싸인이 무언지 몰라 요상한 표정으로 관리인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루안을 마주 보지 못하고 얼굴을 붉힌 채 땅만 쳐다봤다.
마치 친구들의 등쌀에 밀려 엉겁결에 첫사랑에게 고백하게 된 열두 살 소년과도 같은 모습에 루안은 영 불편했다.
“루카, 왜 저래요, 대체?”
“예선 경기를 보더니 너한테 아주 뿅 갔나 보더라. 확실히 여기 부족 사람들은 철인에 대한 동경이 큰가봐.”
“싸인은 뭐래요?”
“나도 아까 들었는데, 여기서는 유명한 사람이나 동경하는 사람의 서명을 받아서 챙기는 풍습이 있나봐. 그게 싸인이래.”
“별 말 같지도 않은 풍습이군요.”
루카와 속닥거린 루안은 프리카의 고유한 풍습에 일침을 가한 후 관리인을 쳐다봤다.
“네, 해드릴게요. 싸인.”
그러자 관리인은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졌다.
“저, 정말! 우와! 고맙다, 정말! 어서 가자. 오늘 너희에게는 특식을 내어줄게!”
관리인은 들뜬 마음에 앞장 서 걸어갔다.
루안과 루카는 서로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한 후 뒤따라갔다.
그저 서명 한 번에 특식이 나오다니······. 가성비가 엄청나 기분은 좋은 루안이었다.
- 작가의말
사전 공지했듯이 너무 죄송하게도
내일은 업로드가 없습니다 ㅠㅠ본업과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이런일이 한번씩 생기네요,너무 죄송합니다.하지만 완결까지는 문제없이 마무리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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