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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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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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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제1화 : 새로운 삶

DUMMY

제 1화, 새로운 삶


창 안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드리우고 창 밖으로는 새의 지저귐 소리가 너무도 평온하게 들려온다.

루안은 어느 덧 눈을 떠 멍하게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잠들었는지는 가늠 할 수 없으나 잠들기 전만 해도 아수라장이었단 걸 떠올리면 너무도 상반된 평화로운 모습이 루안을 받아주고 있었다.


‘아바마마가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안나도 이젠 내 곁에 없고, 어쩌면 좋지?’


앞으로의 삶을 예상하고 계획하기엔 루안은 아직 너무 어렸다.

거기다 일찍 여읜 어머니를 대신해 루안의 엄마가 되어준 안나의 공백은 루안에겐 이루 말 할 수 없는 상처이자 고통이였다.

고통에 차 있던 안나의 얼굴이 다시 떠오르자 루안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덜컥

그 때 방문을 열고 루안 또래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들어 왔다.


“응? 일어났네? 우와~ 다행이다! 어디 아프진 않아?”


루안은 눈물을 훔치며 아이를 바라봤다.


“구해줘서 고마워, 근데 넌 누구야? 여긴 어디야?”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픈 덴 없냐고 물어 봤잖아! 물어보면 대답을 먼저 해야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소녀는 얼굴을 루안에게 들이댔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색에 눈동자 또한 티 없이 맑은 검은색을 띈 소녀는 자세히 보니 피부색도 루안에 비해 베이지 빛에 가까웠다.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소녀가 따지듯 말을 하니 조금은 머쓱해진 루안은 다시 대답했다.


“아픈 덴 없는 것 같아. 신경써줘서 고마워.”


루안은 왕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콧대를 세우거나 하진 않았다.

때로는 친구 같이 루안을 돌봐 온 안나의 교육이 아이의 인성을 잘 닦아 놓은 것이다.

대답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소녀는 싱긋 웃었다.


“히히, 고마워하진 않아도 돼. 어차피 너를 구한 건 내가 아니라 우리 오라비랑 장사님이고 나는 잠든 널 봐온 것뿐이야.”

“그렇구나. 그래도 고마워. 아! 안나! 안나는? 안나는 어떻게 됬어?”


문득 안나의 시신이 생각 난 루안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쓸쓸히 그 동굴 앞에 뉘어져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응? 안나? 너 말고 또 누가 있었어? 나는 잘 몰라. 나중에 오라비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는걸?”

“오라비가 누구니? 지금 만날 수 있니?”

“우리 오라비는 후야. 지금은 수련하러 가서 집에 없어. 아! 나는 희야, 권희. 다들 부를 때는 희아라고 불러”

“아? 응. 난 루안이야. 희아야, 혹시 오라비라는 사람에게 날 데려다 줄 수 있니?”


그러자 희아는 루안을 빤히 훑어봤다.

몸이 괜찮은 지를 확인 하는 것이리라.


“나, 난 멀쩡해! 정말이야!”


루안이 쉽게 의중을 파악하고 대답을 해 주자 괜찮겠다는 듯 희아는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그래 오라비 놈은 수련할 때 방해하면 성을 내긴 하지만······. 가보자.”


루안은 서둘러 희아를 따라 나섰다.


##


루안이 몸을 맡겼던 장소는 권후, 권희 남매의 집이었다.

남매의 집에서 고을에 있는 수련동까진 제법 거리가 있어 40분 가량은 걸어야 했고 그 기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희아에게 들을 수 있었다.


“아, 그럼 오라비라는 것은 이름이나 직책이 아니고 너희 오빠를 얘기하는 거야?”

“그래, 루안이는 그걸 몰랐구나.”

“응,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봤어. 여긴 너희만 사니?”

“고을에 가면 사람들이 많아. 나도 고을에서 살고 싶은데 오라비가 사람들이 북적한 것을 싫어해서 우리만 따로 숲 깊은 곳에 움막 짓고 사는 거야.”

“아, 맞아. 여긴 바이두 숲이지? 근데 왜 마물들이나 짐승들이 보이지 않는 거야?”


그랬다.

분명 루아는 안나와 함께 바이두 숲에 들어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꼬불꼬불한 숲 길을 걷고 있으니 바이두 숲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짐승 소리라곤 고운 산새 소리들 밖에 들리질 않으니 의아할 따름이다.


“우린 결계 안에 있어서 그래.”

“결계? 숲 안에 그런 게 있단 말이야?”

“응. 우리를 보듬으시는 위대한 삼족오의 숨결이 들어간 결계라서 아무도 볼 수 없고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 사실 우리 민족 말고 다른 민족이 들어온 건 루안이 처음이야.”


삼족오란 이들의 토속 신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루시아 신성 제국의 넴린 대성당에도 유일신 시아가 직접 그린 결계가 있어 대성당에 해를 가할 생각으로 오는 사람들은 무한의 미로에 갇히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그것과 같은 원리 인 듯하다.


“그렇구나. 그럼 너흰 인간이 아닌 거니?”


엉뚱한 소리를 듣는 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희아는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하하, 그게 무슨 바보같은 말이야 루안. 인간이지!”


루안은 괜히 머리를 긁었다.


“우린 인간이야 루안. 고려인이지.”


익숙한 단어에 루안은 눈이 크게 띄어졌다.


“고려인?! 그럼, 너희 종족이 위대한 드래곤 로드 스칼렛을 도와 용마대전을 승리로 이끈 고려인이란 말이야?”


늘 동화책에서만 만나던, 루안이 매일 밤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어 준 종족 중 하나인 고려인을 실제로 만나게 되다니······.

희아는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그건 나도 몰라. 900년 전에 일을 이제 9살인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근데 그런 이야기는 좀 있다 오라비나, 다른 어른들 만나면 안하는 게 좋을 거야.”


늘 꿈꾸던 자신의 스타를 만난 아이는 눈을 빛내며 바라보다 희아의 말에 큰 궁금증이 들었다.


“아니, 왜? 그 멋진 일을 왜 말하면 안 된다는 거야?”

“다들 싫어하더라구.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우리 민족은 스칼렛에게 속아 이용되어 지고 모든 일이 끝나자 버려졌대.”

“에? 말도 안돼······. 책에는 그렇게 안 쓰여져 있었는걸?”

“글쎄, 나도 자세한 건 모른대두. 자, 거의 다 왔어. 이 냇가 건너 보이는 저기가 고을이야.”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인 루안은 생각을 접고 앞을 바라봤다.

징검다리 8개가 곱게 놓인 자그마한 냇가는 투명하다는 것의 정의를 직접 보여줄 정도로 맑았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처음 보는 주택 형태인 지푸라기를 지붕에 얹은 자그마한 건물들이 오밀조밀 길 따라 놓여 있었고 그 길 끝에는 앞의 건물들과는 다르게 검고 납작한 돌들을 가득 쌓아 올린 큰 건물이 있었다.

그 주위를 바이두 숲의 울창한 삼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제법 경관이 좋았다.

참 좋은 경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폴짝 뛰어 징검다리를 지나던 루안은 무심코 발 밑을 바라보았다.

맑은 물길 사이로 자그마한 물고기들이 재빠르게 헤엄치고 있었고 거의 거울을 보듯 또렷하게 비치는 루안의 모습은 간 밤의 고생을 증명이라도 하듯 볼이 움푹 패여 있었고 눈은 퀭했으며 윤기가 흐르던 흑발의 머리는 푸석푸석······ 응? 잠깐. 잠깐!


“앙? 아니 잠깐만, 이, 이게 뭐지? 왜 내 머리가······.”


앞장 서 징검다리를 뛰어 넘던 희아가 돌아봤다.


“응? 머리가 왜? 아무렇지 않은데? 어서 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희아의 소리는 루안에게 들리지도 않았으며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자세히 보니 다른 게 머리 뿐만이 아니었다.

금색 눈동자도 까맣게 물들어있고 희고 뽀얗던 살결도 조금은 어두워졌다.

뭐, 사실 뽀얀 건 마찬가지다.


“희아야, 내 얼굴이 변했어. 왜 너랑 비슷하게 바뀌었지? 머리색도 난 은색이었고, 눈동자 색도 금빛이었는데······. 마물의 저주를 받은걸까?”


루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희아에게 말했다.


“어휴, 루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아픈 거야? 세상에 머리카락이 은색인 사람이 어디 있니? 넌 오라비한테 업혀 올 때부터 그랬어.”


늘 숲에서 같은 고려인만 만나왔던 희아가 검은색 머리 말고 다른 머리색을 봤을 리가 없었다.


“빨리 따라와 루안.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란 말이야. 빨리 가서 같이 밥 먹어야지.”


아직 어안이 벙벙한 루안을 희아는 계속 재촉했다.

루안은 어쩔 수 없이 징검다리를 건너 갔다.

루안이 물어 볼 것이 또 하나 늘었다.


##


“희아 왔니? 밥은 먹었어?”

“희아 잘 지냈니? 필요한 건 없고?”

“희아야 돌아가기 전에 떡 해 놨으니 좀 가져가라.”


고을로 들어오자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이 희아를 반겨 줬다.

희아도 웃으며 인사 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고을 사람들은 많이 맑아 보였고 친절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루안도 스스럼없이 밝게 대해주었다.


“아~ 그 아이가 장사님과 후아가 데려 왔다는 바깥 아이구나? 반갑다. 고려에 온 것을 환영 한다.”

“어머, 너무 잘 생겼구나. 호호호 다음에 이모 집에 밥 먹으러 오렴.”

“가, 감사합니다.”


루안은 멋쩍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루안에게 따뜻한 인간관계란 안나와의 관계가 전부였다.

어머니는 루안을 낳고 돌아가셔서 실제로 본 적도 없고, 형은 묘하게 루안에게 차가웠으며 아버지는 늘 나랏일로 바빴으니 안나말곤 누가 있었겠는가?

그렇다 보니 아직 감정의 동요가 빠른 나이인 루안은 왕궁에서 못 느꼈던 정이라는 것을 처음 보는 이 고려인들에게서 차오름을 느꼈다.

그렇게 주위에 인사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길 끝에 있는 큰 건물 앞에 당도했다.


“멋지지? 여기가 신시야. 널 발견하신 장사님도 여기 계시고, 우리를 다스리시는 왕검님도 여기 계셔.”


신시라는 이 곳은 왕성을 뜻하는 것 같고, 왕검이란 사람이 고려인들을 통치하는 통치자인 듯 했다.


“수련동은 신시 뒤쪽에 있어. 어서 가자.”


신시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듯 희아는 거리낌 없이 안으로 들어갔고 루안도 따라 들어갔다.

신시는 가운데로는 붉은 양탄자를 놓은 큰 길이 나 있었고 그 좌우로 여러 곳을 통하는 복도들이 있었다.

복도 입구 사이사이에는 아름다운 옥빛을 띄는 큰 자기병 들이 신비롭게 놓여 있었는데 그릇이나 병으로써의 용도보다는 꾸밈의 용도로 놓여 있는 것 같았다.

희아는 다른 복도로는 들어가지 않고 가운데 큰 길만을 지나 반대쪽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일종의 터널 같은 길이었다.

문을 열고 입구 반대쪽으로 나와 보니 세 갈림길이 나왔고 그 갈림길들 끝에는 거대한 공터들이 있었다,

공터마다 사람들이 차 있었는데 모두 다른 수련을 하는 듯 했다.

희아는 왼쪽 길로 움직였고 그 길 끝에 공터는 작은 공들이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었고 중앙에 한 사람이 비틀 비틀 거리며 마치 춤을 추듯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권후였다.


“오라버니. 우리 왔어!”


희아가 크게 소리치자 후는 동작을 멈추고 희아를 째려봤다.


“사랑하는 누이동생아. 오라버니가 수련할 때는 찾아오지 말라지 않았니?”

“그렇지만, 루안이 깨어났는걸! 루안이 오라버니한테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단 말이야!”


희아는 지지 않고 후를 째려봤다.

그제야 후는 희아 뒤에 꼬마 아이를 바라봤다.


“아, 이름이 루안이라고 하는구나. 몸은 좀 어떠냐? 괜찮니?”


루안은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하하 아냐 아냐 어차피 나는 내 한 몸 겨우 건졌으니까. 인사는 장사님께 드리렴. 아! 물어 볼 게 있다고?”

“네, 혹시 저와 같이 있었던 안나는 어떻게 되었나요?”


순간 후의 눈에는 측은지심이 스쳐 지나갔다.


“너의 누이를 말하는 구나. 걱정말거라. 장사님께서 약소하지만 장례를 치러주고 잘 묻어주셨다. 그러니 편하게 갔을 거야.”

“아······.”


혹시나 했던 안나의 죽음은 이제 완벽한 사실로써 루안에게 다가왔다.


“가, 감사합니다.”


힘겹게 입을 뗀 루안은 감정이 울컥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눌렀다.

루안의 감정 변화를 느낀 후는 루안을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메고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악!”


루안은 고통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놈아. 니가 그러고 있으면 니 누이가 저승차사를 편하게 따라가겠느냐?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런 의미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러 가자꾸나. 장사님들도 계시고 왕검님도 계시다. 아마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을 거야.”


후는 루안을 어깨에 멘 채로 신시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희아는 싱긋 웃으며 후를 뒤따랐다.


##


루안은 어색하게 서서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의자도 없이 맨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총 6명이었는데, 후와 희아를 비롯하여 자신을 구해주었던 노인이 있었고 나머지 셋은 처음 보는 인물들이었다.


“허허, 어서 오거라. 그래 몸은 좀 괜찮으냐?”


장사라 불리던 예의 그 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자신이 내려다보는 그런 구조가 영 어색했지만 루안은 애써 어색함을 떨쳐내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네, 괜찮아요. 덕분에 살았어요. 너무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그래, 다행이구나. 뭐하고 있니? 어서 앉거라.”


루안은 다시 한 번 앉아 있는 모습을 유심히 살피고는 슬며시 포근한 방석 위에 앉았다.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들은 6명 정도가 둘러앉으니 딱 맞는 짧은 다리의 원탁을 가운데 두고 앉아있었는데, 원탁도 묘한 붉은 색을 띄며 식탁보 하나 깔려 있지 않은 게 나무 자체를 깎아서 만든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럼 내가 소개해줄게요!”


루안이 앉자마자 희아가 부산을 떨었다.


“이 녀석은 루안이에요. 오면서 물어봤는데 저보다 1살 어리대요. 그러니 제가 누이언니랍니다.”


루안은 앉은 채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자 루안아 봐바. 이 어르신이 널 구해주신 노영학 천하장사님이야. 그리고 옆에 계신 분은 김일 금강장사님이고, 후 오라버니 옆에 앉으신 분이 추모 태백장사님이셔.”


희아가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이야기할 때마다 루안은 작은 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인상들을 살폈다.

노영학 천하장사는 키가 작고 흰수염이 수북히 나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였는데, 계속 서글서글한 미소를 띄우며 루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일 금강장사는 머리가 하나도 없는 대머리였는데 50대 정도의 중장년으로 보였다.

다부진 몸이 인상적이였는데 손만 펼쳐도 루안의 머리 정도는 한 번에 감싸 쥐고 부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위압감이 흘렀다.

추모 태백장사는 앞선 장사들과는 다르게 여성이었는데 손과 팔에 가죽을 덧댄 의상을 입고 있었고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중년이었다.

모두 인상은 다르지만 낯선 이방인의 방문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지 표정은 다 밝았고 스스럼없이 루안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왕검님! 우리 민족을 다스리시는 한웅 왕검님이셔.”


루안의 맞은편에 앉은 젊은 미청년이 방긋 미소지었다.


“고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루안. 부디 불편함없이 서로 잘 지내길 바랍니다.”


옅은 베이지 빛이 도는 하얀 옷을 입은 한웅 왕검은 이제 막 약관을 넘겼을 것 같이 어리게 생겼으며 여리여리한 얼굴선은 마치 어여쁜 소녀가 보일정도로 고왔다.

루안은 왕검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노라니 안나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 왕검의 옷으로 눈길을 돌렸다.

정말 한 치의 티끌도 용납 않는 정갈한 백단색의 옷 가운데에는 영롱한 옥빛을 띄는 방울이 두 쪽 달려 있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신비로움을 느낄만했다.


똑똑


그 때 노크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왕검님, 그리고 장사님들. 식사 준비가 되었으니 식사 올리겠습니다.”


단정하게 머리를 쪽져 올린 노파가 말을 마치자, 자그마한 소쿠리들을 든 여인들이 들어와 가운데 원탁에 하나 둘 음식들을 올렸다.

루안으로써는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이었는데, 색감이 화려하고 향내가 그윽한게 제법 맛이 좋을 것만 같았다.

그제야 루안의 배는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성을 나오고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다.

가운데로는 여러 음식들이 깔리고 각자의 앞에는 촉촉이 윤기가 흐르는 삶은 곡류와 주황빛이 도는 스프가 나왔는데, 루안이 성에서 먹던 스프와는 다르게 굉장히 묽었으며 각 종 채소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처음 맡아보는 구수한 향이 은은히 올라오고 있었다.

왕검을 필두로 장사들이 음식을 떠먹기 시작하자 후와 희아도 손을 움직였다.하지만, 루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포크가 없는 것이다.

거기다 다른 사람들은 웬 막대기 두 개를 한 손에 쥐고 신기한 손동작으로 음식들을 집어 먹는데 따라 하기가 여간 어려워보였다.

그걸 알아챈 듯 왕검이 말을 걸었다.


“아, 루안이 있던 양인들의 고을에서는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지요?”


고려인들은 숲 밖의 인간들을 양인이라 부르는 듯 했다.


“젓가락이요? 그건 뭔지 잘 모르겠는데······ 혹시 포크는 없나요?”


루안은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엥? 뭐야, 루안! 너 젓가락질도 못하니?”


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루안은 더더욱 움츠려들었다.


“누이야. 루안은 젓가락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거야. 그리고, 혹여나 그게 아니더라도 친우를 감싸줘야지,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못 써!”


후가 점잖게 말했다.

희아는 툴툴거리며 다시 음식을 먹었다.


“미안하게도 우리에겐 포크가 없어요. 어차피 이제 우리와 생활을 해야 할 테니, 내가 하는 걸 보고 따라해 보겠어요?”


왕검은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잡는 법을 알려주었다.

루안은 어설프게 따라하며 앞에 음식들을 집어 먹었다.

하얀 곡물은 굉장히 부드럽게 입안에서 굴러다니며 은은한 단맛을 퍼뜨려주었고, 색감이 화려한 여러 공용 음식들은 때로는 짭짤하게, 때로는 상큼하게, 때로는 매콤하게, 때로는 달콤하게 여러 미뢰들을 자극하며 새로운 스타일의 음식임을 알려주었다.

여러 음식들로 입안이 가득 차 서서히 입안에 수분이 말라갈 때 쯤 주황색 스프를 한 모금 넘기니 모두를 아우르는 구수한 향이 입안을 간질이며 음식들을 꿀떡 넘어가게 해주었다.

그렇게 한 차례의 음식들이 뱃속으로 들어갔다.

맛있다.

너무 맛있다.

궁 안에 있던 그 수많은 능력 좋은 쉐프들이 단 한 번도 내지 못했던 맛을 이 소박해 보이는 음식들이 내고 있다.

생각과 감탄이 멈추자, 루안의 손과 입은 바삐 움직였다.

정신없이 음식을 흡입하는 아이를 보는 어른들의 눈빛엔 기특함과 갸륵함이 동시에 서렸다.


##


불과 같은 식사가 끝난 후 각자의 자리엔 과일 조금과 다과가 놓여졌다.

노릇노릇한 색상을 내는 과자는 한 입 베어 물자 구덕한 식감과 함께 기름의 고소함을 동반한 달콤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졌다.

한참 단 걸 좋아하는 나이이다 보니 루안은 너무나 기분 좋게 과자들을 비어갔다.

자애롭게 루안을 지켜보던 왕검은 노영학 장사에게 눈짓을 했다.

노영학 장사도 그 눈빛을 읽었는지 고개를 조아린 후 이야기했다.


“그래, 루안아. 음식은 입에 맞았니?”


아직 입에 남은 과자를 마저 삼킨 후 루안이 대답했다.


“네, 장사님. 너무 맛있었어요. 그런 음식들은 처음 먹어봤어요.”

“허허허, 그래.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이구나. 그럼 이제 이 할애비 이야기를 좀 들어주겠니?”


또 입안에 과자를 집어넣던 루안은 급하게 우물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선은 너도 알겠지만, 이제 우리와 살아가야 할 것 같구나. 그러니 우리가 널 도와주려면 네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할 것 같단다. 떠올리기 너무나 힘든 기억이겠지만, 이 숲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줄 수 있겠니?”


맛있게 과자를 먹던 루안은 순간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하룻밤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이렇게 반겨주는 이들이라면, 또 힘껏 싸워 마족들을 몰아낸 용감하고 정의로운 이들이라면, 힘겹지만 용기내서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사일라 왕국의 제 2왕자에요. 어느 날 나쁜 기사들이 궁에 칼을 들고 들어왔고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어요. 저는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쓰고 울고 있었어요. 그 때 안나가 저를 구하러 왔고 같이 왕궁을 나와 말을 타고 도망쳤어요. 오랫동안 달렸더니 바이두 숲 앞에 도착했고 말은 지쳐 쓰러졌어요. 저도 힘들었는데, 안나는 계속 가야 된다고 했어요. 그렇게 안나랑 숲 안으로 들어왔는데 나쁜 기사가 쫓아왔어요. 그 나쁜 기사한테서 안나는 저를 지켜줬고······. 흑.”


또다시 안나의 최후가 생각나자 루안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만큼 안나는 루안에게 특별한 엄마이자 친구같은 존재였다.


“저런······. 그런 일이 있었구나. 너무 고생이 많았구나. 혹시 그 나쁜 기사들이 어디 기사들인지 알고 있니?”

“흑흑, 끅, 제이프 제국에 새뮤린 기사단이라고 했어요.”


눈물을 확 훔친 루안은 눈을 부라리며 대답했다.

아직 감정의 깊이가 얕은 아이에게 큰 상처는 큰 복수심을 불러일으키기 좋았다.

그리고 제이프 제국이라는 말이 들리자 장사들의 얼굴도 굳어졌다.

노영학 장사에게 눈짓을 한 후 계속 눈을 감고 이야기를 듣던 한웅 왕검은 그제야 눈을 떴다.


“그래요. 잘 알았습니다. 루안이 우리에게 온 것은 삼족오의 인도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군요. 후와 희는 그만 루안을 데리고 돌아가 쉬도록 하세요. 저는 장사님들과 이야기를 좀 더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후는 일어나 아이들을 챙긴 후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그러자 한웅 왕검은 주위 장사들을 둘러 보며 말했다.


“이제 싸워야할 때가 아스라이 눈에 밟히는 것 같습니다. 장사님들은 무사들이 훈련을 게을리 하지 못하도록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세 장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이가 태극의 치우를 마셨다면 저 아이 또한 우리의 무술을 익히기 좋은 공력이 생겼을 터이니 저 아이 또한 무술을 익혀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동안 잠자코 있던 김일 장사가 의견을 피력하자 노영학 장사도 거들었다.


“금강장사의 말이 옳습니다, 왕검님. 저 아이는 앞으로 다가올 큰 싸움에 있어 꼭 필요한 무사가 될 것입니다.”

“좋습니다. 저 역시 장사님들과 생각이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왕검의 허락이 떨어지자 추모 장사가 말을 이어 받았다.


“그럼 천하장사님과 금강장사가 루안의 무술을 맡아주시지요. 궁술은 대대로 여인들이 익혔으니 제가 무술을 가르치긴 어려울 것 같고, 그 외의 공부는 제가 맡아서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좋겠네.”

“그리 하겠습니다.”


무거웠던 네 사람의 공기가 다소 가벼워진 것 같다.


##


“왕검님은 왕검님이 되신 지 얼마나 되셨어?”


권씨 남매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루안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나도 듣기만 했는데, 까마득한 옛날부터 왕검님이셨대. 엄청 오래 된 거지.”


희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정말? 근데 후 형보다 어려보이던데?”


못 들을 리 없는 후가 머리를 긁적였다.


“에휴, 역시 루안 니가 보기에도 그러냐? 나도 아낙네들처럼 분칠이라도 해야 하나?”

“그럼 후 형보다 왕검님이 형이에요?”

“형이라고 하긴 어렵지. 왕검님께선 천하장사님보다 나이가 많으시니까.”

“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미소녀와도 같은 왕검이 백발성성한 할아버지인 노영학 장사보다 나이가 많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루안의 질문에 대화에 끼고 싶은 희아가 나서며 말했다.


“왕검님은 삼족오의 가호와 신령의 신통력 덕에 늙지 않는 몸이 되셨대.”

“우와, 신기하다.”


역시 40여분의 긴 숲길을 걸을 때는 수다가 제일 좋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권씨 남매는 왕검님과 장사님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우선 왕검의 직책이란 왕보다는 신관에 가까웠다.

주기적으로 환인이라 불리는 신에게 제를 드렸고 그럴 때마다 왕검이 가지고 있던 신령에 신통력이 강해진다고 하였으며, 환인의 그러한 신통력을 담을 수 있는 신기는 두 개가 더 있는데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하였다.

또한, 환인의 대리인인 삼족오의 가호가 언제나 함께 하기에 노화와 자연사에서 벗어나 있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고 얼마나 오랜 기간 살아 왔는지도 확실히는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런 왕검의 아래는 세 명의 장사들이 존재하게 되는데, 각각 천하, 금강, 태백이었다.

장사들 간의 상하 관계는 없으나 연배 순으로 현재는 천하장사가 가장 선배였고, 태백, 금강 순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장사란 고려인들의 구사하는 세 가지 무술의 최고 대가들에게 붙는 수식어인데, 어마어마한 힘과 혀를 내두를 기술을 구사하는 씨름의 천하장사.

바람과 같은 속도와 현란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손발 격투술인 태껸의 금강장사.

후에 알게 되었지만 권후가 현재 금강장사의 정통 계승자로 태껸을 수행중이라고 했다.

마지막 태백장사는 고려인들만의 독특하고 화려한 궁술인 국궁의 대가를 뜻했다.


“이제 곧, 나에게도 장사님이 국궁을 알려주신다고 하셨어. 나중에 내가 태백장사가 될 거다, 이 말씀이야.”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희아가 설명을 마무리했다.


“이제 난 여기서 살게 되는 거겠지?”


설명을 다 듣고는 이제야 고려인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는 듯 루안이 말했다.

후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안 그래도 귀여운 남동생 하나 더 있었으면 했는데, 다시 한 번 환영한다. 우리 잘 지내보자 루안.”


희아도 밝게 웃었다.


“히히, 이제 나 막내 아니지?”


루안은 힘겨웠던 일련의 일들 위로 포근한 따뜻함이 덧씌워짐을 느꼈다.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 작성자
    Lv.42 드래곤육포
    작성일
    20.05.18 13:28
    No. 1

    안녕하세요?
    혹시 쓰신 글을 문피아 스마트 폰 앱을 통해서 보셨나요?

    전 이번 공모전을 통해서 유입된 뉴비인데요...

    첫 날에 멋 모리고 워드 프로그램에 쓴 문장을 인터넷 페이지에 복붙 했더니

    읽어 주신 분들이 문장이 너무 길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이야기 해 주시더라구요.

    정말 아차 싶었어요.

    왠지 엇그제의 저와 비슷하실 것 같아서요. 주제 넘었다면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5.18 15:17
    No. 2

    좋은 정보 주심에 너무 감사합니다. 전 앱을 쓰진 않아서 그런 것을 전혀 몰랐네요. 확인 한 번 해보고 고칠 수 있는 점은 고치도록 해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마스티
    작성일
    20.06.02 22:38
    No. 3

    참 사람들 선하네요.. ㅎㅎ
    잘 봤습니다. 추천 드리고 계속해서 읽어보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6.03 09:21
    No. 4

    처음부터 쭉 읽어주신다는 것만큼 초보작가에게 힘이되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말씀드립니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이루크
    작성일
    20.07.29 22:02
    No. 5

    잘 보고 갑니다 추천드려요 응원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7.30 11:01
    No. 6

    이어서 읽어주시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ㅠㅠ 더욱 힘내서 집필하겠습니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ho*****
    작성일
    20.08.21 14:09
    No. 7

    희아야(x) 희야(o)루온야(x) 루온아(ㅇ) 차이는 이름의 받침유무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8.21 15:08
    No. 8

    안녕하세요 hotroad님 ^_^ 알려주신 점에 대해서는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아마 조금 더 읽어보시면 아시게 될텐데 미리 좀 말씀드리자면, 여자주인공의 이름은 '권희'입니다. 성을 제외하면 '희'가 이름이죠. '희아'란 희의 애칭입니다. 그래서 애칭으로 부르면은 희아, 혹은 희아야 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름으로만 부르면 희야 라고 부르게되겠죠 ㅎㅎ 그 차이를 읽어보시면 아시게 될겁니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관심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욱 노력할게요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독자777
    작성일
    20.11.27 16:39
    No. 9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11.30 14:38
    No. 10

    앗 주행 시작해주시나요 ㅠㅠㅠㅠ 너무 감격스럽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1.12.12 03:58
    No. 11

    잘 보고 갑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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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7 16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21 14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14 16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45 15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44 16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20 16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86 17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4 16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21 16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51 15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73 14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701 17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66 17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60 16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90 18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71 20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8 20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54 22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63 26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80 27 27쪽
»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64 38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44 68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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